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9화 〉저주받은 땅으로(1) (79/107)



〈 79화 〉저주받은 땅으로(1)

드래곤하트의 흡수도 끝났으니, 이제 슬슬 다른 곳으로 움직여야  때라고 생각했다.
아직 유미네에게 배울 것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런 식으로 배울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멋대로 나갈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를 이곳에 구속해놓고 있다는 형식이니까 그나마 넘어갔는데 내가 이곳을 나간다고 한다면 다른 드래곤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금까지도 책임문제 어쩌고 하고 있는 드래곤들이니 분명히 쉽게는 안 될 거다.

그에 유미네에게 상담을 해보면.

“감시역을 붙인다고 하면 아마 될 거다.”

그런 말을 해왔다.

“그 말은 유미네가 따라온다는 걸까요?”

“맞다. 애초에 나밖에 없지.”


확실히 다른 드래곤이 따라온다고 해도 가시방석에 민폐밖에 안 된다.
그에 비해 유미네는 같은 편이면서 나에게도 이것저것 가르쳐준다.

이제 드래곤하트의 마나량도 많아졌으니 용언 마법도 배울  있으면 좋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거면 틈틈이 배울 수 있을  같다.

“근데 다른 드래곤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안 그래도 요즘 떠들썩한데?”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방해하지 못하게 할 거다.”


그것에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하긴 유미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를 키워서 아디스만, 그놈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을 종족의 일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방해받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일이겠지.
다른 일이야 방해받아도 그냥 쉬쉬할 뿐인 거 같던데 말이지.


“알았어요. 그럼, 맡겨도 되는 거죠?”

“그래. 맡겨둬라.”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미네.
좋아, 그러면  문제는 일단 기다리기만 하면 해결인가.


“그런데 유미네 님. 세라 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이제 열은 좀 내린  같고, 조금만  안정을 찾으면 될 것 같다.”

“다행입니다…”

유미네의 품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잠들어 있는 세라.
아우리아가 손수건으로 정성스럽게 식은땀을 닦아준다.

그리고 나는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같았다.


“설마하니 리제와 세라가 연결되어 있었다니…알고 있었으면 좀  신중하게 하라고 했었는데 말이지.”


“저도 세라는 신경 쓰지 못한 것이 원인이죠. 후우…..”

유미네의 말을 들으며 깊게 한숨을 쉰다.

세라와 나는 서로 이어져 있다.
그에 약간의 생각이나 감정 같은 것이 공유되고, 그리고 서로의 드래곤하트에 영향을 준다.
여태까지는 세라가 감당할 수 있는 양이었는데, 그게 갑작스럽게 확 늘어나서 세라의 몸에 부담이 갔다.


그에 세라가 열을 냈고, 어젯밤 온종일 앓고 나더니 지금은  안정이 된 상태다.

근데 본래 이 연결되는 현상은 드래곤으로 치면 산란하기 전까지 뱃속에 품고 있을 때나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산란 후에는 모체와 연결이 끊어져 독립하게 된다고.

그 부분은 인간이랑 비슷한  같다.

하지만 세라는 쭉 나와 연결되어 있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내가 생각하기에 세라는 본래 내가 가진 카르아의 드래곤하트를 물려받았어야 했다.
그게 없으니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그 어린 몸에는 영 적응시키기가 힘든  같다.

그래서 쭉 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다.

“그런데 리제. 세라는 어떤 종류지? 암만 봐도 일반적인 드래곤이 아닌데 말이지.”


“일반적인 해츨링이라도 크기는 상당하니 말이죠.”

 태어난 해츨링이라도 오크를 한입에 꿀꺽 삼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는 있다.
하지만 세라는 드래곤의 모습일 때는 내 품속에  들어가는 크기다.


일반적인 드래곤과는 완벽히 다른 아이.

그렇다고 용종도 아니고 성질은 완벽하게 드래곤이니 저런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카르아에 대한 걸 이야기하는 건 아직 좀 더 두고 보고 싶으니 다른 사람에게 했던 것처럼 대충 이야기해야지.

“저도 거기까지는 몰라요. 예전에 절벽에서 떨어졌을  만난 사람에게 맡겨진 거거든요.”

“음. 기연이라는 건가. 세상에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지내는 존재들이 꽤 많으니 말이지.”


“그런 겁니까?”

지식과 경험이 많은 것은 어떨 때는 마이너스가 될 때도 있다.
자기가 생각한 대로 이야기를 완결시켜버리니 말이지.


“아무튼, 저는 언제까지 세라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죠?”

“음. 아마 내일까지는 조심해야 하지 않나 싶군.”

“내일…”

지금도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데 내일까지 참아야 한다고…?
아니, 그냥 떨어져 있는  괜찮다. 어디까지나 그냥 떨어져 있는 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라가 아픈 상태다. 그 상태에서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것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다.


“엄마…세라…참을  이써…그러니까 갠찬아…”

“크흑…”


 기분을 알고 세라가 그렇게 말해 온다.
울고 싶었다.

“세라가 더 어른스럽군…”

“리제 님…”


뭐? 어쩌라고!
엄마인걸!  정도는 당연한 거지!



*


다음 날.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미네는 일족 전체를 설득해서 자신을 감시역으로 붙이는 것으로 내가 밖에 나갈 수 있게 했다.

계속 여기에서 지내는 것은 의미가 없기에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했다.


저주받은 땅은 이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있다.

