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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40화 깃발 쟁탈전 (40/318)



〈 40화 〉40화 깃발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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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텐데. 너 같은 녀석이 함부로 참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비호의 손에 거대한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이랑은 나와 달리 용사가 아니기에 봐주거나 할 필요가 없다.


물론 신들은 의식에 참여 중인 영물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 하다. 하지만 이렇게 난동을 부린다면 충분히 처리할 명분이 된다.

이랑의 뒤에있는 이린이 거슬리긴 하지만, 과거라면 몰라도 영역이 많이 축소된 이린은 비호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랑은 고개를 살짝 까닥거렸다.

"우리 엄마가 아저씨를 많이 걱정하시던데... 삼주신들도 자리를 비운지 오래라. 게다가 악마족의 경계가 더욱 넓어져서 조만간 이곳과 닿는다고 들었어요."
"....."
"게다가 아저씨는 예전 같지 않아서. 싸움은 좀 힘들지 않아요?"
"무엄하다!"


신들 중 하나가 소리를 버럭 질렀으나 비호가 손을 올려 그의 입을 막았다. 평상시라면 이랑은 비호에게 상대도 안되지만 지금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정치적인 이유가 섞인 지금은 더더욱.

비호는 화를 삭이듯 하늘을 잠시 보다가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한 번만 더 이런 기행을 저지르면 그 즉시 죽이겠다."
"불법만 안 저지르면 된다는 거죠?"
"....."


비호는 그대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랑을 포위하고 있던 신들도 허둥지둥 대며 마저 돌아갔다.
이랑은 스트레칭하듯 팔을  폈다.

"으으으..! 다음 시험이 기대되네~"

신이 난듯 마치 총총 뛰듯 참가자 대기실로 돌아갔다. 나는  장면을 보다가 깊은숨을 내쉬었다.

"휴우... 설마 망하는줄 알았네."


자칫 잘못하면 큰일 날뻔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잘 넘아간  같다. 3시간이 지난 후 모든 영물들이 다 튀어나왔다.

나온 영물은 19마리 중 12마리.



절반 이상은 떨어 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통과했다. 역시 이랑 같은 예외의 인물이 껴 있어서 그런 거겠지.

"흐아... 얼마나 걸린 거지.."
"힘들어 죽겠다...."

걱정했던 리라와 덴트는 무사히 통과했다. 조력자로 도와주지 않는 대신에 미리 알고 있던 힌트와 정보를 여러 개 미리 알려주었으니깐.


매번 힌트와 출구가 바뀌긴 하지만, 수많은 의식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어느새 관람석에는 베린과 다윤도 도착했다.


"오랜만에 머리 쓰니깐 머리 아파..."
"이거 재밌는데요?"
"수고했어."

나는 둘을 반겨준 뒤 다음 시험을 준비했다.


다음 시험은 '증명의 시험.'

신이란 그릇에 걸맞은 능력과 지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른 시험들과 달리 두 번째 시험은 정해져있지 않고 매번 다른 형태의 시험으로 나온다.

하지만 수많은 시험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는 나는, 뭐가 나오든 상관없었다.


"자.. 그럼 선택해볼까."


드디어 선택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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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루닌의 삼주신 비호는 의식장 가장 높은 곳. 거대한 의자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의식에 비밀을 알고 있는 용사.


그는 대체 누구일까?


지금껏 수많은 모험가, 신, 용사, 은둔 고수.... 내로라하는 모든 이들도, 저자만큼 비밀을 알고 있는 자들은 없었다.
비호는 자신이 앉은 의자 손잡이를 탁탁 쳤다.


'죽여야 하나?'

저 용사를 죽이는 것은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만큼 쉽다. 하지만 죽일 수 없다.


용사는 창조신의 사도들. 그들을 죽인다는 건 창조신에 대한 배반이나 다름없다.


"고민이 많아 보이네. 호랑이."

스르륵...

비호의 뒤쪽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랏빛의 날개와 자그마한 뿔. 그리고 모든 미의 기준을 뛰어넘을 만한 미모.
그녀는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영향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넌... 악마족의 계집이군."
"어머. 말이 너무 상스러운 거 아니야? 이래 봬도  나라의 공주인데."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로루닌은 신의 영역. 악(惡)의 성향을 가진 존재는 들어오는 즉시 그대로 정화되어 사라진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참, 내가 그딴 것에 걸리겠어?"
"그렇군."

