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20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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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떤 선택을 하든 공작은 죽었다.
아니, 이미 리비엔과 계약한 순간부터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겠지. 만일 내가 다른 선택을 해서 조금더 살았다 해도, 악마에게 몸을 이러 저리 이용당하다 죽었을 것이다.
"아니... 바뀐 게 하나 있네."
내 손에 들린 초록빛의 목걸이. 분명 보상을 얻을 수 없다고 했는데 공작은 나에게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살릴 수 없는 게 정해진 거였다면. 이건 왜 준 거지?"
제라드의 목걸이는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물론 3개를 받아야 하지만, 내가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른 순간부터 보상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왜 공작은 나에게 목걸이를 주었을까.
"끝난 모양이군요."
"너...?"
뒤쪽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나타난 사람은 남작 제른이였다. 집무실 건물 파편에 깔렸다 생각했는데 용케 빠져나온 모양이다.
"그런데... 공작님께서는 영면하신 겁니까?"
"..... 그래."
"이거.. 안타깝게 됐군요."
나는 제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슬픈 얼굴보다는 무덤덤한 얼굴이었다. 제른은 내 쪽으로 와 공작의 시체를 안아들은 체 내 쪽을 바라봤다.
"용사님. 이 세상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누군가 마왕을 처단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반복될 것입니다."
"... 알면 보상이나 잘 챙겨 주던가."
"보상은 황실에서 나서서 해줄 것입니다."
"네가 안 하고?"
"제가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더불어 공작령은 당분간 혼란할 겁니다."
제른은 무덤덤한 거 같으면서도 어쩐지 장난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한 감정은 알 수 없었다.
마치 내게 보여주는 감정도 가짜같았다.
"너는 정체가 뭐냐."
"저는 에덴 공작님의 집사, 남작 제른입니다."
"그걸 묻는 게 아니야."
"....."
제른은 잠시 나와 신경전을 벌이다, 이내 고개를 돌려 아래로 내려갔다.
"확실한 건 저는 용사님들의 편입니다. 알아주시길..."
"....."
착각일까? 한순간 녀석에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이 보였다. 그러나 그 뿔은 이내 다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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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갈래 길 - 히든 퀘스트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
[ 골드 1,500,000G, 경험치 2,000,000xp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79로 올랐습니다. ]
[ 칭호 - 공작령의 수호자를 획득했습니다. ]
[ 칭호 / 공작령의 수호자 (유니크)
- 멸망 위기의 공작령을 수호한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입니다
*테라딘 공작령 내에서 모든 세금이 면제됩니다. 또한 공작들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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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뒤 공작의 장례식은 성대히 치러졌다.
악마와 계약했다는 소문은 다행이 퍼지지않았다. 죽은 에덴 공작을 대신해 새로운 공작이 취임했다. 나이는 에던 공작에 비해 120살이나 어린, 18살의 공작.
아무래도 황실에서 따로 보낸 모양이다.
여전히 제른은 공작의 비서 역할을 맡았다. 녀석은 여전히 수상했지만 지금 당장 파악할 수 있는 건 없었다.
"....."
퀘스트 내용대로라면 제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이곳은 3년 안에 멸망하겠지.
나는 공작령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에서 도시를 내려봤다.
언젠간 사라질 정경들을 두 눈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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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돌아왔다!"
"돌아왔네요."
그날로부터 3일이 지난 후 베린과 다윤은 다시 테라딘에 숙소로 돌아왔다. 듣기로는 잠시 동안 부활 대기장소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부활 대기장소?"
"네. 그곳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어요. 그리고 로그아웃도 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잠시 나갔다 왔는데 와씨, 다 자고 있어."
역시 아직까지도 슬라임을 못 깬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야 히든 전직이라 이전보다 훨씬 빨리 진행하고 있지만, 전직이나 좋은 특성을 얻지 못한 이들은 렙이 낮으면 낮을수록 높은 몬스터를 잡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지금쯤 하수구에서 서식하는 '정말 정말 약한 슬라임' 을 주구 창창 잡고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슬라임 또한 강해졌겠지만.
