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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화 〉드래곤(5) (78/107)



〈 78화 〉드래곤(5)

그날의 일은 내가 놈에게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적의 개체 수가 줄었고, 금방 정리가 가능했다.

드래곤 측의 피해는 어린 드래곤 7마리와 전투를 하다 죽은 5마리.
 12마리의 드래곤이 죽었다.


이는 말도 안  정도로 큰 피해였다.

특히 어린 드래곤들이 죽은 것이 가장  피해였다.
어린 드래곤들은 그 7마리가 전부였다.
해츨링 하나 없는 지금, 그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이는 드래곤에게 심각한 일로, 남은 드래곤들 대부분은 앞으로의 산란을 기대할  없는 나이대 뿐인지라, 난리가 났다.


주변을 수습하는 것도 잠시, 그들은 책임 문제에 대해 불같이 거론하기 시작했다.

당연 그 중심에 있는 것은 아카샤의 아버지인 네리온.
그리고 나머지 6마리의 부모 드래곤.

그들은 맹비난을 받았고 매일 같이 그에 시달려야 했다.


그것이 벌써 2달.

다른 종족도 쓸데없이 책임 문제에 대해 질질 끄는 경우가 있는데, 솔직히 드래곤이 압도적인 것 같다.
저 안에서 버틴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나였다면 벌써 스트레스로 쓰러졌을 거다.

진심으로 대단한 것 같아.


“오늘도 또 해요?”

“음, 한다는 것 같다.”


“로드로서 가보지 않아도 돼요?”

“흠흠...거기에 내가 가봤자 달라질 것이 없다. 안 그래도 나도 조심스러운 몸이니.”

안 그래도 나를 감싸고 있느라 요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있고, 최측근인 네리온의 아들이 이번 일을 저질러서 여러모로 상황이 복잡해진 것 같다.
로드의 자리는 절대적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절대적인 왕권이 어디에 있겠나.
자칫 잘못하면 반란이라도 일어날 기세라나 뭐라나.

하긴 내가 봐도 그런 것 같긴 하지.


“하여간 기회주의자 늙은이들!”

유미네는 진심으로 싫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리면 그대로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여전히 엄청난 오러를 품은 매섭고 빠른 주먹.
다만,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내 코를 뭉갤 생각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피한다.


-부웅!

그러면 거의 동시에 매서운 바람 소리를 내며 무릎 차기가 온다.


-팡!


그것을 오른손으로 막는다.
하지만 방어 채로 뚫어버릴 기세다.

그리고 이대로 있으면 분명 다른 곳에서 공격이 올 것이다.


“읏...!”

나는 힘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차이면서 날아간다.
어떻게 보면 뒤로 물러난 것과 같다.
재정비가 필요하지만, 그럴 틈은 없다.

착지하면 바로 똑같은 상황에 직면한다.

순식간에 다가온 유미네가 날리는 어퍼컷.


맞으면 턱이 으스러진다.

그리고 이대로 어디로 피해도 분명히 다음 공격이  것이다.

“흥!”


“!?”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유미네의 주먹과 내 이마가 격돌한다.


“으윽...!”

머릿속을 울리는 충격.
그렇지만 버틸만하다.

“최소한의 품위는 지킬 수 없는 거냐.”


“품위가 밥 먹여 줄 거 아니잖아요.  아프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요.”

“완전히 뒷골목 싸움이로군.”


그렇게 말하며 작게 한숨을 쉬는 유미네.
내가 싸움이라는 것을 배운 곳이 그런 곳이라 어쩔 수 없다.
스킬이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내가 어떻게 쓰는지에 따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넌 세라에게도 그렇게 가르칠 건가?”

“아니요. 세라는 강하고 품위 있는 싸움을 가르칠 생각인데요?”

“......”


세라가 나중에 나랑 똑같이 뒷골목 싸움 같이 싸운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그러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교육을 잘 해놔야지.

영재교육까진 아니더라도 남부럽지 않은 교육은 할 것이다.


내가 있던 세계에 비해 대학교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항목이 많아지지.
후후, 그렇게 될 날이 기대돼...


“넌, 정말이지...”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후우...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아직 조금   수 있는데요?”


드래곤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유미네와 꾸준히 수련하면서 단련을 했다.
얼마 전까지는 피하는 것도 거의 못 했는데, 최근에는 제법 할 만해졌다.
물론 유미네도 모든 힘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할 기분이 아니다. 오늘은...그렇지. ‘그거’라도 시험해보는 것이 좋겠군.”


“응? 그래도 돼요?”


“뭐, 죽지는 않겠지.”


유미네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지친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세라와 아우리아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세라야.”

“할머니~!”


