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이종족(3) (66/107)



〈 66화 〉이종족(3)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아우리아.
그녀는 왜 모습을 감춘 것인가? 어째서 이곳에 있었던 것일까?


그런 의문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이 엉망인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먼저였다.


내 정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안 엘프들은 마치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얼굴로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대장로만이 아직도 꺾이지 않았다.


“수인의 공주는 끼어들지 마라! 이건 엘프의 일이다!”

...응? 공주?

“내가 멈추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쯤 죽었을 겁니다. 대장로.”

아니,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자비 깊으신 리제 님께 감사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크윽...”

죽일 생각이 아예 없었는데 어째 그런 걸로 지나가는 분위기가...?


‘응?’


내가 황당해하고 있으면 아우리아가 나에게만 보이게 슬쩍 찡긋 찡긋 윙크를 해왔다.
마치 자신에게 맞춰달라는 듯한 그런 제스처.


아아...그런 건가. 아우리아는 지금 그런 식으로 해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우리아를 봐서 오늘은 이쯤에서 넘어가 주지. 엘프의 대장로. 하지만 다음에도 또 이런다면 너의 목숨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어떻게 될지 보장은  한다.”


“...알겠...습니다. 드래곤이시여...”


대장로에 관해서는 동정할 여지는 전혀 없지만, 어쩔 거야. 이 분위기...
 완전히 악당이잖아...


공포로 사람들을 지배하는 놈들은 도대체 뭐가 좋다고 그런 짓을 하는 거야. 하나도 좋지 않잖아!


공포로 뒤덮인 눈빛이 나에게 향할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아프다.
아무래도 나는 폭군이나 그런 타입은 절대로 하지 못할 것 같다.

“자자, 일단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부터 정리하도록 하지요. 금방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은 도와주십시오.”


아우리아가 데리고 온 듯한 수인들과 움직일 수 있는 엘프들은 서둘러 움직이지 못하는 인원과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인원들을 안쪽으로 데리고 간다.
아우리아의 말 한마디로 움직이는 인원들.
그것을 지켜보는 그녀도 굉장히 익숙한 행동으로 보였다.
다만, 그것을 지휘하는 게 메이드라는 것이 굉장히 위화감이 들었지만 말이야.


“아우리아. 너 공주님이었어?”

“...단지, 아버지가 수인들의 왕일 뿐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아우리아의 얼굴에서 굉장히 싫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아버지가 왕이라 그런 것인지 아우리가 자신이 공주라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그리 좋은 감정은 없어 보였다.

“아우리아!”


“세피리아 언니!”

세피리아가 굉장히 반가운 얼굴로 아우리아에게 뛰어든다.
아우리아도 굉장히 반가운 모습으로 그런 그녀를 아주 가볍게 받아 안았다.
그런 모습만 보아도 두 사람의 사이가 굉장히 좋다는 것을  수 있었다.


“너, 밖에 나가서 행방불명되었다고 들었는데 언제 돌아온 거야?”

“언니야말로 돌아와 보니 밖으로 나가 행방불명되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행방불명 자매냐...”

“야, 시크리프. 아무리 그래도  말이 뭐야...”

시크리프가 하도 어이없다는 듯이 하는 말에는 나도 아주 약간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해야 하는 말, 안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안 그래도 두 사람은 밖에서 험한 일을 당했었으니까.

근데 생각해보면 두 사람이 공통점이 많네.
고귀한 신분이라는 점부터 인간에게 잡혀 성노예가 되었다가 누군가가 도와줘서 그대로 메이드가 되었다든가.


두 사람이 어째서 친한지 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 끌어안으며 감동의 재회를 하고 있으면 주변은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장로들도, 대장로도 이미 돌아갔고, 망설임 없이 세피리아에게 활과 정령을 겨누던 엘프 부대도 사라졌다.


여러모로 이곳도 문제가 많은 것 같네.


특히 대장로가 가장 문제가 많고 의심이 든다.
분명히 다른 무언가를 꾸밀 것 같다.

‘그게 뭔지는 나중에 알아보도록 하고...’


일단은 이쪽이 먼저겠지.


