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41화 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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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긴. 네가 곧 죽을 거니깐."
거대한 돌풍이 여우를 뒤덮었다.
“뭐, 뭔데!”
여우가 당황하며 피하는 사이, 그림자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깃발을 가로챘다.
나온 것은 베린. 베린은 깃발을 자신의 영물인 매에게 넘겨주었다.
"아앗... 내 깃발! 뭐 하는 짓이야 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여우. 난 깃발 쟁탈전을 하는 중이다만."
"그런 걸 묻는 게 아니잖아! 우리가 회의 때 했던 말을 잊은 거야?"
여우는 씩씩거리며 울분을 토해냈다.
토끼와 거북이를 모두 처리하기 전까지 서로 암묵적으로 공격하지 않는것.
그것이 원탁회의에서 결정한 서로간에 약속 이였다.
벌써 3가지의 깃발을 모아 어마어마한 기를 내뿜은 매는 반 안경을 올렸다.
"여우. 너야말로 용사 님의 말을 잊은 건 아니겠지?"
"뭐?"
"의도적으로 토끼와 거북이 종족을 힘을 합쳐 공격하지 않는다."
".... 너."
"난 용사 님의 뜻을 지킨 것 일뿐. 게다가 나의 조력자인 베린 용사 님의 뜻이기도 하지."
"음음! 역시 내 영물이야!"
"역시 용사님이십니다. 훌륭하십니다."
"하하! 이 정도야 뭐."
베린과 매의 대화에 여우는 부들부들 떨며 지켜보기만 했다. 깃발을 뺏겼으니 5분 안에 새로운 깃발을 얻지 못한다면 자동으로 탈락하지만. 매를 공격할 수는 없다.
무려 3개의 깃발을 모든 매는 지금 이 경기장에서 가장 강력할 것이기에.
그렇다고 토끼를 노리자니 저 녀석이 가만두지 않겠지.
"젠장! 다음에 보면 죽여주마!"
"나의 혜안으로 볼 때 너의 승률은 5%에 미치지 못한다만..."
"닥쳐!"
여우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그 장소에는 단 셋만이 남아있었다. 토끼 영물이 불안한 눈빛으로 보자 매는 안경을 올리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용사님과의 약속을 지키니깐. 물론 색깔이 겹치지만 않았어도 너를 잡아 바로 경기를 끝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그냥 가주마."
"......너도 똑같은 놈이잖아. 이제 와서 동정하는척하지 말라고!"
"난 동정하는 게 아니다. 나의 조력자님의 말을 따른 것일 뿐. 그러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보다 새로운 깃발을 모으러 떠나는 게 너의 승률이 높아질 것 같군."
"....."
매와 베린을 그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토끼는 일어나 자신의 깃발을 꾹 쥔체 다른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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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깃발 쟁탈전…”
카멜레온 영물 레인은 부서진 석상 아래서 눈을 떴다.
석상의 치켜든 손에는 칼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검게 물들어 부서진 형태.
“...왠지 오싹하네.”
레인은 석상을 잠시 바라보다 석상에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최대한 풍경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윤 용사님을 만나려면 깃발 한 개를 반드시 모아야 해!’
자신보다 훨씬 강한 영물들이 바글바글하다. 혼자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테니. 다윤 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계획은 어느 정도 세워 놨다. 최대한 풍경 속에 숨어 기회를 엿보다가 깃발만 가로채는 작전!
...다소 불확실 하긴 하지만 가능은 할 것이다.
‘그럼 일단….!!!’
부스럭!
“꺄악!”
자신의 앞으로 갈색의 무언가가 빠르게 치고 달아났다. 너무 빨라서 보지도 못했는데...
꺄악...꺄악...꺄악…
소리를 너무 크게 질러서 그런지 주위에 소리가 울렸다.
‘....좀 민망하네.’
레인은 당황한 마음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짐승이라도 왔다간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녀는 그대로 다시 사라졌다.
“냐..”
작은 무언가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 이내 그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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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깃발 쟁탈전에 참여한지 20분째 리라는 쫓기고 있다.
"어이! 그만 포기하시지!"
"하아... 후우..."
고작 재물의 신분으로 참여해서 여기까지 와서 너무 욕심부린 걸까? 너무 오만했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용사님께 도움을 좀 받았다고, 그분이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리라고 기대라도 한 걸까.
"꺄악!"
쿠당당탕!
너무 뛰었는지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 팔, 다리에 타박상이 생기긴 했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크크... 아쉽네. 색만 같았어도 그냥 지나쳐 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새파란 칼날을 치켜세운 늑대 영물이 킬킬 웃으며 리라에게 다가갔다.
