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화 이용
-
직업.
유저 개개인마다 전혀 다른 능력을 얻는 특성과 마찬가지로, 직업은 월드 어드벤처에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커먼, 레어, 에픽, 유니크, 레전드리.
5가지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등급이 반드시 직업의 효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등급이 높을수록 성장치가 높고 훨씬 더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많은 유저들이 높은 등급의 직업을 얻고자 노력한다.
예외가 있다면 히든 직업과 레전드리 이상의 직업.
하지만 그것들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
[ 히든 직업 {레전드리 ***}
이름 - 월광 검사(月光劍士)
설명-
과거 뛰어난 무인이었던 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검으로 배지 못하는 이가 없었고, 그가 한번 배어난 자리는 마치 세계가 두 갈래로 반절 된듯한 모양새가 남았다.
어느 날 다른 세계에서 건너온 누군가가 최강의 무인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호기로운 마음으로 받아 들였으나, 압도적인 무력에 손 하나 써보지 못하고 패배했다.
훗날 그는 자신을 압도적으로 패배시킨 무력에 감탄하며, 그에 단 1초식이라도 따라 해보려고 하고자 노력했다. 마침내 구현한 그 초식은 마치 달을 배는 것과 같은 모습 이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절망했다. 어렵게 구현한 초식조차 그 누군가의 발끝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
방식-
월광 검사는 두 개의 특수한 게이지를 소모해 스킬을 사용합니다.
-스킬을 사용할 시 달빛 게이지가 증가합니다.
-평타를 사용할 시 검술 게이지가 증가합니다.
각 특수 스텟이 오를 때마다 수치가 증가됩니다.
-달빛 게이지가 가득 찰 시 공격력이 50% 상승합니다. 밤에는 그 효과가 3배로 증가하며 달빛 게이지가 자동으로 차오릅니다.
-검술 게이지가 가득 찰 시 공격 속도와 이동속도가 50% 상승하며, 모든 스킬의 시전 시간이 30% 감소합니다.
-
스텟-
특수(달빛, 검술), 일반(근력, 체력, 민첩)]
"흐아.... 너무 좋다.."
다윤이 얻은 히든 직업. 월광 검사(月光劍士).
모든 전직 퀘스트를 완료해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여타 다른 게임과 달리. 월드 어드벤처의 직업은 직업 퀘스트만 얻어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전직에 대해 점차 알아갈수록 능력이 조금씩 해방되는 느낌.
지금 다윤이 쓸 수 있는 능력은 가벼운 공격기와 스텟 일부지만, 이 정도만 하더라도 웬만한 유저들보다 훨씬 강한 상태다. 다윤은 자신의 직업을 언젠간 완전히 쓸 날을 생각하며 행복한 상상을 하던 찰나. 작은 체구의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한가한 모양이네 다윤."
"너는..."
"오랜만이야."
다윤은 벌떡 일어나 자신 앞에 있는 작은 여자애를 쳐다봤다. 엄밀히 따지면 여자애는 아니다. 이 게임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커스텀 마이징을 통해 여자애처럼 꾸밀 수 있으니깐. 물론 이 또한 본인이긴 할 것이다.
이 여자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으로 캐릭터로 만들었다.
"하늘길드 부길마."
"아, 언제 적 얘기를 꺼낸데? 얘, 사라진 지가 7년이 넘었어. 7년."
다윤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손발이 떨리고 한없이 무력해진다. 하지만 다윤은 그것을 애써 무시한체 말을 내뱉었다.
"왜... 갑자기 온 거야. 그날로 탈퇴하고 끝난 거 아니었어?"
"흐음...? 괜히 미안하긴 한가 봐? 너 때문에 다 망한 거 사람들 다 모른 척 넘어가 준 건데."
"....."
이 여자는 정말 싫다. 내 아픈 과거를 자꾸 들쑤셔서.
"설~마 진짜 다들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뭘 몰라?"
왔다.
'내가 기다린 사람.'
