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3화 난 3대만 때려
-
북부 아르티움.
세계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수많은 물류와 상업이 발전한 도시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왕국들이 서로 전쟁을 하더라도. 아르티움 만큼은 견제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르티움이 무너지면 곧 세계가 무너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들이 무너지면 세계의 경제와 물류산업이 정지되는 것과 같다고...
"뭐, 내 알바는 아니지만."
"이곳을 다시 오는 날이 오다니..."
나와 다윤은 아르티움 광장에 도착했다. 걸린 시간은 단 10분. 제법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곳에 벌써 돌아다니고 있었다. 특성이 워낙 좋은 게 많았으니 이런 것쯤은 빠르게 클리어했으려나.
"슬라임 파티 사냥 모집합니다[email protected]@@@2 ( 3 / 6 )"
"님들 이거 어디로 가야 됨?"
"몬스터가 왜 이리 쌔?"
벌써부터 사람들을 모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길을 몰라 물어보는 사람도 존재했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씩 보자니..
"좋네."
이런 걸 다시 보다니. 정말 벅차오른다. 내가 이런 걸 보려고 얼마나...
"근데, 우리 계속 같이 다닐 거예요?"
"어?"
다윤이 내 감상을 깨더니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사과 값을 하긴 했는데, 이제 같이 다닐 필요가..."
"흠...."
생각 안한 요소긴 하다. 이동 특성을 빌릴 일만 아니면 같이 다닐 일은 없었겠지만, 아직까지는 이 사람이 필요하다. 튜토리얼이 끝나서 아이템들이 조금 풀리긴 했어도, 여전히 이런 이동 특성은 구할 수 없으니깐.
무엇보다도 같이 다녀야할 이유가 방금 생겼다.
나는 살짝 미소 지은 체 일부로 존댓말로 말했다.
"그렇네요. 택시 값은 치른 셈이니. 이만 헤어질까요?"
"네?"
"아니면 저랑 계속 다니고 싶으세요?"
"아, 아니요."
다윤은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설마 저렇게 바로 헤어지자 할 줄은 몰랐던 걸까. 나는 살짝 텀을 가진 뒤, 손뼉을 짝 쳤다.
"아! 그러고 보니 사과 말고 포션 값도 있네요."
"... 네?"
"흠... 대충 택시비가 100골드라고 치면 포션이 400골드 였으니, 남은 3번 정도는 더 탈 기회가 있네요."
"....."
"그럼 3번만 더 타겠습니다."
"아, 네..."
같이 다니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이대로 헤어지고 싶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건 지금 당장은 필요하니깐.
나는 맵 지도를 열어 다음장소를 확인했다.
"그럼 멕스한테 가자."
-
쩅하게 비추는 햇빛 속. 기사단장 맥스는 몰려드는 용사들을 수련시키고 있었다.
"이래가지고 마왕은커녕, 악마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있을 것 같나?"
"이거, 왜 안 부서져어어..."
"더워... 힘들어..."
용사의 후예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이토록 무기력하고 나약하다니.
수많은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기사단장 멕스로서는 이 녀석들이 못마땅하게 느껴졌다.
수련은 단 하나, 수련장 가운데 있는 저 목각인형을 부숴트리는 것. 단, 진검을 사용하면 안 된다.
오로지 지급해 주는 목검으로만 부숴야 하는데, 이것을 못해서 쩔쩔매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엄밀히 따지면 그냥 목각인형은 아니지만.
"뭐야, 목각인형이네? 퀘스트가 바뀌었나?"
"그러게요. 예전에는 다른 거였던 거 같은데..."
수없이 몰려오던 용사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죄다 딴 대로 도망간뒤로, 수련장에 용사가 몇 없던 시점에 또 용사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남녀 용사 둘인가.'
멕스는 팔짱을 낀 체 용사들을 살펴봤다. 딱 봐도 다른 용사들과 마찬가지로 비리비리한 몸. 멕스는 별 기대를 안 한 체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와라. 용사의 후예들."
"여기도 '들'이네."
"흠.. 확실히. 용사가 많긴 하니깐요,"
집중하지 않는 모습. 멕스는 용사의 태도가 불만이었지만, 어차피 실력으로 드러날 터. 멕스는 앞으로 일어날 용사들의 고통에 씩 웃은 체, 훈련을 설명했다.
