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16화 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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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타 보스들과 마찬가지로 고블린 킹또한, 로드리아만큼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피가 회복되고 있다.
[ +500! ]
[ +500! ]
[ +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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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1초마다 피가 500씩 차는 괴물. 물론 계속해서 치열하게 싸우면 깎을 수 있겠지만.
"한방에 끝내야 재미있지."
이론상 할 수 있는 모든 체력 버프와 장비들은 이미 준비 해뒀다.
이제 마무리 작업만이 남았다.
[ 스킬 검술 강기를 발동합니다! ]
[ 스킬 공격 증폭을 발동합니다! ]
[ 스킬 강기의 지혜를 발동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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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검의 길 외에 미리 사뒀던 수많은 버프 스킬들이 한대 모이더니 손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을 보고 고블린킹이 당황한 듯 주춤거리고 있었다.
"자! 간다!"
[ 스킬 - 일격(一擊)을 시전합니다! ]
이전에 썼던 느낌과 차원이 다른 기운이 내 손을 타고 칼끝을 넘어 발사되었다. 마치 초월적인 무언가를 보듯, 멍하니 검기를 바라보는 고블린 킹.
이윽고 고블린 킹의 몸이 두 동강 났다.
[ -167,000! ]
[ * -334,000! ]
"와우."
이 정도 대미지는 정말 오랜만에 본다. 거의 내 세기말 일반 스킬 딜과 맞먹는 수준인데... 역시 최강자라 불릴만한 위용이다.
그리고..
"크읍...!"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마치 사람을 통구이로 만드는듯한 느낌. 리바운드가 오기 시작한다. 나는 침착하게 아까 사둔 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 리니의 회복약
설명 -
아기천사 리니의 피 한 방울로 만든 약입니다. 알약 형태의 이 약은, 한번 삼킬 시 모든 내상을 회복하고 축복을 내려준다고 알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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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모든 내상을 회복합니다.
단 '타락'효과가 적용 중 일시 회복량이 50% 감소합니다.
회복 시 모든 능력치가 10분간 15% 상승합니다. ]
무려 한 알 당 2000만 골드나 하는 미친 약.
이전에 나였다면 절대 사지 않을 아이템이지만 지금은 가능하다. 아까까지만 해도 온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던 몸이,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 당신은 최초로 50만 대미지를 돌파했습니다! ]
[ 칭호. 최강의 가호가 지급됩니다. ]
[ 30만 대미지의 칭호가 전 주인으로부터 회수됩니다. ]
[ 해당 칭호는 대미지 100만 이상의 유저가 나올 시, 그 유저에게 전해집니다. ]
"어라?"
나는 살짝 놀랐다. 칭호를 얻어서 놀란 게 아니다. 칭호를 얻기 위해 이런 기행을 벌인 거니깐. 내가 놀란건 다른 부분이다.
[ 30만 대미지의 칭호가 전 주인으로부터 회수됩니다. ]
일정 수치마다 가장 높은 대미지에 달성한 사람만 얻을 수 있는 칭호, 최강의 가호.
엄청난 버프가 있는 이 칭호는. 10만, 30만, 50만, 100만. 이런 순으로 10만을 먼저 달성하면 처음 칭호를 얻고, 다른 사람이 30만 대미지 이상을 달성할 시, 더 좋아진 칭호를 뺐을 수 있다.
나는 못해도 10만은 나올 거라고 생각해 기술을 썼고, 당연히 얻을 줄 알았지만...
'벌써 30만 대미지를 넣은 사람이 있다니...'
이건 단순히 지속 딜로 계산하는 게 아니다.
한방.
단 한 방에 그만큼에 딜이 나오는 것만 인정해 준다. 쌍검술은 무기 특성상 하나로 인정해 준다. ....사실 일부로 꼼수를 노려서 한 것이긴 한데...
"....무명인가?"
나보다 이미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랭킹 1등. 역시 그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대체 무슨 직업이길래 30만 대미지를 욱여넣었는지 모르겠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특성이 바뀐 것도 모자라 칭호까지 뺏어버렸으니. 이젠 진짜로 나를 다시 만나면 죽여버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길수도 있으려나?"
