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드래곤(1) (74/107)



〈 74화 〉드래곤(1)

역시 이거, 아이 교육에는 좋지 않지 않을까?

-퍽!

“크윽!”

분명 정면에서 날아오다가 시야에서 사라져 복부에 꽂히는 매서운 주먹맛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잡생각을 할 여유는 없을 텐데?”

“으....”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아 잠깐 기다려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다행히 유미네는 주먹을 거뒀다.

“뭐지?”

“세라...세라는 다른 곳에 있는 게 낫지 않아요?”

아픈 복부를 누르면서  떨어져서 아우리아와 함께 이쪽을 바라보는 세라를 가리켰다.

“엄마! 하이팅!”

세라는 아우리아의 품에 안겨서는 활기차게 나를 응원하고 있다.
그래, 활기차게...응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날 때렸다고 화를 낸 세라가, 내가 맞고 있는데도 활기차다.

세라야, 엄마 아야야 하고 있는데...? 여기저기 아야야 한데...?

거기다 아우리아와 놀다가 간식을 먹는 여유로움 마저 있다.
진심으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차피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건 그렇지만...”

너무 조기 교육이 빠른 것은 아닌지?

“세라를 걱정할 여유가 있다면 좀 더 널 신경 써라. 몇 번이고 말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

“후우...”

재촉의 말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쉰다.
의미는...아마 있다. 있지만 굉장히 괴로운 훈련을 시작한 지도 3일.

유미네는 나를 자신보다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게 어디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일까.

아무리 내가 남다른 힘을 가지고 있다 한들,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적이 어떻게 움직일지도 모르고 또 유미네를 제외한 다른 드래곤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금은 어떻게든 유미네가 억지로 가라앉히고 있다는 느낌이지만, 그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유미네 조차 요즘에는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로드가 실성했다.

마치 시크리프가 생각나게 하는 그런 대사를 하면서 뒤에서 숙덕거리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본래부터 용인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았지만, 이번에 봉인되어 있을 아디스만이 밖에서 활동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나빠졌다.

 이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째서 용인 왕이었던 아디스만이 악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용인을 악인으로 단정 짓고 또 어떻게 그 감정을 오랜 시간 이어올 수 있을까.

아디스만의 골렘을 부쉈을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희는 정말로 바보로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면서 발전이 하나도 없어. 딱 한 녀석만 빼면 말이야.]

그것은 단 한 존재를 뺀 나머지 드래곤을 비하하는 말.
그것이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존재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주먹을 휘두르려 하고 있는 유미네다.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녀는 근본적으로 드래곤이라는 종족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라 생각된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근데 이러는   의미가 있긴 해요?”

“...네가 말한 숨겨진 장소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그녀에게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 했다.
매일 같이 처 맞고 포션으로 회복하기를 반복.
물론 이것이 도움이 아예 되지 않는다고 하진 않겠다.

하지만 이러는 것보다도 그것을 다 찾아다니며 많은 힘을 기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두 번째에서 얻은 드래곤하트도 아직 섭취하지 못했다.

분명 이곳에 있는 숨겨진 장소에서 얻는 것과 같이 섭취해야만 하는 것일 텐데...
이곳에 오면 금방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너무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너는 드래곤하트를 먹는 것에 대한 의미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거야...”

“그냥 먹으면 그만. 이라는 건가?”

어차피 영약 같은 것이 아닌가?
  그대로였기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유미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잘 들어라. 리제. 드래곤에게 드래곤하트는 제2의 심장. 아니, 제1의 심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거다.”

“심장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인가요?”

“훨씬 더 중요하다.”

심장은 어떤 생물에게나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파괴되어 살  있는 생물은 없다.

그것은 드래곤 또한 마찬가지.
드래곤은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드래곤하트가 있으며 그것이 파괴되면 죽는다.
막대한 힘을 주는 것과 동시에 파괴되면 죽는다는,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순히 파괴되면 죽는다. 라는 말은 아닌 거죠?”

“그렇지. 드래곤하트라는 것은 드래곤에게 있어서는 영혼 그 자체나 다름없다.”

“영혼...?”

그것은 단순히 몸 일부라는 느낌이라기보다 자신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라는 느낌이었다.

“말하자면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기에 우리는 육체보다도 드래곤하트를 더 중요시한다.”

“그럼 그것을 섭취해 흡수한다는 것은...”

“그 존재의 영혼까지 먹게 되는 것이지. 네 몸의 부담이 장난이 아닐 거다. 죽을 수도 있고.”

“.....”

그렇게 들으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깨달았다.
아니, 하지만...

“폰티나의 드래곤하트 조각을 먹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그건 조각이기도 하고  본인이 아직 살아 있으니 그런 거겠지. 아마 그곳에 담은 것도 별것 아니었을 거다.”

“으, 으음...아니, 그런데 드래곤하트가 깨지면 죽는데 어떻게 조각으로 떼어내요? 그러다 죽을 수도 있는데.”

“...그 분은 나도 잘 이해하기 힘든 분이라 말이지...”

와, 이 사람이 이렇게 주눅이  모습은 처음 봤네.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2만  이상 살은 고룡이시라는 것만 알 뿐이지.”

“아무리 드래곤이 오래 산다지만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요?”

