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화 흔적 (8/318)



〈 8화 〉8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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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스킬 / 청력 강화. LV.3
설명 -
청력이 안 좋았던  마법사에 의해 만들어진 스킬이다. 청력이 완전히 소실된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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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주위의 소리를  먼 거리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특정 대상을 선택해 그 대상만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


다윤과 여자애의 대화를 듣기 위해 산 건데 이렇게 도움이 될지는 몰랐다. 사실 스킬이 없었어도 너무 티 나게 쫓아오긴 했지만.

"뭐, 뭐야! 어떻게 알아챘지?"
"그렇게  나게 다니면 누구든 알아채지 않을까?"
"뭐야? 감히 이 몸을 뭘로 보고!"

투명화 까지는 알아챌 수는 없었다. 그냥 녀석의 특성을 대충 확인하고, 뒤쪽에 돌아보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녀석은 제  저려 알아서 투명화를 해제시켰다.

다윤은 멧돼지를 잡다가 소란에 내 쪽으로 다가왔다.

"뭐예요.  꼬마는?"
"꼬마라니! 이 아줌마야! 나 17살이라고!"


17살도 꼬맹이긴 한데.


나는 녀석의 모습을 훑어봤다. 작은 체구에, 급하게 쓴 비니와 마을 의상 집에서 맞춘듯한 옷. 그리고 갈색빛 머리카락과 푸른색의 눈.

커스터마이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만들었는데. 이 녀석 한국 사람은 아닌가?


"어이 꼬마. 이름이 뭐냐."
"알려줄  같냐? 그림자 이동!"

슈슈슉!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몸체가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급하게 뒤쪽으로 이동하는 검은 그림자. 나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윤에게 말했다.

"구름으로 저 녀석  꺼내줘."
"쟤요? 왜요?"
"도둑질하는 놈이야."
"으흠..."


다윤은 살짝 고개를 까딱하더니 녀석을 그림자 속에서 꺼내어 구름으로 끌고 왔다. 벌써 이런 조작까지 가능해지다니, 역시 이리저리 타고 다닌 게 숙련도가 올라간 모양이다.

붙잡힌 꼬마는 내가 특수한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꼬마는 분한 듯 말했다.

"치... 날 어쩔 샘이야."
"글쎄. 그보다 이름이 뭐냐."
"..... 알아서 뭐 하게."
"그래야 내가 너를 왕국에 넘기냐 마냐가 결정되겠지?"

꼬마는 히끅! 하며 소리를 삼켰다. 녀석의 특성대로라면 한번 범죄 기록이 새겨지면 다시는 특성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지울 수 있는 방법이 몇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겠지.


꼬마는 살짝 고민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베린(Verín)...."
"베린이라... 본명이야?"
"아니... 따로 지은 이름이야."


벌써 닉네임을 지은 건가. 하긴 대부분이 슬라임만 지나면 이름을 바꾸는 데는 무리가 없으니깐. 아르티아 작명소에 가면 금방 바꿔주니....


가만 그보다 슬라임을 벌써 깼다고?


"너... 슬라임은 어떻게 깬 거냐?"
"그냥 그림자 속에서 치니깐 깨지던데."
"뭐?"


나는 황당한 클리어 방식에 기가 찼다. 설마 이런 식으로 클리어 한 애가 나올 줄이야. 일종의 무적 버그라도 봐도 무방하지만, 나도 따지면 버그니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나저나 벌써 직업을 손에 넣다니, 나만 모르는 히든 루트가 뭐 이리 많은 거지?

"그... 돈은 반 줄게. 그러니깐 날 풀어줘!"
"엥? 반? 바아 안? 그게  돈이야?"

베린은 다시 한번 히끅 거렸다.


"아, 아니! 나도 어느 정도 지분이 있는...."
"뭘 지분이 있어, 도둑놈의 새끼가. 벌써부터 돈맛에 맛들어 가지고."
"잠시만요."

나와 베린의 얘기를 듣고 있던 다윤이 한마디 거들었다.


"안 주면 그냥 넘기면 되죠."
"... 어?"
"어차피 범죄 신고 같은 거  받잖아요. 왕국에 넘기면 명성도 오를 거고."
"....."
"명성이 오르면 세금 감면이나 퀘스트도 나쁘지 않게 받을수 있고요. 그리고..."

