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15화 최상위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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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흔히 마족이라고 불리는 이것들은 마왕군의 주요 병사들이다. 다른 몬스터들처럼 세계의 뿌려진, 혹은 다른 존재에게 힘을 받는 이들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어두운 마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중에는 가히 왕국이나 대륙쯤은 손쉽게 멸망시킬 수 있는 존재들도 있다.
마왕의 최측근들. 최상위 악마.
이명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마왕이 있는 통합 서버에 있지만, 가끔씩 상위 던전에서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감정의 악마 로드리아도 그러했다.
가진 힘은 다른 최상위 악마들에 비해 얼마 없지만, 상대의 정신을 무너트리기에 최적화 된 악마.
그런 존재가 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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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은 우리를 힐끔 바라봤다.
"....."
"아줌-"
그러고는 노란빛의 검격이 그림자 속에 있는 베린을 강타했다. 베린은 당황하며 뒤쪽으로 급히 이동했지만 미쳐 다 피하지 못한 듯, 지나간 자리에 피가 솟구쳤다.
...강하다.
원래대로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지금은 밤이다. 다윤의 능력과 180레벨의 악마의 능력까지. 지금 녀석은 우리가 잡으려던 고블린 킹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야! 다윤 정신 차려!"
"... 죽여버릴 거야."
역시 말이 안 통하나. 나를 향해 다윤이 다가온다. 나는 다윤의 공격을 최대한 막아내면서 무기 스킬을 발동했다.
콰가가가가!!
"...!"
순간적인 대미지를 입은 뒤 잠시 휘청거렸으나. 금세 상처가 아물더니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리드리아한테는 재생능력이 있었지.
'미친, 저걸 어떻게 막으라고.'
나는 욕설을 내뱉은 뒤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나갔다. 역시 죽이지 않고는 못 끝내는 건가.
"뭐야! 용사가 배신을 한 건가?"
급하게 숲 쪽으로 기사단을 피신시킨 루드가 나와 외쳤다. 루드를 보자마자 구름을 타고 순식간에 이동하는 다윤. 나 또한 빠르게 포복해 루드의 앞까지 이동했다.
"여길 왜 와! 도망쳐!"
"뭐?"
카앙!!!
쿠우우우웅!
검과 검이 부딪히면서 우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파동이 퍼져, 나와 다윤을 제외한 모두가 튕겨져 나갔다. 내 뒤쪽에 있던 루드도 어느새 저 멀리 있는 나무에 처박혔다.
"일단 벗어나있어! 절대 오지 말고!"
"아, 알았다. 용사. 지원 병력을 불러오지."
"아니. 안 불러와도 돼."
나는 검술 강기를 최대로 활성화시켰다.
"나 혼자서 충분하니깐."
창고에서 급하게 다른 유니크 무기를 하나 더 꺼냈다. 한 손에는 검. 다른 한 손에는 장검. 쌍검술은 써본 적 없지만 지금은 뭐라도 할 수밖에 없다.
[ 검술 강기 LV.2가 발동합니다! ]
패시브 이자, 스킬인 검술 강기는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텟 증가량이 늘어난다.
[ 강함 스텟이 120%로 적용됩니다! ]
물론 그만큼 무리가 더 가지만.
"아아아아!"
다윤의 검술이 치고 들어온다. 나도 그에 맞춰 반응한다. 한 손에 있는 검으로 막고, 다른 한 손으로 공격한다. 역시 로드리아인가. 이렇게까지 몰아붙이는데 계속해서 회복한다. 다행히 그 무지막지한 강기는 멋대로 쓸수는 없는 모양이다.
"으으...죽여버릴..."
....그러고 보니 만약 빙의 형태가 아니라 진짜 최상위 악마, 로드리아의 본신이 눈앞에 나타나서 싸웠다면. 나는 한 합만에 바로 죽었을 것이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운이 나쁘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한방에 끝내야 한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한 건 나다. 물론 빙의 시간도 한계가 있겠지만, 나 역시 검술강기를 발동하는 시간이 한정돼있으니깐.
