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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32화 이름 (32/318)



〈 32화 〉32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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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틴베리의 왕, 디틴이 죽은 후 혼란에 빠져있던 왕국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붉은 보석은 산산조각나 힘을 잃어 하늘이 돌아왔고, 마력의 흐름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갑작스러운 왕에 죽음에 많은 이들이 놀랐으나, 왕에게는 후계자가 있었기에 왕위 문제에 대한 별다른 문제없이  마무리 되었다.

마석이 사라졌기에 마법 도시라는 위명이 낮아지겠지만.


그리고 베리는...


"떠나는 거야?"
".... 뭐 오래 있을 곳도 아니고요. 이곳에 좋은 감정은 없으니깐."

붉은 보석이 사라짐과 동시에 몬스터에 굴레에서 벗어난 베리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도시를 파괴하겠다던 베리는 형의 죽음을 목격한 뒤로, 생각을 바꾸었다.

"솔직히 이곳을 부숴버리고 싶지만... 형이 왜 그렇게  건지 이유를 들었으니깐. 그렇다고 용서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형처럼 누군갈 이용하고 죽이고 싶지는 않아서."
"그래."
"그리고 어차피 한다고 해도 용사님들이 막을 거 잖아요?"
"잘 아네."

도시를 파괴할 생각이라면 베리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막았을 것이다. 떠나는 베리를 같이 마중 나가주던 다윤이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디로 가게요?"
"글쎄요... 그냥 발이 닿는 곳으로 가보려고요. 어차피 이 몸의 남은 수명도 얼마 없으니깐."
"근데 이 보석이 그렇게 좋아?"


하얀 보석을 손에 쥔 베린이 보석을 흔들었다. 보석은 햇빛을 받아 반짝 빛이 났다.


"용사님들이 세분이라 3개로 쪼갰습니다. 합치면 이전의 능력을 찾을 수 있게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군요,"
"왜?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있어?"
"진실의 뒤트는 능력을 가진 붉은 보석과 달리, 하얀 보석은 생명을 되살리는 능력이 있어요."
"생명? 부활 말이야?"
"네."

부활이라.... 성직자나 히든 직업인 성녀가 아닌 이상 부활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시간이 오래 지체 될 시, 부활이 통하지 않는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런데 왜 디틴은 왜  능력을  썼지?"
"이것도 조건이 있거든요. 선과 비슷한 악행을 저질러야 하는 붉은 보석과 달리, 이건 선행을 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것으로 트롤이 된 저를 몇백 번이고 살려냈죠."
"흐음...."
"굳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그냥 각자 쓰자!"

붉은 보석이었다면 모아볼 생각이 있었으나, 이런 능력 이라면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같다. 다윤도 같은 생각인 듯 끄덕거렸다.


"그래. 나중에 필요하면 그때 생각하자."
"그럼 다 전해드린 거 같으니 이만 떠나보겠습니다. 용사님들."


베리는 그 말을 끝으로 산 너머로 사라졌다. 우리는 잠깐 그 장면을 보다가 도시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 김윤은 어디 갔어?"
"볼일이 잠깐 있으시데. 먼저 가 있으면 될 거 같아."
"?"


베린과 다윤을 뒤로하고 사라진 베리를 다시 만나러 갔다. 미쳐 확인하지 못한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베리!"
"...용사님?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궁금한 게  있어서."
"말씀하시죠."


디틴베리.


둘은 의문의 목소리, 여자에게 보석을 받았다. 진실을 뒤바꾸거나, 생명을 부활시키는 능력.


이만한 능력은 웬만한 마법, 직업, 특성을 놓고 봐도 격이 다른 능력들이다. 특히 진실을 뒤트는 능력은 웬만한 레전드리 상급 특성도 얻기 어려운 수준.


뭔가가 있다. 있을 수밖에 없다.

"너는 베리지?"
"네, 전 베리입니다."
"너의 형은?"
"저의 형은 디틴입니다."
"....."

바뀌었다.

파멸 술사를 전직한 유저는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했다. 당시 싸웠던 분신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동생은 디틴. 형은 베리였다.