베린이 벌벌벌 떨고 있었다. 이미 아르티아 지하 감옥에 갇혀 형벌을 받는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걸까.

'용사라서 형벌은 안받겠지만.'

이쯤 하면 되겠지. 나는 상점을 열어 계약서 한 장을 구입한  녀석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주종(主從) 계약서를 구매했습니다. ]


5,000,000G 골드가 차감됩니다. ]


고작 종이한장에 500만 골드라니. 비싸긴 하지만 돈값은 하는 물건이다. 나는 계약서에 내용을 적어넣었다.


"야. 돈 가지고 싶냐? 그럼 이거 사인해."
"... 이게 뭔데."
"뭐긴 돈을 받았으면  값을 해야지."

나는 묶고 있던 밧줄에 손만 풀어준 뒤, 베린에게 계약서를 건네주었다. 베린은 한참 동안 계약서를 읽다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이건 노예계약이잖아!"
"한국에서는 이런 게 당연하단다. 꼬마야."
".... 한국이 그런 나라였어?"


계약서 내용에는 대충 돈을  받는 대신, 열심히 나를 위해 노동하겠는 그런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자세한 건 귀찮으니 패스하고.

"으..."


베린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제부터 만약 계약 내용을 어긴다면 그 즉시 아르티움 지하 수감소로 이동될 것이다.

"표정 풀어. 일 잘해서 다 탕감하면 풀어 줄 테니깐. 혹시 모르지? 돈을 더 줄 지도."
"....."

나는 베린의 밧줄을 전부 풀어준 체 멧돼지 소굴로 이동했다. 베린은 기분 나쁜 듯 애꾿은 멧돼지 시체를 툭툭 친 뒤 뒤를 따랐다.


다윤은  모습을 보고 재밌다는 듯 미소지으며,  사람이 향한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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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험의 여정 0-5 / 멧돼지 군주 토벌 (서브)

농가를 망가트리는 멧돼지들의 왕이 당신에게 분노를 표출합니다! 이대로 두면 마을의 모든 농가의 평화가 위협될 것입니다. 그를 처치해 농가의 평화를 지키세요!

- 멧돼지 군주 처치 (0/1)

월드 어드벤처의 메인 퀘스트는 레벨을 기점으로 띄어 띄어 적용되어 있다.


20레벨, 60레벨, 100레벨...

각 퀘스트마다 40레벨 정도가 차이 나지만 다른 사냥터에 퀘스트가 없는 건 아니다. 레벨과 그전 메인 퀘스트만 깨면 누구나 서브 퀘스트를 통해 사냥을 할  있다.

[ 검게 물든 멧돼지 군주 LV.40
HP : 29303
설명 - 농가를 망가트리는 멧돼지들의 왕이 마왕의 검은 기운이 온몸을 검게 물들였습니다. 멧돼지의 뿔과 이빨이 '타락'효과가 적용될 수 있으니 찔리게 않게 주의해 주세요. ]


문제는 너무 강한게 문제지만.

120레벨 때 몬스터의 체력과 맞먹는 수준과. 하급 악마 이상한테만 있다는 상급 디버프인 '타락' 효과 까지 있다.

'진짜 깨지 말라고 만들어 둔 건가?'
"... 저건 좀 무리겠는데요."


다윤이 살짝 움찔한  집채만 한 멧돼지 군주를 쳐다봤다. 다행히 자고 있어서 선제공격은 하지 않는 모양이다. 베린은 흠칫 놀라며 급하게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뭐, 뭐야! 멧돼지가 저리 쌔?"
"못 잡을 건 아니야."

아무리 강하든 말든 녀석은 40레벨 이하의 마지노선에 걸쳐있기 때문에 3대만 때리면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걸리는 건 여전히 대미지 10%를 다른 녀석들이 넣어야 한다.

다윤은 대미지를 높게 넣을 수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베린은...

"으음....  대미지 3000 정도 넣을 수 있겠냐?"
"나? 어... 궁극기만 준비되면... 아니, 그보다 저걸 잡겠다고? 저걸 어떻게 잡게?"
"그건 내가 알아서 하고, 넣을  있어 없어."
"있긴 한데..."
"그럼 준비되면 말해 바로 간다."

베린의 능력으로 볼 때는 정확히는 알  없지만 아마도 히든 직업 중 하나인, 쉐도우(Shadow) 일 것이다. 예전에 상위 랭커가 얻은 히든 직업 중 하나였는데. 레전드리까지는 아니지만 에픽 직업 중에서는 거의 유니크 급과 맞먹는 능력이다.

