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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화 〉혼란(3) (55/107)



〈 55화 〉혼란(3)

아두크.
일명 시체의 탑이라 불리는 보스 몬스터.
그리고 이놈은 게임에서 많은 플레이어를 좌절시켰던 통곡의 벽이기도 하다.

공격력은 그리 높지 않지만, 엄청난 방어력과 체력 재생 능력.
그리고 가만히 놔두면 주변의 시체를 먹고 성장하는 특성을 지닌다.
먹는다는 특성은 그라니토와 똑같지만, 이놈은 시체만 먹고 흡수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이 다르다.

한마디로 이곳에서의 상성은 최고라는 것이다.


상공에서 바라본 제국의 수도는 완전히 혼란에 빠진 상태다.
아직 완벽하게 시귀가 점령한 것은 아니지만,  수가 천천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 육안으로도 확인된다.
그렇지만 철저하게 시귀를 막고 있는 곳도 보인다.
저기는 아마 교단의 신전과 모험가 길드가 있는 곳일까. 기사단의 주둔지도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버티고 있는 것이지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에라도 저쪽을 도와주고 싶지만, 나는 눈앞의 이 시체의 탑을 어떻게 해야만 한다.

만약에 이놈이 시귀들을 먹으며 성장한다면 걷잡을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다행히도 나는 이놈을 쓰러트릴 수단이 존재한다.
정말로 딱 알맞게 이때 사용하라고 얻은 수단이 말이다.

“너희는 여기에 있어.”

“내가 도울 일 없어!?”

멀리 떨어지라고 블랙 와이번에게 명령하려고 하면 시스티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3명이 있는 곳을 바라보면 다들 걱정스러운 얼굴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시스티아는 걱정과 함께 나만 싸운다는 것에 분함을 느끼고 있는  같았다.

그러고 보면 쭉 함께 싸워왔으니까.


하지만  싸움에서 지금의 시스티아가 도움이 될 일은 없다.

“그러면 도시 사람들을 지켜줘.”

“...그게 지금 리제가 원하는 거지?”

“그래.”


“그럼 알았어.”

시스티아는 금방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 모양이다.
난 다른 블랙 와이번도 도시에서 몰려다니는 시귀들을 상대시키기로 한다.

“너희도 가라.”

“끼이익!”


내 명령을 들은 블랙이2, 3은 즉시 하강해 시귀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한다.
블랙이1은 세 명을 태우고 있기 때문에 적절히 단순히 명령만 내릴 것이 아니고 적절히 조종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여기는 제게 맡기고 얼른 가세요.”

“리리?”

내가 잠시 고민하고 있으면 리리가 고삐를 덥석 잡더니 블랙이1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분명 리리는 못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꼭 이기고 돌아오세요. 두 분은 저에게 맡기시고요.”

“...알았어.”


그 모습은 평소의 좀 어수룩한 메이드의 모습이 아닌, 노련한 전사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그녀에게도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그렇게 리리의 조종으로 블랙이1도 지상으로 하강한다.
나는 그 모습을 힐끗 보고 곧바로 시체의 탑으로 날아간다.
모두의 안전을 확인한다고 너무 시간을 지체시켰다.

------!!


놈의 중앙에 턱 박힌 커다란 눈알이 나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보고 싶지 않은 비주얼. 거기에 아두크의 공격수단 중 하나인 여러 개의 촉수가 나를 붙잡기 위해 날아왔다.


[꺼져!]


용언 마법으로 방어마법을 걸며 손에  검에 오러를 듬뿍 실어 촉수들을 베어낸다.
어떻게든 빠르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목적이기에 피하는 것보다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


자신의 촉수가 계속 잘려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녀석의 눈알이 번쩍 빛이 난다.
이건 아두크의 공격 수단 두 번째인 일명 눈알 광선. 닿은 모든 것을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버리는 광선이다.
말로만 들어서는  모를  같은데, 맞으면 생물은 그냥 하나의 고깃덩어리가 된다는 말이다.
아두크에게 먹기 좋아지게 말이다.

미친놈이 저걸 벌써 쓰네!

-치지익!