“어이구.”

오늘도 아우리아와 놀면서 간식을 냠냠 먹고 있던 세라는 유미네가 다가오자 활짝 웃으며 우다다 달려가 안겼다.
유미네가 요즘 틈만 나면 발음교정을 시키는 성과가 나오는지 할머니라는 말도 똑바르게 나온다.

“할머니.  끈났어요?”

“엄마는  더 할 일이 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할머니랑 놀자꾸나.”


“좋아요!”


어이구. 아주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군.
세라도 이제는 유미네를 나 다음으로 좋아할 정도다.
이곳에 오고 나서는 나보다도 유미네랑 지낼 때가 많은 탓이겠지.
거기에 할머니라는 것도 있을 테고...

“흐음...”

그것을 보는 내 심정은 복잡하다.
유미네의 사정은 전부 알지만, 정작 중요한 그녀 자신이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안에서는 애매하게 되어버렸다.
그런 기억을 보여준 녀석에게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리 말하고 싶은 심정.


아마도 이 상황이 확실해지려면 적어도 어디를 싸돌아다니는지 모를 망할 여동생이 모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녀석을 어디서 잡아야 할까. 기회가 오면 좋겠는데 말이야.

...음. 이상하게 이전에 아디스만, 그놈과 접촉하고 나서 성격이 더 더러워진  같아. 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 고마워. 아우리아.”

그런 식으로 고민하고 있으면 아우리아가 수건을 나에게 건넸다.
땀을 닦고 있으면 아우리아가 물끄러미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급히 치료할 정도로 다치신 곳은 없는 것 같군요. 하지만...”

“어? 왜?”


“...”

아우리아가 아무  없이 자신의 이마를 톡톡 두들겼다.
그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몰라 바라보다가 내 이마를 가리키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곧 아우리아가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비췄다.


“우와...”


이마는 새빨개져 부어있었다.
이러다가 이곳에서 뿔이라도 자라나는 것이 아닐까.
이미 머리 쪽에 뿔이 있는데 말이야.

“아름다운 얼굴이 이게 뭡니까...하아...정말  때마다 속상합니다.”

“그건 인정사정없이 때리는 유미네에게 말해.”

솔직히 얼굴이 망가진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너무 호들갑이다 싶지만, 치료할 때마다 보이는 아우리아의 속상한 듯한 모습에 조금 미안함이 있긴 하다.

“하여간  두 분은 정말...”


아우리아는 그렇게 툴툴대면서 타박상에 효과가 좋은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을 취급하듯이 아주 정성스럽게 바른다.

노예이긴 하지만, 노예처럼 지내라고 하지 않았다.
아우리아는 노예라기보다는 가족.
자유롭게 지내도 될 텐데 언제나 헌신한다.

그에 어떤 말을 할지 고민을 좀 했는데...

“고마워.”

역시 사과를 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다 싶어 그리 말한다.


“별말씀을요.”

복잡한 마음에 약간 쓰게 웃으며 말하는 아우리아.
그리고 얼마 안  약을 다 바르고 앞머리로 최대한 이마가 보이지 않게 조정했다.

거기까지 안 해도 될 텐데.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말로 하지 않는다.

“됐습니다.”


“좋아.”

아우리아의 시중이 끝나고 곧바로 다음에 할 것을 준비하기로 한다.
유미네에게 괜찮다는 판단을 받았으니 망설일 이유도 없다.

저번 싸움으로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드래곤하트를 얼른 키우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유미네의 진단에 의하면 내 드래곤하트는 해츨링 미만.
다만, 출력에 관해서는 자신 이상이라고 했다.

 번에 꺼낼 수 있는 양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이지.


용신 카르아의 드래곤하트라 그것을 채워야 하는 마나의 양이 장난이 아니고 그 성능이  로드인 유미네 이상인  같다.


“문제는 이번으로 얼마나 채울  있느냐인데...”


나는 인벤토리에서  개의 드래곤하트를 꺼낸다.
블루와 레드.
각각 상극의 드래곤하트.


수치로는 700이었나?


지금이 해츨링 미만이라면 온전히  받으면 성체 정도는 되려나?
기준이 되는 수치가 없으니 뭐라고 판단하기가 힘들군.

“일단은 먹어보면 알겠지. 아우리아. 물러나 있어.”


“알겠습니다.”


이것을 흡수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체내에 넣고 그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게 조절해서 내 드래곤하트로 흡수한다.


폰티나의 조각으로 이미 해봤던 일이다.


이번에는 같이 들어가야 하기에 동시에 입 안에 넣는다.
꽤 큰 것이지만, 입안에 들어가면 바로 녹아들듯이 형체가 무너지기 때문에 문제없다.