그렇게 내가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일단 끝이  듯 보였다.

“아우 언냐!”


“세라 님!”

그러면 곧바로 세라가 아우리아에게 달려들었고 굉장히 감동한 표정으로 세라를 안아 드는 아우리아.
그녀는 나에게도 그렇지만,  딸인 세라도 거의 사랑한다는 수준으로 좋아하고 있다.
세라도 그녀를 엄청 좋아하고 말이지.

“근데  왜 여기에 있었던 거야? 제국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아?”

“...정확히는 모르지만 조금은 압니다. 저는 그날 이후  이곳에 있었으니까요.”


 말을 하는 아우리아는 굉장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우리아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한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전해드려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


아우리아에 그 말에 우리는 지금 상태에서 가장 알맞은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엘프의 나라에서 좀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세피리아의 집.
왜 그런 곳에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그 근처에 세계수가 있어 그런 것이라고 한다.


하이엘프는 엘프를 대표하는 존재. 그리고 유일하게 세계수와 연결할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그래서 여왕이면서 무녀.
물론 여왕이라는 것은 그저 상징적인 의미고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원로회가 맡는다.
하는 일로 하자면 무녀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알맞은 것이다.

아무튼 그곳은 거의 신성시 되는 곳이라 엘프들도 잘 오지 않는 곳이라는 것으로 비밀 이야기를 하기에는 가장 좋다는 것이다.
거기에 나를 무서워하는 이들을 보지 않아도 되고.
알고는 있지만 제법 상처받는단 말이지...

“이쪽이에요!”


세피리아의 집과 세계수가 있다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일대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를 느낀다. 결계 같은 무언가가.


‘이 너머에 세계수가...’

분명히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제가 살던 곳은 바로 저곳이었어요.”

세피리아가 가리킨 곳을 보면 통나무로 소박하게 지어진 집이 보인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지낸 집.
선대 하이엘프와 함께 지낸 자신에게는 정말 소중한 곳이라고 한다.


“어...!? 세피리아 님!”

그렇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살던 집까지 소개를 마치면 다급하게 세피리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엘프족의 전통 시녀복일까? 메이드복 같이 보이기는 하지만, 엘프들이 입고 있는 연녹색의 복장과 비슷한 것을 보면 분명히 그런 느낌 같다.

“니나!”

그녀의 세피리아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오르며 그 엘프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엘프 또한 빠르게 세피리아를 향해 달려갔다.

 사람은 깊은 포옹을 나눴다.


“세피리아 님! 정말! 정말로! 다행이에요!”

“미안. 미안해. 니나...걱정 끼쳐서.”


그렇게 두 번째 감동의 재회를 나누는 세피리아.
수인인 아우리아를 제외하고 저렇게 진심으로 세피리아를 걱정해주는 이도 존재하고 있었구나. 정말로 다행이다.

“이쪽은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돌봐 준 니나라고 해요. 저에게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소중한 가족이에요.”

“세, 세피리아 님도 참. 부끄럽게...아하하. 니나라고 합니다. 세피리아  전속 시녀를 맡고 있어요.”

쑥스러운지 얼굴을 붉히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니나.
엘프는 겉으로 봐서는 나이를 잘 모르겠단 말이지.
세피리아가 태어났을 때부터 돌봤다는 것을 들으면 적어도 세피리아보다는 나이가 많다는 것이겠지.

“니나. 오랜만입니다.”

“아우리아 님도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로 다행이에요! 근데 어째서 복장이 인간의 메이드복인가요...?”

“아...이건, 이제는 입지 않으면 불안해서 말입니다.”

“나도!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안 입으면 그런 느낌이 들어!”

“세피리아 님도 메이드복이었어!?”

니나가 굉장히 충격적인 얼굴로 세피리아를 보고 아우리아를 본다.
아우리아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피리아가 저렇게 된(?) 책임은 나에게 있어 그녀의 얼굴을  면목이 없었다.

“니나. 이쪽은 내 주인님이셔. 나를 구해주신 분이야. 그리고 보면 알겠지만, 드래곤이시지.”


