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6화 모두가 잠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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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죽는 줄 알았어요."
순간적으로 엄청난 대미지를 입혀낸 다윤은, 지친 듯 부서진 성채에 털썩 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감당 안 되는 능력을 사용하면 무리가 오는것이 일반적인 법칙이다.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지만.
"히든 직업..."
"네?"
"이런 '루트'가 있었다니..."
보통 직업은 2가지 방식으로 전직한다. 첫 번째는 마을이나 외지에 있는 고수들을 찾아가 전직하는 방식.
월드 어드벤처의 95% 이상의 유저는 다 첫 번째 방식으로 전직을 한다. 기존에 알려져 있는 당연한 방법이고, 쉽게 전직한다고 그것이 능력의 질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직업을 어떻게 사용하냐니깐.
두 번째는... 숨겨진 '히든 직업' 을 찾는 경우.
원래는 히든 직업에 대한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히든 직업에 대한 떡밥이 돌기 시작했고, 히든 직업을 얻었다는 사람이 여럿 등장하였다.
히든 직업에 대한 중요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전 시즌에 특수 직업이었던 환영술사인데. 이 직업을 얻은 유저는 130제 몬스터인 망각의 영혼을 5천 마리 째 잡다가 얻었다고 알려졌다.
물론 그냥 잡았다고 전직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따로 특수 조건이 필요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정신력 스텟이 올라가 있다던가.
문제는 특수 스텟을 따로 올리는 방법은 다른 기본 직업들을 전직해야 한다. 그만큼 스텟은 구하기 어려우니깐.
물론 이렇게 기본 전직 없이 얻는 경우도 있지만.
"어? 전직 퀘스트가 왔는데요? 설마 히든 직업이..."
"부럽다."
"네?"
"아, 아니야."
괜히 배 아프지만 나쁘진 않다. 어차피 다윤을 쓸만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으니깐.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잡아야 할지 모르는데 약한 것보단 차라리 강한 게 훨씬 낫다.
....설마 초반부에 근력 스텟을 올리게 특수 루트라니. 아마도 일정 수준의 근력 스텟을 올리고 감당할 수 없는 적과 검으로 싸우는 것이 조건일 것이다.
예전에 그런 식으로 전직했다는 사람이 쓴 글을 본 것 같기도 하고.
만약 전직을 했다면 루트가 발동이 되지도 않았겠지. 초반부 전직 루트는 대부분 전직하면 발동되지 않으니깐.
오로지 후반부 루트만이 전직을 해야만이 발동한다.
'저정도 조건부면 레전드리 직업쯤 될텐데... '검신'이나 '소드마스터' 정도일려나?'
확실히 엄청난 직업을 얻는것은 알겠다. 다윤은 퀘스트 창을 유심히 본뒤 씩 웃으며 말했다.
"흐음... 아하... 오호?"
"......"
문제는 너무 강해진게 문제지만.
살짝 불안해졌다. 설마 이대로 헤어 질려는 건가... 싶던 순간. 다윤의 말이 이어졌다.
"......저 도와주셨으니 저도 그만큼 도와드릴게요."
"으음?"
예상외의 반응.
위치가 바뀐 거 같지만 지금의 다윤은 충분히 그럴만하다. 지금 그녀를 이길 사람은 유저 중에는 몇 없을 테니깐. 다윤은 바닥에 일어나 손을 내밀었다.
"가죠!"
"어... 그래."
살짝 건방져 보인 다윤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는 빚을 지기 싫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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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의 서막 5장 - 슬라임 킹 토벌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 골드 150G, 경험치 12500xp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25로 상승했습니다. ]
[ 월드 퀘스트 - 현지 적응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 이제부터 본래의 세계와 왕래가 가능해집니다! ]
"음?"
슬라임 성채에서 마을로 돌아가던 도중 밀린 퀘스트들이 완료되었다. 레벨이 오른 것도 오른 거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멘트였다.
