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5화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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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게임이 처음 열린지 3년째 되는 날. 처음으로 마왕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모든 메인 퀘스트를 최초로 클리어한 '하늘' 길드는 곧바로 마왕에게 도전했지만, 1 페이즈조차 넘지 못한 체 곧바로 사망했다.
그 뒤로 이름이 날린 길드나 랭커들이 도전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마왕을 잡을수 없었다. 괴랄한 즉사 패턴과 어마어마한 체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부분이 마왕의 분신조차 이겨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위 길드의 이름난 랭커들이 한데 모여 도전한 경우도 2 페이즈를 간신히 넘겼지만, 바로 3 페이즈를 입장하자마자 목숨 포인트를 모두 소진한 체 실패해 버렸다.
그렇게 1년이 더지나 모두가 스펙업을 계속하며 마왕이 깨질 날을 고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마왕의 토벌 메시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상위 길드의 레이드 알림이나 계획 없이 갑자기 클리어 된 마왕 토벌. 그 영광의 주역을 확인해보니 다음 같은 이름이 떴다.
None Name.
말 그대로 아무 이름도 적어 넣지 않은 것.
마왕을 토벌하면 토벌자 기록이라는 문서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고, 그 옆에는 자신의 사진이 들어간다. 분명 자신의 이름을 넣었으면 전 세계에 명성이 하늘을 찔렀을 텐데 그는 아무런 이름도 적지 않았다.
더 놀라운 점은 마왕을 단신으로 클리어했다는 점이다.
'근데....'
"흠... 다른 녀석들은 슬라임조차 잡지 못하는데. 너는 좀 쓸만한가 보군."
설마 여기서 튀어나올 줄이야. 예상도 못 했다. 왜냐면 그는 나와 특성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 같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설마, 이거 말고 다른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나는 침착하게 그의 특성을 관찰했다.
[ 에너지 소드 LV.4 (에픽)
- 당신은 마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검에 깃들게 할 수 있습니다. 숙련치 레벨만 오른다면 높은 경지에 도달할지도...? ]
...에픽?
고작 에픽 능력으로 이 정도까지 왔단 말이야? 분명 내가 슬라임 지역을 건너올 때 유니크나, 그 수가 적긴 해도 분명 레전드리 특성도 가끔씩 보였다. 그들조차 슬라임을 쉽사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데. 에픽 능력 따위로 슬라임 킹을 잡다니...
내가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무명은 검을 한번 휘둘러 검에 묻은 점액질을 털어낸 뒤, 그대로 검집에 끼워 넣었다.
...그러고 보니 다행이다. 만일 마주친 게 지금이 아니라 한참 뒤였다면, 내 특성을 보고 나를 그냥 배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특성 관찰을 가진 게 나밖에 없으니깐.
"슬라임 킹을 잡으러 온 건가?"
"아... 아! 네네! 벌써 잡으셨네요. 하하..."
"리젠은 30분이다. 그동안 다른 걸 하다 오는 게 나을 것이다."
"...?"
이 사람,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착하잖아? 나는 잠깐 주변을 살펴보는 척 하다, 그대로 도망치듯 성체를 빠져나왔다.
"후... 죽는 줄 알았네."
무명이 성채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 슬라임 지대로 돌아왔다.
'랭킹 1등을 벌써 만나다니.'
뭔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 데 죄를 잔뜩 진 것 같은 느낌이다.
....운영자가 실수한 거지 내가 일부로 바꾼 것도 아니고...
"아, 모르겠다. 다윤이나 대리고 오자."
나는 마을 귀환 주문서를 사용해 마을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나무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던 무명은 한참을 바라보다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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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끝났다. 하아...."
다윤은 몇 시간 내내 잡고 있던 검을 내팽개친 체 그대로 땅바닥에 누웠다. 땀과 흙이 뒤섞여 옷에 흙이 물들었지만, 그걸 신경 쓸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 근력이 10 증가했습니다. ]
[ 스킬의 횟수 제한을 모두 소모했습니다. ]
[ 더 이상 근력 스텟을 올릴 수 없습니다. ]
다윤은 땅바닥에 누운 체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하하... 내가 이겼어요. 윤 씨."
