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42화 하페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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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왁!
내가 살짝 움직이자 내 목에서 그대로 피가 쏟구쳤다.
다행히 깊게 베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크읍...!"
"그러게 가만히 있으라니깐."
"커억.... 후우..."
뭐였지?
분명 주시하고 있었다.
눈앞의 악마의 마력과 몸의 움직임, 그 외에 여러 가지 변수까지.
분명히 주시하고 있었음에도 당했다.
단순히 빠른 속도로 나를 배어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검기나 다른 스킬이 날라온 것도 아니다.
‘그냥 배였어.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순간적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여기가 가상현실임에도.
펜던트에 죽은 듯이 있던 리비엔은 큰맘 먹은 듯 작게 말했다.
'하페루아님은 보이지 않는 이형(異形)의 능력을 사용합니다. 지금 상태로는 절대 못 이깁니다. 가능하다면 몸을 피한 뒤 그 강한 영물과 같이 싸우는걸..'
"안 돼.. 이랑은..."
이랑은 해야 할 일이 더 남아있다. 여기서 크게 다치기라도 한다면 계획이 어긋날 수 있다.
“......”
나는 리니의 회복약을 삼켰다. 급하게 회복을 하고 상황을 본다. 다 잡은 물고기를 보듯이 천천히 걸어오는 하페루아.
몸이 완전히 회복되자 그 즉시 신발 스킬을 발동했다.
[ 장비 스킬 - 하늘걸음을 사용합니다! ]
"어라?"
이곳은 로루닌과 달리 이동 스킬의 사용이 자유롭다. 아무리 악마의 2인자든 뭐든 해도, 날 따라올 수는 없겠지. 나는 모든 이동 스킬의 쿨타임을 3초로 줄여주는 스킬을 통해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으흥... 도망가는 거야? 재밌네."
펄럭.
하페루아의 보랏빛 날개가 완전히 펴지더니, 내 뒤를 바짝 쫓기 시작했다. 잡힐 듯 말 듯 한 상황.
언뜻 보기에는 속도를 맞춰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저게 한계인가? 아니면 여유? 그것도 아니라면…’
도망치는 와중에도 펜던트는 불안하게 떨렸다.
'마법으로 어찌어찌 도망친다고 해도 3분 후에 어쩔 샘 입니까. 저분을 따돌리는 건 이런 능력 없이 불가능 할 텐데...'
"다 방법이 있어."
내가 생각 없이 도망치는 건 아니다.
[ 스킬 - 폭주의 만혜를 시전중입니다... ]
[ 스킬 - 불굴의 의지를 시전중입니다... ]
[ 스킬 - 강기 증폭을 시전중입니다.... ]
.
.
.
시전 시간이 필요한 스킬을 몽땅 다 시전 중이다. 아무리 마왕의 딸 일지라도 지금은 약해진 상태다.
한방 정도는 먹일 수 있겠지.
내 기행을 눈치챈 듯 하페루아가 쫓아오면서 옅게 웃었다.
"고작 그런 걸로 날 막아보려고? 가소롭네~"
"....."
아직, 더 아직이다.
“좀더 재밌게 해볼까?”
츠츳!
하페루아의 주위로 8개의 구가 떠오른다.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시각 강화의 레벨이 올라, 저기에 구 같은 형태가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8개의 구중 2개의 구가 날라온다.
나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5M 옆으로 이동했다. 아슬아슬하게 내 뒤를 스치는 공격.
“제법…”
콰앙!
나는 하페루아가 방심한 틈을 타, 리진이 건네준 메테오 스크롤을 갈겼다.
상급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
거대한 불덩이를 떨어트리는 마법으로, 상급 마법이지만 리진이 만든 이 스크롤은 최상급에 버금가는 효율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최상위 악마라도 룰에 적용되어 있는 한 어느 정도 피해를-
“...망했네.”
뭉게구름 사이로 드러난 하페루아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도 않았다.
아니, 변한건 딱 하나.
“...건방져. 김윤.”
묘하게 웃고있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녀석의 주위에 있던 구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졌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 거 같다.
‘그냥 도망치시지, 왜 심기를 건드리셔서…’
시끄러 임마.
콰가가가가!