이대로 죽는 걸까... 싫다..
진짜로 싫다... 포기를...
"우선 깃발부터 주시지. 그런 다음에 너를 재물로 다시 바꿔주지. 하찮은 종족 따위가 의식을 받는 것 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웃기지 마!"
퍼엉-!
"우왓!"
윤 오빠가 챙겨준 안개가 잔뜩 나오는 도구를 이용해 늑대의 시야를 가렸다. 그러고는 이때까지 숨겨왔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도시의 중앙으로 뛰어갔다.
오빠가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중앙에 가면 일정 시간 마다 새로운 깃발이 하나씩 나온다고 했다.
지금은 늑대를 이길 수 없지만 적어도 하나의 깃발만 더 얻는다면 이길수도...
"크큭 벗어났다고 생각했나?"
어느새 리라의 옆으로 다가온 늑대가 칼을 휘둘렀다. 칼날이 마치 이빨처럼 리라의 몸을 물어뜯었다.
"아악!"
"그러게 왜 도망을 쳐? 그런다고 결과는 바뀌지 않는데 말이야."
"으윽...."
손에든 단검이 벌벌 떨린다. 온몸에 피가 부족해지는 느낌까지 들고,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먹음직스러운 사냥감을 보듯이 리라를 바라본다.
이대로... 이대로...
"이대로 끝낼 수는..!"
"없지."
쩌엉-!
샛노란 섬광이 늑대를 그대로 강타했다. 강하게 쇄도하는 섬광.
이내 주위에 있던 석상과 건물들을 가루로 변했다.
뭉게구름 사이로 두 개의 실루엣이 보였다. 설마 윤 오빠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실루엣이 선명해진다. 카멜레온과….
"우왕! 다윤 언니 대단해요!"
"... 네가 더 나이 많지 않니?"
"에이~ 나이가 중요한가요? 실력 좋으면 언니죠."
"그래.."
다윤과 카멜레온 영물 레인이다.
리라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용사님..."
"안녕하세요. 리라 씨.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 같은데."
"아! 네! 감사합니다..."
"우, 울어요?"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난다. 윤 오빠에게 도움을 받은 건 아니지만, 그냥 눈물이 난다. 너무 고마워서.
날 도와줘서...
"일단 진정하시고...."
"흑... 흐 아아앙.."
다윤이 리라를 진정시키는 사이 부서진 건물 잔재 사이로 누군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날 두고 어딜 한눈이 파아끄웩~"
"흥, 감히 나의 다윤 언니를 노리다니!"
대기하고 있던 카멜레온 영물 레인이 다윤과 리라를 노리던 늑대를 그대로 날려버렸다. 동시에 깃발은 뺏는 건 덤.
역시 2가지의 깃발을 모은 레인을 상대로 늑대는 상대도 안 됐다.
"으음... 색이 같은 색이라 쓸모가 없네요."
레인이 가지고 있는 색은 파랑과 보라색. 늑대가 가지고 있는 색이 파란색이었으니 쓸모가 없었다.
같은 색깔을 여러 개 가진다고 능력 증폭도 안되니깐.
레인은 리라가 가진 초록색 깃발을 보다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박수를 짝! 쳤다.
"바꾸면 되겠네."
"네?"
그렇게 말한 레인은 리라의 깃발을 가로챈 뒤 파란색 깃발을 내어주었다. 깃발을 3개나 얻자, 레인의 기세가 더욱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호옹.... 정말 세진 기분인데요. 언니?"
"잘 됐네. 빨강만 모으면 되겠다. 리라 씨는 중앙까지 안내해 드릴게요. 그쪽으로 가려던 거죠?"
"아.. 네!"
"가서 빨강 깃발만 안 나오면 드릴게요. 그럼 가죠."
"...... 고맙습니다."
"이 정도는 서비스에요. 서비스."
다윤을 비롯한 셋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시 중앙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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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도 클리어네."
나는 도시 높은 곳에서 시각 강화를 통해 도시의 싸움들을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윤과 베린. 모두 3개의 깃발을 모았고…
이랑 쪽은....
"끄악! 미친 왜 저리 쌔!"
"도망쳐!"
"어딜 갈려고? 순순히 깃발만 내놓으면 그냥 가줄게."
"흥! 웃기지 마 내가 어떻게... 끄악!"
"말을 안 들어서 참."
이랑은 아까 도망친 여우 영물과 늑대를 상대로 싸우고 있다.