이 남자가 이렇게나 반가울 줄은 몰랐다. 김윤은 광장 포장마차에서 파는 꼬치를 하나 문체 나타났다. 여자는 다윤과 김윤을 한 번 두 번 쳐다본 뒤 킥킥 웃으며 말했다.
"아하! 너랑 같이 다니던 애가 없어지니깐 딴 애 대리고 다니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항상 남 뒤에서 이용해 먹을 거 다~ 먹고. 혼자 희희낙락 하다가 사라지니깐 딴 호구 구한 거 아니야."
"뭔 소리야 이건. 야, 꼬맹이 누가 흑우래."
김윤은 별생각 없는 표정으로 반응했다. 여자는 킥킥거리며 다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혹시 얘 뭐 하는 애인지 알고 대리고 다니는 거예요?"
"뭘 알고 댕겨."
"얘 남 등 처먹고 뒤에서 쪽쪽 빨아먹년 년인데."
"엥?"
김윤은 살짝 표정이 안 좋아졌다. 설마 저 말을 믿는 건가.... 그 순간 김윤은 다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체 피식 웃었다.
"뭔 소리야. 내가 얘 빨아먹는 건데."
"...네? 뭐라고요?"
-
돌아오자마자 파티 시스템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고 다윤에게 바로 갔다.
아니, 가려했는데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어서 좀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거리 유지를 위해 청각 강화 같은 특수 스킬을 사긴 했지만.
"흐음...? 괜히 미안하긴 한가 봐? 너 때문에 다 망한 거 사람들 다 모른 척 넘어가 준 건데."
여자애와 다윤이 신경전을 펼치듯 대화를 나눈다.
망해? 그러고 보니 하늘 길드였다고 했지. 흠... 하늘 길드가 막판에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해체된 얘기가 돌긴 했었는데.
길마의 군 입대라는 썰도 있긴 했지만.
"뭐...라고 하셨어요?"
다윤을 몰아붙이던 여자애는 귀에 벌레라도 들어간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했잖아. 내가 얘 빨아먹는 거라고. 얘가 뭔 직업을 가졌는지 알면 그대로 놀라 기절할걸?"
"하! 지금 단단히 꽂히신 거 같은데. 이년 남 뒤통수..."
"알 거 없고. 그냥 가라 꼬맹아. 가서 뽀로로 음료수라도 사서 마시던가. 아! 로그아웃이 안돼서 그런 거 못 마시려나."
"......"
여자애는 분한 듯 부들대다 이내 뒤돌아서 가버렸다. 여자애의 모습이 사라지자 다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떨고 있었다.
"뭐야. 저 꼬맹이가 때리기라도 했냐? 왜 이리 떨어."
"...아, 아니에요..."
싱겁긴.
나는 근처 의자에 풀석 앉은 체 사온 음료랑 꼬치들을 하나둘씩 먹었다. 여전히 우두커니 멈춰있는 다윤.
"흠...."
가만히 서있던 다윤의 고개를 치켜 새운 뒤, 입에 꼬치 하나를 넣어주었다. 다윤은 얼떨떨할 모습으로 꼬치를 베어 물었다.
"그.. 고마워요. 그보다 저말 믿는...."
"안믿어."
"네?"
"진짜루."
솔직히 믿든 안 믿든, 진짜든 가짜든 나는 상관없다. 다윤이 나를 이용하든 말든 나도 충분히 이용할 생각이니깐.
저만한 능력을 이용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러니깐 좀 편하게 먹어."
"네..."
앞으로 할 일이 많아질 거 같다.
-
나는 꼬치랑 음료를 다 마신 후 다윤에게 바깥의 상황을 말해주었다.
"다 잠들었다고요?"
"그래.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 그럼 이상한데요. 지구 인구가 70억이 훨씬 넘는데 지금은 그렇게까지 많아 보이지 않는걸요."
실제로 지금 광장에도 대충 몇천 명 정도만 돌아다닐 뿐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다. 앞서 봤던 튜토리얼 존도 100명 정도만 있었고.