"자, 너희들은 아직 약하다. 아무리 너희가 용사의 후예이고, 특별한 힘을 지녔다 한들 아직 애송이라는 뜻이지. 그런 의미로 너희의 육체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멕스는 목각인형을 가리킨 체 목검 2자루를 용사들에게 건네주었다.
"자, 저 목각인형을 이걸로 부순다면 성공이다. 다른 능력은 써도 상관없으나, 이것 외에 다른 무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이걸로 부술 수 있을까요?"
"부수지 못하면, 너희가 아직 나약하다는 증거다!"
남녀 용사 중 남성 용사가 목각인형에게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귀찮다는 듯이 목검을 휙휙 휘둘렀다. 그 모습에 기가 찬 듯 멕스가 한소리 했다.
"이봐! 그딴 식으로 검을 백날 휘둘러 봤-"
쩌적-!
그 순간 목각인형이 형편없이 부서지더니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씩 웃는 남자의 모습. 멕스는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너... 어떻게 한 거지?"
-
"아, 이거요?"
멕스의 떨리는 목소리. 허무하게 조각나버린 목각인형을 툭툭 친 나는 통쾌한 듯 웃으며 말했다.
"뭐.... 실력이죠."
"뭐, 뭣?"
돈도 실력이니깐.
[ 스킬 / 난 3대만 때려. LV.MAX
설명 -
세상에는 가히 전설이라 불릴만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최강자' 그는 너무나도 강한 힘을 가져, 단 3대안에 누구든지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힘을 후대에게 전해주기 위해 스킬을 만드는데, 그 스킬이란 형식조차 그의 힘을 온전히 담을 수 없어 굉장히 약화된 체 전해졌다.
-
방식 -
40렙 이하의 같은 몬스터를 3번 타격 시 즉사 시킵니다. ]
역시 부르주아의 끝판왕은 사기 템으로부터 나온다.
이 스킬은 오로지 상점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한데 설명과 달리 실상 그렇게 사기 스킬은 아니다.
40렙 이하까지만 적용될 뿐 그 이후부터는 그냥 무용지물이 되고, 따로 렙업이나 강화 같은 것도 불가능하다. 물론 초반 육성에는 좋지만 가격이 무려 1000만 골드라...
진짜 금수저 중에 금수저만 초반에 저 이 스킬을 장착한 체 사냥했었다. 지금은 현질이 불가능하니 이 스킬을 가진 것도 나밖에 없겠지.
'역시 돈이 많으니 수월하구만.'
멕스는 세상이 무너진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윤은 황당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겠지.
아니면....
"그... 그거.. 3대만 때리는 그 스킬 맞죠..?"
역시 알고 있었나. 내가 말없이 수긍하자. 다윤은 호들갑 떨며 놀란듯 했다. 돈이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줄은 몰랐을 것이다.
딱히 공개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로또 당첨되면 주변인들에게 숨기는 거. 내가 천억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니깐, 반만 솔직해지기로 했다.
"이거는 그냥 특성이야. 상점 아이템을 잠시 빌리는 특성."
"그런 특성이 있어요?"
"어. 이번에 새 시즌 들어오면서 생긴 것 같더라고."
내가 돈이 천억 있다는 것보단 상점을 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리고 틀린 말까지는 아니다. 결론은 상점 아이템을 쓰긴 하니깐.
내 돈 주고.
"소모 아이템은 횟수 제한으로 좀 받을 수 있고, 스킬이나 무기는 기간제로 사용할 수 있어."
"오호..? 굉장한 특성이네요!"
약간 의심하는 눈초리지만 믿을 것이다. 지금 특성 관찰을 가진 사람은 없을 테니깐. 우리의 대화가 계속 되자 멕스는 정신 차린 듯 표정을 고쳤다.
"... 크흠. 아무튼 남자 용사. 너는 통과다. 무슨 수를 부린지 모르겠지만."
"실력이라니깐."
[ 모험의 서막 1장 - 용사 입문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 골드 30G, 경험치 500xp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2로 상승했습니다. ]
[ 미공개 스텟이 상승합니다! ]
'스텟...'
