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외전] 43화 특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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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김윤. 나이는 16살.
나는 친구의 추천으로 월드 어드벤처의 처음 입문했다. 당시 수억 명이 즐겨 하던 게임이었지만 나는 하지 않았었다.
이유라면...
"야야! 넥서스께!"
"옆에 애들 태어난다 빨리잡어!"
"아니 넥서스 안 깨고 뭐해!"
"아~ 졌네. 아 이걸 지네."
나는 당시 10년 동안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했던 AOS 장르 게임인, 전설들의 전쟁을 하고 있었다.
당시 최고의 게임이었지만 해성처럼 등장한 월드 어드벤처의 추월당해, 단숨에 2위 자리로 밀려났다.
아니, 사실 모든 게임 시장 자체를 합쳐도 월드 어드벤처 보다 못한 형국이 됐다.
'그게 그렇게 재밌나?'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가상현실이라고 한들, 현실적인 그래픽을 기반으로 한 MMORPG.
내가 좋아하던 장르는 아니었다. 아저씨들이나 좋아하는 게임 아니야? 라는 생각.
영상으로도 조금 봤지만 그리 재미있어 보이진 않았다. 내 옆에서 게임을 하던 녀석은 지겨운듯 말했다.
"야, 그래서 월드 안 할거야?"
"아 그런 게임 왜 해~ 내 취향은 아님."
"아니! 이거 한번 해보면 못 빠져나온다니깐! 레알 진짜 현실처럼 느껴져."
"내 인생이 이미 레전드라서 충분히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말하지만 친구들은 약간 지겨운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재미있는 월드 어드벤처를 놔두고 고전 게임을 즐기고 있었으니깐. 그렇다고 이 게임이 재미없던 건 아니었지만, 월드 뭐시기에 비교할 건 아니었나 보다.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려던 친구 하나가 곰곰이 생각하다 나에게 말했다.
"야, 그러면 내기 하나 할래?"
"뭔 내기."
"네가 월드 해서 한 달 안에 '혼자서' 120레벨 달성하면 우리가 10만 원 줌."
"레알?"
"대신 못하면 우리한테 만 원씩 주고, 전설 접고 월드 해야 됨. 콜?"
아니 그렇게까지 해준다고?
내 주변에 있던 셋 정도의 의견이 약간 분분하긴 했지만. 수긍하는 반응들 이었다.
10만원 이면 한 달 용돈이다. 이 정도면 개꿀이지.
"좋아. 한 달 안에 120찍고. 전설이나 계속해야지~"
"4만원줄 준비나 해라."
"미리 고맙다고 말해둘게. 아싸 피시방이 120시간!"
어째서 그런 내기를 했는지 지금에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안다.
그 내기를 통해 나의 인생점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는 점.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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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뭐야 이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월드 어드벤처 게임을 깔고 바로 접속했다.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렙 까지는 스스로 키워야 한다.
기왕이면 이런 RPG 게임은 지원을 받으면 좋지만 당장은 그럴 수 없으니…
나는 처음 입장한 뒤 주변을 둘러봤다. 나는 낡은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새소리가 들리고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와 개 신기하네..."
귀에 못 박히게 듣긴 했으나, 진짜 이런 느낌 일 줄은 몰랐다. 손가락을 까딱 거리고 볼도 살짝 꼬집어 봤다. 진짜 현실처럼 느껴졌다.
"이거 설마 칼 같은 거 맞아도 똑같이 느껴지려나?"
그러면 좀 섬뜩한데.
...설마 그러겠어?
그 순간 내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떴다.
[ 월드 어드벤처의 오신 용사님! 환영합니다! ]
[ 용사 님의 모험을 위해 시작 기념 박스를 드립니다! ]
나는 화려한 리본으로 감긴 박스 같은 걸 잔뜩 받았다. 박스를 열어보니 각종 기초 장비들과 포션들을 받았다.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주섬주섬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특성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친구 녀석이 내가 한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말한 게 바로 특성이다. 특성만 좋으면 시작한 지 1년이나 됐지만 랭커 반열에 들어설 수 있다고...
"확실히 좋은 게 걸려야 빨리 찍고 전설하러 가는데..."
내 머릿속에는 오직 10만원과 전설밖에 없었다. 나는 별 기대 없이 특성을 열었다.
[ 숨겨둔 힘 LV.1 (레어)
- 시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량이 극대화됩니다. 오랜 시간 힘을 저장할수록 능력이 배가 됩니다.