하나의 구가 내 몸을 스쳐 지나갔다. 이전과 전혀 다른 공격. 내 팔뚝과 어깨가 그대로 아작이 났다.
“큽…”
나는 급하게 포션을 집어삼키며 빠르게 달아났다.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5개의 구.
가속 정도로는 막을 수 없다. 순간 이동을 써야 간신히 피할 거 같은데, 문제는 순간 이동 기술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3개정도는 어떻게 피할거 같은데..’
하늘걸음 떼문에 모든 이동 기술이 3초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쿨타임은 존재한다.
한 번에 여러 개가 다른 방향에서 날라오면 피할 방법은 없다. 남은 방법은...
“좌표 이동.”
츠츳!
“흐음..?”
사라졌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김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질 않는 걸 봐서는 인식영역 밖까지 도망갔다는 소리.
하페루아는 잠시 볼에 손가락을 댔다.
우웅-
그녀의 주위로 무형의 에너지가 퍼져나가 오르바틴을 뒤덮었다. 그녀의 붉은 눈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찾는 건 유저 김윤. 장소는 파괴된 오르바틴.”
즈증!
“...”
그녀의 각막 위로 보라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창들이 흘러간다. 마치 정보를 수집하듯. 잠시 서있던 하페루아는 그 즉시 김윤의 앞으로 이동했다.
“...인간적으로 너무 빨리 찾는 거 아니냐? 20초도 안지났는데.”
“난 악마라서.”
하페루아는 피식 웃었다.
맞는 말 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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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걸음의 유지시간이 27초 남았습니다! ]
혹시 몰라 마지막까지 남겨둔 비장의 수 마저 막혔다. 최대한 오르바틴 끝자락에 지정해둔건데 어떻게 알고 찾아온건지.
‘한번 이동하면 흔적과 기척까지 없애주는 스킬인데.’
좌표 이동은 이동기지만 특수한 능력 때문에 하늘걸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소리.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은 뭐라고 투정할 상황이 아니다.
이때까지 사용한 구는 총 7개. 그중 4개는 피했고 3개는 맞았다.
아파 죽을 거 같다.
“그만해 미친!”
“그럼 멈춰.”
“너라면 서겠냐!”
잠깐 싸늘해졌던 이전과 달리,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하페루아. 심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 떼문에 가끔씩 정신이 아찔했다.
지금도...
콰앙!
“아오….”
언제 옆에서 튀어나왔는지 그대로 내 다리를 분질렀다.
[ 리니의 회복약을 사용합니다! ]
아깝다. 진짜 아깝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2천만원 짜리를 몇 개째 쓰는 건지.
온몸에 상처가 많아지지만 다른 스킬을 최대한 활용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 하늘걸음의 유지시간이 5초 남았습니다! ]
아프다. 다른 공격들에 비해 통증이 확실히 느껴진다.마치 현실처럼.
하지만 버텨낸다. 그러니깐…
[ 하늘 걸음의 유지시간이 1초… ]
[ 모든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
"지금!"
[ 스킬 - 검술 강기(劍術剛氣) LV.5를 사용합니다. ]
[ 스킬 - 무형 제어 LV.2를 사용합니다. ]
[ 장비 스킬 - 붉은 나락 LV.3을 사용합니다. ]
[ 미리 캐스팅 해둔 스킬 및 아이템 89개를 사용합니다. ]
[ 스킬 - 이격 LV.1을 사용합니다. ]
[ 무기 스킬 - 천벌을 사용합니다.]
나는 그라티아 장검을 한 손에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유니크 무기를 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수.
하늘을 찌를듯한 붉은 에테르가 내 검에 깃든다. 검격은 내 검을 타고 X자로 치고나갔다.
“...!”
하페루아가 급하게 방어막을 쳤다. 하지만 소용없다.
‘이만큼은 버프가 되었는데.’
이 정도면 웬만한 상위 악마의 본신도 치명상을 입힐 정도의 수준이다. 더군다나 깃발 쟁탈전으로 약해진 상태라면.
검격은 방어막을 뚫고 하페루아를 강타했다. 손이 덜덜 떨렸지만 무형 제어를 써서 괜찮았다.
