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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22화 동료 (22/318)



〈 22화 〉22화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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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할게."
"어?"

겨울이 어느덧 4번이 더 지난날.
한겨울에 창문을 열고 있어, 종이가 집무실에 펄럭펄럭 날렸다.  종이들은 무형의 힘에 의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뭔 소리야. 시끄럽게 하지 말고 마법 숙제나 제대로..."


느닷없이 한밤중에 찾아와서 뭐 하는 짓일까. 가뜩이나 업무가 쌓여 스트레스를 받던 이랑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에덴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작위. 물려받겠다고."
".... 어?"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받으라 받으라 할 때도 안 받던 녀석이 갑자기 무슨 바람이  걸까. 에덴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이제 21살이잖아. 더 이상 보살핌 받을 나이는 아니니깐. 나도 이제  일해야지."
"... 녀석 이제 컸네."
"할망구는 맨날 할망구 아니라고 하더니, 할망구 같은 말만 하네."
"오늘도 전기찜질 당할래?"
".... 아니."


걱정과는 다르게 에덴은 빠르게 공작위에 적응했다. 주민들을  보살피고, 경제나 정치에도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이럴 거면 왜 안 한다고 뻐팅긴 건데.'


이랑은 혹시라도 녀석이 사고 칠까 겁이나, 2년 동안은 녀석의 곁을 지켰다. 만일 제대로 공작위에 오른 녀석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까. 지랄맞은 성격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하지만 그 생각이 무색하게 녀석은 다른 공작들과도 뒤쳐 지지 않을 만큼의 능력을 보였다. 이랑은 녀석의 모습에 만족하고 자리를 뜨기로 결심했다.
성을 떠나던 날. 소식을 들은 에덴이 중요한 회의를 내팽개친 체, 급하게 이랑에게 달려왔다.


"뭐야? 넌 갈려니깐 사고를 치냐. 오늘 중요한 회의 있는 거 몰라?"
"하아.. 하아... 할망구는 왜 갑자기 떠나! 말도 없이!"
"이미 10일 전에 간다고 말해뒀거든."
"... 그랬나?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그럼 간다. 사고 치지 말고."
".... 안 가면 안 돼?"
"어?"

에덴은 무릎을 숙여 이랑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누가 보면 딸과 아빠처럼 보이겠다만, 실상은 그 반대 였다.

"할망구. 여기 있으면 먹을 것도 항상 좋은 거 주고, 청소나 빨래, 각종 편의를 다 하인들이 돌봐줘서 편하잖아. 그런데  굳이 떠나는 거야."
"너는 알지 모르겠지만 나는 자연 태생이라 자주 자연에 있어야 해. 너 때문에 15년 동안 성안에만 주구장창 있었던  아니?"
".... 하지만."


에덴은 고개를 숙이고 있자 이랑은 머리에 손을 올렸다.

마치 6살의 에덴을 쓰다듬는 것처럼.

한 손에 다 쓰다듬었던 에덴은 어느새 몇 번을 쓰다듬어야 할지, 가늠이  갈 정도로 성장했다. 에덴에게 있어서 이랑은 부모와도 같을 것이다. 어릴 적에 아빠를 잃은 그를, 항상 몸이 아파  수 없었던 엄마를 대신해 이랑이 돌봐주었기 때문에.


"에덴아."
"응...."
"이제 홀로서야지... 2년 동안 잘해왔으니깐. 남은 생도 충분히  수 있어."
"....."
"그리고! 이렇게 헤어지는 거 같아서 이상한데. 나 죽는 것도 아니고, 다시 못 보는 것도 아니야! 그러니깐 기죽지 말고  관리해. 내가 15년 동안 열심히 가꾼 공작령을 망치지 말고."
"참... 할망구도 별게  걱정이네."

그날로부터 이랑은 공작령을 떠났다. 그 뒤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했지만, 다시 만난 에덴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주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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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아, 할망구? 오랜만이야. 30년 만인가. 할망구는 여전하네."
"뭘... 한 거야?"
"별거 아니야. 그냥 악마를 이용해 계약한 거야. 나도 할망구처럼 안 늙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거지."