늑대의 등에 깃발이 있는 걸로 봐서는 깃발도 없이 다른 영물에게서 뺏었을 거 같지는 않다. 아마 중앙에서 얻은 거 같은데…
2 대 1의 상황이지만 이랑은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 저게 진짜 최상위 신의 힘이겠지.
다른 영물들은 넘볼 수 없는 경지. 능력치를 맞춘다고 해도 무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랑은 늑대에게서 깃발을 뺏었다. 늑대는 분한 듯 최후의 일격을 날렸지만, 이랑의 손에 들린 나무 막대기에 머리를 한대, 딱! 맞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흥! 기습을 하다니."
"....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야. 나랑 같은 종족인 어떻게.."
여우 영물이 넋이 나간 듯 있자 이랑은 건들건들 거리며 말했다.
"그냥 뭐... 운이지. 뭐, 너도 언젠간 그렇게 될지도?"
"......"
여우 영물은 시간이 다 된 듯 몸이 사라지며 경기장 밖으로 퇴장당했다.
지금까지 안된 걸로 봐서는 깃발을 얻은 늑대랑 여러 차례 돌려가며, 퇴장 시간이 안되도록 하고 있었겠지.
[ 당신의 영물이 가진 깃발은 2개입니다. ]
[ 이제부터 개입이 가능해집니다. ]
[ 당신이 모아야 하는 색은 파랑, 빨강입니다. ]
"좋았어. 이제 시작이군."
나는 높은 석상에서 내려왔다. 색깔은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깐 이제 가서 뺏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랑이 그전에 다 모으려나? 그러면 편하긴 한데. 나는 중앙으로 가서 깃발의 시간을 봤다.
[ 다음 깃발 생성까지 1시간 12분 남았습니다... ]
깃발 쟁탈전은 상대 깃발을 빼앗는 것 말고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2시간마다 생성되는 랜덤적으로 생성되는 중앙의 깃발을 획득하는 것.
그러나 시간제한도 있고, 모두가 노리기에 쉽게 노리긴 힘들다.
오히려 중앙에 오는 영물을 대기하다가 잡는 쪽이 더 수월할 것이다.
"이미 늑대가 가져갔으니 사실상 못 얻는다고 봐야겠네."
시간상 이미 2번의 깃발이 생성됐을 거고 하나는 늑대가, 다른 하나는 뱀이나, 호랑이가 가져갔겠지.
이 경기가 1시간도 안 돼서 끝날 거 같으니 중앙보다는 다른 데를 노릴..
"어머. 멀리서 볼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훨씬 괜찮네."
"...?"
귀를 간지럽히는듯한 매혹적인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마치 오래전 서큐버스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느낌. 그러나 본모습을 본 순간 완전히 다른 기분이 느껴졌다.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가 눈 앞에 존재하는 것 같다.
누구일까, 도대체 누구길래 이런 위세를..
속이 매스껍다. 온몸이 발발 떨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압도적인 미모와 매혹적인 표정. 손짓 하나하나에 온몸이 달아올라 미칠것 같다.
나 같은 하찮은 존재는 그대로 바스러질 것 같은...
'저...! 하페루아님이 왜 여기에!'
".... 뭐?"
펜던트에 있던 리비엔의 말에 번뜩! 정신을 되찾았다. 눈앞에 존재는 볼에 손가락을 대며 말했다.
"흐응... 매혹이 풀리다니. 참, 옛날에는 누구나한테 다 먹혔는데. 요즘은 잘 안 된다니깐."
"악마?"
"응. 맞아. 귀여운 용사."
처음 보는 악마. 내가 모르는 악마다.
...그러고 보니 리비엔 이 방금 뭐라고 했지?
'하페루아입니다. 악마족의 절대적 2인읍...."
"어머! 뭔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다 했더니, 악마 꼬맹이 하나가 잡혀있잖아. 이래서 내 매혹이 풀렸구나~"
하페루아가 손을 장난스럽게 휘젓기만 했는데도, 펜던트가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녀석의 정보를 봤다.
[ 마왕의 딸 하페루아 LV.???
HP : ???
설명 - ???
*스토리 퀘스트의 진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약화되어 있습니다. ]
깃발 쟁탈전 관련 얘기를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안 보인다니,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녀석도 이 깃발 쟁탈전 룰에 적용돼 있다는 점. 그러면 승산이...
"아! 움직이면 그대로 죽을 수 있으니 가만히 있는 게 좋아."
"뭐?"
푸왁!
내가 살짝 움직이자 내 목에서 그대로 피가 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