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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화 〉드래곤(3) (76/107)



〈 76화 〉드래곤(3)

리제와 유미네가 둥지를 막 나와 숨겨진 장소로 출발한 때로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아카샤! 계속 이대로  용인을 두고 보고 있을 거야?”


“진짜 로드도 미치신 거 아니야? 아니 어떻게 용인을 죽이거나 봉인을 하는 것이 아니고 키우신다는 건데!”

레드 드래곤 아카샤의 레어에는 수 명의 드래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1000살 근처의 이제  성인으로 인정된 드래곤들이다.

그래봤자 아직 어린 드래곤들이지만, 그래도 부모의 밑에서 나와 엄연히 자신의 레어를 가지게 된 이들이다.


건방이 하늘을 찌를 시기.

요즘은 드래곤도 산란을 하기가 힘들어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지 옛날과 다르게 굉장히 감싸서 키우기에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예전에 아카샤가 로드인 유미네에게 따지고 들었던 것도 인간으로 치자면 왕에게 귀족의 자식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따진 것과 똑같다.


본래라면 당장에 목이 달아나도 어쩔  없는 상황.


그렇지만 그냥 넘어간 것은 인간이 아닌 드래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정도야 애교로 넘어가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이들이 이 자리에 모인 것은 멋대로 활개치고 다니는 용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로드인 유미네는 모든 드래곤에게 건들지 말라고 명령했고, 불만이긴 하지만 따르고 있다.


이번에 나타난 용인 왕을 쓰러트리기 위한 수단으로 키운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따르고 있다.

로드의 명령은 절대적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드래곤의 이야기다.

이들 같이 어린 드래곤은 용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하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헤츨링 시절부터 용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쁜 존재라는 것을 주입 받으며 자란 그들에게 있어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드래곤이라는 것에 많은 긍지를 느끼고 있으니 옛날에 그런 죄를 저지른 용인을 용서할 수 없다.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이것은 드래곤에게 있어서는 표준적인 생각이다.

어린 이들이 조금  극단적일 뿐.


“지금의 로드로는 안 돼.”


그렇게 주변이 떠들고 있으면 그들의 리더로 있는 아카샤가 말한다.


“뭐가?”

“지금의 로드로는 우리 드래곤을 이끌 수 없어. 당장에 내려와야 해.”


“야, 너...! 그 말은...!”


그 말은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애교로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일족의 절대적인 로드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반역에 해당하는 말이었으니까.

아무리 어린 드래곤에게 관대하다지만, 바로 목이 잘려나가거나 드래곤하트가 부서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종류다.

“용인의 편을 들고 있는 것도 그렇고, 로드는 여러모로 수상한 점이 많아. 어쩌면 용인 왕과 뭔가 이어져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너무 앞서나간 생각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용인 왕은...”


“아무튼 로드는 우리 아버지가 되어야 해.”

“네 아버지는 로드에게 충실한 분이시잖아?”


 로드인 유미네를 굉장히 싫어하는 아카샤와 다르게 그의 아버지인 레드 드래곤의 수장, 네리온은  누구보다도 유미네를 따르는 자다.


리제와 처음 대화했었을 때도 유미네의 대리로  자리에 선 것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아예 불만이 없는 건 아니야. 가끔 술을 마시고는 로드의 욕을 하시는  들은 적이 있거든.”


“그 네리온 님이...”


“아무튼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떻게 해야 현 로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수 있을지. 가장 빠른 방법은 배신의 증거를 찾는 것인데...”


용인을 죽인다. 그런 발상에서 어느새 로드를 경질 시킨다는 것이 되었다.

어찌되었든 연결이 되는 것이다.

유미네가 로드에서 내려오면 자동으로 리제도 공격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참으로 어리석고 멍청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음, 이런  어떨까?”


“뭔데?”

“이거, 아버지 레어에서 가져왔거든.”

아무도 열지 못하고 안의 것이 절대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엄중하게 봉인 술식을 새긴 상자였다.


드래곤 중에서도 마법을 가장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네리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봉인.


그렇지만 정말로 불행하게도 그의 아들인 아카샤는 재능이 있었다.

본래라면 축복해야  일이건만, 이것은 불행 그 자체였다.

아카샤가 조금 그 상자를 만지면 상자의 봉인이 풀렸다.