나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줬다. 공작이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일, 술수를 써서 악마를 포획한 일, 그리고 공작이 죽은 일...
열심히 설명해 줬지만 정작 둘은 다른 것에 관심이 있어 보였다.
"와... 너무 귀여워..."
"냥?"
"꺄아!"
다윤은 침대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당근을 먹던 토끼를 냉큼 안아들었다. 토끼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며 남은 당근을 마저 먹었다. 그 모습을 보던 베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결국 혼자 좋은 거 먹었다는 소리네."
"아니, 상황이 그렇게 된 거지. 뭘 꼭 그렇게 말..."
"흥, 그럼 나 목걸이 줘."
"목걸이?"
"어. 너는 그 악마 잡아넣은 목걸이 있잖아."
"흐음....."
원래대로 라면 퀘스트 특성상 두 번째를 선택했기에 목걸이는 얻을 수 없었지만, 나의 변수로 인해 1개의 목걸이를 얻을 수 있었다.
레전드리 아이템, 제라드의 목걸이.
최상위 악마였던 리비엔이 다른 악마의 피로 만들었던모양인데..... 근데 제라드는 다른 최상위 악마인데.. 어떻게 만들었지?
제라드는 다른 악마들과 다르다. 굳이 말하자면 마왕 바로 아래의 존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고작 리비엔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했다.
내가 잠시 생각에 잠기자, 토끼랑 놀던 다윤이 토끼를 잠시 무릎에 앉힌 체 나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내 목에 걸린 3개의 보석이 달린 펜던트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목걸이로 악마를 부릴 수 있는 건가요?"
"이거? 난 소환사가 아니라 그런 건 못해."
만일 내가 소환사라면 잡은 몬스터를 부릴 수 있지만 그 외 직업은 단순히 그 몬스터의 스킬과 능력만 사용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전 시즌과 동일하겠지.
답을 기다리던 베린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 줄 거야?"
"일단 기다려봐. 이 해답부터 알고 가자."
"?"
원래 봉인의 펜던트에 한번 들어간 녀석은 소환수가 꺼내주거나 봉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의사를 표출할 수 없다. 하지만 녀석은 무려 240레벨 최상위 악마. 의사표출 정도는 되지않을까?
나는 펜던트의 스킬을 시전했다. 그 순간 내 몸에 붉은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리비엔 - 스킬, 붉은 나락 LV.1을 사용합니다! ]
[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하고,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30% 상승합니다. ]
[ 모든 공격에 '낙인' 효과가 부여됩니다. ]
[ '낙인' 효과가 부여된 대상을 공격할 시, 전체 체력에 3%만큼을 흡수합니다. (쿨타임 5초) ]
최상위 악마답게 엄청난 상승효과다. 몸에 살짝 부담이 가지만, 이 정도면 어지간한 히든 직업 패시브보단 훨씬 좋을 것이다.
나는 펜던트를 톡톡 두드렸다.
"어이 리비엔 들리냐?"
"....."
"야? 말 못 하냐? 최상위 악마가 고작 말도 하나 못하네."
역시 안 되나 싶던 찰나, 작게 말이 들려왔다. 짜증난다는 듯한 말투.
".... 꺼져라."
"뭐야, 말할 수 있네."
"왜 부른 거냐. 적당히 사용하다 뒈지지."
"거 악마라 그런지 말이 험하구먼."
"공작처럼 몸이 뺏기고 싶은 거냐?"
"뭐?"
이게 오냐오냐해줬더니 주제를 모르네. 나는 곧바로 상점창을 열어 성수를 샀다. 악마족에게 매우 효과적인 액체.
물론 중급 악마 정도만 돼도 그냥 물놀이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이 녀석한테는 다르다.
성수를 들자 펜던트가 기겁을 하기 시작했다.
"너... 무슨 짓을 하려고.."
"뭐긴, 주인 말을 안 듣는데 참교육 좀 해줘야지."