그렇다고 일격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은 단순한 메인 퀘스트가 아닌, 스토리 퀘스트로 인해 퀘스트가 달라졌다. 여기서 내가 다윤을 잡고 쓰러진다면, 부상을 입은 베린 혼자 고블린 킹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로 끝날 것이다. 그러면...
"레전드리 목걸이를 못 얻는... 그건 안돼!"
"읏..!"
순간 거세진 내 검이 다윤을 강하게 내려쳤다. 엄청난 출혈과 함께 다윤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너무 욱해서 순간적으로 그랬는데. 설마 죽진 않았겠지?
하지만 내 기대를 저버리듯 벌떡 일어서더니, 준비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저건.... 그때 그거군."
대련당시 쓰던 스킬. 다윤의 주위로 노란빛의 검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빙의된 악마가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한방을 노리는 모양인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나는 아까 고블린 새끼를 죽일 때 쓰던 퇴마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흠칫 놀라는 다윤의 눈빛.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공격력은 일반 목검보다 낮지만 특별한 능력이 인챈트 되어있는 이 검은.... 솔직히 쓰고 싶지 않다. 준비 시간도 필요할뿐더러, 무엇보다도...
"태초의 어둠에서 태어난 악의 존재여...."
시전 멘트가 쪽팔리거든.
"모습을 드러내라!!"
"키아아아아아!!!"
나의 오글거리는 멘트를 참을 수 없는 듯, 다윤이 울부짖기 시작하더니 붉은색 기운이 공중에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영혼이 빠져나간 듯 다윤은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고. 붉은 기운은 하나의 형상을 띄었다.
[ 감정의 악마 로드리아 LV.220
HP : ???
설명 - 현재 대상을 파악하기에는 관찰 레벨이 너무 낮습니다! 너무나도 강한 존재입니다! 싸움을 피할 것을 권장합니다. ]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 예상은 했지만 역시 능력치는 보이지 않는다. 이건 전 시즌도 그렇긴 했지만, 훨씬 강해진 것도 한목 할 것이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만약 여기서 싸움을 계속 한다면 순식간에 죽을 테니깐.
하지만 쳇... 거리며, 아쉬운듯한 소리를 남긴 체 사라졌다. 아무래도 벌써 등장하기에는 시기가 이른 모양이다.
[ 감정의 악마, 로드리아를 격퇴 시켰습니다! ]
[ 골드 300,000G, 경험치 300,000xp를 획득했습니다. ]
[ 로드리아의 혈석을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57로 올랐습니다. ]
"고작 30만 골드?"
아무리 본신이 아닌 빙의체를 막았다 해도, 30만 골드는 너무 짜지 않나? 무려 220레벨의 최상위 악마중 하나인데. 그나마 쓸만한 건 레벨이 좀 올랐다는 거와 혈석 정도. 나중에 이걸로 쓸만한 장신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보다... 숲이 개판이 됐네."
나와 다윤의 싸움으로 거의 숲의 대부분이 날아갔다. 역시 마왕... 자연 파괴의 주범이라 불릴만하다. 내 탓도 있는 거 같지만 용사로서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우...."
숲 한쪽 구석에 베린이 그림자로 숨지도 못한 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아마도 우리 둘의 싸움에서 계속 피해 다니느라 이런저런 상처를 입었겠지. 나는 각종 회복약들을 산뒤 덕지덕지 바르고 뿌려주었다. 상처가 빠르게 완화되자, 어느새 정신이 되돌아왔다.
"... 너. 싸움은 끝난 거야?"
"어."
"괴물 같은 아줌마..."
나는 녀석을 손을 잡아 일으켜줬다. 그리고 다윤에게도 다가가 회복약을 발라주려고 했는데 몸은 멀쩡했다. 아무래도 로드리아 때문에 회복이 이미 된 상태겠지.
"문제는 정신인데... 일단 숙소로 보내는 게 낫겠네."
"... 또 공격하는 건 아니지?"
내가 다윤을 두손으로 안아 들어올렸다. 베린이 겁이 난 듯 뒤로 슬그머니 빠졌다. 평소 같으면 그림자로 숨었을 텐데 아무래도 능력을 너무 많이 사용한 모양이다.
"이제 멀쩡할 거야. 그리고 다윤이 그렇게 무르지도 않고."
"?"
