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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화 〉 마족(2) (91/107)

〈 91화 〉 마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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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아에게는 오빠가 한 명 있었다.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주변에 도와줄 사람도 없어 정말 힘들었지만, 여동생만큼은 어떻게든 자신이 키우겠다고 이를 악물고 노력한 오빠.

자신도 어린 나이임에도 하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모두 포기하고 먹고 사는 것과 여동생에게만 쏟아부었다.

윤세아에게는 부모이며 오빠인 존재.

아마 평생 고개를 들지 못할 정말 고마운 존재.

그렇지만, 그런 오빠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자신에게 무조건 공부를 시키려고 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재능이 있고 하고 싶은 노래를 못 하게 하는 것.

이런 생각을 가지면 안 되는 것은 알지만, 그 부분에서 밀어붙이는 오빠는 싫었다.

솔직히 자신에게 공부의 재능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노력이라도 해봤을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에게는 재능 같은 것은 없었으니, 일찍 포기하는 것이 현명했다.

요즘 같은 시대. 공부를 못 한다고 해서 먹고살 수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자신의 재능을 살리면 분명 나중에는 오빠도 고생시키지 않고 살 수 있게 되리라.

그래서 윤세아는 오빠 몰래 오디션도 보고 다녔고, 그렇게 아이돌이 되었다.

그 뒤에 오빠에게 그 사실을 말하니 화를 냈다. 그리고 대판 싸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빠에게 화를 냈다.

오빠는 그저 자신이 못했던 공부를 나에게 시켜서 대리만족하고 싶을 뿐이잖아!

하고 싶지 않은 걸 자꾸 강요하지 마!

그리고 노래에 대해 잘 모르면서 노래를 무시하지 마!

화가 난 원인은 마지막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앞서 말했던 것은 그저 평소에 갖고 있던 불만이 튀어나온 것일 뿐.

그렇다. 오빠는 노래하는 걸 이해해 주지 않았고, 마치 옛날 사람이 말하는 것 같이 딴따라라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아마 흥분해서 막말이 나온 거겠지만, 노래 그딴 거라며 얕보는 말까지.

이때 윤세아는 태어나서 가장 어이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그렇게 노래를 얕보는 오빠에게 그렇게 자신 있으면 불러보라 한 다음 알게 된 것은 초절정 음치, 박치.

아니, 노래라는 것을 파괴의 포효로 바꾸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정신과 고막을 파괴하는 능력.

윤세아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담아 말했다.

오빠가 그런 말 하지 마!!

아무튼, 오빠의 파괴 기술을 처음 듣고 난 윤세아는 오빠의 노래 실력에 대한 기억 자체를 저편에 날려버리며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노래에 대해 진심으로 대하는 윤세아에게 있어서 그건 노래에 대한 모독.

반드시 용서될 수 없는 일. 그리고 엄청난 트라우마.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세계에서 환생해 만난 오빠는…분명….

‘노래를 굉장히 잘 불렀던 것 같은데….’

노래 자체가 괴멸 적이었던 오빠가 즐거운 듯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것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모습이었다.

그래. 이 몸의 쌍둥이 자매인 리제의 노랫소리를 듣고 그렇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만 다르다 뿐이지 그 느낌(?)은 아주 똑같았다.

‘그러고 보면 리제가 ‘오빠’는 자신이라고 했던 적이 있었었나?’

그때는 무슨 개소리냐는 듯이 가볍게 넘겼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넘길 수가 없었다.

단순히 그거 하나에 그런 생각이 들 수 있겠느냐 생각하겠지만, 오빠의 그 파괴의 포효는 반드시 다시 태어난다고 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게 아니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여기서 자신이 오빠라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한 가지 모순점이 생겨난다.

‘오빠’는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그 본인이 분명하다.

분명한데 노래는 잘한다.

노래를 부르는 스타일도 완전히 다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윤세아라는 존재의 안에 있는 ‘오빠’라는 자에 대한 믿음이 그리고 그가 건 저주에 커다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으, 으음….”

“정신이 들어? 세아야.”

“리제….”

그 충격적인 음파를 듣고 기절한 뒤에 일어난 세아가 본 것은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리제였다.

지금의 자신과 똑같은…아니, 한 부분은 천지 차이로 다르지만, 얼굴만은 완전히 똑같은 그녀.

매일 같이 거울로 보고 쌍둥이 언니인 그녀를 보고 익숙한 그 얼굴이 어째서인지 전생의 오빠와 겹쳐 보였다.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었는데.

거기에 자신에게 말 거는 그 말투도 완벽하게 겹쳐 들린다.

이상하다. 너무 이상해….

의심 따위는 전혀 없었는데, ‘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오빠라 생각하고 있던 존재가 거짓이고 눈앞의 존재가 진짜 전생의 오빠라는 것을….

‘아니, 근데 잠깐…?’

만약에, 아주 만약에 눈앞의 존재가 전생의 그 오빠라고 한다면, 오빠가 여자가 되었고, 딸까지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건 또 그거대로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었다.

오빠가 언니가 된 것뿐이지만, 분명 그것뿐이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세아야,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그건 아닌데….”

한 번에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았던 탓일까? 갑자기 두통이 몰려온다. 관자놀이를 엄지로 꾹꾹 눌렀다.

“저기, 있지….”

세아는 그렇게 리제를 부른다. 기분 탓인지 그녀를 부를 때마다 있던 ‘가시’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그녀에게는 짜증이 나 있었기에 온화하게 대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로지 리제 그녀에게만.

“응?”

왜 그러냐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에는 자신과 같은 가시는 전혀 없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다.

그때는 그리 차가운 모습으로 노예로 삼은 주제에 그 이후에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상냥한 모습도 보였다.

