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게임이 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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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어드벤처'
가상 현실이 접목된 mmorpg 게임으로, 초창기에 나왔을 당시 파격적인 이목을 이끌었다. 실제로 다른 세계로 넘어온듯한 감각과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세계, 거기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npc들까지.
무엇보다도 가장 파격적인 것은 접속 방식이었다. 핸드폰 앱을 깔고 그저 진동이 흘러나오는 곳에 손만 대면 의식이 그곳으로 향해져, 현실 세계의 몸은 일시적으로 수면상태에 들어간다. 때문에 의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눈앞에 포탈이 생기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만, 그게 뭐가 중요한가. 5년 동안 그토록 고대하던 게임이 돌아왔는데.
이 게임의 시작은 사과 농장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사과를 20개쯤 따다 보면 웬 뜬금없이 빛나는 기운을 내뿜는 돌 같은 걸 발견하는데, 그걸 가지고 돌아가다가 돌연 뜬금없이 용사의 징조가 드러나게 된다는...
뭐, 그런 스토리다.
문제는 그게 아니지만.
"사과 다 캔 애들은 좀 가라 좀!"
"님들 이거 사과 언제 나옴?"
"사과 3골드에 팝니다~"
"개판이군."
잊고 있었다. 얼마나 튜토리얼이 개판인지를.
보통 튜토리얼 사과밭은 30개의 사과나무가 있고, 각각 5개씩 15분 전으로 열린다. 10명쯤 적당히 캐면 금방 캐지만, 지금 사과밭에 있는 사람은 족히 100명은 넘어 보인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뉴비들한테 조언하는 게, 절대 낮 시간 때에 시작하지 말고 새벽 때나 아침때 하라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다. 한번 몰리면 몇 시간씩 주구 창장 이곳에 갇혀야 하니깐.
"나야 상관없지만."
나는 상점 창을 열었다. 캐시샵은 쓸 수 없지만 골드 상점은 이용할 수 있거든.
[상점 레벨 LV.1
오늘의 특별 상품 :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추천 상품
- 제법 쓸만한 목검 : 100G
- 나름 쓸만한 방어구 : 부위당 30G
- 제법 쓸만한 체력 포션 : 20G
.
.
. [검색하기_]▲/▼]
웬만한것은 다 파는 골드 상점.
물론 상점 레벨과 나의 레벨이 어느 정도 올라갔을때의 얘기지만. 나는 추천 상품을 뒤로한 채, 내가 사용했던 무기나 방어구를 검색해봤다.
"우선 로에가스의 활..."
[ 현재 구매가 불가능합니다. ]
역시 레벨이 낮으니 쓸만한 거는 안 파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고랩탬을 검색했지만 나오는 건 없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찾아본 거고 내가 찾으려는 건 이거다.
[ 사과 : 5G (남은 수량 / 9980개)]
역시.
튜토리얼을 깨는 와중에도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때는 돈을 벌수 있는 방법도 없고, 처음 주는 10G밖에 없기 때문에 다들 그림의 떡보듯이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누가 20개 사갔네. 나랑 비슷한 돈 특성이 또 있는 건가?"
전 시즌에는 나 같은 특성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시즌이 넘어오면서 새로운 특성이 여럿 생겼을지도. 나는 고민 하지않고 20개를 구입했다.
[ 사과 20개를 구입했습니다. ]
[ 100G가 차감됩니다. ]
[ 남은 금액:99,999,999,910G ]
저 아름다운 9의 향연...
나는 나의 남은 금액을 감탄한 뒤, 갑자기 발밑에 생긴 빛의 돌을 주웠다.
[ 빛의 영혼석을 획득했습니다! ]
[ 당신에게서 숨겨진 혈통의 재능이 끓어오릅니다! ]
[ 튜토리얼 2막 / 숨겨진 영웅 퀘스트가 자동 진행됩니다! ]
"... 언제 봐도 이건 오그라들어.."
- 튜토리얼 2막 / 숨겨진 영웅
당신은 일개 사과 농장의 자식인 줄 알았지만, 사실 당신은 뛰어난 용사의 핏줄이었습니다! 용사님! 세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선인을 찾아가 그의 지혜를 구하세요.