[ 이제부터 본래의 세계와 왕래가 가능해집니다! ]
원래는 사망하거나 혹은 자의로 로그아웃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는 나갈 수 있는 버튼이 있던 창이 사라졌었다. 죽어서 로그아웃도 불가능했고.
'설마 퀘스트를 깨야만이 로그아웃이 가능했다니.'
정말 갇히는 건가 생각했지만그런 건 아닌가 보다. ....가만 그러면 현실은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지?
내가 기억하는 게 맞는다면 이곳의 10시간이 현실의 1시간과 맞먹는다.
시간차가 이전과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면, 지금 7시간 정도 지났으니 현실은 체 1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뭘 보고 있어요?"
구름을 조종하던 다윤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는 퀘스트를 통해 로그아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윤에게 알려주었다. 다윤은 굉장히 놀란 듯 말했다.
"로그아웃이 된다고요?"
"어. 퀘스트를 깨면서 가능해졌나봐."
"갇힌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면 또 모르겠네요. 게임이라는게."
나는 그러게. 라고 말하며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려다 다윤에게 돌아봤다.
"아무튼 나는 잠깐 나갔다 와볼게.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은 파악해야 하니깐."
"아, 아! 네네. 다녀오세요."
로그아웃 버튼을 누르자 일전에 봤던 포탈이 생겨났다. 나는 그 포탈에 몸을 던지자, 또 온몸이 어디론가 빠져나가는듯한 느낌이었다.
[ 유저 '김윤'의 영혼이 원래 세계로 되돌아갑니다... ]
[ ......#$%#$%$%^@ ]
[ 활성화 완료. ]
"우웩!"
포탈 속에서 튕겨지듯 나오자마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다행히 토는 하지 않았다. 하면 내가 치워야 하니깐. 나는 오자마자 핸드폰 시계를 켰다.
21:50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9시 즈음 이였으니 역시 시간차는 그대로인 게 맞는 거 같다. 주위를 둘러보니... 편의점에 있던 사람들이 마치 자기 집 안방인양 바닥에 널브러진 체 자고 있었다.
"...저거 다 내가 치워야 되는데.."
이 와중에도 치울생각을 하다니. 이래서 습관이 무섭다.
이대로 둬야 하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딱히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나는 자고 있는 사람들을 살짝씩 툭툭 건드려봤지만 깨어날 기미를 보이지는 않았다.
"우웅...."
잠꼬대까지 하는 걸 보니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편의점문을 열고 나가봤다.
".... 세상이 멸망했다면 이런 느낌일까?"
나름 번화가인 이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붐빈다. 그런데... 지금 길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길바닥에서 단체 취침을 하고 있었다.
[ 금일 활성화된 활동 시간은 최대 1시간입니다! ]
[ 레벨이 오를 시 시간이 점차 증가합니다. ]
[ 모든 메인 퀘스트를 완료할시 해당 제한시간은 사라집니다. ]
[ 남은 시간 56분 24초.... ]
게다가 활동 제한 시간이라니. 내 맘대로 이곳에 있지도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메인 퀘스트를 다 깨면 이런 제한 시간 같은 게 사라진다는 점.
"만약 슬라임 킹 까지가 이곳에 올수 있는 조건이라면, 이 사람들이 깨어나는 데는 좀 걸리겠네."
전 시즌과 달리 슬라임 킹이 매우 어려워졌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날 며칠이 지나더라도 계속 누워있을 것이다. 나는 주위를 더 둘러보다.
"흐음...."
"...."
"흐음......?"
사람들이 널브러져서 야외취침을 하는 것만 빼면 아주 멀쩡한 거리. 한참을 거리를 둘러보던 나는 이질감을 느꼈다.
'왜 아무런 사고도 안일어났지?'
분명 사람들은 순식간에 포탈로 빨려 들어갔고, 우리의 몸은 수면상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운전을 하는 사람은 그대로 자게 되어 졸음 운전을 넘어선 수면 운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로의 차들은 사고 하나 없이 멀쩡히 줄지어 서있었다.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것 마냥.
21:59
"...시간이 멈춘건 아닌데."