이때까지 본 다윤은 아무리 새끼라도 몬스터를 살려주고 그러는 녀석은 아니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마도 악마가 다윤의 감정을 증폭시켜서 이전 빙의체였던 고블린 새끼를 지키도록 만들었겠지.
....어쩌면 살려주고 싶은 마음은 진짜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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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다윤을 숙소에 대려다 준 뒤 베린과 다시 고블린 킹이 있는 장소로 왔다. 시간이 제법 지나 벌써 동이 트던 중,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기사단은 어디로 튀었지?'
돌아가라고 하긴 했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성으로 잘 돌아가지 않았을까?
"크하하하하! 하찮은 인간 놈들이 또 왔구나!"
흔한 악당 같은 멘트를 치는 고블린 킹.
[ 타락한 고블린 킹 LV.70
HP : 103,000
설명 - 마왕에 의해 심하게 타락한 고블린들의 왕입니다. 강한 체력과 더불어 무쇠 같은 철퇴를 사용하니 극히 주의해야 합니다. ]
물론 그럴만한 멘트를 칠 정도로 강하긴 하다. 하지만 이전에 220레벨의 악마를 보고 와서 그런지 그렇게 큰 감흥이 나진 않았다.
"이번에도 딜 넣어야 해?"
"어. 그 무기면, 만정도는 넣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쌍검을 든 체 고블린 킹 앞까지 다가갔다.
[ 스킬 / 쌍검의 길. LV.1
설명 -
"바람에도 길은 있는 법이다."
바람과도 같은 쌍검술을 펼쳤던 한 사내가 만들어낸 스킬이다. 그가 쌍검을 휘두르면 공기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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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쌍검의 숙련도를 증가시킵니다.
직업 - 어쌔신 일시, 이도류 숙련도 추가 상승.
직업 - 쌍검 무사 일시, 쌍검 스텟 50 상승. ]
다윤과의 전투 당시 급하게 구매한 스킬. 사실 대부분의 스킬들은 일반 유저들은 구매하기가 힘들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대부분의 직업은 무기 숙련도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검사가 익힐 수 있는 총 숙련도가 30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검술에 30이 오르면 좋겠지만 만약 이전에 창술을 5 정도 올려놨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검술을 25밖에 못 올리는 것이다. 그렇기에 초반부에 일부로 다른 무기들을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최강자는 모든 무기를 다뤘던 직업.
올릴 수 있는 숙련도가 타 직업에 비해 심각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많다.
....뭐, 예전에는 숙련도 초기화 같은 게 있긴 했지만 지금은 캐시샵이 사라졌으니 넘어가고.
"아무튼 손쉽게 쓸 수 있다는 거지."
"그만 죽어라 인간들!"
고블린의 영역에 다가서자 바위 같은 철퇴를 나를 향해 내려찍었다. 나는 옆으로 살짝 피한 뒤 쌍검을 내질렀다.
[ -2700! ]
[ * -5400! ]
"크음! 인간 주제에 제법 날카롭구나!"
쌍검의 좋은 점은 특성상 반드시 두 번째 공격은 치명타가 터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만큼 다루기 어렵지만, 스킬을 사면 그런 점을 극복할 수 있으니 검을 한 개 쓰는 것보다 훨씬 남는 장사다.
"내 차례!"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베린이 순식간에 고블린 킹의 그림자로 이동한 뒤 뒤통수에 칼을 꽂아 넣었다. 쉐도우의 특수능력 중 하나인, 상대 그림자로 이동하는 스킬.
아무래도 레벨이 오르니 풀린 스킬들이 몇 개 있었던 모양이다. 파티가 되어있어서 악마 격퇴 보상이 같이 들어갔던 거 같은데... 하지만 주요 딜은 내가다 넣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경험치 정도 받았겠지.
"크아아아!"
큰 대미지를 입은 듯 고블린 킹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바닥에 마구 철퇴를 내려쳤다. 바닥에 균열이 생기고 그림자가 불안정해지자, 베린이 지상으로 급히 빠져나왔다.
"아씨. 바닥을 다 부시네."
"수고했어."
녀석이 시간을 끌 동안 나는 준비하고 있었다.
일격(一擊)을 쓰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