"뭘 이겨?"
고블린 킹의 드롭템을 줍고 있었던 베린이 다가왔다. 나는 별거 아니야 라고 얼버무린뒤, 아이템을 정리했다.
[고블린 킹의 철퇴 (에픽)
설명 -
타락한 고블린 킹의 철퇴입니다. 강한 근력이 요구되지만, 그에 걸맞는 굉장히 강한 파괴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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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60
공격력 : 290
요구 스텟 : 근력 60, 체력 20
특수 효과 : 타격 시 90% 확률로 대지 분쇄 적용,
3초간 출혈 효과 적용.]
[고블린 킹의 어깨 갑주 (유니크)
설명 -
타락한 고블린 킹의 어깨 갑주입니다. 튼튼하고 가벼운 재질로 쉽게 파괴되지 않고 특수한 효과가 붙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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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60
방어력 : 120
요구 스텟 : X
패시브 : 모든 피해 10% 감소, 물리 피해 20% 추가 감소.
액티브 : 고블린의 의지 - 시전 시 5초간 모든 피해의 50% 흡수한 후, 그 수치의 2배만큼의 보호막을 10초간 생성. (쿨타임 5분)]
"이건 좀 괜찮네."
나는 어깨 갑주를 그대로 착용했다. 이 정도면 그라티아 세트를 끼기 전까지 웬만한 장비들 보단 훨씬 좋을 것이다. 베린 역시 좋은 신발을 얻었는지 금세 착용해 빠르게 뛰어다녔다.
"그럼 돌아가자."
레전드리 목걸이를 얻으러.
[ 모험의 여정 2-5 고블린 킹 토벌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
[ 골드 2000G, 경험치 90000xp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이 60으로 올랐습니다. ]
[ 칭호 / 최강의 가호 (레전드리*)
- 가장 높은 대미지를 입힌 단 한 명만 얻을 수 있는 유일 칭호입니다.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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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지..."
다윤은 숲속을 걷고 있다. 분명 우리는 악마와 싸우고 있었는데... 이질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익숙하다. 뭔가가...
"다 너 때문이야!."
"어? 뭐라..."
"너 때문이라고!!"
한순간의 정경이 바뀌더니 쓰러진 사람들이 보인다. 모두 오래전 자신이 아는 같은 길드원들. 그 눈앞에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아니, 싫어하게 될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깐 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어서 이 꼴을 만들어."
그 사람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알지? 이건 너 때문인 거? 네가 받아주기만 했으면 됐는데..."
싫다.... 벗어나고 싶다....
도대체 언제까....
"아...마는 아직... 자네. 일을 ..렇게 벌려놓고."
"시...러 임마."
흐릿한 시야 너머로 인기척이 들린다.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보고 싶던 사람들. 그리고 눈을 뜨니...
"김다윤? 왜 울고 있어."
"아... 윤 씨?"
"어. 그래 그 윤 씨야. 고블린 킹은 나랑 베린이 잡았고, 넌 당장 일어나서 공작성으로 가야..."
푹.
침대에 살짝 기대앉은 김윤에게 머리를 기댔다. 이러면 안 되는데, 또 그런 상황이 생기면 안 되는데...
오해하면 안 되는데...
하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붙잡고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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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다윤이 내 팔에 기대어 한없이 운다. 아무래도 로드리아의 영향이 큰 모양이다. 로드리아는 사람의 트라우마를 건드려 감정을 증폭 시키니깐.
나도 딱 한 번 걸려보긴 했는데, 나는 별 트라우마 없이 살아서 별로 효과는 없었다....사실 몇 개 있긴 하지만.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였다. 나는 말없이 머리를 토닥여줬다.
"이래서 솔로는 서러워서 살겠나..."
"그런 거 아니야. 지금 정신이 혼란스러워서 이렇게 하는 것 뿐이지. 그리고 어린놈이 뭘 벌써부터 솔로니 뭐니..."
"윽 진짜, 꼰대네.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면서!"
"8살이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 내가 술 먹을 때 너는 요구르트 먹고 있었다."
