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13화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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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여... 제정신인가?"
"응. 제정신인데?"
루드 주위에 있던 기사단들이 입을 벌린 체 놀라고 있었다. 설마 기사단장에게 도전장을 내밀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만큼 엄청 강하기도 하고.
[ 테라딘 공작령 기사단장 루드 LV.130
HP : 34800
설명 - 테라딘의 북부 공작령 기사단장 루드입니다. 능력에 비해 매우 강한 대검술을 사용하니, 극히 주의해야 합니다! ]
무려 130렙.
원래대로 라면 무슨 수를 써도 이기지 못할 상대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발언에 기가 찬듯한 루드는 경고하듯 말했다.
"용사...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지만 굉장히 무모하군. 다른 녀석을 고르는-"
"쫄았냐?"
"..뭐?"
"쫄았냐고. 안 쫄았으면 왜 빼고 있어. 이길 자신 없어?"
순간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루드가 등 뒤에 매고있던 대검을 뽑아 바닥에 내려찍었다. 폭탄이라도 떨어진것 마냥, 움푹 파인 훈련장 바닥.
역시 기사단장이라 불릴만한 괴력이다. 저 정도면 아무리 다윤이라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다윤이가 아니지.'
"할 생각이 든거지?"
"후회할 거다."
루드는 바닥에 박힌 대검을 뽑아든 체 나를 노려봤다. 나는 어깨를 살짝 으쓱한뒤,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내 허리춤에 있던 긴 장검을 하나 꺼냈다.
임시로 사온 헤파이스의 장검.
[ 헤파이스의 장검 (레어)
설명 -
대장장이 헤파이스가 만든 장검이다. 형태는 별 볼일 없지만, 성능 하나는 인정할 만큼 잘 제작된 장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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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40
공격력 : 170
요구 스텟: X ]
공격력 외에는 아무런 능력치도 붙지 않은 장검이다. 20골드짜리 목검이 공격력이 10이니 17배 더 세지만, 이보다 좋은 무기들은 훨씬 넘쳐난다. 바로 눈앞에 있는 저 무기만 해도 엄청나니깐.
[ 하얀 설인의 대검 (에픽)
설명 -
설인의 가죽 털을 덮어 만든 대검입니다. 강한 근력이 요구되지만, 그 효과 하나만큼은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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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120
공격력 : 620
요구 스텟 : 근력 80
특수 효과 : 타격 시 30% 확률로 대지 분쇄 적용. 2초간 슬로우 효과 발동.
패시브 : 근력 스텟 20% 상승. ]
역시 기사단장답게 좋은 무기를 들고 있구만. 무기만 따지고 볼 때 절대 이길 수 없지만....
"원래 고수는 무기에 연연하지 않는 법이지."
".... 시작하지."
루드는 대검으로 기사단 중 한 명을 가리켰다. 기사단은 멍하니 있다, 깜짝 놀라며 시작 카운트를 셌다.
"그, 그럼 시, 시작하겠습니다. 3... 2.... 1"
"시작."
내가 마무리 멘트를 뺏어 친 순간, 루드가 대검을 땅바닥에 후려쳤다. 다시 한번 순식간에 붕괴되는 훈련장.
이거 공작이 울겠는데? 매번 이렇게 부수면 남지도 않-
"우왁!"
"... 제대로 해라 용사!"
내가 감탄하고 있던 사이, 루드가 어느새 나에게 다가와 대검을 휘둘렀다.
[ 하급 이속 증가 포션을 사용합니다.]
[ 중하급 이속 증가 포션을 사용합니다. ]
[ 5분간 이동속도가 10% 상승합니다. ]
[ 5분간 이동속도가 20% 상승합니다. ]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소모성 아이템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저랩 구간의 버프 포션들은 효과가 좋지 않기에.
강한 힘을 통해 대검을 쓰는 전사 계열의 루드는 나와 이동속도가 거의 동일하다. 그렇지만 내가 이속 포션을 먹는 것만으로도 그 격차가 벌어져, 공격과 방어 면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나는 요리조리 피하면서 장검을 내질렀다. 역시 기사단장인가? 얇은 검흔을 계속 입으면서도 어쩐지 피가 안다는 느낌이었다.
"기사단장이 괜한 칭호가 아닌 모양이네."
"크흐.. 이제야 후회되는 거냐?"
"아니."
