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1화 〉31화 선과 가장 비슷한 악 (31/318)



〈 31화 〉31화 선과 가장 비슷한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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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디틴."
"디틴은 형이겠지. 내 이름을 가져가더니, 진짜 자기가 베리라고 믿는 거야?"
"..... 믿는 건 너겠지. 디틴. 정말 기억을 못 하는구나."

두 명의 베리가 대화를 나눈다. 우리는 잠깐 물러서서 대화를 지켜봤다.


상대는 마성의 위치에 오른 마법의 신(神)같은 존재. 싸워 이기는건 불가능하다.

왕인 베리가 말했다.

"용사들과 함께 온 걸 보니, 용사들이 너의 편을 들어주더냐?"
"... 용사님들은 과거를 아시는 분들이야. 형이 거짓으로 왕국을 세우고 나를 이지경까지 만든 것도 다 알고 계시지."
"그래? 그건 좀 아쉽게 됬네. 이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실 테니깐."
"뭐?"

왕은 어깨에 걸친 망토 견장을 펄럭 거리며 우리를 바라봤다. 치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


[ 영상이 재생됩니다. ]

왕은 웃었다.

"자... 과연 이 내용을 알고도 너의 편을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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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괜찮습니까?"
"네. 무사합니다. 어르신."
"납치라니.... 누가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속히 범인을 잡아 어르신께 대령하겠습니다."

우리 둘은 침대에 누워있다. 방문 너머로 소리가 들린다.


걱정하는듯한 아버지의 말투. 하지만 들어오지는 않는다. 그래,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아버지는 자식으로서의 걱정보다는 장차 가문을 이끌 후계자가 위협을 받은 것에 대한 걱정이겠지.


아버지는 그런분 이시니깐.


"형... 아빠는?"
"문밖에 있어."

옆에 있는 디틴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눈도 가린 체, 온몸은 상처로 가득했다. 그나마 멀쩡한 건 귀정도.


밖의 소란이 잠잠해지자 하인 누나 형들과 치료사들이 잔뜩 들어왔다.


"**도련님은 다른 곳으로 옮기고..."
"네, 알겠습니다."
"..! ... 저기."
"아, **도련님 깨셨습니까."
"디틴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치료사와 하인들이 갸웃거리더니 살짝 곤란해한다. 뭐지? 이 위화감은...


순백의 가운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 도련님은 상처가 심해, 왕국으로 옮겨져 고위 마법사님들의 치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괜찮은 거지? 돌아올 수 있는 거지?"
"그럼요. ** 도련님."

하인 누나가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안심하라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베리님은 무사하실 거예요."


...어? 뭐라...
순간 엄청난 위화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마치 모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 나는 혼절하듯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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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을 치료하기 위해 왕국 최고의 마법사들과 의사들이 손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디틴..."

그날로부터 한  후 나는 어느 정도 몸을 회복한 뒤, 곧바로 왕궁 내에 치료실로 갔다. 그곳에는 잠들어있는 디틴이 있었다.

아직 죽지는 않았다. 그런데 깨어나지는 않는다.

"왜.. 깨어나지 않는 거야! 분명 전에는 깨어났단 말이야!!"
"도련님. **님은 납치된 날로부터 한 번도 일어나신 적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분명 나한테 말을 걸었다고!"

내가 아무리 소리쳐 봤자. 어른들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분명 그때 나와 짧게나마 대화를 했다. 그런데 일어난 적이 없다니..

나는 치료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디틴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 정도라고 한다.

"보석을 집지 말걸... 아니, 내가 빨간 보석을 집을 걸..."

그날 그 여자는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했다. 나는 하얀 보석, 그리고 디틴은 빨간 보석을 집었다.


나는 이전보다 마력이 높아지긴 했으나, 몸은 멀쩡했다. 하지만 디틴은 아니었다. 마치 환골탈태라도 하듯이 온몸이 버티지 못한 모습. 동생의 고통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흑. 흐윽..."

이대로 동생이 죽는 걸까? 후회했지만 소용없었다. 더 이상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고, 보석을 주었던 여자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바꾸고 싶다. 동생이 죽음을 피하게 만들고 싶다. 뭐라도 해도 좋으니까... 어?

