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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33화 그라티아 (33/318)



〈 33화 〉33화 그라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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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나무가 가득한 어느 깊은 산속.

새하얀 머리카락, 여우의 꼬리와 귀를 가진 여자가 산속을 오르고 있다.


"하아.... 능력 좀 쓰게 해주지..."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단숨에 행성을 횡단하거나, 저 구름 너머로도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능력은커녕,  하나 오르기도 벅차 보인다.

이곳은 그녀의 어머니의 영역이기에.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주인의 허락 없이 함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없다.

"후우.... 도착!"
"왔니?"
"하아... 엄마. 기원진(氣院振) 좀 풀어두라니깐..."
"그랬다가 누가   알고."

태산같이 거대한 크기의 여우. 그리고 살랑거리는 꼬리. 그리고 진실을 꿰뚫어보는 눈.


저 거대한 여우가 바로 이곳의 주인, 여우신이다.

이랑은 흐르는 땀을 닦아낸  샘물의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래. 120년 동안 인간 세상은 잘 다녀왔니?"
"어. 안 그래도  있다 다시 가봐야 해."
"참 바쁘게도 사는구나. 그 녀석이 계속해서 말하는 이유가 있어."
".... 그 녀석 말은 듣지 마."
"왜? 둘이 이전에 친하게 지내더니. 난 둘이 결혼할줄 알았는데."
"뭐,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완전 싫거든!"

이랑이 소리를 빼액 질렀다. 그녀의 씩씩거림에 귀엽다는 듯 여우신이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꼬리를 내려 이랑 앞에 가져다 대었다. 꼬리에 기대 누워서 쉬라는 의미.

하지만 이랑은 손을 저은 체 거절했다.


"이번에는 오래 안 있을 거야. 3일 뒤면 갈 거니깐."
"어? 30년이 아니라?"


여우신은 의문스럽다는 듯 갸웃거렸다. 여우신에게 30년 이란 잠깐 쉬었다 가는 정도의 시간이다.


이랑은 인간 세상에 내려갔다 돌아올 때마다 항상 10~30년씩은 항상 휴식을 취하다 떠났었다. 이랑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도와줘야 할 애가 있어서. 중요한 일이야."
"얼마나 중요하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엄청 중요한 거 같은데?"
"응. 미안하지만 나중에 와서 얘기 다 해줄게."
"흐음...."


이랑은 살짝 긴장했다. 아무리 도와준다고 했다 한들, 용사는 악마와 마왕을 적대하는 쪽. 용사와 같이 다닌다면 그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만약 엄마가 같이 다니는 걸 막기라도 한다면...


"그래. 처음 내려갈 때 너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으니깐. 조심히 다녀오렴."
"어, 어."

이랑은 여우신을 올려다보았다. 알듯 말듯  미소. 아마도 여우신은 알 것이다. 이랑이 있었던 일과 누구와 같이 모험을 갈 것인지도.

그녀는 전능(全能)하지 않아도, 전지(全知)한 신이니깐.


"떠난다는 것은 알지만, 3일 만이라도 쉬지 않을래?"
"응..."


이랑은 포근한  사이로 잠시 잠들었다. 다가올 용사들과의 모험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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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나는 지금까지의 일을 곱씹고 있다.

베리와 디틴.

나는 떠나기 전 베리에게 몇 가지를 더 물었다.


'그러면 너는 회귀... 아니 루프를 80번 가까이했으니 몇천 년을 산 셈이야?'
'...아니요. 빨간 보석과 달리 하얀 보석을 가진 저는 많은 수명을 얻지 못합니다. 한 번의 루프당 짧으면 일주일, 늦으면 10년 정도가 최대였죠.'
'중간값을 치더라도 거의 400년인데.'
'하하...어처피 대부분의 기억은 의식의 수면 아래로 감췄습니다. 과거에 기억을 잠깐 되찾은  형이 제게 모든 걸 넘겼기에...'


회귀물이라...


하긴. 마왕에 용사에 신들도 있는 마당에, 그런 거 하나 없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죽을뻔했다니깐요."
"고생했어."