쉽게 안 죽는다는 걸 알았으니 좀만 제대로 해도 괜찮겠지?
[ 스킬 - 검술 강기(劍術剛氣)를 사용합니다! ]
피잇-! 하는 소리와 함께 루드의 눈이 커졌다. 선명하게 튀어 오르는 혈흔. 루드의 피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생체기만 나던 루드의 몸이 상처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슨..!"
"좀 아플 거야. 참으라고."
[ 스킬 / 검술 강기(劍術剛氣). LV.1
설명 -
최고의 강자이자 무인인, 최강자는 고민했다. 너무 강해진 자신의 힘이 자칫 잘못하면 힘 조절을 하지 못해 큰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힘을 자체적으로 차단해 아무런 능력도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성공했고, 훗날 이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 사이 섞여 들 수 있었다.
이것이 파멸을 불러올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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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패시브 On / Off (쿨타임 미적용)
모든 공격에 '강함' 스텟 효과를 적용하거나 미적용 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적용 상태 일시, 자체적으로 강함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쿨타임 3일) ]
스킬이자 패시브인 이 스킬은 사실상 쓸모없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강함을 봉인하는 스킬이니깐. 그러나 전직이 제대로 안된 상태의 지금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스킬이 없다.
'최강자는 강함 스텟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반동이 오니깐.'
"크윽!"
검을 휘두른다. 마치 그 최강자가 된 것처럼.
배고, 가르고, 찌르고, 그럴 때마다 뭔가가 떠오른다. 최강자의 기억들이 스며들어온다. 그래. 이건 어디까지나 연출이다. 고수의 직업을 전승하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영상. 그런데...
쿠당당탕!
"크아.... 쿨럭.."
".... 더럽게 선명하네."
일전에 봐온 영상들과 달리 너무나도 선명하다. 마치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것 마냥.
"그, 그만! 내가 졌다!"
"진 게 큰소리는 많네."
"크윽...."
루드는 피투성이가 된 체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나는 승리의 기쁨보다 다른게 앞섰다.
뒤바뀐 세계 속의 나. 모두가 잠든 세계.
하지만 뭐가 됐든 어쩐지 상관없을 거 같은 기분 들었다.
"별거 없구만."
이런 감상에 빠질 필요는 없겠지. 감상들은 빠르게 모든 퀘스트를 완료한뒤, 완전히 돌아간 다음에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치료 마법사들이 루드를 데려갔고, 경기를 지켜보던 다윤과 베린이 달려왔다.
"괜찮아요? 무리한 거 아니죠?"
"뭐야, 이번에는 안쓰러졌네?"
"..... 매번 쓰러지는 건 아니야."
확실히 몸에 크게 무리가 가지는 않았지만 살짝 지친 거 같기는 하다. ....스킬도 아니고 패시브 스텟을 쓰는데도 무리가 가다니.
만약 최강자가 완전히 전직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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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련을 마친 후 우리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공작은 여전히 불편한듯한 표정이지만, 그래도 실력만큼은 인정한 듯 말했다.
"역시 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님들이군요."
"갑자기 존댓말?"
".... 전에는 믿을 수 없었으니깐요. 실제로 저기 도시를 돌아다니는 무늬뿐인 용사들도 있으니깐."
역시.
아무리 용사가 신의 선택을 받든 말든 능력이 별로면 대우를 안 해준다 이거군. 뭐, 맞는 말이긴 하다. 지금 도시를 돌아다니는 대부분이 아까 대련할 때 있던 견습 기사조차 이기지 못할 테니깐.
공작은 하인을 불러 여러 장비가 들어가 있는 장비함을 들고 왔다. 그 안에는 지금 당장은 유용하게 쓸만한 장비들도 제법 있었다. 단검을 하나 집어 든 베린이 신난 듯 말했다.
"우와! 이거 유니크야! 엄청 비쌀 거 같은데?"
".... 일이 마치면 다시 돌려주십시오. 공작령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엥? 그러면 우리가 도와줄 이유가 없잖아."
"대신 모든 일이 끝나면 이것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공작은 자신의 집무실 책상 아래에서 뭔가 꺼내었다. 꺼낸 것은 붉은 보석이 걸린 목걸이였다.
"제라드의 목걸이네."
"아시는군요. 악마 중에서도 제법 강한 악마의 피를 굳혀 만든 목걸이입니다. 마력 운용에 뛰어난 효과를 지니죠."