그게 자꾸 오빠를 생각하게 해서 언제나 못마땅했는데, 지금은 어쩐지 안심을 느낀다.

그 때문인지 여태까지 처람 쏘아붙이는 건 못하겠다.

자신은 정말로 어떻게 된 거지? 고작 그런 모순점 하나를 느꼈다고 의심이 들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그게 뭐라고 딱 설명하기는 힘들다.

…지금은 그저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노래라는 행위 자체를 제발 하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으, 응?”

“왜?”

“아니….”

그 온화한 말에 누구보다 놀란 것은 리제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뭐만 하면 틱틱거리던 세아가 부탁이라는 말을 하다니? 그것도 굉장히 온화한 말투로.

“들어줄 거야? 안 들어줄 거야?”

“따, 딱히 욕심이 있는 건 아니니까 상관은 없는데….”

“아예 못 부르게 하는 게 좀 그러면 조건을 붙일까?”

“조건?”

“응.”

리제의 말에 조금 장난스럽게 피식 웃은 세아는 말한다.

“주변에 적들이 잔뜩 있을 때는 자유롭게 불러도 된다는 걸로.”

무기라는 의미에서는 어느 의미 훌륭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

“요즘 들어 그 아이와 꽤 사이가 좋은 모양이로군.”

“네. 뭔가 갑자기 그렇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어김없이 조사하는 와중 유미네가 그리 말을 해온다. 그 말에는 어쩐지 만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자식들 사이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은 것일까?

어쨌든 그녀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죠. 왜 갑자기 그렇게 되었는지 짐작도 안 돼요.”

“……뭐, 그런 정신 공격을 받았으니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는 것도 이해는 간다만.”

“제 노래는 정신 공격이 아닌데요?”

“정신 공격은 노래가 아니다.”

“…….”

노래에 관해서는 이미 세아에게서 이런저런 말을 들었으니 그다지 상관은 없다만, 역시 좀 화가 나는 건 있네.

내 노래가 어떤데? 왜 사람의 노래를 정신 공격이니 뭐니 하는 건데.

이해가 되지 않아!

역시 날 알아주는 건 우리 세라 뿐이야….

“저주 음파 주인. 잠깐 괜찮겠나?”

“누가 저주 음파 주인이냐. 맞을래?”

“벤시 퀸 주인.”

“야.”

시크리프 놈은 이렇게 틈만 나면 나를 놀리기 바쁘다.

진짜 그렇게 괴롭히면 재밌어?

“아무튼, 이걸 한 번 봐라. 아마도 찾은 것 같다.”

“그래?”

그렇게 시크리프에게서 받은 책을 살펴본다.

제목은 없는 매우 낡은 책이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악마가 자신의 몸 일부를 섞어 사역마를 만들었다.

살아 있는 걸 먹어 흡수하는 재앙의 용.

죽은 걸 먹어 성장하는 고기의 탑.

순수한 기운을 흡수하여 분열하는 결정체 생물.

이들은 그 강력한 힘을 가지고 신과의 싸움에 앞장선 존재들이었다. 그렇지만 패배하여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 봉인 당했다.

누가 봐도 그 보스몹 3마리다.

아디스만 그놈이 말할 때부터 어렴풋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는데 설마 진짜일 줄은 몰랐다.

역시 악마라는 존재가 어느 정도 이 일에 개입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다만, 책 어디를 봐도 그 악마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거기에 신이라는 존재가 누구인지도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았다.

3대신 인지 아니면 이 세계를 창조한 존재인지.

음….

“아디스만. 녀석에 관한 이야기도 있군.”

“그러게요.”

아디스만이 했던 종족학살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특히 다크엘프에 관해 자세히 나와 있는데 뭐, 자세히 설명하는 건 그러니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일을 직접 기록으로 보게 되니 이상한 기분이다.

“그렇지만 악마와 녀석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온 게 별로 없네요.”

“음….”

초반에 악마의 사역마인 보스몹들을 설명할 때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나온 것이 없다.

앞부분에는 악마의 사역마가, 뒷부분에는 아디스만의 대한 이야기가 각각 쓰여 있다.

일단 다크엘프는 이 기록이 있어서 그놈에 관해 알고 있었던 거로군.

“아무래도 찾던 건 이거인 거 같은데 그리 영양가는 없었군.”

“일단 사역마에 대해 쓰여 있었던 것만 해도 수확이죠. 거기에 녀석이 직접 악마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요.”

“악마라….”

악마에 관한 건 정보가 정말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데…기대해 볼 건 마족 측인가.

“시크리프. 연락은?”

“아직 아무것도…아니, 잠시만 기다려라.”

“왜 그래?”

“…아무래도 온 모양이로군.”

시크리프가 자신의 왼쪽 귀에 손바닥을 대고 그렇게 말한다. 이건 그가 부하들과 연락할 때 하던 행동이었다.

그렇다는 건 부하들에게 내가 기다리던 손님이 왔다는 말을 들었다는 거다.

“어떻게 하지?”

“맞이하러 가자.”

“알았다.”

그렇게 우리는 시크리프를 따라 리리스와 그 주군이라고 하는 헬레나가 있을 곳으로 향한다.

얼마 걸리지 않아 리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음? 그런데 혼자인가?

“리리스 씨. 안녕하세요.”

“네. 리제 님. 오늘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혼자 오셨나요?”

그렇게 내가 리리스에게 질문을 하면,

“그럴 리가 없지 않으냐.”

뭔가 어린아이가 근엄한 척하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리리스의 다리 근처에서 들렸는데, 거기로 시선을 향하면….

“왜 아이가 여기에….”

어쩐지 불쾌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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