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4화 이격(二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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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에 도착하니, 광장에 혼이 나간 체 멍하니 앉아있는 베린을 발견했다.
"너는 숙소에 안가있고 뭐하냐."
"으어어어... 다 찍었다."
"어?"
나는 곧바로 파티원 정보를 켜서 레벨을 확인했다.
[ 파티원 - 베린 LV.70, 김다윤 LV.52 ]
70렙.
고작 레어 단검으로 이 정도까지 한 걸 보면 적어도 10시간은 넘게 사냥한 모양이다.
"뭐 이리 열심히 했어."
"그래야 전직 스킬을 받..."
베린은 그 말을 끝으로 혼절하듯 잠들었다. 아무래도 다윤에게 당하고 난 뒤, 그림자가 안 통할 거를 대비해 빠르게 능력을 올리고 싶었겠지.
실제로 무적 버그 같은 스킬이 아니었다면, 아까 봤던 사람들과 베린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어휴 숙소가서 좀 자지."
나는 베린을 들어 숙소에 놓은 뒤 잠깐 밖으로 나왔다. 판타지 게임 속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름답네..."
세상이 변했지만 이곳은 여전히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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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이 되자 다윤이 돌아왔다.
자기 말로는 집까지 걸어가느라 오래 걸렸다고 하던데, 그러고 보니 나도 조만간 한번 나가봐야 하긴 하겠다.
'집도 한번 가봐야할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자주 보진 못했지만 가끔씩 한두 명씩은 일어난걸 봤어요."
다윤의 말에 따르면 슬슬 사람들이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들고 있겠지만.
"혹시 범죄 같은 건 안 일어났냐?"
"글쎄요... 제가 볼 땐 못 봤는데... 어차피 사람들은 못 건들고요."
확실히 시스템에 의해 보호되고 있으니 사람들을 건들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가 마비된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다윤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이 게임은 15세 이상이잖아요."
"...? 그렇지."
"그러면 14세 이하의 아이들은 어디로 간 거죠?"
"듣고보니.. 그러네."
월드 어드벤처는 자신의 형상을 지닐 수도 있지만, 커스텀 마이징을 통해 외모와 몸을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지긋이 들은 노인 또한 젊은 모습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게임의 제약을 두었다. 어린 나이에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여타 게임들과 같이 연령 제한을 둔 것이다.
나와 다윤은 그 뒤로 여러 가지 상황을 얘기 했다. 아이들이 몸이 성장한 상태로 게임에 같이 접속한 거다. 아니면 그대로 잠든 거다.
그것도 아니면....
"이 '게임'에 접속한 게 아니라면요?"
"다른 게임?"
"네. 아이들만 따로 연령 제한이 낮은 게임으로 들어갔다던가..."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이곳에 온다고 하더라도, 좋은 특성이나 직업만 가진다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 월드 어드벤쳐에서는 얼마든지 정신 연령을 조절할 수 있으니깐.
이랑이 그 예시중 하나니깐.
"뭐, 그건 나중에 알게 되겠지."
"그보다 이건 뭐예요?"
다윤은 침대 위에 있던 이랑이 건내준 천을 흔들었다. 나는 천을 다윤의 손에서 가져간 뒤 가상 창고에 넣었다.
"이건 누가 따로 준 건데, 한 달 뒤에 우리한테 합류하는 NPC가 있을 거야."
"NPC? 누구요?"
"그건 나중 가면 말해줄게."
"?"
나중에 이랑을 만나면 깜짝 놀라 자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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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우리는 2일 동안 더 쉬었다. 할 것도 없고 무기도 기다려야 했기에, 베린은 17시간을 자고 일어난 뒤 어디론가 향했다. 처음에는 사냥을 하러 가나 했더니..
"후... 오늘 치 일당 끝!"
".... 너 설마 또 훔치고 왔냐?"
"아, 뭐 어때! 다들 기부 좀 하는 거지."
한동안 안 그러던 손버릇이 또 나온 모양이다. 돈도 600만 골드나 얻은 게 벼룩의 간을 빼먹고 다니는 건지... 저러다 한번 범죄기록이 새겨져봐야 정신 차리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튼 2일이 지난 후 무기와 갑옷을 받았다.
[ 단단한 강철 장검 (레어)
설명 -
대장장이 타이슨이 만들어낸 강철 장검입니다.