우웅 우웅- 거리는 진동과 함께,  손 안에 보석이 생겼다. 전에 집었던 하얀 보석. 나는 보석을 보았다. 엄청난 마법이 깃든 것 같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보석.

그래, 이거라면 어쩌면 동생을 살릴 수도 있다. 나는 다시 치료실로 향했다.여전히 잠들어 있는 디틴. 나는 동생에게 나의 보석을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왜.. 왜! 안되는 거야. 뭐라도 좀 해봐!"


손을 바꿔가며 쥐여주거나, 마력이 가장 많이 모이는 심장 부근에도 놔뒀지만 여전히 잠잠했다.

그 순간 이전에 들려왔던 목소리의 말이 떠올랐다.


'너희는 위대한 존재가 될 것이다. 하나는 선, 다른 하나는 선과 가장 비슷한 악.'


선과 선과 가장 비슷한 악.

이것이 무슨 뜻일까 생각해봤지만, 어린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보석을 통해 알  있었다.

하얀 보석을 집은 나는 '선'이다. 그리고 녀석은 선과 비슷한 '악'이 돼야 한다. 하지만 녀석은 지금 악처럼 행동할 수 없다.


"난 하얀 보석이 좋은데... 이 빚은 나중에 갚아라. 디틴.... 아니, 베리."

나는 녀석의 손끝에 하얀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은 녀석의 손을 타고 넘어가더니, 강한 반발 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고통스럽게 울부짖는다.

미리 소리 차단 마법을 써두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하아... 하아...."

마력을 얼마나 불어넣었을까. 내 몸에 힘이   때쯤. 나는 녀석에 손에 들린 붉은 보석을 보았다.

그 보석을 가져간 뒤 같은 자리에 내 하얀 보석을 놓았다. 나는 붉은 보석을 빤히 보았다.


"... 역시 하얀 보석이 좋은데."


확신할 수 없다.

뭔가 잘못됬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질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나 또한 이걸 한번 겪었을지도...


깊은숨을 내쉰 뒤 보석을 강하게 쥐자, 온몸에 붉은 마력이 몸을 휩쓸었다.

"아, 아아아아!"


정신을 차려보니  또한 치료실에 누워있었다. 녀석은 건강을 회복한 체 나를 바라봤다.


"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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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개입에 의해 영상이 강제 종료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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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리가 없어."
"뭘 말이냐."
"또, 남들을 속이는 거야? 용사들에게 조작된 진실을 보여주면 믿을 거라고 생각했냐고."
"속인 적 없다."
"거짓말 치지 마! 아, 하나는 진실을 말했네. 형이 '디틴' 이라는 것 말이야. 이제 이름은 본인 거 쓰고 싶었나 봐?"
"....."
"고작 말한다는 내용이 겨우 이거야? 나를 몇백 년 동안 몬스터 취급하고 수십, 수백 번을 죽여가면서 살아온  고작 그거였냐고!"
"안 그러면."


디틴이 베리를 바라본다.


"안 그러면. 너나 나나  다 죽었으니깐."
"... 뭐?"

디틴은 보석을 돌아봤다. 여전히 영롱한 붉은빛을 내는 보석. 그러나 서서히 보석의 빛도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 우리의 수명은 끝났어. 보석의 힘으로 계속 삶을 유지해 오고 있었던 것뿐이지."
"고작... 그런 것..."
"선과 가장 비슷한 악."

디틴이 용사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베리를 바라본다.


"그것에 충족하기 위해서 최선의 결과를  것뿐이야. 마법사들의 왕이자, 몬스터를 퇴치하며 오랫동안 왕국을 유지한 '선'. 하지만  내막은 악행으로 왕국을 세운 '악'."
"......"
"넌 이거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변명이야. .... 정말 날 위했다면 이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날 살린다면서 몇 번이고 죽이고 또 죽였잖아!"


보석의 힘이 점차 약해진다. 그에 따라 디틴의 모습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점점 노화가 되는 모습.

마치 악마가 빠져나간 후 생명력이 사라진 공작을 보는 것처럼.