 블루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의 기운을 담은 마나들이 온몸에 퍼진다.

“큭...”

농도가 얼마나 진한지 벌써 난리다.
상극 끼리 상쇄되어 그나마 얌전해지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다.


“콜록!”


기침과 함께 입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나온다.
아무래도 레드 드래곤쪽이 더 힘이 강해서 그런지 더 강하게 날뛴다.

이렇게 해서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특성이 다 다르다.

그린은 천천히 감싸려고 하고.
블루는 천천히 흐르려고 한다.


레드는 빠르게 날뛰려고 한다.

어쩌면 그냥 제어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천천히 그린 드래곤의 기운을 써서 그 두 개를 감쌌다.

‘역시!’


그러면 한결 편해진다.
레드가 날뛰는 것을 천천히 멈추고 내 말에 따라주기 시작한 것이다.

‘온전히 흡수하는 건 무리겠네.’

이미 손해를 좀 보긴 했다.
남은 거라도 어떻게든 전부 흡수를 해봐야지.


그렇게 얌전해진 것들을 싹 끌어서 내 드래곤하트로 흡수하기 시작한다.

천천히 채워진다.


조금씩...아주 조금씩...

‘어쩐지 카르아 때가 생각나네.’

규모가 규모인지라 처음 드래곤하트가 생길 때가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양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간의 몸인 내가 받아들이지 못해 그렇게 낑낑거렸던 것이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일을 알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곧 마지막 작업에 들어간다.


안에 들어간 기운들을 안정시키는 일.

“후우...”

다만, 이 일은 앞서 한 일에 비하면 쉬운 일이다.
처음 때와 마찬가지로 살살 달래듯이 모아놓는다.

그러면 반발 하나 없이 그것들은 정착을 시작하고, 얼마 안 가서.


[두 개의 드래곤하트를 흡수했다. +마력 650, 블루, 레드 드래곤 속성 획득]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


“하아...”


“엄마!”

“어?”

모든 작업을 종료하고 눈을 뜨면 바로 앞에 눈물을 글썽거리는 세라의 얼굴이 보였다.
뭐야? 세라가 왜 울고 있어? 누구야! 우리 애 울린 놈은!

“딱히 다른 사람이 울린 건 아니다.”


“?”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유미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으면 세라가 안겨왔다.


“엄마, 눈 뜨지 안아써...세라는 엄마 걱정해써...”


“어구, 미안해. 엄마 때문에 걱정했어요?”


안고선 둥가둥가 어르며 눈물도 닦아준다.
나로서는 기묘한 일이지만,  걱정은 단지  시간 동안 눈을 뜨지 않아서 하는 건 아닌 듯하다.


“꼬박 이틀 동안 가만히 계셨습니다.”


“이틀이나...?”


체감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날짜가  지나간  카르아 때도 겪어보았다.
솔직히 난이도로 봐서는 그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어? 엄마 요기 더 포근해져따.”

 가슴. 아니, 정확히는 드래곤하트가 있는 곳에 귀를 꾸욱 대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 세라.
그리고는 기분이 굉장히 좋은지 그곳에 얼굴을 묻고는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일단은 성공한  같군.”


“네. 조금 손해는 봤지만, 대부분은 흡수했어요.”

“좋아. 확실히 강해진 것이 느껴지는군.”


“유미네가 봐서는 어때요? 어느 정도 같아요?”


“그곳만으로 따지면 5천 년 정도 산 성체 드래곤 정도 되는군.”

음. 수준으로 따지면 중간 정도나 그보다 좀  위정도 되는 건가?

“그럼 유미네 님과 비슷한 정도가 된 겁니까?”


“아니, 나는  규격 외란 말이지. 지금에서 최소 2배, 최대 2.5배는  높여야 비슷한 정도일 거다.”


“2, 2배...”

아니,  사람 도대체 얼마나 규격 외인 거야?


새삼 눈앞의 존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럼 성과를  번 보여...아니, 아니다. 지금은 됐고 나중에 해야겠군.”

그런 유미네의 시선은 내 품에 있는 세라.


여전히 품속에 얼굴을 묻고는 세상 모르게 잠들어 있었다.
기분이 좋은지 얼굴에는 연신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리제 님도 지치셨지요? 조금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응. 그래.”


말은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러기로 한다.


이걸로 남은  두 개인가...


사실상 절반이 남은 상황.
하나는 현혹의 숲에 있으니 그리 문제 될 건 없어 보이지만, 나머지 하나는 저주받은 땅.

다크엘프가 살고 일부 마족이 사는 땅이기도  곳이다.

그리고 마계로 연결되는 문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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