비호는 로루닌의 퍼진 자신의 힘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상대는 악마족의 서열 2위 마왕의 딸.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할 상대가 아니다.

비호의 힘이 한대로 몰리자 악마는 워워 거리며 손을 흔들었다.


"난 싸우러 온  아니야~ 널 도와주려고 온 거지."
"뭔, 헛소리지."
"저기 있는 용사가 골칫거리지?"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용사 관람석에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다른 용사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흐응... 역시 마음에 드네. 아빠가  빠지게 싸울만 하겠는데?"


그녀는 마음에 드는 과실을 보듯이 용사를 바라봤다.

"뭘 말하고 싶은 거냐."
"간단해. 나는 악마족. 용사를 싫어하지. 그리고 너도 저 용사가 골칫거리고. 서로에게 마음에 안 들어 하니깐."
"네가  용사를 치워주겠다 이 말이냐?"
"맞아."


비호는 잠시  고민했다. 악마와 손을 잡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긴 하다만, 저 용사가 당장 거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치우는건 간단하다. 하지만 명분이 없다.


비호 같은 고위신 에게 있어선 명분은 상당히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비호는 잠시 침묵하다 말을 꺼냈다.

".... 악마는 거래의 대가가 있을 텐데."
"흐응. 역시 오래 살은 생물이라 그런지 거래를  아네."

악마는 손을 한번 휘젓더니 허공에 이질적인 포탈 하나가 생겨났다. 이윽고 연붉은색 종이를 꺼냈다.
그러고는 이내 비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자, 그리고 별건 아니야. 그냥 내가 이 시험에 관여할 수 있다. 정도니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비호는 종이를 가로채 자신의 손가락의 상처를 낸  종이에 피를 떨궜다. 깊게 스며드는 붉은 피.


"허튼수작을 부리면 전력으로 죽여주겠다."
"기대되는데? 이거 수작을 일부로라도 해줘야 하나?"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그야 뭐... 음.... 비밀~"
"뭐?"


"그럼 기대해. 야옹아~"


악마는 그렇게 말하며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졌다. 비호는 자리에 앉으며 혀를 끓었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은 똑같군."


-



준비를 하던 도중 사회를 맡은 신의 말이 들려왔다.

"다음 시험은 증명의 시험, '깃발 쟁탈전'입니다. 모두 준비해 주세요."
"다행히 편한 게 나왔네."


깃발 쟁탈전.

참가 영물들은 각자 하나씩의 깃발을 가지고 시작해, 자신과 다른 색깔의 깃발을 모두 모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깃발은 총 빨강, 파랑, 초록, 보라 4가지의 색깔을 지니며, 인원수에 따라 랜덤하게 분배된다.

12명이니 3명씩 나눠지겠지. 경기는 오래된 고대 도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경기장에서 진행되며, 상대 영물이 가진 깃발을 빼앗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재밌겠다!"

내 설명을 듣던 베린이 신난 듯 말했다. 아무래도 게임에 참가해 이리저리 그림자로 깃발을 뺏을 생각을 하는 거 같은데...

"참여도 조건이 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엥? 조력자는 2라운드부터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깃발을 한 개 이상 뺏었을 때."

참여 영물이 깃발을 한 개 이상 획득했을 때만 조력자의 참전이 가능하다. 만일 뺏기고 5분 이내에 깃발을 얻지 못하면 퇴장 당한다.

"이 경기는 게다가 모두의 능력치가 조정돼. 우리가 학살하는 경기는 나오지 않을 거야."


신의 의식은 단순한 대전 형식이 아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해도와 지혜, 그리고 그걸 조화롭게 다룰 수 있는 기교를 보는 것이기에.

500년을 산 영물과 3000년을  영물이 있다면, 둘의 능력과 힘이 모두 일정한 수치로 조정된다.

"물론 500년이랑 3000년이랑 싸우면 당연히 3000년이 이기겠지만."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조력자는 참여 영물 보다 한 단계 낮은 수치로 조정된다.

수치로 따지자면 영물 10, 조력자 6 정도?

"흠... 윤 씨. 그래도 특수한 능력이 있으면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 아무리 능력치를 고정한다고 해도. 특수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

나나 다윤이 우리보다 훨씬 레벨이 높은 npc나 몬스터를 압도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게임의 중요성은 깃발이다.