직선으로만 나가는 공격이지만, 번쩍하는 순간 지척에 다가올 정도로 빨라서 긴장해야 한다. 방어마법을 적절하게 걸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그대로 맞고 녹을 뻔했다.

망할. 안 그래도 난 스피드와는 그리 인연이 없는데 말이야!

“[꺼져!] [꺼져!]”

곧바로 틈을 노리고 촉수도 다가와서 바로 방어마법을 몇 겹을 친다.
아무래도 이대로 방어마법은 계속 쳐가면서 상대해야 할 것 같다.

#$%#[email protected]!!

그렇게 잠시 옥신각신하고 있으면 아두크 녀석이 분노에 차서 지르던 것과는 다른 소리를 냈다.
그게 말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를 비웃고 있는 것만은 잘  것 같았다.

아무래도 2황자가 베이스로 되어 있는 것이라 그런지 인성이 조지네. 망할 것이.


“이거 쓰면 엄청 지쳐서 한 번에 끝내려고 했건만 안 되겠네.”

나는 조금 떨어져서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큰 것을 준비한다. 동시에 아두크를 쓰러트릴  있는 수단.
다만 녀석에게 다가가 핵과 함께 날려버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었기에 어떻게든 다가가려 했는데 일단 한 번 쓸어버리고 나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손을 내밀고 집중한다.
대량의 마나가  번에 빠져나가 드래곤 하트가 요동을 친다.
그리고 그 마나는 손을 향해 나아갔고 그것이  번에 모이기 시작한다.


-----!?!?

내가 무엇을 할지 감지한 아두크가 당황한  더 많은 촉수를 보내며 동시에 눈이 번쩍 빛이 난다.

“이미 늦었어. 망할 자식아.”

그것은 드래곤의 권능. 세라도 사용한 적이 있는 브레스.
하지만 지금의 내 브레스는 순수한 마나만이 아닌 그린 드래곤의 속성인 바람이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바람이 아닌, 순수한 바람이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은 아두크에게 절대적인 상극을 뜻한다.


아두크의 공략법. 바람의 정령술을 사용할 줄 아는 동료를 데리고 갈 것 혹은 순수한 바람 마나가 담긴 무구를 챙겨갈 것.


그러면  문제 없이 잡을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내가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공략법은 아니다. 따라하지 말 것.

“어디   봐라.”

그렇게 무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처음인 브레스가 아두크를 향해 날아간다.


*



“아름다워....”

제국의 수도에서 조금 떨어진 높은 산.
그곳에는  작은 남자아이가 연록 빛의 마나 덩어리가 거대한 시체 탑에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정말로 좋았던 겁니까? 본래 계획은 이런 것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별로 상관없어. 게다가 짜증 나잖아. 별것도 아닌 것이 자꾸 내 신부에 눈독을 들이니까.”

“하지만 그건 딱히 그 녀석만의 일은 아닐 텐데요.”

“아 몰라~ 가장 가까이에 있었으니까 더 잘 보이잖아. 그러니 훨씬 더 많이 짜증이 났어.”


“...”


“뭐야? 불만이야? 커티스.”


“아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6황자 전하.”

그들은 6황자인 아디스와 커티스 후작이었다.
하지만, 겉모습만 똑같을 뿐. 그 분위기는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커티스 후작은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아디스는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었지만, 보고만 있어도 두려운 느낌이 든다.


“쳇. 그보다 정말로 멋지고 아름답네. 내 신부는. 정말, 신 녀석이  하나는 잘했다니까?”


리제가 쏜 브레스가 아두크에게 명중해서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거체가 크게 기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디스는 기분이 좋은지 짝짝 손뼉을 쳤다.


“정말로 괜찮겠습니까?  여인은 신의 영향을 받은 자입니다.”


“그러니까  좋잖아. 절대로 이루어질  없는 금단의 사랑~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고 이어지게 된다면 오랫동안 두 사람의 사랑은 이어지겠지. 으음. 아이는  명이 좋을까? 3명 정도는 있어야 적당할 것 같은데. 아들 둘에  하나. 아니면 그 이상도 괜찮고? 저렇게 건강하니 분명 건강한 아이를 숨풍숨풍 낳아주겠지? 그러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대가족이 탄생하는 거지.”