"머, 멈춰라! 내가 누군지 아, 알고!"
응, 잘 알지.
나는 성수를 그대로 펜던트에 부었다. 성수의 방울 방울이 펜던트에 닿는 순간 큰 비명 소리가 방안에 울려퍼졌다.
"끄아아아아-!"
"어때? 시원하지?"
"고작... 이따위, 액체 따위에!"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좋아하는데? 너 물놀이를 참 좋아하는구나?"
"끄으으으..."
그 뒤로 한참 동안 '하찮은 용사가!' 따위의 말을 지껄이다, 그새 기절해 말이 없어짐과 동시에 펜던트의 빛이 사그라 들었다. 설마 죽었나 싶었나? 싶었지만 30분 후 빛이 다시금 돌아왔다.
역시 전직 최상위 악마라 쉽게 죽지는 않는 모양이다.
"으... 여긴..?"
"안녕? 잘 잤니?"
나는 장난스럽게 성수가 담긴 병을 흔들거렸다. 펜던트는 기겁한 듯 바들바들 떨었다.
"그, 그만! 원하는 것을 말해라!"
"벌써 포기? 시시하게. 아직 성수 7병 남았는데. 널 위해서 특. 수. 히 제작된, 중급 악마도 보내버릴 수 있는 5백만 골드짜리 성수도 준비했는데 말이야."
성수답지 않게 붉은빛으로 색칠된 병을 본 펜던트는 거의 진동 기계처럼 파들파들 떨며 또 기절했다. 나의 정화 작업을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베린이 한마디 말했다.
"누가 악마인지 모르겠네."
뭐래, 완전 천사 그 자체인데. 내 등에 날개가 보이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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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동안이나 기절하다가 일어난 리비엔은, 결국 뭐든 할 테니 제발 그것만은 뿌리지 말라고 사정사정 빌었다. 마왕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최상위 악마를 이렇게 쉽게 다루다니.
마왕이 이 사실을 알면 화병이 절로 나, 목덜미 잡고 쓰러질 일 이였다.
"지금도 보고 있으려나?"
"뭘... 말입니까?"
펜던트 안의 리비엔은 어느새 말투가 공손해졌다. 옆에서 다윤이 '악마가 불쌍해 보일 지경이네요.. 라며 말했지만. 나는 무시한 체 목걸이를 하나 꺼내들었다.
"야. 이거 어떻게 만든 거냐."
250레벨, 최상위 악마 제라드.
마왕의 최측근이자. 당시 리비엔이 말한 마왕의 뜻에 반하는 생각을 가져도 살아 있을만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본신의 리비엔은 제법 강하지만 제라드를 이길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그건 하페루아님이 만드신..."
"하페루아? 그게 누군데?"
"합...!"
리비엔이 말하면 안 된걸 말한 듯,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나는 아까 뿌리지 못한 붉은 성수를 들이밀었다.
"말 안 하면 붓는다."
"그, 그게 저,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규, 규율이라... 이, 이건 성수를 부어도 저, 절대 말 못 합니다."
"흐음...."
그렇게까지 나온다면야...
내가 성수를 집어넣자 안심한 듯 펜던트에서 안심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페루아...하페루아... 왠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누구지?
모든 악마를 꿰뚫고 있다고 자신하는 나인데. 도무지 알수없는 악마의 이름이 나왔다.
"목걸이는 안 물어보겠다만, 너 공작의 몸은 왜 뺏은 거냐."
"그건.... 당신을 감시하는데... 당신을 방해하기 위한, 최적화된 인물이라..."
".... 감시?"
"그, 그렇습니다."
"감시라... 흐음..."
이전에 내가 최강자의 흔적을 처음 입수했을 당시 뜬 메시지가 하나 있다.
[ 당신의 존재를 마왕이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
마왕이 나를 주시한다.
말은 그렇지만 사실 어디서 시선이 느껴지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느껴지는 건 다른악마들이었지.
설정상 최강자는 마왕을 단신으로 이긴 적이 있으니깐 같은 힘을 계승한 나를 감시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