이름에 걸맞게 ‘저주’가 가득한 땅이고 인간들은 거들떠도 안 보는 땅이다.


이곳이 대륙의 최북단에 있다면, 저주받은 땅은 최서단.
가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일단 엘프의 나라에 들리죠. 데려가야 할 녀석이 있어요.”


“아,  다크엘프 말인가? 그나저나 잘도 잡았군. 다크엘프 녀석들은 꼭꼭 숨는 것이 특기라 잡기도 힘들 텐데.”

“뭐, 우연히 그렇게 되었네요.”

시크리프를 잡게 된 것은 정말로 우연, 운이다.
정말로 죽이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 녀석.


내가 이곳으로 끌려오고 나서도 명령한 것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엄마, 이제 다른 곳으로 가?”

“그래. 일단은 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거야.”

“엘프…!”

하루가 지났지만, 세라는 아직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열이 펄펄 끓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일은 이제 거의 없지만, 기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나랑 떨어져 있다고 해도 연결되어 있으니 영향이 없지는 않다.

유미네는 인간의 감기 같은 거로 생각하라고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세라 님은 제가 책임지고 돌볼 테니 걱정 마십시오.”


“알았어. 부탁할게…”


아무래도 드래곤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어야 가장 상태가 좋은 것 같아서 쭉 아우리아가 돌보고 있다.
그에 유미네도 말은 하지 않지만, 굉장히 걱정되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었지.
이제 세라에 대한 사랑은 나와 비교해도 얼마 차이는 안 난다.
물론 내가 더 강하지만 말이지?


“전이로 단숨에 날아간다.”


“알았어요.”

이곳에서 엘프의 나라까지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약간의 준비만 하면 금방 날아갈 수 있다.

전이. 전이라…기회가 된다면 꼭 배우고 싶은 마법이다.

좌표 계산이나 술식 제어, 마력 조절 같은 세세함이 필요하고 마법 자체의 소비량도 장난이 아닌 마법이다.
아직 배우려면 단계를 좀 밟아야 한다는 거다.


“[전이]”

그렇게 얼마  있으면 유미네의 마법이 발동했고, 주변이 울렁울렁 흔들리며 바뀐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엘프의 나라. 포레스티아.
그중에서도 세피리아의 집이 있던 곳.


“주인님! 돌아오셨군요!”


“세피리아!”


세피리아는 나를 느꼈는지  안에서 바로 달려 나와서는 내게 안겼고 우리는 포옹을 나눈다.
많이 걱정했겠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대략 설명했어도, 그런 식으로 끌려갔었으니.

“정말로 다행이에요…”

“미안해. 걱정 끼쳤지?”

“아니에요.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렇게 말을 건네고 세피리아는 유미네에게 고개를 숙인다.


“위대하신 드래곤 로드시여. 별고 없으셨는지요.”

“그래.”


그렇게 유미네와 인사를 나눈 세피리아는 바로 아우리아에게 향한다.

“아우리아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네. 그리 걱정하실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저보다는 세라 님이…”


“세피 언니…안녕~…”

힘겹게 손을 올리며 어떻게든 밝게 인사하려 하지만 잘 안 된다.
세피리아가 그 모습을 보고 세상이 무너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이게 도대체…"

"실은…"

세피리아는 아우리아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듣는다.
그러더니 곧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면 세계수의 물이 효과가 있을 거예요!"

"정말이야?"

"네. 아우리아, 얼른 가자."

"알겠습니다."

그렇게 세피리아는 둘을 데리고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효과가 있다면 좋겠는데.

"걱정이 되는 건 이해하지만, 부하가 기다리고 있다."

"알고 있다고요…"

말은 저렇게 하면서 자신도 초조하다는 듯이 팔을 손가락으로 빠르게 톡톡톡, 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시크리프. 나와도 돼."

"영원히 오지 않았어도 좋았다만."

"내가 죽으면 자유로워지니까?"

"당연하다."

슉, 하고 잔상을 보이며 나타난 것은 다크엘프 시크리프. 오랜만에 만나는 것인데도 그 말투는 여전하다.

"지시했던 일은?"

"끝냈다. 저쪽에서도 인지는 끝났겠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큰 전투, 큰 전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그에 대비를 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
저쪽은 저쪽에 맡겨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
지금으로서는 인간이 아닌 내가 인간들 사이에 껴서는 좋을  하나도 없어.

"그건 그렇고 하나 유용한 정보가 있다."

"뭔데?"

"끔찍한 주인의 얼굴과 똑같은 여자가 서쪽으로 향했다는 정보다."

"야, 아무리 그래도 끔찍한 정도는 아니다."

"내 눈에는 끔찍하다."

"아…그래."

다, 단호하구만.

아무튼, 시크리프의 그 정보는 확실히 유용했다.
서쪽. 그쪽에 저주받은 땅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기에 그쪽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뭔가가 있다.

"어쨌든  됐네. 우리 목적지가 저주받은 땅이거든."

"깽판이라도 칠 생각인가?"

시크리프의 시선이 담담해 보이지만, 아까보다도 더 초조한 기색을 보이는 유미네에게 향한다.

확실히 불안하겠지. 자신의 고향에 드래곤, 그것도 로드를 데리고 가는 것이니.

"에이, 그런 일은 안 해. 협력만 잘해준다면."

"후우…드디어 나는 매국노까지 되는 건가…"

나름 신경을 써서 한 말이었지만,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시크리프는 정말로 깊은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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