'이제 곧...'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힌 체, 둘의 신호 사인이 들려오자마자 달려들 준비를 했다.


"좋아. 그럼 간다."

나는 외침과 동시에 달려갔고, 베린은 그림자로, 다윤은 구름으로 뒤로 이동해 공격을 내질렀다. 콰-앙! 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몸체가 소리를 내지르며 일어났다.

꿰에에엑!!!

"이런..."
"죄송해요! 아직 전직이 완전히  게 아니라!"

투과가가가-강!!


엄청난 소음과 함께 멧돼지가 우리를 휩쓸었다. 베린은 그림자를 통해 궁극기를 확실하게 넣어 대미지를 입혔다. 하지만 다윤의 대미지가 제대로 안 들어갔다.


'방어력 때문인가...'

예상치 못한 요소다. 어쌔신 계열은 방어력 무시가 기본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신경  필요는 없지만, 전사 계열은 레벨이 높아지거나 무기를 통해서만 얻을  있다.


그래도 저렙 몬스터 방어력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단순히 체력과 힘만 올라간 건 아닌모양이다.

"그냥 일단 잡는게..."
"됐고, 스킬 언제 돌아와."
"3분 정도..."


나는 이를 까득 갈았다. 할 수 있다. 여기서 포기할 거면 이런'루트'를 타지도 않았다. 나는 급하게 방패를 구매해 멧돼지의 공격을 막아냈다.


[ 제법 쓸만한 방패를 구매했습니다. ]

[ 5,000G가 차감됩니다. ]

꾸에에에엑!!


카드드득- 소리와 함께 방패가 힘없이 부서졌다. 나는 재빨리 상점창을 열어 다른 방패를 꺼내... 기도 전에 멧돼지의 거대한 팔이 내 몸채를  멀리 날렸다.

"커억-!"


분명 가상현실 일 텐데도 온몸이 핏물로 물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고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하아... 하아.."
"괜찮아? 도망가자! 저거 지금 못 잡아!"


급하게 그림자를 통해 온 베린이 내게 말했다. 녀석은 모르겠지.

내가 이렇게까지 잡으려는 이유를.
나중에 알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나는 여러 가지 증폭 포션들을 베린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다윤한테  가져다줘."
"어?"
"빨리."
"아, 알았어."

베린은 그림자로 이동해 다윤에게 포션을 건네주었다. 역시 녀석을 대리고 오기 잘했어. 다윤은 포션을 받아먹으면서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온갖 회복 포션을 먹은 뒤 일어났다.

"후우... 한번 해보자고. 돼지 새끼야."


멧돼지가 나를 향해 달려든다. 다윤은 구름, 베린은 그림자로 이동하기 때문에 어그로는 나한테 밖에 끌리지 않는다.

나야 각종 버프와 아이템으로 두 세대 정도는 막을  있지만, 다윤과 배린은 한 대만 맞아도 골로 갈 것이다.

나는 최대한 버텨 가면서 막아내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회복 포션을 물처럼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에는 유리병과 방패 조각들이 가득해졌다.


"준비됐어요!"

마침내 신호가 왔다. 화려하게 빛나는 다윤의 검. 나는 달려드는 멧돼지를 방패로 막아내다 이내 몸을 옆으로 빼냈다.


꾸웩?!
콰아아아아앙!!-


앞에서 막고 있는 사람이 사라지니 멧돼지는 그대로 앞으로 곤두박질쳐 근처 바위에 처박혔다.

"죽여버려."


다윤의 검의 빛이 발하더니 멧돼지를 향해 엄청난 섬광이 내질러졌다. 녀석의 어깨죽지가 심각할정도로 갈려졌으나, 여전히 멀쩡한건 마찬가지다.


"..진짜 괴물이네."

꿰에에에에!!!


울음을 토해내는 멧돼지 군주.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충격에 당황하는 녀석을 맨 주먹으로 3대를 때렸다. 멧돼지 군주는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고, 그 몸이 점차 줄어들어 어느새 평범한 멧돼지처럼 크기가 줄어들었다.


"후....깻다..."


드디어,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직업의 실마리를 얻었다.


[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

[ 당신의 존재를 마왕이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

[ 히든 직업, '최강자'의 흔적을 입수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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