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7화 〉37화 선택 (37/318)



〈 37화 〉37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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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이게 다인가?"


망령이 가득한 공허의 안갯속. 그는 오늘도 칼을 휘둘렀다.

베고  베고.
그러다 무엇이 남는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그는 베고 또 벴다. 수십수백 마리의 망령이 모두 형체를 잃으며 사라지자, 안개는 걷혔다.

'오늘로 867일차군.'

망령과 악령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존재가 가득한 이곳은, 월드 어드벤쳐의 주요 이야기중 하나다. 이미 과거에도 지나갔던 곳.

그 중 환각의 악령 '제페로스'는 4대 악령중 하나로, 공허의 안개를 사용한다.

공허의 안개는 시간의 흐름이 흐르지 않는 환각 속에 가둬, 그 대상을 영원히 망령과 싸우게 한다. 하지만 그는  존재를 알고 오히려 자신의 수련의 용도로 사용했다.
비록 현실보다 수련의  자체는 떨어지지만, 시간의 흐름을 받지 않고 수련을 할 수 있는 곳은 여기가 거의 유일하다.


그는 자신의 칼을 내려다봤다. 망령을 베기 때문에 날이 상하진 않고, 환각이기에 육체적인 피로도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다.


[ 특성이 한계점에 도달했습니다. ]


[ 고유 특성 □□이 강화됩니다. ]

[ 시간의 흐름이 가속화됩니다. ]


"슬슬 나가야겠군."


곧 있으면 그날이 다가올 것이다. 그전에 이 이야기를 모두 소진시켜야 한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그 녀석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체를   없는 기이한 녀석. 녀석은 50만 대미지를 넘어서 백만 대미지까지 도달했다. 나도 이제서야 넘을  있는 경지.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급하다 한들, 판이 흔들릴 수있는 요소는 모두 파악해야 한다.


그는  생각을 끝으로 환각을 찢어버린 후, 망령이 가득한 곳. 망령지대에서 녀석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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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면 특정 이벤트가 발생했을때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그 중 의식전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영상은 영물들의 원탁 회의다.


매번 유저들의 상황이나 숫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기에 꼭 봐두는 것이 좋다.

"기다렸어요!"


잠시 스토리 영상을 보고  뒤, 집으로 돌아온 우리를 향해 리라가 손을 흔들며 반겼다. 나도 같이 손을 흔들어 그에 대답해 줬다.
우리는 미쳐 얘기하지 못한 의식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의식은 총 3가지의 시험이 있어.  번째는 인내의 시험."
"인내의 시험.... 사실 여기서 많은 영물이 탈락하죠."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

베린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도 처음에는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7년 전 가장 어렵다고 느낀 시험이다.


신의 자격 중 '미물'의 틀에서 벗어나는 시험. 영물들은 각자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 초원이나 다른 자연 풍경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출구'를 찾아 나와야 하지."
"출구 찾기가 어려워?"
"어렵진 않아. 물론 바깥에서 보면 말이야."


각자 영물을 도와주는 한 명의 '조력자'가 있다. 나도 7년  조력자였고.

"조력자는 출구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힌트를 여러 개 받아. 문제는 그걸 알려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하나의 힌트를 줄려면 적어도 10년은 넘게 기다려야 돼."

그 힌트를 통해 빠르게 해답을 얻는다면 10년 안에 나올 수도 있고, 느리다면 500년이 지나도 못 나올 수 있다.


첫 번째 힌트 이후에 다음 힌트의 시간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리라는 살짝 두려운 듯 말했다.

"실제로 900년이나 그 작은 공간에 있었던 영물이 있었죠... 그것 때문에 정신이 나간 영물도 제법 있었어요."


3분 정도만 걸으면 다 둘러볼 장소에서 길면 몇백 년을 버터야 한다. 보통은 두 번째 힌트를 얻고도 못 나온다면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가망 없이 계속 버텨서 피폐해지느니, 포기하고 다음 기회에 도전하는 게 더 나으니깐.