만일 쓰지 않았다면 후폭풍을 감당하지 못해 바로 죽었겠지.
검격이 치고나간 자리는 어마무시한 낙뢰의 폭풍이 떨어졌다.
콰가가가- 강!!!
폭발과 폭풍이 도시를 휩쓸었다. 도시의 2/3는 반파되어 건축물들이 모두 파괴됐고, 몇 명은 탈락한 듯 깃발만 나뒹굴었다.
'너무 과했나?'
깔끔하게 벤다고 생각한 이격이 이만큼의 폭발이 나다니. 다른 스킬들이 모두 합쳐져서 어느정도 변질이 됐겠지만.
나는 시각 강화를 통해 땅에 처박힌 하페루아를 보았다.
피로 물든 모습. 확실히 죽었다.
나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상태를 확실히 확인한 후, 나는 쓰러지듯 바닥에 풀석 앉았다.
"후... 진짜 강했어."
만약 공격이 좀만 미흡했어도 쓰러지는 것은 내 쪽 이었을 것이다. 이격을 쓰는 와중에도 온몸에 상처가 났으니깐.
‘살짝 봐준 것 같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것치고는 살의가 심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처음 내 목을 베었던 기술은 이후로 전혀 사용하지도 않았고.
마치 시험이라도 하는듯이.
“모르겠다. 확인해보면 알겠지.”
나는 하페루아의 피를 펜던트에 묻혔다. 무려 마왕의 딸이니 가둔다면 엄청난 능력이 나올 것이다.
[ @###$! 해당 객체는 불가능합니다! ]
[ 봉인의 펜던트의 사용이 불가합니다. ]
"어?"
나는 멍하니 서있다, 부정하듯 한 번 더 피를 묻혔다.
[ 봉인의 펜던트의 사용이 불가합니다. ]
이런 경우가 있나? 아무리 강한 생명체라도 도중에 실패하는 경우는 있지만 처음부터 안되는 경우는 없다.
게다가 하페루아는 깃발 쟁탈전 룰에 의해 일시적으로 약해진 상태.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리비엔처럼 당연히 갇혀야 정상이다.
그런데 마치 오류라도 난 것처럼...
[역시 굉장하네... 역시 그의 힘을 계승했다더니...]
"뭐야.. 어디서 들리는?"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말하는 방식도 이전과 달랐다. 마치 얼마전 마주했던 운영자의 말처럼.
다만 그 존재가 하페루아 인것은 분명했다.
[미안하지만 그 허접한 목걸이로 날 가둘 순 없어. 나는 그곳에 있지 않거든.]
".. 통합 서버?"
[너의 세계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이름이지.]
허... 서버가 달라서 가둘 수 없다니. 뭔 이런 말도 안 되는…
‘...?’
그보다 뭐라고 했지? 세계?
"너의 세계? 뭔 소리야 그건. 그보다 어떻게 운영자처럼 대화하는 거야."
[궁금해?]
"말해."
안 말한다면 시체를 이용해, 사령술로 소환 형식으로 만들어 대리고 다닐 것이다. 나는 못하지만 일전에 봤던 내크로멘서를 통해서라면...
[... 그런 짓 하면 머리를 터트려버린다.]
"그러니깐 말해줘. 너 때문에 깃발 쟁탈전이 엉망이 됐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아무리 악마가 용사를 싫어한다고 해도 의식을 박살 내 놓다니. 역시 악마…
사악하기 그지 없다.
물론 내가 다 부수긴 했지만.
하페루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기계적인 웃음소리를 내었다.
[좋아. 노력이 가상해서 하나만 알려줄게. 너의 특성있지? 그건 오류가 아니야. 너는 모르겠지만.]
"뭐? 그게 뭔 소리..."
[그럼 안녕. 나중에 아빠를 상대하러 오라고~]
하페루아는 그 말을 끝으로 소리를 감추었다. 나는 멍청하게 하페루아의 시신을 내려다봤다.
내 특성이 오류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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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왕의 딸 하페루아를 격퇴 시켰습니다! ]
[ 골드 1000만G, 경험치 2000만xp를 획득했습니다. ]
[ 하페루아의 혈석을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139로 올랐습니다! ]
[ 당신의 명성이 더욱 증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