이 게임은 전직을 하기 전까지 스텟을 올릴 수 없다. 전직마다 각자 고유의 스텟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포인트만 계속 상승한다. 그래서 이 게임의 진짜 시작은 전직부터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렇게 특성이 사기면, 전직이고 나발이고 상관없지만.'
- 모험의 서막 2장 / 슬라임 토벌
당신은 숨겨진 재능을 발휘해 기사단장 멕스의 수련을 통과했습니다. 이제부터 모험을 통해 점차 자신의 능력을 키워내야 합니다. 근처 슬라임 지역의 슬라임을 토벌해, 자신의 능력을 상승시키세요.
- 슬라임 15마리 처치 (0/15)
드디어 시작이군. 내가 퀘스트 지문을 보고 있는 사이, 다윤은 계속해서 목각인형을 내려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여타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흠집 하나 안 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저 목각인형은 보호 마법이 걸려있다. 불을 이용해 태우는 것도, 다른 폭파 마법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근력으로만 부셔야 하지만...
'나처럼 사기 템을 쓰면 깰 수 있긴 하지.'
흠...
아무래도 몇 시간이 지나도 못 부술 거 같은데... 사실 도와주는 방법도 있다. 3대 때리는 스킬을 구매해 줄 수도 있고, 아니면 그거 외에도 다른 스킬이나 소모성 아이템을 몇 개 사줄 수도 있다. 돈은 문제 될게 없으니.
'하지만 버스 태우는 건 좀 그렇지.'
솔직히 이대로 택시 기사만 하고, 챙겨주기만 한다면 높은 위치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나중까지 같이 다닐 이유도 없겠지. 물론 그전에 나를 도와주긴 했으나 값은 치러줬으니, 이건 다윤의 몫이다.
나는 잠시 고민한 뒤, 상점창을 열어 스킬 하나를 구매했다.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 네?"
땀을 뻘뻘 흘린 다윤은 내 말에 뒤를 돌아봤다. 나는 스킬 하나를 구매해 다윤에게 주었다.
[ 스킬 / 난 3대만 때리고 싶다... LV.MAX
설명 -
'최강자'를 흠모하던 어떤 무인이 만든 스킬입니다. 그러나 높은 목표에 비해 자신의 능력이 형편없어. 굉장히 약한 스킬이 탄생했습니다.
-
방식 -
10렙 이하의 같은 몬스터를 500번 타격 시 즉사 시킵니다.
즉사 시킬 시 '근력' 스텟이 10 상승합니다. (횟수 0 / 3회)]
최강자 스킬의 굉장히 다운 그레이드가 심하게 들어간 스킬이지만, 전직 스텟에 제한을 받지 않고 특수 스텟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킬이다. 할거 없는 고인물들이 스텟 올리려고 이걸 하던 게 생각났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가격은 5천 골드. 내가 구매한 스킬에 비해 매우 저렴하지만, 나한테는 5천 골드든 천만 골드든 상관없다. 스킬을 받은 다윤은 어쩐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화이팅!"
"윤 씨...?"
"슬라임 좀 잡고 올 때 동안 때리고 있어!"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훈련장을 떠났다. 뒤에서 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
"야 뭔, 슬라임이 이렇게 쌔?"
"우왁!"
슬라임 사냥터가 인구 포화로 슬라임 씨가 말랐을 거란 생각을 하고 왔다. 그러나 사람만 많을 뿐 슬라임이 그리 잡혀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슬라임이 사람을 잡는...?
[ 흉포해진 슬라임 LV.5
HP : 579
설명 - 마왕의 기운으로 슬라임이 굉장히 흉포해졌습니다. 슬라임 점액질에 깊은 독성이 있으니, 점액질에 피부가 닫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사냥 초입부터 '상태 이상'을 가진 몬스터라니. 몬스터가 쌔졌다는게 괜한 소리가 아니었네. 게다가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 슬라임의 체력은 50 미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근데 지금은...
"10배 이상 올랐네.."
저 정도면 레벨 50 때 붉은 늑대랑 맞먹는 체력을 가질 것이다. 아니, 그러면 붉은 늑대는 얼마나 세진 거지?
마왕은 또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