*특수한 능력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
"레어? 레어면 별로 안 좋은 거네."
나는 살짝 기분이 안 좋아졌지만 별 감흥은 없었다. 어차피 대부분이 커먼, 레어 둘 중 하나만 걸린다고 하니깐.
'사람은 진짜 많다.'
이 월드 어드벤처를 하며 느낀 것은 사람이 진짜 많다는 것이다. 튜토리얼을 가든 새로운 도시를 가든, 어딜 가나 사람은 많았다.
나는 이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직업 중 레인저라는 궁수 직업을 선택했다. 그 당시 원거리 딜러의 사기성이 한창 나오던 시기라 별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 뒤 히든 직업이 나오면서 좌절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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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0랩을 찍었다고?"
"빠르네..."
"레인저가 사기라서 그런가?"
현실시간으로 3일 후 30레벨이 되자,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명은 보스 레이드 일정이 잡혀서 못 만난다고 했고, 나머지 3명과 만날 수 있었는데. 녀석들은 하나같이 180렙 이상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는 껌이지."
"저놈의 자신감은 어디 안가네."
"야야. 어차피 '그 구간' 가면 좌절하게 돼있어."
"그건 그렇지. 큭큭"
"뭔 구간?"
나의 말에 애들은 아니야 아니야. 거리며 나에게 각종 저렙 탬들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주는대로 탬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제부터 나 쩔 해주는 거?"
"아니. 내기니깐. 너 스스로 해야지."
"인정. 혼자 해보셈. 못하면 지금이라도 만 원씩 주는 게..."
"응~ 10만 원이나 준비해~"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사냥터로 향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이게 얼마나 빡센 일 일지를…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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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기야..."
애들이 왜 그런 내기를 했는지 슬슬 알 것 같다. 젠장, 이게 이렇게 힘들다고?
나는 고블린 킹 하나를 못 잡고 쩔쩔매고 있었다. 딜링은 되지만 탱킹이 안돼서 계속 죽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죽으면 부활 쿨타임이 있어서 계속 시간이 날아가고 있었다.
"300일이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월드 어드벤처는 현실과 10배 정도 차이 나니, 하루에 절반 정도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150일. 적어도 5달이니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현실 시간으로 13일째. 레벨은 69에서 막혀있다.
스토리 퀘스트도 깨보았지만, 스토리에 대한 내용 이라기보단 몬스터 잡아오라고 시키는 것 뿐이어서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다.
이게 뭐라고 다들 재미있어하는 거지?
"크크 덤벼라 활잡이 인간!"
"크윽!"
나는 활을 길게 늘여 2개의 화살을 날렸지만, 고블린 킹은 가볍게 화살의 대미지를 흡수했다.
오랫동안 차징하면 효과가 극대화되는 특성인 '숨겨둔 힘.' 이것으로 그동안 체력이 높은 몬스터를 한두 방에 처리했다.
그렇기에 모든 스텟을 대부분 공격에 투자해 빠른 속도로 성장했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자 밑천이 드러났다.
"아씨 젠장! 이래서 하라고 했구나!"
친구들이 내기할 때 내건 조건은 혼자서 120렙을 찍는 것. 내가 들은 정보로는 한 150렙까지는 막노동이 그렇게 필요 없이 퀘스트만으로, 충분히 찍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수락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틀린 부분이 있었다.
바로 여럿이서 함께 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하나 더 붙어있었다.
"쳇... 이번도 실패네."
나는 고블린 킹의 철퇴가 내려찍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니지만, 기력을 다 써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젠장,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문제다.
"기력 포션만 좀 있었다면..."
달그락~
그 순간 내 앞에 기력 포션이 몇 개 떨어졌다. 녀석들이 도와주러 온 건가 싶던 찰나, 전혀 모르는 얼굴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뒤로 가있어라."
"네? 아.. 네네!"
뭐지 이 사람? 스틸? 의문을 갖던 사이, 남자의 검이 한번 휘둘러지더니 고블린 킹이 그대로 쓰러졌다.
"어어어어?!"
고블린 킹을 한방에 죽이다니 고렙인가? 하고 뒷 모습을 보고 아차 했다.
'아! 랩 차 심하게 나면 배분 안 들어가는데!'
구해준 건 좋지만 또 잡아야 된다니.. 나는 좌절했다. 그리고 메시지가 떴다.