"잊었어? 원래 서버가 나누어져 있는걸."
"흐음.... 그렇게 생각해도 여전히 많은걸요. 지금 보이는 수만 따지면 서버가 백만 개가 넘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런 게 가능할까요?"
"애초에 모두가 잠든 것부터 말이 안 되긴 했어."
이미 현실성은 저 멀리 사라진지 오래다. 나는 다 먹은 꼬치를 질겅질겅 씹다가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이전 시즌에 따르면 나뉜 서버에서 일정 수준의 레벨이 넘거나, 뛰어난 업적이 생기면 통합 서버로 이동할 수 있어."
통합 서버는 전 서버의 일정 수준의 고수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일반 서버에는 마왕과 최상위 보스 몬스터가 없었고, 오직 통합 서버에만 마왕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고수들이 그곳에 모여서 생활했던 게 떠올랐다.
"거기는 고인물 천국이라. 진짜 극혐이였지."
"네... 사냥터 자리 돈 받고 팔던 사람이 넘쳐났었죠..."
"뭐, 그 정도면 약과지만. 아무튼 일단 레벨을 올려야 지구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어."
".... 그럼 계속 가야겠네요."
다윤은 으짜! 하고 일어난 뒤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까와는 달리 미소 지은 얼굴. 나는 같이 웃어준 뒤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럼 일단 가볍게 멧돼지부터 잡으러 가보자."
"좋아요."
나와 다윤은 웃으며 다음 사냥터로 떠났다. 떠나간 자리 뒤에 누가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체.
.
.
.
-
나는 도적.
월드 어드벤처 최고의 괴도다. 사람들은 나를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어디에든 있는 존재 라고 부르지. 지금껏 수많은 악인들의 돈을 훔쳐... 아니, 회수해왔다.
"후우... 좋아. 저 녀석 왠지 돈 냄새가 나..."
아까 분수대에 봤던 저 커플 녀석들. 감히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커플 짓거리를 하다니. 아무리 내가 정의로운 괴도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
".... 맷 돼... 가 원래 ....랬나?"
"글.. 요..... 역... 바뀐 거.."
뭐라고 하는 거지? 혹여나 들키지 않기 위해 저 멀리서 듣자니, 뭐라 하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보나 마나 꽁냥대고 있겠지. 부러운....! 아, 아니. 정신없는 놈들. 세상이 위기에 빠졌는데 커플 놀이나 하다니.
참교육을 해줘야겠군.
나의 이 특성으로.
[ 정의로운 괴도 LV.2 (유니크)
- 당신은 하루의 3번 상대의 돈 10%를 뺐을 수 있습니다. 단 그 수치가 600만 골드 이상을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범죄기록이 있거나 스킬 외에 부정한 방법으로 재물을 획득 시, 사용이 불가능 해집니다. ( 남은 횟수 1/3 ) ]
저 녀석 분명 꼬치랑 음료를 마음대로 사는 걸로 봐서는 적어도 오천 골드는 있겠지.
"후우..."
돈을 뺏는 방법은 상대의 등을 터치해야 한다. 녀석이 멧돼지를 한방에 죽이는 걸로 봐서는 꽤 좋은 특성을 가진 녀석이겠지. 옆에 있는 여자도 제법 강한 거 같고. 나는 직업 스킬을 통해 몰래 투명화를 쓴 뒤 남자의 뒤로 다가갔다.
'자... 돈을 내놔라!'
나는 남자의 등에 손을 갖다 댔다.
[ 정의로운 괴도가 발동합니다! ]
[ 해당 유저의 골드가 너무 많습니다! ]
[ 최대 금액 600만 골드를 획득했습니다! ]
'???? 뭐어어어?!!!'
나는 바로 도망치는 것도 잊은 체 잠깐 멍을 때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이, 이럴 때가 아니야. 일단 도망을 가서 생각-'
그 순간 착각일까? 분명 투명화 상태인데 눈앞에 남자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자는 씩 웃었다.
"어때 좀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