그것을 열면 그 안에는 작은 구슬이 들어 있었다.

리제를 데리고  때 잡았던 용인 왕의 드래곤하트 조각.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추정되는 물건.


용인 왕의 드래곤하트는 몸체와 함께 봉인되어 있을 터였으니까.

“이걸 그 용인이 지내는 곳에 놓아두거나 소지하게 해서, 훔쳤다고 몰고 가는 거지.”

"근데 굳이 봉인까지 풀 필요가 있을까?"


"그래야 더 위험분자로 몰고 갈  있으니까."

그들만의 완벽한 계획이 완성되었다.


"이제 용인을 감싸던 로드도 책임 문제로 넘어가서...”

“둘 다 잡을 수 있다는 건가...”

확실히 그게 잘 먹힌다면 좋은 방법이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이 먹혔을 때의 이야기.

방법으로 생각하기에는 삼류 이하의 발상이다.


그렇지만, 지금 모인 이 어린 드래곤들에게는 그것이 최적의 방법으로 생각되었다.
동네에서 대장을 하는 꼬마가 또래 아이들과 함께 장난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단지, 장난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물건에 대한 무서움을 모르고 있다는 것.

-두근

심장이 박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웃음소리에 지워진다.

-두근


또 다시 들린다.

그리고 그들은 이 시점에서 기회를 잃었다.

-푸욱!

“어?”


“뭐...야...?”


자신들이 살 기회를.

구슬에서 날카로운 촉수가 튀어나와 그들의 가슴을 꿰뚫는다.

정확히는 드래곤하트가 있는 장소.

[설마,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줄은 몰랐어. 나에게는 여기가 가장 난문이었거든.]

"이, 이 목소리는...."


[감사할게. 봉인을 풀어줘서. 정말이지 옛날과 하나도 바뀌지 않았네. 아니, 오히려  심해졌나? 히히히.]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알 것 같았다.

"커헉...!"

드래곤하트를 꿰뚫린 몇몇이 그대로 절명한다.

그리고 그 육체가 마치 미라와 같이 말라 비틀어져 갔다.


드래곤하트와 더불어  몸에 있는 모든 마나를 흡수한다.


[날 도와준 선물로 하나 알려줄게. 이건 말이지 내 드래곤하트가 아니야.]


남은 것은 아카샤 한 명.


하지만 그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죽기 전에 그 말을 듣는다.


[악마의 사역마지.]



*


서둘러 유미네의 전이로 돌아왔다.

그러면 이곳저곳에서 둥지를 향해 달려드는 괴물들과 싸우는 드래곤들이 보인다.

『브레스는 사용하지 말고 용언만을 사용해서 싸워라!』

그 중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것은 엘프의 나라에서 나와 대치했던 레드 드래곤.

"네리온!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로드!』

네리온은 유미네를 보더니 곧바로 내려와 고개를 조아렸다.


그 모습은 보기에는 침착해 보였지만, 슬픔과 분노가 엿보였다.

물론 유미네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아마도 자신. 그리도 다른 존재.

『죄송합니다. 제가 아들놈 교육을 잘못했습니다...』

"아카샤가 왜? 뭘 했다는 거지?"


『녀석이 제가 잠깐 나간 사이 레어에 있던 용인 왕의 드래곤하트를 훔쳤습니다. 그리고 봉인을 풀어 이런 사태까지 오게 된 겁니다...』

"뭐라고...!?"


엘프의 마을에서 부순 골렘에게서 회수한 드래곤하트 조각.


그것은 당연 아디스만의 기운을 품고 있었고, 그 때문에 파괴도 불가능해서 엄중히 봉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단 말인가?”


『저도, 정확히  것이 아니기에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이 원인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놈의 기운과 함께 마나를 전부 빨린 어린 드래곤들의 시체가...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그도 감정이 담겼다.
아마도 아카샤라는 제 아들도 죽었던 거겠지.


놈들이 무슨 짓을 하려고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좋은 일을 하려고  것은 아닐 것이다.
드래곤 중에서 나를 가장 눈엣가시로 여긴 놈들이니까.

아무튼 잠깐 애도를 해주고.

“저 공격하는 놈들은 전부 마나를 먹는 특성이 있는 거죠?”