회귀물도 있으면 환생이나 빙의도 있으려나? 역시 드러난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니깐

"...그런데 듣고 계신거 맞죠?"
"으, 응? 고생했어."
"......."

리진의 탑.


탑에는 나와 다윤,베린이 탁자에 빙 둘러앉아 있고. 리진과 리엔은 따로 소파에 앉아있다.


'둘이 사이가 좋아졌네.  일이라도 있었나?'

리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는 그 악마의 습격을 받아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급하게 탑으로 이동 스크롤을 써서 탑으로 돌아왔죠."
"제가 구했어요!"


대충 리엔이 리진을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여기도 만만치 않았군.'


"그래 잘했어 리엔. 하지만 너무 무리하면 안 돼. 알겠지?"
"응, 예쁜 언니."

다윤은 등을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리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고했어. 싸울  없다고 했는데 휘말리게 해서 괜히 미안하네."


진짜 리진을 싸우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적절히 마석 제어만 해주고 뺄 생각이었는데, 분신이 그렇게 갑자기 나올  누가 알았겠는가.

"아, 아닙니다. 그래도 용사님 덕분에 마법의 진전이 있었으니깐요."
"그래."

이대로 한 10년만 지나도 둘 다 대마법사 이상의 위치에 오르겠지. 나중에 둘의 힘이 필요할  어렵지 않게 빌릴 수 있을것이다.


"마석이 사라져서 마법의 효율은 떨어지겠다만, 티파인으로 제작된 탑이라 그렇게 낮아지진 않을 거야."
"네. 알고 있습니다."
"잘 가요 용사님들!"
"그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자."

리진과 짧은 인사를 나눈  다시 테라딘으로 돌아왔다. 곧 있으면 맡겨둔 그라티아 장비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테라딘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엄청 많네."
"그러게요. 언뜻 봐선 200명은 넘어 보이는데..."


아무래도 슬슬  때가 되긴 했지. 사람들 중에는 적어도 3성급 레전드리 특성 중에서는 유니크 히든 직업과 맞먹는 특성이  개 있다. 슬라임 지역을 통과한 사람들끼리 공략을 나누기도 했고.

나는 상점창을 열고 스킬을 검색했다. 100레벨에 도달해 드디어 풀린 스킬.

[ 스킬 - 능력창 관찰 : 5,000,000G (남은 수량:9999) ]


특성 관찰과 비교도 안되는 스킬로. 상대의 직업, 특성, 레벨, 스텟 기타 등등....  볼 수 있다. 물론 '정보 방벽'스킬을 사면 감출 수 있지만...

'누가 샀네. 무려 500만 골드짜리를....'

전 같으면 몰랐겠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100레벨에 도달해 500만 골드를 가진 사람은   밖에 없지.

도대체 무슨 능력으로 앞서가는지 모르겠다. 직업도 동료도 없이 어떻게 혼자 다 때려 부수면서 가는 건지.

"아무튼 사용해 볼까."


나는 무작위로 테라딘을 돌아다니는 사람을 관찰했다.


[ 이름 : 한찬민 / LV.42
특성 : 더블 스킬 (유니크)
직업 : 검객 ( 일반 / 에픽 )
스텟 : 근력 50, 체력 12, 민첩 12
무기 연마 : 직업 특성상 열리지 않습니다. ]

이런 사람도 있고~


[ 이름 : 지나 / LV.48
특성 : 영혼 흡수 (에픽)
직업 : 네크로멘서 ( 히든 / 에픽 )
스텟 : 사령 40, 소환 16 / 마력 40, 체력 0, 민첩 0
무기 연마 :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

히든 직업도 몇 보이고...

그 외에도 여러 사람을 보았지만, 수준은 대체로 비슷했다. 대부분이 유니크 이하의 특성과 직업. 레전드리 이상은 없었다.

내가 전에 봤던 레전드리 특성들은 지금쯤 고블린을 열심히 잡고 있으려나?


