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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화 〉해야 하는 것(1) (59/107)



〈 59화 〉해야 하는 것(1)

내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제국의 북쪽 끝에 있는, 폰티나가 블루 드래곤을 만나러 간다고 했던 곳이다.
분명 무언가 흔적이 있을 것이며 그곳에서 회수하고 싶은 것도 있다.
그렇게 며칠 밤낮을 달리고 달려서 그 근처에 도착한 참이다.

“후우. 바다냄새. 도시에 들리지 못한 것이 좀 아쉽네.”

코끝으로 전해지는 바다냄새. 눈앞에 보이는 푸른 바다에는 여러 종류의 배들이 항해 중이다.
이 근처에는 대륙의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명한 항구도시도 있지만, 들릴 여유는 없었다.

들릴 이유가 없는 것도 있지만, 이번 여정에 내 수족이 될 녀석과 만날 약속을 했기에 시간이 없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저곳을 세라에게 구경시켜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지.


“...역시 편하고 빠르게 움직이려면 블랙이가 좋긴 하네.”


나는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리면서 제국 수도에 놓고 온 블랙 와이번의 탑승감을 생각하고는 그렇게 중얼거린다.
 녀석들도 충분히 전력이 될 것이기에 3마리  두고 왔다.
관리는 레온이 알아서 할 테고 후작이나 란델도 있으니 괜찮다.
완전히 길든 것도 있고 내가 동료의 명령에 따르라고 일러두고 왔으니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뀨~?”


“일어났어? 우리 딸.”

“뀨우!”


잠에서 깼는지 내 가슴속에서 머리를 내민 세라는 힘차게 대답한다.
그런 세라를 몇 번 쓰다듬으면 타이밍 좋게 목적지에 도착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다 바로 옆에 있는 높은 산.
딱 봐도 뭔가 있을 법한 산이지만, 아쉽게도 아무것도 없다.
내 목적지는 바다와 이 산의 바로 사이에 있는 절벽 밑이다.

‘생각해보면 계곡이나 절벽 같은 건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

뭐, 그런 곳이 기연이나 특별한 장소를 연출하기가 좋으니 그런 걸 테지만 말이지.
물론 지금 가는 곳은 물의 드래곤이라고 할  있는 블루 드래곤의 흔적이 있는 곳일 테니 저 장소는 이해가 된다.


산의 입구에 들어가 바다 쪽으로 진행한다. 그러면  높은 절벽이 보이고 그 밑은 바닷물이 세차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내 기억으로는 이 근처일 텐데.


“...아, 있다!”

어디까지나 게임에서의 기억으로 찾는 것이기에 시간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절벽 밑에 가까이에 있어도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서 잘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동굴이 하나 있었다.

나는 용화를 해 날아서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동굴의 입구를 밟고 나면,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였습니다.]
[네메시아의 옛 레어에 입장하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폰티나의 은신처 때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찾아왔다는 메시지가 뜬다.
여기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뭔가를 얻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누가 감히 위대하신 분의 땅을 밟느냐!』

[은신처의 가디언이 나타났습니다.]
[첫 발견자 특전으로 6시간 동안 이곳에서 얻는 모든 경험치와 습득물이 2배로 상승합니다.]

그리고 눈에 익은 가디언의 녹색 버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블루 녀석  지내고 있으려나...


『당장 떠나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 줄...호아악!?』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가디언이 기묘한 비명을 질렀다.
오랜만에 방문한 방문객에게 가디언으로서의 일 좀 해보려고 폼을 다 잡았는데 그 상대가 나쁘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


『다, 당신께서는 드래곤...이십니까? 마나의 특성을 보면 그린 드래곤...? 아니, 하지만 다른 것도...』

“난 폰티나의 은신처에서 왔거든. 그린 드래곤 특성은 그때 얻은 거야.”


『아아, 그래서...』

 말에 녀석은 유연한 목을 끄덕끄덕 거리며 이해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가디언이라는 것 자체가 폰티나가 만든 것이니까 이 녀석도 이곳을 지키고는 있지만 본 주인은 폰티나일 것이다.

“아무튼 내가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안에 있는 거 받아가도 되지? 어차피 주인도 없잖아.”