게임 회사가 이 정도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니. 사실 여기가 2099년쯤 되는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 현상이 납득되지 않는다.
더 놀라운것은...
[ 해당 유저는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
"뭐야 미친."
혹시나 사람이 깨워질까. 자고 있는 사람 중 하나를 심하게 흔들었더니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월드 어드벤처에서나 보던 메시지. 현실에서도 메시지가 뜨다니. 나는 눈을 비볐지만 역시나 꿈은 아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긴 했던 모양이다.
[ 남은 시간 26분17초.... ]
나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도착했다. 가능하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버스나 지하철 없이 갈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나마 도보로 얼마 안 걸리는 학교가 최선이었다.
"학교가 이래서 문제야. 야간학습을 이리 시키니. 애들은 잠을 많이 자야 하는데."
....절대 내가 학창 시절 때 야간학습을 째고 게임만 해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3-4
녀석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감독 선생님과 아이들이 하나같이 책상에 엎어져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 명은 서 있었는지 땅바닥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잠버릇은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하네."
물론 그건 내 여동생이었다. 참 유별난 녀석이다. 나는 겉옷을 벗어 접은 뒤 베개를 만들어준 후 동생의 목뒤에 놓아주었다.
"그럼 슬슬 가볼까."
어차피 동생의 안위만 보고 갈 생각이었으니깐. 나는 좀 더 걸어 근처 모텔 같은 데로 들어갔다. 기왕 잘 거면 좀 편한 데서 자야지. 카운터를 지나 방에 들어간 뒤 천장을 바라봤다.
"뭐가 꿈인지 현실인지..."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내가 즐기던 게임이 돌아왔으니깐. 세상이 이상하게 변했더라도 세상이 멈춰버렸으니 부모님 또한 안전할것이다.
"돌아가자."
[ 월드 어드벤처 V_2에 접속합니다. ]
화려한 bgm과 함께 나타난 포탈이 내 몸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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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은 아르티움 광장 분수대에 앉은 체 솜사탕을 먹으며 김윤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
다들 슬라임 지역을 클리어하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다.
'김윤... 음...'
그녀는 자신을 도와준 남자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아직 그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이 단순히 게임적은 능력인지, 아니면...
"...으아아~ 됐다 됐어."
다윤은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억들을 떨쳐냈다.
[ 흑화 한 슬라임킹의 왕관 (레어)
설명 -
마왕의 기운에 깊게 물들은 슬라임킹의 왕관입니다. 말랑말랑한 재질로 구성되어 충격 흡수에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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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20
방어력 : 70
요구 스텟 : 근력 15
특수 효과 : 피격시 10%의 데미지 절감.
패시브 : 어둠 계열 스킬의 쿨타임 10% 감소. ]
김윤이 준 보스 아이템.
자기는 요구 스텟을 채울 수 없다면서 일단 가지고 있으라고 말했다. 왕관이라기보다는 인형 모자 같은 느낌의 형태.
말랑말랑~
덕분에 다윤의 머리 위에는 검게 물들은 슬라임 한 마리가 올라가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주위 사람들에 어그로가 심하게 끌린다는게 문제지만. 다들 한번씩 다윤의 머리를 처다보고 지나갔다.
"...살짝 부끄럽네."
김윤은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다며 그동안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라고 말했다. 그래서 7시간 동안 열심히 죽어가면서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공격력이 높은 거지 방어력이 높은 게 아니라 쉽게 쉽게 남들처럼 녹아내렸다.
"그래도 다 클리어했지만."
- 모험의 여정 1장 / 용사의 갈림길
당신은 용사의 능력을 이용해 어둠에 물든 슬라임 군단과 그의 왕을 모두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슬라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강력한 다른 무리들을 상대하려면 지금 같은 능력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뛰어난 경지에 올랐던 고수들을 찾아가 그들의 기술을 배우세요.
- 전직 / 히든 전직 (0/1)
전직 퀘스트.
다윤은 이미 퀘스트를 얻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진행한다면 클리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누군가 다가왔다.
"한가해 보이는 모양이네. 다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