"뭘 이겨?"
일순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누군가 다윤의 위에 등장했다. 나를 이 고생 시킨 사람. 일어나서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일어날 힘조차 없어서 누운 체 말했다.
"다했다고요..."
"어? 3번을 다 채웠어?"
"네, 쩔죠?"
"대단하네, 수고했어."
칭찬받으려는 게 아니라 놀래켜 주고 싶었는데. 어쩐지 이 남자는 놀란 기색보다는 덤덤한 느낌이었다. 마치 더 놀란 것을 미리 만난 것 같은 느낌. 그 순간 다윤의 머리 옆으로 푸른빛의 포션이 하나둘씩 생겼다.
"뭡니까?"
"기력 회복 포션. 먹어둬. 곧바로 가야 되니깐."
".... 네? 쉬는 거 아니었어요?"
"쉴 틈이 어딨어."
정말 한대 때리고 싶었지만 때릴 기운이 생기려면 먹어야 된다. 다윤은 포션들을 하나둘씩 까먹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몸이 회복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가상 현실이라도 방금까지는 손 하나 까닥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컨디션이 쌩쌩했다.
다윤은 한대 때리는 대신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슬라임 잡으러 가는 거예요? 아까 잡으러 간다 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거보다 더 큰 거."
김윤은 내팽개친 검을 주워든 체 말했다.
"우리는 슬라임 킹을 잡으러 갈 거야."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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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쳤어요? 슬라임 킹을 잡는다고요? 방금까지 슬라임이 엄청 세졌다 하지 않았어요?"
"왜 못 잡아. 벌써 잡은 사람도 있는데."
"네?"
다윤은 나와 구름을 타고 날아가면서 정말 모른다는 듯이 말했다. 아마도 계속 목각인형을 치느라 메시지를 못 봤나 보다.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 무명이라고 알지?"
"어, 네! 무명님 알죠! 최초로 마왕 잡은 랭킹 1등 아니에요?"
역시 모르는 사람이 없구만. 아마도 지금쯤 다들 슬라임 킹 잡은 사람이 무명이라는 것쯤 다 예측하고 있겠지. 솔직히 그 사람 말고 잡을 사람이 또 있나 싶기도 하고. 나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 사람이 잡은거야. 아까 메세지 뜬거."
나는 다윤에게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다윤은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와... 역시 1등인가? 아마도 전 시즌 때문에 좋은 특성 받아서 잡은 거겠죠?"
뜨끔.
"어, 어 그렇겠지 하하..."
...역시 절대 말하면 안 돼.
어느덧 성채에 도착하자, 다윤은 구름을 서서히 고도를 낮춰 지상으로 착륙했다. 나와 다윤은 슬라임 킹 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저희가 잡을 수 있을까요? 그분은 좋은 특성이 있는..."
"내 스킬이 뭔지 잊었어?"
"? 아! 그렇죠!"
슬라임이건 슬라임 킹이던 40렙 이하면 3대만 치면 된다. 문제는...
"파티 사냥을 해서 너한테도 경험치 분배를 해줄 건데. 문제는 한 대를 쳐야 한다는 거야."
"음... 한대 치는 건 쉽지 않을까요?"
"그냥 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피를 깎아야 돼. 네가 피의 10%만큼은 때려야 한다는 소리야."
실제로 많은 유저가 파티를 통해 이래 저래 버스를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방지하고자 분배를 받을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대미지를 넣어야 한다.
이것 때문에 근력을 키우게 시킨 것이다. 초반부에 대미지를 넣으려면 근력 스텟만 한 게 없으니깐.
"적어도 900대미지는 넣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물론이죠."
"좋아."