"... 그런데 윤씨. 아까부터 천은 왜 만지고 계세요?"

내 손에는 색이 바랜 붉은 천이 들려있었다. 나는 손을 올려 천을 보여주었다.


"들을 사람이 있어서."
"?"


아마 지금쯤 듣고 있을 거다. 나는 천을 만지작거리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누누이 말하지만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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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마치고 남는 시간 동안 잠시 사냥을 나왔다. 다윤과 베린도 다른 쪽으로 사냥을 떠났다. 같이 잡으면 광역 공격도 있고 효율도 안 나온다.

[ 타락한 정령 372마리를 사냥했습니다. ]

[ 111,600G를 획득했습니다. ]


[ 타락한 정령의 날개 310개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117로 올랐습니다. ]


"후... 산 넘어 산이군."

- 히든 직업 0-2 / 최강의 노력


최강의 힘은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힘입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 자가 사용하게 된다면 필히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당신은 최강의 힘에 극히 일부분을 습득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힘은 거대합니다. 더 오랜 노력을 들여 자신의 그릇을 키우고 그에 걸맞은 힘을 쟁취하세요.
그 결과는 누구도 감당할  없을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 레벨 차이는 -+20 차이만 적용.
- 레벨 140 달성, 비슷한 레벨 때의 몬스터 3000마리 처치 (402/3000)

진짜 산 넘어 산이다. 500마리도 힘들었는데 무려 3000마리라니. 마지막 퀘스트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마지막 퀘스트도 아니다. 아마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퀘스트들이 널려 있을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능력을 주려고 이러는 건지.
나는 한숨을 내쉰 체 사냥을 이어나갔다.

부스럭-

뒤쪽에서 들린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반갑습니다. 김윤 용사님.
"누구?"
"아! 저는 이번 의식에 참여하는  영물, 스넥입니다."


맛있을 거 같은 이름이네.


"맛있을  같은 이름이네."
"네?"
"아, 아냐."

속마음이 말로 튀어나왔다. 나는 녀석을 살펴봤다. 검은색 머리와 초록색의 파충류 눈. 그리고 날카로운 이미지까지. 확실히 난  영물입니다. 라고 강조하는 것 같았다.

스넥은 큼큼 거리다.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이번에 의식에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어.  선택하라고?"
"네? 아, 아뇨."
"뭘, 이렇게 찾아온걸 보니깐. 자기 선택하라고 온 거겠지."


스넥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나는 무시하고 가려던 찰나, 말이 들려왔다.

"저는 말고 뛰어난 영물을 따로 추천드리려고 이렇게 찾아온 겁니다."
"...호랑이를?"
"네. 아시는군요. 역시 용사님들은 모르는 게 없으시군요."

영상에서도 호랑이의 수족 같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한다고?
같은 경쟁자인데 말이다.


"넌? 굳이 호랑이를 추천하고 너는 안 받을 셈이야?"
"저는 받아도 안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가장 뛰어난 김윤 용사님 외에도 다른 용사님들 2분이 더 계시니..."

내가 가장 강하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라...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다. 단지 호랑이의 수족인 건지 아니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건지.


나는 생각하는 척,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말을 꺼냈다.

"좋아. 생각은 해보지."
"네. 감사합니다. 그럼 의식 날에 뵙죠."


스넥은 그 말을 끝으로 바닥으로 슈슈슉 하고 이동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베린의 그림자하고 비슷한 기술 인가?


그 뒤로도 계속해서 영물들이 찾아왔다. 내용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결론은 자기를 뽑아달라는 말. 계속 반복되자 5번째쯤 부터는 귀찮으니 꺼지라고 했다.


"우우...."
"너 말고 뽑을 애가 한 트럭이니 좀 가라."
"저를 고르시면 후회가 없으실..."
"응 후회 안 해."
"너무해!"

파충류 눈에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단발머리의 여자. 여자는 소리치며 뒤돌더니 자연  풍경에 흩어졌다.