"이 게임은 깃발을 모으면 모을수록 본래의 힘을 되찾는 방식이야. 우리는 깃발을 이용할  없고. 전부 자신의 영물에게 줘야 하니깐. 아마 각각 다른 색깔의 깃발 3개를 모은 영물이면, 우리는 무슨 수를 쓰든 이길 수 없을 거야."

그러면 2가지의 방법이 있다.

어떻게든 깃발만 빼앗아 약화 시키거나, 아니면 자신의 영물에게 깃발을 건네줘 그만큼 강하게 만들거나. 어디까지나 조력자는 조력만 할 뿐. 모든 일은 영물 스스로 해내야 한다.

"그냥 4개 몰래다 뺏으면 이기는  아닌가?"
"그거야 해보면 알겠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나도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실제로 나는 깃발 쟁탈전을 하지는 않았으니깐. 정보로만 들었을 뿐.

시간이 지나고 사회자의 말이 의식장에 울려 퍼졌다.


"자! 그럼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으신 걸로 알고! 모두 이동하겠습니다!"
"엥? 너 벌써 선택 했-"


베린의 말이 들렸지만 중간에 끊긴 채 어디론가 이동했다.

슈슈슛-!

내 몸이 어디론가 빨려나가는듯한 느낌이 들더니, 이내 오래된 회색 건축물로 가득한 도시에 들어섰다.

"여긴.... 오르바틴이군."

과거 천상의 도시라고 불린 곳이다.


악마족이 날뛰기 전, 새하얀 순백의 날개를 단 '천사족'이 살던 곳. 한때 엄청나게 강대하게 성장했던 도시였지만, 마왕이 쳐들어와 모든 천사를 박멸하여 멸망했다.


...어디까지 그런 스토리란 소리다.

- 스토리 퀘스트? / 깃발 쟁탈전


당신은 신의 의식, 영물 ?의 조력자로 깃발 쟁탈전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영물을 승리시켜 최후의 의식에 들어서게 하세요.
만일 ?가 의식을 받는다면 당신의 명성이 전 세계의 퍼져 나갈 것입니다.

- 영물?의 깃발 쟁탈전 통과 (0/1)

드디어 퀘스트가 히든에 거의 다 도달했다. 좀만 더 나아간다면 나오게 되겠지. 나는 도시를 걸었다. 역시 유령도시라 그런지 부숴진 건물이나, 오래된 석상 같은것도 보였다.

[ 당신의 영물이 가진 깃발은 1개입니다. ]


"빨리해줘야 할 텐데..."


조력자들은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지만 투명화 형태로 참여가 불가능한 상태다. 만일 영물이 깃발을 한 개 더 모은다면 그때부터 참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 덤벼라! 지난 수백, 수천 년에 대한 복수를 해주지!"
"후후, 제법 강한걸? 토끼 종족 따위가 제법이네."


멀리서 말소리가 들린다. 토끼 영물 하나랑... 하나는 여우인가?
깃발의 색을 보니 서로 다른 색깔.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상황을 보니 색깔이 같았어도 싸웠을 거 같지만.


콰아아아앙!


"칫! 몸만 빨라가지고."

여우가 여우불을 자신의 주위에 소환해 사방 팔방으로 뿌리고 있지만, 토끼는 풍경 속에 스며들어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어느새 뒤쪽으로 이동해 여우의 목뒤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크윽.. 헤.. 제법이네."
"죽어!"


여우의 피가 솟구치더니 이내 쓰러졌다. 토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깃발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깃발과 시신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
"너무 순진하네. 귀여운 토끼?"

퍼버버벙-!


어느새 공중에서 나타난 여우는 엄청난 여우불을 쏟아부었다. 토끼는 미쳐 피하지 못하고 여러 군대를 맞아 빈사상태에 이르렀다.

여우는 한 바퀴를  뒤 지상에 착!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분신 하나 생각 못 하다니. 너희 종족이 그러니깐 하찮다는 거야. 하나만 생각하고 여럿은 생각 안 하지. 무지하기는."
"... 함부로 말하지 마."
"응? 싫은데? 내가 왜?"
"....."
"왜 그래야 하는데? 왜에~"
"왜긴. 네가 곧 죽을 거니깐."



띠릭-!

여우의 뒷편에 푸른 원형의 포인트가 생겼다. 이윽고 뒤쪽에서 몰아치는 거대한 돌풍이 여우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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