나는 목걸이를 집어 들어봤다.
[ 해당 장비의 등급이 너무 높습니다! ]
적어도 레전드리 이상 아이템이다.
아무리 같은 이름의 장비라도 등급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저번에 봤던 초월의 목걸이보단 안 좋을지는 몰라도, 그에 준하는 수준 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3개나 구했지?"
"....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
원래 이런 스토리가 있었나? 나는 살짝 의문을 가졌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레전드리급 아이템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베린은 살짝 불만을 보였으나, 어차피 이 정도 목걸이면 유니크 단검을 상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장비니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넘어갔다.
"그럼 인원 지원은..."
"기사단 5명을 보내드리죠."
"5명? 너무 적은 거 아니야?"
분명 여기 기사단은 100명이 훌쩍 넘고 병사들은 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 고작 5명이라니... 공작은 사정을 이해 달라는 듯이 말했다.
"용사님도 아시다시피 지금 공작령 곳곳에서 마물들과 계속 전투가 벌어나고 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임무를 맡고 있는 기사단들의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노릇이니... 일반 병사들을 보내봤자, 검 한번 휘두르지 못한 체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겠지요."
맞는 말 이긴 하다. 레벨이 20렙 정도 되는 병사들이 백 명 천명 달려들어도, 고블린 한 마리 이길수는 없으니깐. 이전 시즌이면 몰라도 지금은 매우 강해졌기 떼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가보도록 하지."
"부디 임무에 성공하시길."
나와 일행은 그대로 집무실에 나갔다. 나간 자리에 홀로 남은 공작은 몸을 뒤로 젖혀 의자에 몸을 뉘었다.
".... 부디."
공작의 몸에는 붉은 기운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실... 성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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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이 용사들하고 가다니..."
"패배자가 말이 많구만."
"끄응..."
우리를 따라온 기사는 아까 훈련장에 있었던 루드와 다른 기사단 4명이었다. 부상을 당해서 다른 기사들이 올 줄 알았지만, 자기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나 뭐라나.
아무튼 드디어 메인 퀘스트에 진입했다.
- 모험의 여정 2-1 / 고블린 사냥
당신은 공작의 부탁으로 고블린 지대에 소탕을 부탁받았습니다. 급격히 강해진 고블린들을 모두 제거하기 위해,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고블린들을 처치하세요.
- 고블린 20마리 처치 (0/20)
"어이 용사. 우리가 뭘 하면 되지?"
"뭘 하긴? 명령 안 들었어? 고블린하고 싸우면 돼."
"우리끼리 말인가?"
"자신 없어?"
"상대는 수많은 주민들과 기사를 찢어 죽인 괴수다. 함부로 방심할 수는 없어."
"그렇네."
물론 우리는 그 괴수보다 훨씬 강하지만.
나는 공작에게 받은 유니크 칼을 휘휘 돌린 뒤, 손에 쥐었다. 역시 비싼 게 좋긴 하네.
"너희는 5명이서 한 마리씩 차근차근 잡아. 괜히 무리해서 잡다가 죽지 말고."
"그대들은?"
"우린 혼자 잡아도 충분해."
"만용이다!"
"만용이든 아니든 그건 우리가 판단하지. 너희도 직접 봤잖아."
루드가 살짝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우리의 실력을 보긴 했다만 정말 괴수들을 처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나는 베린과 다윤을 바라보고 말했다.
"다들 몇 마리씩 잡을래?"
"제가 10마리 잡을게요."
"그럼 난 5마리만 잡지 뭐."
우리의 장난스러운 대화에 기사들이 황당한 얼굴을 지었다. 이전에 그 무지막지한 고블린을 봐온 이들이라면, 그런 표정을 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지.
"다들 다음 퀘스트에 잡고."
나는 검을 든 체 고블린 무리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오자 미친 듯이 칼과 창을 든 체 다가오는 고블린들.
[ 타락한 고블린 LV.62
HP : 54000
설명 - 마왕에 의해 타락한 고블린입니다. 강인한 체력과 매서운 공격 속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고블린의 무기에는 중독 효과가 있으니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능력치다. 기사들이 놀랄만한 수준. 이 정도면 전시즌 하급 악마와 맞먹을 정도에, 고블린 주제에 에픽 무기 이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게 뭐?
"이번에는 내가 20마리 잡는다."
나의 검에서 거대한 돌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