....저건 카멜레온 인가?
예전에도 느낀 거지만 정말 별에 별게 살긴 한다.


-



"사냥을 못하겠어요..."
"너도 많이 왔냐?"
"네에..."

집으로 돌아와 보니, 다윤 역시 러브콜을 많이 받았나 보다. 미리 돌아와 쉬고 있던 베린이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듯 말했다.

"엥? 난  하나밖에 안 왔지? 설마 내가 그렇게 인기가 없었나?"
"인기가 없나 보지."
"말도  돼! 내가 얼마나 쌘데!"


베린이 말도  된다는 듯 발광 쳤다. 베린이 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긴 하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3명밖에 없는 용사를 안 찾는다고?
다윤이 의문을 풀어주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림자 속에 숨으면 못 찾지 베린아..."
"아."


이걸 그림자가..?
녀석을 사냥할 때 무조건 그림자 속에 숨어서 사냥하니깐. 찾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용케  마리라도 찾은 게 더 신기하네."
"으으으 젠장. 스킬이 독이 되다니..."
"찾은  누구야?"
"매... 인가? 엄청 사무적인 녀석이었어."


매라.. 확실히 매라면 찾을만하지. 영상에서 보거나 현실에서 보더라도 매는 뛰어난 관찰력이 특징이니깐. 매의 눈이란 말도 있고. 뭐 아무튼.

"다들 고를  생각해둬."
"네? 안 고른다 하지 않았어요?"
"두 번째부터 골라야 돼. 그래야 개입할  있거든."

'첫 번째 시험으로 누가 괜찮은지 보겠다.' 정도의 느낌으로 넘어갈 수는 있다. 하지만  번째부터는 조력자가 참여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무조건 골라야 한다.

"난  마리뿐인데..."
"시험 통과하는 애들 중 고르면 되지."
"흠... 누굴 고르지?"
"참고로 미리 도와주고 싶다면 그래도 돼."
"엥? 다른 애들이 못하게 막으려는  아니야?"
"그거야 만일을 대비한 것이니깐."

플랜은 많다.


굳이 처음부터 영물들을 적으로 돌리고 할 필요 없이 의식의 최후의 최후까지 가도 된다. 어차피 히든 루트는 생각보다 많으니깐.


"우리의 목적은 단순히 리라나 덴트를 살리는 게 아니야. 히든 루트를 통한 성장이지."

재물을 도와주는 것은 단순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다. 히든 루트로써 불가능한  일수록 가치가 높아지니깐.
물론 동정심이라는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얘기를 듣던 베린은 흠칫 놀라듯 주위를 둘러봤다. 나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을 이었다.

"없어. 이미 재물 의식을 위해 미리 데려갔어. 설마 내가 둘 다 있는대서 말하겠어."
"넌 그 정도 미친놈이니깐 그런  알았지."
"난 정상이야."
"원래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친지 모른대."
"....."
"전 안 미쳤다고 생각해요."

다윤이 한마디 했다. 그래. 내 편은 다윤이 밖에 없구나..

"아주 커플이라고 난리를.."
"아, 아니야! 그런 사이."
"왜, 더듬어? 혹시 아까 나타난 리라라는 여자 때문에 견제 의식을 같는..."


따악!
화가 난 다윤이 베린의 정수리에 딱밤을 갈겼다. 근력 때문에 엄청난 대미지가 단거 같은데..?


"으악!"
"아주 까불어! 꼬맹이가."
"미친! 아줌마가 사람을 패네!"
"이게!"
"개판이군."

이 파티 정말 괜찮은 걸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체 다가올 의식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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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이 지난 후 드디어 의식이 시작됐다. 의식 장소는 거대한 초원에 건축물들이 여러  올라서 있었고, 그 위에는 로루닌의 삼주 신(三主神)이 있었다.

로루닌의 절대 강자이자, 호랑이의 신 비호(丕虎).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환영한다. 영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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