히든 퀘스트는 유저의 변수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 단순히 변수가 다르기에 내용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둘  진실이라면. 변수가 아니라 단순히 보석의 능력으로 변한 거라면.

"너는 '디틴' 이었던 적이 있었지?"
"......"
"형은 '베리'였던 적이 있을 거고."
"뭘 묻고 싶은 겁니까."


베리의 태도가 급변했다. 어리숙한 면모는 사라지고 냉기가 도는듯했다.

"너는 알고 있을 거야. 이런 보석의 능력들이 말도 안 된다는거. 형에게 마법 지식 또한 전수받았을테니 더더욱 체감하겠지."

마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이런 진실을 바꾸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환각으로 바꾸는 게 아닌, 현실에서 바뀌는 것.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실현됐고, 벌어졌다.

이런 건 보통 히든 루트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게 직업이 됐든, 퀘스트가 됐든, 무기가 됐든.
뭐가 됐든 알아두면 이득인 상황이다.



베리는 나의 기대어린 눈을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오래전 하얀 보석을 선택했습니다."
.
.
.

[ 영상이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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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감각.


하지만 동시에 익숙한 느낌.

"....."
"베리..."


눈을 떴다. 옆에 누워있는 형. 내 이름을 부르며 잠꼬대를 하고 있다.

스윽-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주변을 둘러본다. 창문 너머로는 하인들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기감을 늘려  너머를 살펴본다.

'아이는 언제 깨어나는 겁니까.'
'어르신 곧 깨어날 겁니다. 좀만 기다리시면..'
'좀이라는 게 벌써 1년째 아닙니까!'
'크음....'


아버지와 치료사들의 대화. 나는 알고 있다.


아니, 베리는 알고 있다.


치료사는 우리를 깨우려 들지 않는다는 것. 우리를 더더욱 잠재우려 든다는 것. 우리의 수명이 다한 것도 그들의 짓이다. 최대 마법사 가문인 에르다스의 몰락을 위해, 후계자들의 수명을 없애는 마법을  것이다.

악마와 계약한 그들은 수명을 성공적으로 없앴고, 그들은 악마와 계약한 것이 들통나자 처형당했다.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다.

물론 우리에게 마법을 썼다는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몰락에 성공했으니."

베리는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가끔씩 본인의 존재에 혼란이 온다.


나는 베리일까 디틴일까.

수백 번 의문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그리곤 늘 하던 데로 '디틴'의 앞으로 갔다.


"내가 '베리'의 이름을 넘겨주면... 형은 하얀 보석을 가지고 시작하겠지."

베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하얀 보석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다시 형은 나에게 '베리'의 이름을  거고..."


베리는 항상 살아남고, 디틴은 항상 죽는다.


목소리의 주인은 베리에겐 하얀 보석을, 디틴에겐 빨간 보석을 주었다.  여자의 말대로 우리는 수명이 다해도 죽지 않았다. 아니, 죽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


죽으면 다시 이 장소로 돌아온다. 마치 마물들처럼.. 하지만 수명이 다하지 않고 살아나는 건 베리뿐. 디틴은 결코 살아나지 못한다.

나는 형인 디틴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방법을 찾았다.

선행, 악행, 마법, 영약, 부활, 계약...

혐오스럽게 여기고 이 사태의 원흉인 악마와도 계약을 했다. 하지만  무엇도 디틴을 살릴 수 없었다.

악마의 능력으로는 무리라는 듯이.


"이번이 78번째 베리였던가?"

나는 손을 들었다.

"형은 나만큼 노력하고 있으려나."

알 수 없다. 디틴인 나는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니깐. 그 여자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는 걸까. 계속되는 돌아감에 미치기라도 바라는 걸까.


".....뭘 하면  끔찍한 루프를 멈춰줄 거야."

베리는 허공에 외쳤다.

"말 좀 해봐! 벙어리 년아!!"


오래 살은 만큼 입도 험해지고 정신도 피폐해졌다. 차마 입에 담을  없는 욕들을 마구 내뱉었다. 한참을 내뱉고 나서 베리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게 아니다. 루프 횟수가 2자리를 넘어갈 때부터 자주 이랬다. 하지만 목소리는 대꾸 한마디 하지 않았다.