『음, 그렇다. 어떻게 안 거지?』

“유미네.”


“...그렇군.”

유미네는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브레스는 순수한 마나에 의한 공격이기에 저들의 먹이가 될 뿐이다.
한 단계 걸러서 나오는 마력이나 오러로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다.


“너는 저놈의 정체를 아는 것이냐?”


“단순히 추측이지만 말이에요. 설명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일단 저놈들부터 처리하죠. 아마도 전부 처리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거예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유미네의 검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맺힌다.
강기를 뛰어넘은 그 위에 있는 것.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면  놈도 살려둘 생각이 없다!”


-키이잉!!

그랜드 마스터 급이 되면 한 번의 공격으로 땅을 가르고 바다를 가르고 산을 가른다.
 말을 증명하듯 무시무시한 기의 덩어리가 눈앞에 보이는 존재들을 소멸시키고 있다.


브레스는 상대도 안 될 것 같은데?

마치 새하얀 레이저다. 레이저. 나도 언젠가 쓸 수 있으려나?

용언 마법도 얼른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어야겠지만, 저것도 탐이 난다.

얼른 강해지고 싶다.

“자, 그러면 이곳은 맡기도록 하고...”


졸개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도 없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그것을 상대하는 것은 드래곤이다.
피해 없이 용언 마법으로 잘 상대하고 있다.

다만, 용언 마법은 통상의 마법보다도 마력 소비가 엄청나니 아무리 그들이라도 무한정 사용할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저 수가 계속 줄지 않는다면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유미네! 이곳은 맡깁니다!”

“그래. 맡겨라!”


뭐라도 말할  알았는데 단숨에 그렇게 대답하는 유미네.
아마도 내가  할지 짐작하는 듯했다.
네리온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지휘로 돌아갔다.

그것에 조금 놀라면서, 나는 그 장소로 향한다.

세라가 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아우리아가 잘하고 있는 거겠지.
연결된 마음에서는 부정적인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한 때, 내가 갇혔었던 감옥이 있는 동굴에 들어간다.
 나아가면 목적지가 보였다.

기분 나쁜 기운이 느껴지는 곳.
놈의 몸이 봉인된 곳이다.

“기다리고 있었어. 리제~”

“너에게 그렇게 친근하게 불릴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있다.
다만, 그 형체가 마치 슬라임이 억지로 인간과 같은 형상을 취한 것만 같았다.
저것이 그 드래곤하트 조각, 아니 정확히는 하르마나의 핵 조각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에이~ 너무 까칠하네. 내 신부는.”


“누가 누구의 신부야...? 뒤지고 싶냐?”


망할 자식.
온몸에 소름이 돋아서 돌아오지 않잖아.

“입이 더러운 너도 굉장히 사랑스럽네~”


“이런, 씨발...!”

아, 혈압...이 새끼는 도대체  하고 싶은 거야?


“아하하~ 역시 여기서 기다리길 잘했어. 리제와는 차분히 대화를 나누고 싶었거든.”

“......”

대화. 대화라...
그건 나도 하고 싶었던 것이긴 하다.
엘프의 나라에 있었을 때는 드래곤 쪽을 먼저 설득해야 했기에 단숨에 끝내고 말았지만, 이놈과는  번쯤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이 목적인지.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도는 되겠지.

경계심은 풀지 않는다.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놈의 움직임은 언제나 시야에 넣는다.


“오. 그 모습을 보니 리제도 마찬가지였나 보네? 역시 우린 마음이 통해~”

“쯧. 할 말이 있으면 얼른 해. 그 망할 입을 뭉개버리기 전에.”

이런 녀석일지는 몰랐다.
짜증 나는 녀석이라고는 생각했는데 진짜...하아...말을 말자.


“알았어. 알았어. 너무 성급하네~ 그래서는 관계가 원만하게 이어질 수 없다구~”


“.....”


“오, 오우...몸이 얼어버릴 것만 같은 차가운 시선...버릇될  같아.”

 개자식. 진짜 죽이고 싶네.

“흠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정식으로 말할게. 리제. 나랑 결혼해줘. 너는 나와 같은 세계에 있어야 해! 그리고 나와 함께 새로운 세계를...!”

“...죽어.”

-으직!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나는 결국 놈을 밟아 으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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