전과 전혀 다른 느낌이 풍겨져 나오는 기분. 이랑은 당황한 듯 외쳤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나 해?"
"아,  30년 만에 만나서 잔소리야. 아무런 문제 없어. 녀석은 절대  몸을 뺏지 못할 거니깐."
"악마는 그렇게 쉽게 계약을 하지 않아!"
"쉬운 악마니깐 가능한 거야. 잘 보라고. 내가 지금 위험하거나 목숨이 위태해 보여?"

이랑은 여우신의 자식이기에 생물체의 수명이나 상태를 두 눈에 볼 수 있었다.


"....."


확실히 이전과 달리 확연히 드러났던 수명은 불안정해져, 그 수를 알 수 없게 되었고, 상태는...

"어때? 멀쩡하지?"
"..... 지금은 멀쩡하지만, 나중에는 몰라. 한번 계약한 악마가 있다면 다른 악마도 개입할 수 있다는 소리니깐."
"오히려 계약을 해서 안전한 거야. 내가 스스로 하지만 않는다면 다른 악마와 계약될 일은 없는 거니깐."
"에덴. 당장은 파기할  없을 태지만, 하급 악마니깐 해제 날짜가 올 거야. 그때 당장 해지하도록 해."
"아, 괜찮다니깐?"
"말 들어!"

그 뒤로 신경전이 오갔지만 30년 만에 만난 에덴은 더욱더 고집이 거세졌다. 결국 말싸움이 반복되다가 성을 빠져나왔다. 다시 행복한 만남을 기대했지만 그 이후에 만남은 말다툼뿐이었다. 그 이후 차츰차츰 방문을 하다가 이내 방문을 그만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든 말려야 했다.

녀석이 컸다는 이유로 고통을 주는 교육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만한 태도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말려야 했다. 설령 내가 그 아이를 직접 때리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후회한다고 미래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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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상을 다 봤을 때 나는 알  없는 감정이 들었다.


...정말 이게 게임이 맞는 걸까?
아니면 현실일까.


뭐가 됐든 이제 이곳에 갇혀서 게임을 진행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흑... 흐으...."


눈앞에 이랑이 하염없이 운다.
사실 이걸 말할 생각은 없었다. 적당히 공작에 대한 얘기를 둘러대고 빠질생각 이였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만든 변수를 생각했다. 나는 퀘스트에서 얻을 수 없는 보상을 변수를 통해 획득했다.
....그렇다면 동료는 어떨까? 이 이야기와 인연이 있는 동료를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일까?

그 결과가 눈앞에 나타났다.

"너... 용사."
"네."
"갈게."
"네?"
"간다고. 너의 여정에 동참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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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영입.
월드 어드벤처를 플레이할  대부분은 같은 유저와 함께 사냥하거나, 모험을 떠나지만. 특정 NPC들을 영입해 다니는 경우가 있다.


다만 동료로 영입할  있는 NPC는 대체로 기사나, 특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레벨이 낮은 사람. 아니면 고수의 자식, 혹은 제자 정도.  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을 가진 NPC들은 무슨 수를 쓰든 영입할  없다.

한번 영입되면 그 NPC에게 주어진 역할이 사라지고, 오직 유저와 함께 다니게 된다. 아마도 중요한 퀘스트나 직책을 맡고 있던 유저가 사라지면, 스토리나 퀘스트에 혼란이 오는 걸 방지하기 위함인  같다.

그런 의미로 내가 만들어낸 변수는 전 시즌과 이번 시즌을 통 들어, 전후무후한 사건이었다.


무려 신의 자식.
후반부 도시의 고수들이나, 자연 깊숙이 있는 초월적인 존재를 제외하면, 초중반부에 이랑만큼의 강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이만한 강자를 영입한 사례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

이랑은 의사를 밝힌 직후 3시간 동안 침묵에 잠겼다. 수백 년을 살아서 그런가 시간감각이 상당히 느린 모양이다.
나는 인내심 있게 말을 틀 때까지 기다렸다.

"푸후...."
"정리하셨습니까?"
"그래."

이랑은 초연해진 듯 이전보다 상당히 차분해졌다. 장난스럽고 어리게 느껴지는 모습과 달리,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가 상당히 오랜 세월의 느낌이 들었다. 이랑은 내가 둘둘 말은 천을 편 뒤 뭔가를 새겨 넣기 시작했다.

"..... 지금 당장은 못 도와줘."
"네?"
"너의 행보에 마음이 들어서 같이 가주는 거지만, 나도 이쪽 일은 정리해야 돼서. 엄마도 만나야 하고."