[ 고블린 킹을 잡았습니다. ]
[ 배분율에 따라 12%의 보상을 받았습니다. ]
[ 스토리 퀘스트 - 고블린 킹 토벌이 완료되었습니다. ]
[ 레벨이 80으로 올랐습니다. ]
"어..?"
배분이 된 걸로 모자라, 퀘스트까지 깨지다니. 보통 퀘스트를 깨려면 막타를 쳐야지 인정된다.
파티를 하면 되긴 하지만, 파티가 아니라면 반드시 막타를 쳐야 한다.
"어떻게 된..? 저기요?"
남자는 홀연히 사라졌다. 고블린 킹을 잡은 채로. 나중에 랭커 명단도 찾아봤지만 나오진 않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먼 훗날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그와 나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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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걸 찍네..."
"대단한 새끼긴 하네."
"하하! 이제 피지컬이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어느덧 현실 시간으로 28일째.
나는 120을 찍었다.
특성의 레벨업, 그리고 고블린 킹에서 나온 유니크 장비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10만 원을 내놓거라!"
"칫... 이걸 하네."
"아싸~"
나는 10만 원어치의 골드를 받았다. 이걸로 환전소에 가면 현실 돈으로 바꿀 수 있다. 월드 어드벤처는 현금거래가 합법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만 둘 거냐?"
"음...."
원래 목표대로 10만 원을 얻긴 했는데..
솔직히 한 달, 아니 이곳 시간으로 5달을 하면서 재밌긴 했다. 현실 같은 감각과 NPC들, 그리고 이젠 재미있어진 스토리 퀘스트.
"좀 더 해보지 뭐."
"잘 생각했어! 마침 우리 길드 만들었는데 원거리 딜러가 없거든. 너 들어와라."
"설마... 이러려고 부른 거냐."
"알면 이미 늦었다 중생이여. 넌 이제 월드를 빠져 나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미친놈."
그 뒤로 나는 친구들의 길드에 들어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다. 몇 년이 더 지난 후 다들 입시를 위해 대부분이 빠져나갔다.
그 이유 말고도 이런 저런 사정이 있긴 했지만...
나는 그대로 게임을 계속했다. 녀석의 말대로 이 게임이 너무 좋아져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돈도 쏠쏠히 벌고 있지만."
나는 길드성에 초라히 앉아있다. 무명에 의해 마왕이 잡힌 뒤로 콘텐츠 소모가 심해져서 살짝 정체기가 있었지만,
곧 새로운 업데이트가 나온다고 하니 기다리는 중이다.
나는 그동안 키워온 특성을 열었다.
[ 숨겨둔 힘 LV.10 (레어)
- 시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량이 극대화됩니다. 오랜 시간 힘을 저장할수록 능력이 배가 됩니다.
*특수한 능력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남은 시간 00:01:02...)]
"드디어 열리는구나."
무려 게임 시간으로 20년이나 걸려 특성이 10레벨에 도달했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특성은 이제 곧 있으면 완전히 열린다.
도대체 이건 뭘까? 그동안 레벨도 잔뜩 올리고 탐지 능력이나, 탐색 능력을 모두 동원해도 알 수 없었다.
남은 방법은 특성을 계속 사용해서 레벨을 올리는 방법뿐.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특성을 계속 사용해, 최고 레벨인 10레벨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 남은 시간 3초... ]
[ 남은 시간 2초... ]
[ 남은 시간 1초... ]
[ 특성이 개화합니다! ]
"오? 막 레전드리로 바뀌나?"
특성이 레벨을 올리면 등급업을 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었으니깐. 나도 그런 케이스 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내 랭킹이 좀 올라갈지도…’
[ 특성의 특이점이 발견되었습니다. ]
[ 해당 특성은 다음 게임에 적용됩니다. ]
"어? 뭔 소리지?"
[ 모든 특이점이 확인되었습니다. ]
[ 해당 게임이 종료됩니다. ]
뭘 생각할 틈도 없이. 나는 강한 충격의 여파에 휩쓸렸다. 깨어난 후 난 다시 게임에 접속하려고 했지만, 게임은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게임은 그렇게 종료됐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에 뭘 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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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이 오류가 아니다라..."
왜 갑자기 이전 시즌 생각이 나는 걸까.
특히 게임의 마지막 날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프다.
난 도대체 그날 뭘 본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