“여러모로 수수께끼가 많은 분이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정말 한번 만나보고 싶네.
아마 이 상황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튼 그 분이 아무런 생각도 없이 준비하진 않았을 테고 너의 능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니 말리진 않겠지만, 한 번 생각은 하는 것이 좋다. 다만, 나로서는 다른 드래곤하트를 여러 개를 들인다는 이야기 자체를 들어 본 적이 없어 뭐라 하기가 그렇군. 그게 가능했던 건 오직 용신님 뿐이었다고 들었다만, 그 분은 이제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

어쩌면 유미네도 내가 능력이 있다는 것만 확신하고 있고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고 떠오르는 것이 있다.
용신 카르아는 나에게 처음 드래곤하트를 만들어준 존재.
그것이 영혼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나에게 주었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그러면  용인 왕도  수 있는 일 아니었어요? 용신님을 먹었으니.”

“내가 알기에는 그런 능력은 없다고 알고 있다. 아마 그런 짓까지 할  있었으면 봉인도 무리였겠지.”

그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유미네.

드래곤들은 용신 카르아가 일찍이 먹혀 죽은 줄로만 알고 있다.
카르아는 그런 드래곤들이 자신을 잊은  알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모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아디스만, 그 녀석이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용신의 남은 반쪽.
 용신의 드래곤하트. 내가 받은, 내 심장 옆에 존재하고 있는 그것.

아직 추측 단계이지만, 만약 진짜라고 한다면 이걸 그 녀석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용신이 있는 장소도 들켜서는 안 돼.

멋모르고 알려줬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고 그건 분명 적에게도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있어서는 안 돼.

“용신은 드래곤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들의 신이라는 것 이상의 존재다. 절대적이라 말할  있겠지.”

카르아는 아직 소멸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드래곤이라는 종족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곳 일이 끝나면 카르아를 한 번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건 왜 물어보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건 그렇고 일단 흡수하는 건 나중 일로 하더라도 폰티나가 남긴 것이라도 받고 싶은데요.”

“...알았다. 하지만 일단 모든 훈련이 끝나고 나서다.”

쳇. 은근슬쩍 넘길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잔뜩 얻어맞았다.
확실히 하루하루 단련은 되는 것 같은데 언제쯤 되어야 되갚아 줄 정도가 될까?

분한 마음을 다져가며 훈련이 끝난 뒤에는 내 기억과 유미네의 안내에 따라 숨겨진 장소에 도착했다.

“...정말로 여기인 건가?”

“네. 맞는데...”

드래곤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
이곳 자체가 죽음의 숲이라고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인 곳이지만, 그래도 자연이 있다는 느낌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죽음  자체라고 해야 할까.

-으적으적
-꿈틀꿈틀

주변에는 풀 한 포기 존재하지 않았고, 입구로 보이는 곳에는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크기와 모습의 벌레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세라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거 완전히 트라우마 급이야.

“이, 이것들은 도대체 뭐죠?”

“기본적으로 이 숲에서 사는 육식성 벌레이긴 하지만...그 크기와 규모가 좀 이상하군.”

 개체가 성인 팔뚝을  개 합친 것 정도의 크기로 꿈틀거리고 있고 입구에 보이는 것만 수십 마리는 되어 보인다.
유미네도 처음 본다는 듯이 반응했다.
애초에  장소를 처음 와봤다는 것 같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뭐, 그래도 어차피 벌레가 커진 것뿐이니 별로 상관은 없겠다만...”

“마법으로 쓸어버리면 되지 않나요?”

“무슨 장치를 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아마 마법은 통하지 않을 거다. 용언 마법도 마찬가지지.”

“그렇다는 건...”

“......”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이것들을 하나하나 물리적으로 죽이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저기요. 왜 뒷걸음질치시죠?”

“안내는 끝났으니 앞으로는  혼자 해라.”

“폰티나가 남긴 것에 흥미가 있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예요? 혹시 벌레가 무서워요?”

그런  말에 유미네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것은 과연 발끈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정곡을 찔려서 그런 것일까.

“바, 바보 같은 소리를. 흐, 흥! 이 내가 벌레 같은 것을 무서워할 것 같으냐.”

아, 후자인가.

“그럼 같이 가도 문제없겠네요. 저보다 강하시니까 벌레들 정리하는 것도 좀 도와주세요.”

“무, 물론이지.”

그렇게 내가 앞으로 나아가면 유미네는 대답은 잘하면서도 발은 제자리에 있다.
시선은 입구에서 꿈틀대고 있는 벌레들에게 고정.
몸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  있다.

나도 저 안에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싫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자자, 사양하지 마시고 얼른 들어가죠.”

“읏!? 호, 혼자서 갈  있다!”

“아, 네네. 알고는 있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혹시!? 무슨 말이냐!”

유미네의 손을 잡고 걸어나간다.
어지간히 가기 싫은지 무의식적으로 제동이 걸리며 발이 질질 끌려 그 흔적을 만들고 있다.

단순한 벌레 소굴이 아니고 저것은 흡사 지옥의 문.

“흣...!?”

점점 표정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는지 무너져 내리고 그 눈가에는 아주 살짝 눈물이 맺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흐...”

그 모습에 희열을 느끼는 나는 과연 정상일까?
뭐, 당한 것이 있으니 정상이라고 믿고 싶다.

이런 기회 언제 있을지 모르잖아? 안 그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