나는 아.... 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오랜 세월 수많은 것을 만들었는지, 각종 물건들이 빼곡히 쌓여있었다.


"그럼.. 얼마나?"
"1년."
"네??? 그 정도는 안되는데?"
".... 그럼  달만 기다려. 이곳을 빠르게 정리하고 가줄 테니깐."

역시 오래 살아서 그런가, 시간을 참 넉넉하게 잡는구나 싶었다. 나는 인사를 남기고 가려다 뒤통수에 천 같은 감각이 느껴졌다. 천을 잡아 집어보니 여우 문양이 있었다.


"정확히 한 달이 지나고 거기에 마력을 불어넣으면, 날 소환할  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거 막 집었는데, 생각보다 비싼 천이잖아? 여우신의 능력까지 들어있으니, 1억은 넘게 하겠...


"팔면 죽인다."
"네...."

팔 생각도 없었는데...
나는 문을 열다가 문뜩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았다.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이전과 달리 12살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울지도 않는 모습이었다.

진짜 예전에 봤던 '신'같은 모습. 키와 몸은 여전하지만.

"...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해."
"왜, 저희랑 함께 가주시는 겁니까? 공작은 저로 인해..."


솔직히 이해가 안 됐다.
에덴 공작은 이랑에게 있어서 자식 같은 존재이다. 그런 존재가 나로 인해 최상위의 악마가 개입할  있는 조건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죽음을 맞았다.
물론 그 악마를 잡아넣긴 했지만...


직설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으나, 수백 년을 산 이랑이라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임을 알 것이다. 그렇기에 나를 바로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나를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이랑은 피식 웃었다.

"칼이 잘못한 걸까? 아니면  칼로 살해한 사람이 잘못 한 걸까?"
".... 네?"
"아니면 자신을 찌를 칼을 목에 가져다  사람이 잘못한 걸까. 넌 뭐가 맞는다고 생각해?"
"......"
"악마는 그래. 뭔가를 주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아 가지. 네가 아니더라도 언젠간 같은 최후를 맞이했겠지."


이랑은 어쩐지 쓸쓸해 보이면서도 담담해 보였다. 마치 공작의 죽음을 눈앞에 보던 제른을 보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느낌이 비슷한거 같기도 하고...'
"... 만일 네가 악마를 두고 그대로 보상만 받은 체 도망쳤다면, 그리고 그 전말을 내가 들었다면, 나는 네가 어디 있든 찾아가 수백 번이고 죽였을 거야."

....순간 상상하니깐 진짜로 그럴 거 같아서 손발에 식은땀이 났다.
이랑은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으니깐.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웠어. 그 녀석을 잡기 위해 너의 존재까지 걸고 그 녀석을 봉인했지. 그건 너의 불멸의 의미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인데도."

"....."

실제로 만약 소환수가 피를 뺏지 못한 체 실패로 돌아갔다면, 나는 죽고 부활한다고 해도 계속 몸을 뺏겼을 것이다. 악마가 강제로 몸을 뺏는 거와 달리, 내가 자의로  계약은 죽더라도 초기화가 안되기에.


"그러니깐, 용서... 용서가 아니지. 고마워. 그 애의 복수를 해줘서. 그 애가 자신이 키워낸 곳을 망치지 않게 도와줘서. 내가 가는 건 그에 대한 보답이야."
"이랑님...."
"응."
"죄송한데 좀 오글 거리-"


퍼억!

"하여간 그놈이나 이놈이나 똑같아!"

이랑은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다시 환기를 되찾았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가게를 빠져나왔다.

이랑의 말은 진심일 것이다. 악마와의 전투가 벌어질  이랑은 자리에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성내에 전투가 일어난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만약 나의 개입 없이 시간이  지난 먼 훗날, 다른 악마의 계약으로 공작 혼자서 폭주해 다 죽이려 들었다면, 공작과 싸우는 것은 이랑이었겠지. 그러면 이랑의 손으로 직접 에덴을 죽였을 것이다.


이랑은 항상 그런 걸 생각하고, 그날이 오지 않게, 자기 손으로 아이를 죽이는 일이 없도록 기도했겠지.


떠나기전, 그녀의 모습은 내가 알던 밝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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