[ 김다윤 님에게 파티 신청을 걸었습니다. ]
[ 김다윤 님과 파티가 되었습니다! ]
아직 닉네임 변경을 안 해서 이름 형식이네. 처음에는 실명이지만 나중 가서 직업이 생기면 이명이나, 따로 바꾼 닉네임들로 불릴 것이다. 나와 파티가 된 다윤은 깜짝 놀란듯 나를 처다봤다.
"?! 당신 벌써 17렙이에요?"
...거 많이도 놀라네. 놀라지 못해 한이 된 귀신이라도 붙은걸까?
"어. 내가 어그로 끌 때니깐 네가 구름으로 잘 피해서 딜 넣어봐."
다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열림과 동시에 바로 날라오는 점액질. 바로 옆으로 틀지 않았다면 그대로 녹아 사라졌을 것이다.
[ 흑화 한 슬라임 킹 LV.20
HP : 9810
설명 - 마왕의 기운을 온몸에 받아들인 슬라임 킹입니다. 강한 체구에 비해 빠른 움직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슬라임 점액질에 깊은 독성이 있으니, 점액질에 피부가 닫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이것이 강해진 슬라임 킹.
이 정도면 전 시즌 렙 90랩 짜리 몬스터와 비견되는 능력치를 가질 것이다. 아니, 상태 이상을 생각하면 슬라임 킹이 더 세려나. 아무튼 우리 능력치로 잡는 건 일반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수치다.
허공에서 구름을 타고 있던 다윤은 사색이 된 듯 외쳤다.
"뭐, 뭐예요? 저 능력치?"
"일단 말하지 말고 피해! 점액질 계속 오니깐."
지금도 슬라임 킹은 사방 팔방으로 점액질을 내뿜고 있었다. 점액질을 맞은 건물 내벽들이 부식되어 녹아내렸다.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그로를 끌었고. 다윤은 공중을 계속 날아다니며 공격 기회를 노리지만, 곧바로 날아오는 점액질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상점에서 구매한 이속 포션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점액질에 맞아 리타이어 됐을 것이다.
"아오! 덩치도 큰놈이 뭐 이리 빨라!"
다윤이 화가 난 듯 소리쳤다. 확실히 3대 때리는 능력이 없다면 나 또한 못 잡았을 것이다. 이걸 잡은 랭킹 1등은 대체 뭐지...
더이상의 어그로는 시간낭비다. 고작 슬라임 이지만 이대로 시간만 끌면 폭주할수도 있다.
물러 나거나 나 혼자 잡는다?
그럴 순 없다.
나는 '반드시' 다윤에게 전투 지분을 내주어야 한다.
"내가 한번 붙잡을 테니깐 네가 일격 날려! 알겠지?"
"네?"
나는 상점에 현재 구매할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모두 사용해 슬라임에게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날라오는 점액질.
순간적으로 8대나 맞아 피가 훅 깎였지만, 나한테 어그로가 끌릴 찰나의 순간이 필요하다.
"지금!"
"이미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윤은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검을 내질렀다.
촤앙-!
화려한 검술. 고작 근력 30스텟을 얻고 쓰는 검술이라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강력했다. 이윽고 엄청난 이펙트와 함께 어마 무시한 대미지가 들어갔다.
[ - 4920! ]
미친?
나는 다윤이 깎아낸 엄청난 대미지에 놀랐지만 지금은 놀랄 시간도 없다. 나는 곧바로 미스트를 사용해 슬라임 킹을 잡아냈다. 슬라임 킹은 분한 듯 울음을 터트려내며 녹아내렸다.
[ 흑화 한 슬라임 킹을 사냥했습니다! ]
[ 흑화 한 슬라임 킹의 왕관을 획득했습니다. ]
[ 300G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22로 상승합니다. ]
[ 파티 분배율에 따라 50%의 분배를 받았습니다. ]
[ 파티원중 누군가가 히든 전직의 가능성을 입수 했습니다. ]
"어...어라?"
형이 왜 거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