- 산 중턱에 위치한 선인 찾아가기 (0/1)
나는 퀘스트를 한번 본 뒤 산을 올려다봤다. 또.. 산을 타야 할 거 같은데.. 예전에도 튜토리얼 때 산 오른다고 1시간을 내리 산을 올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는 위치를 못 찾아서 오래 걸린 거지만.
"아, 한 번에 올라가는 방법 없나."
맘 같으면 순간 이동이나 고공 점프 같은 기술을 사서 배우고 싶지만, 아직 상점에서 그런 걸 팔지 않는다. 적어도 40레벨은 이상 올려야 구매가 가능하니깐. 다른 탑승 기기들도 마찬가지고.
"돈이 있어도 쓸 수가 없다니...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이동 특성이 있으면..."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동 특성 없이 이동 특성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 나는 그 즉시 상점을 열어 스킬을 찾아봤다.
[ 스킬 - 특성 관찰 : 1,000,000G (남은 수량:10000) ]
오로지 특성만 관찰할 수 있는 하위 레벨 스킬. 나중 가면 얻을 수 있는 능력창 관찰에 비하면 가성비 안 좋은 쓰레기 스킬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 이란 말인가.
나에게 가성비는 의미 없는걸.
[ 스킬 - 특성 관찰을 구매했습니다. ]
[ 사과 20개를 구매했습니다. ]
[ 1,000,100G가 차감됩니다. ]
[ 남은 금액:99,998,999,810G ]
자, 그럼 찾으러 가볼까?
나는 사과 밭으로 고개를 돌렸다.
_
"아니 사과 그만 캐라고!"
"사과 팝니다~ 4골드~"
"사과 좀 주세오..."
거대한 사과밭 속, 100명이 넘는 사람이 온통 사과를 딸려고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녀 역시 열심히 구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3개밖에 못 구한 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진짜 정신없네."
그녀는 긴 머리를 주머니속에 있던 머리끈으로 묶은 체, 사과나무 한편에서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영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나마도 하나 나오면..
"내 거야!"
"여기 제자리인데요?"
"자리가 어딨냐?!"
또 날름 하나 가져간 체 그대로 튀었다. 진짜 뒤통수 한대 치고 싶지만... 튜토리얼 존은 PVP가 불가라 그냥 두 눈 뜨고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하... 언제까지 이곳에 있어야 하는 거야..."
반쯤 체념하고 있던 찰나, 어떤 남자가 씩 웃으며 걸어왔다. 또 스틸범인가 싶어 긴장하고 있던 그때, 남자의 황당한 말이 들려왔다.
"안녕, 택시 기사님."
"네? 택시... 기사요?"
"응. 나 산 중턱 좀 가려고 하는데 택시 좀 태워줘."
"...전 택시가 아닌데요?"
그녀는 뭔 이런 미친 남자가 다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미친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쪽한테 이동 특성이 있는 걸 알아."
"?! 어떻게?"
그녀는 의심스러워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보자, 긴장 풀라는 듯 사과가 우수수 떨어졌다. 딱 봐도 20개 정도는 되어 보이는 양.
"그건 비밀. 대신 택시 값으로 이 정도면 되지?"
"...."
이게... 사람을 무슨 택시로 보나! 내가 돈이 없지 존심이 없는 줄 알아!
_
"야~ 역시 택시가 좋구만."
".... 사과값 하는 거예요."
여자는 존심 상하는 듯 고개를 획 돌렸지만, 역시 돈.. 아니 사과 앞에서는 어쩔 수 없지. 나라도 사과 20개를 구해야 되는 상황이라면 날름 받았을 것이다.
나는 여자의 특성을 다시 한번 봤다.
[ 하늘 구름 LV.1 (에픽)
- 구름을 이용해 타고 다닐 수 있다. 비가 오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
고상한 말로 근두운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애초에 이름이 근두운이었다면 유니크나 레전더리겠지. 성능도 휠씬 좋았을 거고. 여자는 구름을 타고가다 이해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나저나 뭐 이리 사과가 많아요? 제 특성을 알아본 것도 그렇고."