"처음에는 달랐다. 그저 단순히 뭔가를 훔친다던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고 골탕 먹이는 정도의 악."


디틴은 피로에 젖은  말했다.

"그런 것들로 유지되던 삶도 있었다. 하지만 보석은 점점 더 강한 악행을 요구했지. 누군가를 살인하고 가문을 망가트리고, 그중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선행이었다."

악행만 저지른다면 큰 인식의 차이 없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행 또한 같이 행해야 했다. 두 개의 삶을 반복해야 하는 삶. 계속되는 이질적인 삶에 미쳐버린 디틴은 결국 결론을 내렸다.

 개를 충족시킬만한 일을 해내자.

디틴은 보석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속여 여러 군데에서 재산을 얻어낸 뒤, 인재를 모아 왕국을 세웠다. 또한 베리를 트롤들의 왕으로 만들었다.


악행으로 만든 왕국은 선행을 하기 시작했다. 거주민들의 복지를 챙기고, 마물들로부터 그들을 보호했다.

그렇게 만든 왕국은 300년간 평화로웠다. 디틴이 만들어낸 선과 비슷한 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 이였기에, 그들의 수명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나는 이만한 일을 해냈으니 우리의 수명이 계속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더군. 끝이 다가오고 있었어."
"......"
"더 이상 이만한 악행도, 선행도 낼 수 없었다. 그래. 어쩌면 너무 욕심을 부린 걸지도 모르지."
"그래서 이렇게 모두의 힘을 흡수한 다음에 더 수명을 유지하려고?"
"원래대로 라면 그럴려했지. 이제는 늦어버렸지만."
"....형은 미친놈이야."
"칭찬 고맙군. 더 얘기를 듣고 싶은데... 시간이 없네."


디틴의 몸이 빠르게 노화한다. 전과 달리 벌써 노인이 된 모습. ...그런데  베리는 멀쩡하지?

베리도 나와 같은 의문을 가진 듯, 보석에 몸을 기댄 디틴을 바라봤다.

"또, 뭔 짓을 하려고. 그리고 난 왜 멀쩡한 거야. 형의 말대로라면  또한 수명이 다 돼야  텐데."
"..... 무슨 말을 해도 용서가 안되겠지만. 미안하다."

디틴은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쓰러졌다. 디틴을 지탱하던 보석 역시 빛을 깜빡이더니 그대로 빛을 멈추었다.

"....."
"뭐야? 왕이 죽은 거야?"
"대비를 단단히 하고 왔었는데.."

싸움도 없이 끝나버리자, 일행이 당황스러워했다. 나는 디틴을 향해 다가갔다. 생기를 잃은 듯 노인처럼 변한 디틴.


"모든 생명력을 넘겼네."

디틴은 보석에 남은 생명력과 힘을 모두 동생에게 넘긴 것이다. 나는 보석에 손을 대자, 존재 의미를 잃은 듯 산산조각 나 부서졌다.

".... 이러고 가다니, 한대 때려주고 싶었는데."

베리는 자신의 형의 시체를 묵묵히 보았다. 아마도 베리는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그게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악인에 걸맞은 최후네요."

다윤이 슬쩍 다가와 말했다. 악인이라.... 맞는 말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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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바뀐 진실 - 히든 퀘스트가 클리어 되었습니다. ]

[ 골드 2,000,000G, 경험치 6,000,000xp를 획득했습니다.]


[ 레벨이 101로 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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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전직 퀘스트를 획득했습니다. ]

[ 이피엔의 새하얀 결정을 획득했습니다. ]

[ 이피엔의 새하얀 결정 (미공개)
설명 -
숲속의 정령 신의 자식 중 하나인, 고위 정령 이피엔의 영혼 조각으로 만든 결정입니다.
선행을 할수록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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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100
마법 공격력 :200
체력 : 2000
요구 스텟 : 직업 전용 스텟 300
특수 효과 : 10 단계의 선행 게이지가 적용됩니다.
선행에 따라 게이지가 오르며, 악행을 행할 시 게이지가 감소합니다.
1단계마다 능력치가 20%씩 상승합니다.
패시브 : 정의로운 마음이 생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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