베린이 씩씩거렸다. 뭐, 누가 보면 딱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감정은 없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마음을 가져.
물론 나는 지금의 얼굴과 현실의 얼굴이 같지만 다윤은 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같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제정신이 아니니깐. 그리고...
'뭔가 꺼림칙한 게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이 일에 대해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물어봐야겠다. 이 정도까지 심각하게 된 건 아마도 게임 내에서 일어난 일일 확률이 높으니깐. 저번에 이상한 꼬맹이가 왔던 것도 그렇고.
"....."
다윤은 한 30분 동안은 계속 내 팔에 기대었다. 다윤이 정신을 차린 것은 베린이 한번 나갔다 들어와 소리가 들린 이후였다.
"아..."
"이제 괜찮냐?"
정신을 차린듯 다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다윤은 허둥지둥하다가, 이내 급하게 침대 한쪽 구석에 있는 모자를 썼다.
"그... 죄송해요."
"뭘 죄송해. 오히려 고마운데?"
"네?"
"너 덕에 악마를 쉽게 잡았으니깐. 그거 아니었으면 칭호도 못 얻었을걸?"
얼떨떨한 표정을 짓는 다윤. 실제로 만약 악마를 잡지 못해서 레벨업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대미지가 부족해 칭호를 못 얻었을 것이다.
49만 이여도 50만이 아니기 때문에 뺏을 수 없었을테니깐.
"아무튼 너무 죄송해 하진 말고. 고블린 킹은 잡았고, 성으로 가서 보상도 얻어야 해."
"아... 네"
"그럼 가자."
나는 다윤에게 손을 뻗었다. 다윤은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역시 좀 진정시키니 아까보다 훨씬 괜찮아진 표정이었다.
"으... 커플 극혐."
"커플 아니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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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린이 살짝 초를 치긴 했지만 다윤은 아무 말도 없이 숙소를 나온 후, 우리는 성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금 만날 수 없다고?"
"네. 공작님은 현재 많은 업무로 휴식 중에 있습니다."
"...???"
아무리 스토리 퀘스트로 내용이 변질됐다고 하더라도 못 만나게 하는 경우가 있었나? 아까 도망쳤던 기사들은 성의 입구를 막고 있었고, 남작 제른은 우리를 설득하듯 말을 꺼냈다.
"최근 들어 마물들의 피해가 극심해졌습니다."
"우리가 그 마물들을 처리해 줬잖아."
"물론 초록 마물들은 처리되었지만 다른 강한 마물들이 존재합니다. 초록 마물들이 사라지자 다른 마물들이 더 날뛰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들의 활동으로 테라딘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테라딘 공작령의 삼면은 몬스터의 영역이다.
고블린, 오크, 인어.
인어가 그중 가장 강하고, 그 다음은 오크. 고블린은 최약체에 불과하다. 고블린 20마리가 날뛰는 것보다 오크 2마리가 날뛰는게 훨씬 위협적이니깐. 문제는 지금 그걸 논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 그게 우리 잘못이라는 거야? 열심히 잡아줬더니만!"
베린은 제른을 위협적으로 노려봤다. 그러나 제른은 눈 하나 깜짝 안 한 체 말에 대답했다.
"용사님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다만 시간을 기다려달라는 것입니다."
"저희는 힘들게 고블린을 처치하고 왔어요. 이상한 악마도 만났고요. 그에 대한 보상만 먼저 받을 수 없을까요?"
"...... 돌아가 주십쇼. 여유가 되는대로 용사님을 모실 사자를 보내겠습니다."
"이게 진짜!"
베린과 다윤이 제른을 상대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나는 주변의 기사들을 살펴봤다.
"....."
"....."
"....."
이 정도 소란에도 말하나 안 하는 기사단들. 어제 보았던 그들과는 전혀 다른 태도다.
"......."
심지어 큰소리로 소리치고, 다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던 루드마저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공작성 위쪽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분명 어디선가 한번 만나본 적이 있는 기운이다.
'뭔가 있다.'
냄새가 난다. 히든 퀘스트의 냄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