『그, 그럼요. 그러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다른 말을 하면 그냥 빠르게 소멸시키고 안에 있는 것을 받아갈까 했는데 녀석은 순종적이었다.
어쩌면 블루와 같이 폰티나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좋아, 넌 오늘부터 그린이다.”

『넵...? 혹시 제 이름입니까?』

“맞아. 이미 만난 애한테는 블루라고 지어줬거든.”

『아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전 오늘부터 그린이라고 하는 걸로...』


이 부분에서도 순종적이다.
블루와 똑같아 보였는데 이 녀석은 좀 차분한 것 같다. 개체마다 차이가 있는 걸까.

‘근데 블루 다음에 그린이라니. 숨겨진 장소는 총 다섯 곳이니 이걸로 전대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는 나는 가디언의 뒤를 따라간다.
폰티나의 은신처에 비하면 가는 길에는 별다른 것이 없는 곳.

그리고 마지막에 막다른 곳에서 가디언이 손을 대면 벽이 마치 녹아내리듯이 사라졌다.
환술계 마법이 걸려 있는 벽이었던 것이다.
내가 풀려고 했으면 조금 귀찮아질 뻔했는데 다행이다.

『들어가시지요.』


그렇게 가디언의 정중한 말과 함께 나는 그곳에 들어간다.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안에서는 엄청난 빛이 느껴진다.
감이 좋은 이는  시점부터 이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것이다.

“뀨!?”

“실제로 보니 엄청나네...”


금은보화가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
물론 그것뿐만이 아니고 값비싸 보이는 장비까지.
무기는 대충 쓰고 있는 것을 대체하면   같고, 방어구는 나이트 퓨어 만한 것은 없으니 팔아서 돈으로 바꿔도 되고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뀨~♡”

“세라.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놀아.”

“뀨우~!”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드래곤 특성인지, 아니면 여자아이라 그런지 벌써 반짝이는 것에 사족을 못 쓰는 세라.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금은보화에서 수영하듯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닌다.
정말, 못 말려.


『전부  가져가셔도 됩니다. 어차피 이제는 주인이 없는 물건이니까요.』

“네메시아는 죽은 건가?”

『네.  되었지요. 그 뒤로 폰티나 님께서 저를 만들어 이곳을 지키게 했고 말입니다. 앞서 폰티나 님의 은신처를 방문했던 자가 이곳을 방문할 때까지.』

“......”


생각하면 할수록 그 폰티나라는 그린 드래곤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지금 내가 이렇게 숨겨진 장소를 방문하고 있는 것 자체가 폰티나가 유도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만약에 진짜로 그렇다면 폰티나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고 나에게 무엇을 시키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나는 그대로 따라가도 되는 걸까?

『그리고 그런 자가 나타나면 건네라고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건...!”

그것은 블루에게서 받은 것과 똑같은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달리 크기도 물론이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네메시아의 드래곤 하트>

등급 : 전설(소모품)
설명 : 죽은 블루 드래곤 네메시아의 드래곤 하트. 네메시아는 죽기 전 이것을 친우인 폰티나에게 넘겼고, 폰티나는 이것을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자에게 넘기기로 정한다.
1만 년 살은 네메시아의 드래곤 하트이지만,  마나가 많이 빠져나가 있기에 효과가 굉장히 떨어졌다.
그럼에도 섭취 시 분명히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테지만, 지금 상태에서도 너무 강대한 힘 탓에 개별로 섭취할 수 없다.
상극의 속성이 담긴 다른 동등한 무언가를 찾아 같이 섭취하자.
효과 : 온전히 기운을 다 받을 시 마력+300(영구) 블루 드래곤의 속성 획득

“이거 완전한 드래곤 하트잖아...”

『맞습니다. 네메시아 님께서 돌아가시고 폰티나 님께 남기셨고 그분이 이곳에서 저를 만들고 떠나시기  맡기신 겁니다.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야 제 주인을 찾은 것 같군요.』


“......”

나는 가만히 손안에 있는 드래곤 하트를 바라본다.
폰티나의 드래곤 하트 조각을 완전히 흡수했고 마력이 가득 담긴 세르니아를 대량으로 흡수해도 내 드래곤 하트는 아직도 불완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어지간해서는 미동도 하지 않는 마력 수치에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힌트를 얻다니.