"뭐해요?"
"사람 구경."


내가 시간도 벌 겸 잠시 쉬라고 했더니, 다윤이 솜사탕을 두개 든 체 나한테 다가왔다. 나는 솜사탕을 입에 물었다.


..?!


뭐지  달콤함은? 이때까지 먹어본 솜사탕 중에 가장 맛이 있-

"아 그거 마법 재료로 만든 거래요. 일반 솜사탕보다 훨씬 달콤하고 맛있다고..."
"... 마법 재료로 만든 게 고작 솜사탕이라니."

이곳 사람들은 재료가 남아 도나보다. 나는 내 옆에서 같이 솜사탕을 먹고 있던 다윤의 능력치도 한번 보았다.

[ 이름 : 김다윤 / LV.97
특성 : 하늘 구름 (에픽)
직업 : 월광 무사 ( 히든 / 레전드리*** )
스텟 : 달빛 100, 검술 60 / 체력 30, 근력 50, 민첩 20
무기 연마 : 12.7% 재련 중...]


확실히 레전드리 직업답게 엄청난 능력치였다.


그나저나... 벌써 무기 연마가 진행 중이다. 직업들이 레벨이 오르고 숙련치가 오르면 무기 연마를 진행할 수 있다.


무기 연마가 모두 완료되면 '직업 전용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과거 고수나 영웅이 직접 썼던 무기의 카피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참에 내 능력치도 봐볼까?

[ 이름 : 김윤 / LV.101
특성 : 랭킹 1등의 금고 (레전드리******)
직업 : 최강자 ( 히든 / 레전드리****** )
스텟 : 강함 256, 만능 0 / 체력 0 근력 0 민첩 0
무기 연마 : 0.1% 재련 중...
돈 : 90,395,143,488G ]


'아름다운 별의 향연...'

레전드리 옆에 *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차이는 심해진다. 별 하나당, 에픽과 유니크의 차이 정도. 별 1개와 별 6개의 차이는 커먼과 레전드리의 이상만큼 차이 나는 셈이다.

육체 스텟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런건 포션과 스킬로 커버가 가능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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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테라딘에서 2일을 마저 보낸 뒤, 마침내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물건을 만든 헤파이스는 다소 흥분한 듯 말했다.

"제작부터 완성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긴 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 역작이라고 볼 수 있지!"
".... 근데 왜 2개만..."
"원래는 한 개도 만들기 어려운 장비인데, 나라서 2개나 만든 거야!"

끄응... 아무래도   안에 5개를 모두 만드는 건 무리가 있었나 보다.

헤파이스가 만든  무기와 신발.

무기 재련이 힘들었을 테니 남은 시간 동안 그나마 작업이 쉬운 신발을 만들었겠지. 옆에서 왜 난 아직... 이러며 툴툴대던 베린이 내 장비의 정보를 보더니 기겁하며 놀랐다.


"아니 미친? 뭐 이리 장비가 좋아?"
"돈이 몇십억 박혔는데  정도는 해야지."

원래대로라면 레전드리 이상은   없지만 이번에 2번째 전직 퀘스트에 들어서면서 볼 수 있었다.

[ 신성 그라티아의 장검 (레전드리***)
설명 -
신성한 대륙, 홀리에린의 절대적인 초월자.
그라티아의 영혼석을 빚어 만든 장검입니다.
한번 휘두를 시 모든 악의 존재들이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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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290(-200)
공격력 : 1980
신성 수치 : 200
요구 스텟 : 직업 요구 스텟 250 이상
특수 효과 : 타격 시 '악' 성향 몬스터에게 200% 추가 피해,
30% 확률로 '정의의 일격' 발동,
패시브 : 신성력 300% 상승, 모든 스텟 50증가,
모든 상태 이상 저항력 90% 상승.
액티브 - 천벌 : 전방으로 200%만큼의 광역 피해를 주고 맞은 적에게 낙뢰를 떨어트립니다. (쿨타임 5분)
* 천벌은 신성력에 따라 대미지가 증폭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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