"그냥 내 특성이라고만 알아둬."
"치, 뭐 이리 비밀이 많아."
여자는 툴툴거렸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랭킹 1위랑 보상이 바뀌었다고 할 수도 없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선인의 집에 도착했다. 걸어왔으면 족히 30~40분은 걸렸을 거리를 3분 안에 주파하다니, 역시 택시가 좋긴 좋네.
"아, 근데 이름이 뭐야?"
"다윤입니다. 김다윤."
"어? 나는 김윤인데. 신기하네."
"진짜요?"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신기해하는 사이, 눈앞에 선인이 나타났다. 큼큼 거리며 등장하는 선인. 확실히 튜토리얼 존의 강자라 봐도 불릴만한 위세였다.
"어서 오게. 용사의 후예들이여."
"들? 원래 2명이 가면 동시에 부르나?"
"저야 모르죠.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하나하나씩 불렀던 거 같기도 하고?"
우리의 잡담에 선인은 불편한 듯 인상을 찟뿌렸다.
"용사의 후예들이여 집중해라!"
"..... 네에"
"세계가 격동하고 있다! 마왕은 점차 강해지고, 그의 수하들 또한 점점 더 기세가 올라가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세계가 멸망에 길에 접어들걸세!"
그 멘트 저번 시즌에 쳤던 거 같은데. 내가 귀찮은 퀘스트 스킵 하듯 뇌 빼고 듣고 있던 찰나, 선인의 다음 말이 내 귀에 들어왔다.
"그리하여 용사 군단이 그들을 저지해야 하네!"
"군... 단?"
"그렇다! 용사들끼리 힘을 보태 마왕 군단을 막고 세계를 구해야 한단 말이야!"
허...
저번에는 용사 하나만 세계를 구하는 스토리였는데, 이번에는 용사들이 수십수백이 모여서 막으라니. 애초에 수백 모이면 그게 용사인가? 그냥 병사지. 내 생각을 동의하듯, 다윤이 속닥였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은 용사 취급 안 해줄 거 같은데요?"
그렇겠지, 지난번은 용사가 하나라는 스토리니깐 다 퍼주고, 떠받들여주고 그랬다면 이번에는 죄다 용사니...
"아무튼 그리하여 강해지려면 수련이 필요하지! 지금 당장 북부 아르티움으로 가, 기사단장 멕스에게 훈련을 받도록!"
[ 튜토리얼 2막 - 숨겨진 영웅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 골드 20G, 경험치 200xp를 획득했습니다. ]
- 모험의 서막 1장 / 용사 입문
당신은 용사의 핏줄을 타고났지만, 아직 용사 군단에 들어가기에는 한참 모자랄것 입니다. 지금 당장 북부 아르티움으로가, 기사단장 멕스에게 수련을 받으세요.
- 기사단장 멕스의 수련 (0/1)
나는 퀘스트를 슬쩍본뒤 맵 지도를 봤다. 이곳에서 적어도 2시간을 걸어가야 한다. 아마도 걸어가면서 각종 몬스터를 사냥해 레벨을 올리라는 심산 일테지만...
그러면 귀찮지.
"어쩌죠? 거리가 멀어서 마나가 도중에 바닥날 거 같은데..."
"상관없어."
[ 제법 쓸만한 마나 포션 20개를 구입했습니다. ]
[ 400G가 차감됩니다. ]
내가 마나포션을 또 우수수 건네주자. 다윤은 어벙한 표정으로 마나포션을 받아 마시며 나를 바라봤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뭐예요? 이렇게 쓰면 돈 안 아까워요? 벌써 엄청 쓴 거 같은데.."
"난 좀 돈이 많아. 아직 한참 남았으니 걱정 말라고."
"허세 부리는 거 아니죠?"
나는 아무 말 없이 씩 웃어줬다. 살짝 걱정하는 눈치지만...
[ 남은 금액:99,998,999,430G ]
사실 너무 많이 남아서 탈이다. 이거 게임 끝날 때까지 다 쓸 수는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