이미 미래가 확정되어 있다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디스의 모습을 보며 커티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걸까.


중간까지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었는데, 자신의 주인이 저 여인, 리제라고 하는 신이 데려온 자를 보더니 눈이 돌아갔다.

단순히 자신의 신부에게 관심을 보이는 위슬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일으켰다.


아무튼 본인은 한눈에 반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마도 저렇게 집착하게 된 원인은 본인과 똑같기 때문이겠지.


“아아. 얼른 정식으로 만나고 싶네.”


“그건  더 시간이 흐른 뒤에...”


“알고 있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잔소리 좀 하지 마.”

쯧 하고 혀를 차던 아디스는 휘청거리는 시체의 탑에 다시금 돌진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생각이 났다는 듯 주머니를 뒤졌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네 이빨 잘 썼어. 돌려줄까?”


“괜찮습니다. 이미 깨끗하게 다시 다 났으니까요.”

“오. 역시 뱀파이어 로드. 이빨 재생 같은  일도 아니로군.”

“놀리지 마시지요.  이렇게 하신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뭐, 그렇지. 그렇지만 너도 만족하고 있잖아? 지금이라면 페이론 후작도 간단하게 이길 수 있다구?”


“.......”

그것은 단순히 그가 인간이고 제국의 후작이었을 때의 이야기.
그때는 그것에 집착했고, 강해질 수 있다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오히려 집착하던 과거의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져서 별로 좋은 기분은 들지 않는군요.”


“아, 그래? 알았어. 그럼 이건 이제 버려야지.”

아디스는 주머니에서 날카로운 송곳니를 꺼내 들더니 그대로 산속에 던졌다.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는 빠진 이빨을 지붕 위에 던져야 새 이빨이  난다는 말이 있다고 하던데. 넌 이미 다 났으니까 필요 없지?”

“.....”


커티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저것은 빠진 것이 아니고 아디스가 억지로 뽑아 간 것이었으니까.
고통에는 면역이 생기긴 했지만, 생니가 뽑히는 경험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그렇게 이빨도 산속으로 사라져 제국의 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엘리나를 납치하려고 했다가 실패한 여자였다.
얼굴만큼은 리제와 똑같이 생긴 여자.


“아, 그래. 세아 왔어? 많이 늦었네.”


“어? 응....”


혼날 것을 각오하고 왔는데 어찌 아디스는 기분이 좋다.
하지만  리제를 보고 기분이 좋다는 것을 깨닫고 착잡한 기분이 되었다.


“이번에도 실패해서 미안해...”


“응? 뭐, 괜찮아. 한두 번도 아니고. 거기에 내가 엘리나의 피를 조사해 봤는데 꽝이었어. 결과적으로는 넌 헛짓거리를  셈이지.”

“......”


신랄한 말에 세아는 금방 풀이 죽었다.
다 맞는 말이지만, 그 말이 자신의 소중한 오빠에게서 나온 말이라는 것에 전부 마음을 도려내는 것만 같은 아픔이 생겨난다.


‘예전’에는 이렇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 상냥한 오빠였는데, ‘이 세계’에 오고 나서 변한 것일까.

하지만 자신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한다. 아마도 자신의 오빠가 저렇게 된 원인은 자신에게도 있을 테니까.
전생에 했던 아주 크나큰 실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세아가 잔뜩 풀이 죽어 있으면 갑자기 제국의 수도를 전부 둘러싸도 남을 만큼의 커다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들에게도 영향이  정도로 강력한 신성.

“오, 오오...?”


“이건...”


세상에 이런 신성력을 내뿜을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될까.
아마 신 본인과 그 신의 권속이라 불리는 천사를 제외하면 없으리라.
천 단위  단위로 진행되는 대규모 신성의식으로도 이런 일은 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일을 벌일  있는 것은 단  사람.

“하하! 성녀! 역시 내 신부랑 같이 있던 그 아이가 성녀였어!!”


오랫동안 찾아다닌 성녀를 드디어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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