아우리아의 조언에 나는 용화를 풀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이곳에 있는 이상은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런 나를 보고 니나가 겁을 먹는 것은 아닌지 굉장히 불안했지만.


“드래곤! 놀랍네요!”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다르게 니나는 눈을 빛내며 굉장히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것에 안도하는 한편.

‘...뭐지?’


뭔가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하다.

“리제다. 이쪽은 내 딸인 세라.”


“안냐세요!”

“네! 안녕하세요! 후후, 정말 귀여우신 분이네요!”


“에헤헤.”


그렇게 굉장히 밝은 니나의 대응에 우리도 금방 어색한 것 하나 없이 녹아들  있었다.
다만, 시크리프는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있다.


“너도 자기소개 정도는 해.”

“...시크리프다.”


“다크엘프 분이시군요! 처음 봤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


다크엘프에 성격도 소심한 시크리프에게도 아주 적극적으로 대하는 니나.
하지만 시크리프는 더는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얘는 도대체  그래?


“나는 밖에서 대기한다.”


“어? 야!”


그런 말만  던지고는 시크리프는 모습을 감추었다.
진짜로 저 녀석 왜 저러는 거야?


“그럼 얼른 들어가도록 해요.”


시크리프가 약간 분위기를 흐리는 역할을 했지만, 곧 세피리아의 그 말에 집 안으로 들어간다.
우리는 그곳에서 니나가 준비해주는 차를 마시며 아우리아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중요한 이야기라면 저는 나가 있는 편이 좋을까요...?”

“...아니, 니나라면 상관없겠지요.”

그렇게 니나에게 말하고는 아우리아는 살짝 목을 가다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국의 수도에서 일이 벌어지기 전에 황제에게 불렸던 것은 알고 계시지요?”

“그래. 그건 알아.”

“그날, 그를 만난 저는 말이 아닌 종이에 적힌 글자로 이런 말을 봤습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고향으로? 그럼 이곳이잖아?”

“네. 그리고 곧이어 자신은 곧 죽을 거라고도 하더군요.”

“!”

그렇게 아우리아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괴로운 듯한 표정의 황제는 곧 자신은 죽고 이곳은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혼란스러워질 테니 떠나라는 말을 말로 아닌 필기로 했다는 모양이다.


아우리아는 무슨 말을 하는 가 싶었지만, 황제가 굳이 말이 아닌 필기로 전하는 것은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생각하고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는 편지를 들고 곧바로 제국을 나왔다고 한다.

아우리아. 지금 제국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그것도 정말 끔찍한 악마가. 그리고 난 그들에게 곧 죽을 걸세.
이미 끔찍한 독을 먹여져 그들의 꼭두각시 같은 처지에 있으니.

분명 이제부터 제국만이 아니고 대륙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마왕의 부활 같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러니 아우리아, 고향으로 돌아가 안전성이 확인되고 나면 스승님, 유미네 님을 반드시 찾게.
자네에게 말하지 못했지만, 그분의 정체는 블랙 드래곤. 이곳에 계실 때는 우리 제국의 수호 용이셨던 분이지.
어째서 갑자기 떠나시게 된 건지는 리제를 보며 확신했다네. 내 생각이 맞는다면 아마 큰 도움을 받을  있는 상황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방법이 없으니...

자세한 내용은 편지로 남겼으니 드리면 될 걸세.


이제부터 제국에 벌어질 일을 리제에게 맡겨야만 하는 것이 괴롭군.

아마도 스승님의 딸이니 잘 해주리라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맡겨야만 한다는 부분은 옛날부터 바뀌지 않는군.


정말로 통탄할 일이야.

아우리아, 부디 뒷일은 맡기겠네...


“그렇게 아직 상황을 지켜보던 도중 이렇게 리제 님과 만나게 된 겁니다.”

“그렇구나...”

황제는 내가 찾고 있는 적에 대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뭔가 시원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다.


다만, 여태까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유미네라는 드래곤에 대해 나도 반드시 만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블랙 드래곤, 유미네.

황제가 확신한 내 어머니, 아니 정확히는 리제의 어머니인 존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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