"뭐라도 할 테니..."
"정말?"
"......!"


나왔다.

검은색으로 잔뜩 칠해진 여자. 목소리. 발랄한 여성의 목소리가 가뜩이나 복잡한 심기를 더 건드는 듯했다.


"정말 뭐든지 할 거야?"
"....그래."
"우웅... 그럼  300년쯤 몬스터로 살아도 좋다고 할거지?"
"...뭐?"

몬스터라니 갑자기 무슨...

"내가 그렇게 만든다는 소리는 아니야. 붉은 보석을 지닌 디틴! 즉, 너의 형이 너를 몬스터로 만들 확률이 97% 정도?"
"마, 말도  되는 소리야. 형이 나를 왜..."
"글쎄?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여자는 검은색 색연필로 잔뜩 칠해진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너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으면 돼. 반드시!"
"... 이름이 뭐가 중요한데."

그깟 이름이 뭐가 중요하다는 걸까. 물론 항상 바뀔 때마다 이름이 변하긴 했지만. 여자는 펄쩍 뛰었다.


"이름은 엄청 중요해! 너의 보석은 이름과 연결되어 있으니깐! 항상 하얀 보석을 손에 꼭꼭 쥐고 있어! 알겠지?"
"......"


불쾌하다. 이 여자는 그저 하나의 장난 거리 라는 듯이 반응하고 즐기고 있다. 우리에겐 심각한 문제지만 이 여자에게는 그저 유희거리다.


"아무튼! 이제 이전처럼 보석을 넘겨주면 돼. 내가 설정했으니 정상적으로 돌아갈 거야."
"...더 이상 그런 루프는 없는 거겠지?"
"그럼! 네가 이름을 멋대로 잊어먹지 않는 이상!"
"......"


여자를 뒤로한 체 나는 하얀 보석을 형에게 넘겼다. 그리고 형은 다시 나에게 보석을 넘겼다.

그리고....

"....형은."
"디틴?"
"...."
"깨어났구나! 다행이야... 진짜 다행이야..."

형은 다친 몸으로 나를 얼싸안았다.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나와 같이 루프를 진행하면서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그 여자와는 마주했는지.
혹시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응? 그런  없었는데? 뭔 루프?"


하지만 형은 기억하지 못했다.

기억하지 못했는지, 루프 자체를 겪지 않았는지   없었지만.

"디틴! 아무튼 이 형만 믿어. 내가 너를 살렸으니 나만 믿고 따라와."
"....어."


나를 디틴이라고 부른다. 난...


'이름은 엄청 중요해! 너의 보석은 이름과 연결되어 있으니깐! 항상 하얀 보석을 손에 꼭꼭 쥐고 있어! 알겠지?'


나는 하얀 보석을  쥐었다.

그래.  베리다.

하얀보석의 주인...

[ 영상이 종료됩니다! ]

[ 특이점을 발견... ]


-



"...끝?"
"네."

결국 보석이란  이름에 따라 달라진 거네. 나와 다른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 한 유저는, 왕을 선택해 동생이 죽고 형이 베리가 된 것이다.

....?


"그러면 너는 전부 기억하고 있던 거야?"
"기억을 감췄습니다. 저 스스로."
"...그런  가능해?"

베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네. 수많은 루프 중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감추는 마법을 익혔거든요. 물론 제 이름은 감추지 않았습니다만..."
"그 여자는?"


중요한 건 디틴,베리에게 보석을 준 여자의 정체다. 수많은 회귀를 만든 존재. 거의 운영자라고 봐도 무방한 존재.


'이런 스토리는 못 들은거 같은데... 이스터에그인가? 아니면 버그?'


"목소리는 가끔식 형한테 나타났습니다. 형은 그게 진짜라고 여겼습니다만.  생각으로는 루프를 끝내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진실을 뒤트는 능력으로 만들어낸 환상 비슷한 거겠지요."
"정체는 뭔지 모르겠어?"
"모르겠습니다. 항상 '이름'이 중요하다고만  것 빼고는..."

이름이라...

나는 보석을 만지작거렸다. 가지고 있으면 언젠간 중요한 일에 쓰일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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