아직 섭취하지 못하니 힌트의 단계다.
블루 드래곤은 수속성이니 상극이라면 화속성.
그렇다는 것은 폰티나가 화속성의 드래곤 하트든지 아니면 그에 따르는 무언가를 남겼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 이건 고맙게 받을게. 그건 그렇고 폰티나가 떠나기 전에 무슨 말 남긴 거 없어?”


『남긴 말 말씀이십니까?』


“딱히 너에게 남긴 말이 아니어도 좋고. 그냥 어떤 인상 깊은 말을 했다든지 그런 것도 좋아.”


아마도 블루 때와 마찬가지로 다음 행방에 대한 힌트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누구인지 꼭 만나야 할 것 같으니까 행방에 대한 힌트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물론 이것이 단순히 다음 숨겨진 장소에 대한 힌트라면 딱히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이미 다 알고 있고.

『...아. 그러고 보니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싫은 얼굴로?”

『네. 우웩...어째서 그런 음침한 곳에서 사는 거야? 그 녀석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음침한 곳...”

그것은 목적지를 말한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거라면 짐작 가는 곳이 있다.
내가 들려야 하는 곳 중 하나에 그런 곳이 있다.
문제는 이곳에서 가장 먼 곳에 있다는 점인데...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정하지 않고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가는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 일단은 보류로 하기로 했다.

“알았어. 고마워.”

『별말씀을.  일인 걸요.』

“그럼  이만 가본다.”


이곳에서의 볼 일은 끝이 났다. 앞으로 숨겨진 장소에 갈 때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짐작이 되었다.
그리고 강해질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굉장히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나는 이곳에 있던 금은보화와 장비들을 인벤토리에 수납했다.
그 많은 것들은 단숨에 인벤토리에 들어갔고 기분 탓인지 몸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많다는 거겠지.

“세라야. 이만 가자.”


그렇게 만족하면서 세라를 부르면,

“뀨우~!? 뀨!!”

굉장히 놀란 모습으로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한창  놀고 있었는데 금은보화가 사라져서 놀란 모양이다.


“세라야? 거기서 아무리 둘러봐도 없어. 엄마가 다 챙겼으니까.”


“뀨! 뀨우!!”

그런 내 말에 그제야 세라가 황급히 나에게 날아왔다.  어깨에 올라탄 세라는 내 볼을 머리로 밀면서 꺼내줘! 꺼내줘! 하고 졸랐다.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장난을 좀 쳐 볼까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런 내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뀨우우,,,,,,”


울먹울먹, 눈가가 급격히 촉촉해진다.


“헉!? 엄마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울지 마!”


그렇게 나는 황급히 세라를 달랬고 금은보화 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보석을 장난감으로 꺼내주고 나서야 울음을 멈추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장난감이리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요즘 들어 더욱 그 말이 더 와 닿는 것은 나도 점점 엄마로서 갖춰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


 번째 숨겨진 장소에서 정말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뒤, 나는 바쁘게 다음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 목적지는 마르티나 왕국의 수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인구가 모인 중심부라 할 수 있는 곳.

도시 아루르펜.

게임 스토리에서는 제법 중심적으로 다루어진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건 상관없어졌다.
그 스토리를 진행해야 할 레온은 이미 그곳에 없으니까.


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이것을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무슨 짓을 해서든 해야 하는 일이니 어쩌면 범죄까지 저지를지도 모른다.

뭐, 그렇지만, 두 번째 숨겨진 장소에서 얻은 것을 생각하면 걱정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그렇게 나는 제국의 북쪽 끝에서 다시 쭉 내려와 왕국으로 향한다. 물론 달려서.
여행이 아니고 완전히 강행군이야 이거...
스파르타 훈련도 이것에는 미치지 못할  같다.


“후우...도착.”


한참을 내려와 왕국에 들어서고 아루르펜 근처에 다다른다.
‘약속장소’에서 쉬면서 땀을 훔치고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분명 오늘 만나기로 하지 않았었나?

“......늦었잖아.”

아무도 오지 않는 것에 이상해서 연결을 찾으면 바로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망할 악...아니, 주인아.”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크엘프인 시크리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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