견고한 재질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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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60
공격력 : 320
요구 스텟 : 직업 전용 스텟 80 이상.
특수 효과 : 타격 시 20% 확률로 '강타' 적용,
5% 확률로 연쇄 공격 적용.]
나름 쓸만하지만 역시 헤파이스에 비하면 성능이나 능력치가 떨어지긴 하다. 유니크 무기인 정령검에 비하면 더더욱 안좋은 검.
나야 그나마 무기의 영향을 덜 받지만. 베린은 자신 앞으로 온 단검의 능력치를 보고 말을 내뱉었다.
"뭐야! 이런 쓰레기들은 주문했단 말이야?"
"그 정도는 아니야. 이만한 장비 못 구해서 사냥도 못하는 사람이 널렸는데."
대부분의 유저들은 아직도 상점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공격력이 100도 안 넘는.
"흐음..."
다윤은 검을 꺼내들었다. 스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이 햇빛을 받아 반짝 빛이 났다.
"이 정도면 그래도 사냥할만하겠네요."
"어차피 한 3주 뒤에 무기 오니깐 그때까지 이걸로 하면 돼."
그리티아 세트만큼은 아니지만, 녀석들의 직업에 맞는 유니크 이상 무기는 이미 제작을 맡겨놨다.
"그럼 다음 지역으로 가보자고."
오크와 트롤들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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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들의 통곡의 벽이라 부르는 고블린 킹을 지나면, 그다음부터는 제법 쉬운 사냥이 이어진다.
그 시점을 기반으로 70렙 이상을 찍으면 직업 스킬들이 대폭 열리고, 각종 무기나 포션 등의 제약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떼문에 메인 퀘스트인 100레벨 전까지는 다들 빠르게 성장하는 편이다.
물론 이전 시즌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와... 진짜 더럽게 쌔다..."
눈앞에 오크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단검 공격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베린은 기쁘지 않았다. 오크 하나를 잡기 위해 무려 5분이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 다크 오크 LV.80
HP : 293020
설명 - 오크 산에 위치한 검은 마석의 힘을 흡수해 강력해진 오크입니다.
오크의 공격에는 나약, 타락, 속박 효과가 적용되니 주의하는 걸 권장 드립니다. ]
"무슨 피가 고블린 킹보다 3배는 높네."
만약 이전에 70렙을 찍고 오지 않았다면 잡는 속도가 배는 늘었을 것이다.
"얘들은 좀 안 죽네요."
"아무래도 오크는 체력이 많은 걸로 유명하니깐. 공격력보단 체력 위주로 상승했겠지.
역시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긴 하다.
다윤은 검을 몇 번 휘둘러 1분 안에 잡아냈다. 옆에서 우리가 빠르게 잡는 걸 본 베린이 시무룩해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레전드리 직업과 에픽 직업과의 차이는 심각할 정도로 나니깐.
나는 창고에서 제라드의 목걸이를 꺼내 베린에게 던져주었다. 목걸이를 받은 베린이 어..? 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봤다.
"달라매. 그걸로 열심히 해."
"... 응! 고마워! 열심히 할게!"
아까까지만 해도 시무룩해 하던 표정은 어디 가고, 누구보다 즐겁게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다윤이 귀엽다는 듯이 말했다.
"되게 좋아하네요."
"레전드리 목걸이를 주는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어."
나라도 웃는 얼굴로 감사히 받을것이다.
"그건 그렇네요. 저도 주면 좋겠는데."
"넌 직업 얻어준 걸로 하지 뭐."
"그런가요? 지금 생각해보니 받긴 받았네요. 조만간 저도 하나 선물해야겠어요."
"그럼 좋고."
선물 준다는데 안 받을 이유는 없다.
오크를 잡다 보니 앞에서 달려오는 수십 마리의 오크들, 베린이 히익! 하며 뒤쪽으로 피신했다. 나는 다윤까지 뒤쪽으로 물린 체 목걸이를 툭툭 건드렸다.
"일어나라 리비엔."
"... 네."
"말투가 귀찮아 보인다? 성수 맛좀 볼래?"
"아, 아닙니다!"
"처신 잘하라고. 성수로 샤워하고 싶지 않으면."
"......"
[ 리비엔 - 스킬, 붉은 나락 LV.1을 사용합니다. ]
[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하고, 공격력과 마법 공격력이 30% 상승합니다. ]
나는 아껴두고 있던 리비인의 스킬을 켰다.
꿈틀.
내 몸속에 붉은 기운이 가득해진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위험할정도의 모습. 그러나 해가되는 일은 없었다.
리비엔의 중첩 효과와 각종 버프및 포션, 그리고 최강의 가호까지. 그 수치를 일일이 계산해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평소보단 3~4배가량은 강해졌을 것이다.
"자 그럼... 한방에 쓸어버려볼까."
앞으로 몰려오는 오크들을 향해 새로운 스킬을 준비했다.
이번에 새로이 얻은 스킬.
[ 스킬 / 이격(二擊). LV.1
설명 -
최강자는 일격이라는 기술을 만든 뒤로 고민했습니다. 힘을 숨기는 것은 좋지만, 일격을 버틸만한 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가 본연의 힘을 내면 그 고수들은 전부 재가되어 사라질 것이기에.
최강자는 인고의 시간 끝에 일격보다 한층 더 안정적 이고, 적당한 강함을 지닌 기술을 만들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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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쿨타임 60분
전방으로 대미지 300%의 광역 피해를 2번 입힙니다.
히든 직업 '최강자' 일시 '강함' 스텟마다 대미지가 각각 15%씩 증폭합니다.
*쌍검술을 사용 시 최종 대미지가 200% 상승합니다.
*너무 강한 힘을 사용 시 육체에 반동이 올수 있습니다.]
나는 두 가지의 칼을 꺼냈다.
무기는 전보다 훨씬 약하지만 나의 힘 자체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 스킬 - 이격(二擊)을 시전합니다. ]
[ 강함 스텟에 의해 이격의 대미지가 3330% 상승합니다! ]
[ 최종 대미지가 200% 상승합니다! ]
"어우..."
손이 삐걱거린다. 처음 썼을 때 그 느낌처럼.
확실히 왜 최강인지 알만한 능력이다. 누구라도 탐하고 경외할만한 능력.
'왜 마왕이 경계하는지 알 거 같네.'
마왕 모습만 구경한 것 빼면 마왕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내가 마왕이라고 해도 충분히 경계할만한 능력이다.
내가 꺼내든 두 자루의 검에서 나오는 연푸른 색의 에테르가 리비엔 스킬과 합쳐져서 붉은색 에테르로 변했다.
마치 감당하지 못하듯, 손이 벌벌벌 떨린다.
나는 침착하게 다가오는 오크 무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칼의 휘둘림의 소리만 들렸을 뿐인데 마치 공간이 절단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처음부터 공간은 두 개였다는 듯이.
그리고 눈앞에는 정확히 4등분된 오크 무리가 보였다.
"이건 좀 다르네."
단순히 파괴하는 것 같은 일격 스킬과 다르다. 이격은 마치 깔끔하게 두 쪽으로 '절단'하는 느낌이었다.
파괴적이지 않고 절제된 기술.
"또 쓰러지는 거야?"
"괜찮아요?"
뒤쪽에서 수십 마리의 오크를 한 번에 두 쪽 낸 나를 보고 놀란 듯 다가왔지만, 나의 상태가 더 걱정인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검에 몸을 지탱한 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으니깐.
"후우.... 버틸만해."
확실히 버틸만하다. 이럴 줄 알고 체력 관련 스킬이나 반동 제어 같은 스킬들을 대거 샀다. 무려 5억이나 들었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나는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몸을 추스른 뒤 다음지역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그 뒤로 하루를 그대로 앓아누었다.
스킬이 끝나자 미뤄둔 반동이 한꺼번에 온 것이다. 마치 수술한 후 마취가 끝나니 고통이 밀려오는 것처럼.
"아씨... 더럽고 치사해서 빨리 전직한다."
나는 그날을 기약하며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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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로 100만 대미지를 달성했습니다. ]
[ 당신은 이미 칭호, 최강의 가호를 보유 중입니다. ]
[ 최강의 가호가 강화됩니다! ]
[ 칭호 / 최강의 가호 (레전드리**)
- 가장 높은 대미지를 입힌 단 한 명만 얻을 수 있는 유일 칭호입니다.
모든 능력치가 70% 상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