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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44화 바라는 것 (44/318)



〈 44화 〉44화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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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엄청난 기술을 쓰신  같은데...'

리비엔의 말이 내 생각을 비집고 들어왔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빠르게 깃발 쟁탈전을 마무리 지어야 돼.


나는 하페루아의 시신에 있던 빨강 깃발을 얻었다. 이제 이걸 가져다주면 되겠지.

"이랑은 저쪽인가?"


나는 하늘로 높이 뜬 뒤 이랑 쪽으로 가려던 그때였다.

촤악!


발목에 긴 줄 같은 게 휘감기더니, 그대로 아래쪽으로 끌어당겨지기 시작했다.

‘...허물?’


나는 발목에 휘감긴 허물을 검으로 잘라냈다. 줄의 끝에는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스넥?"
"아, 용사님 대단하시군요. 제 허물은 아무리 호랑이님이라고 해도 끊기 어려운데, 간단히 끊으셨군요."
"호랑이는? 너랑 같이 다니는 것 아니었나?"
"아, 그분이요?"

호랑이와 뱀은 같은 빨간색 깃발이다. 그래서 같이 다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말에 스넥은 큭큭 웃었다. 그러고는 품속에서 4개의 깃발을 꺼내며 혀를 날름 거렸다.

"제가... 먹어치웠습니다.
"뭐?"
"그리고 당신의 영물도 말이죠."

스넥의 말에 나는 살짝 멈칫했다. 이랑을 잡았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무리 깃발을 많이 모았다고 한들 이랑을 이길수는 없으니깐.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스넥이 혀를 날름거렸다.


"역시 믿지 않으시는군요. 뭐, 그 영물이 제법 강했긴 했습니다. 역시 여우신 이린의 자식답게 말이죠."
"...알고 있었냐?"
"물론입니다. 그만한 유명 인사를 모르는 게 이상하죠."


나는 오작동이 난 뇌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스넥이 이랑을..?
그럴 능력이 되나? 거짓말인가? 그렇다면  거짓을...

"생각이 많아 보이시는군요. 그럼 깃발을 가져가겠습니다. 마침 남은 게 빨간색인데, 우연치 않게 가지고 계시는군요."
"...이런 건 쓰기 싫었는데."
"네?"

[ 스킬 - 지능 활성화를 사용합니다. ]


[ 스킬 / 지능 활성화. LV.1
설명 -
"어려워. 이걸 풀라고 만든 거야?"
마법 학회에 속해있던  견습 마법사는 자신의 눈앞에 놓인 마법 숙제들을 보았다.
그는 태산 같이 쌓인 숙제를 집어 들었으나, 자신의 머리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마법 문제들 이었다. 한참 고뇌하던 그는 생각했다.
'문제가 어렵다면 내 지능을 올리면 되는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정말로 지능이 향상되는 마법을 개발했다. 부작용으로 정신이 살짝 위태로워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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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 -
(정신력을 소모합니다. 현재 5분 사용 가능.)
일시적으로 자신의 두뇌의 사용량과 효율을 증가시킵니다. (ON/OFF)
*과도한 사용  영구적으로 정신력이 손상될  있습니다.
직업 - 최면술사 일시 상대에게 사용 가능.
직업 - 현자 일시 페널티 삭제. ]


정말 쓰기 싫었다.


예전에 스킬을 대거 구매할 때 사두긴 했다만, 한 번도 꺼낸 적은 없었다. 자칫하면 정신력이 영구 손상 될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내 지능이 딸려서 쓰는 것처럼 보이잖아.’

"후우..."
"뭘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편하게 보내드리죠!"

나는 스킬을 키고 눈앞의 스넥을 본다. 눈앞에 펼치지는 상황을 파악한다. 뱀이 수십 갈래로 허물을 발사한다.

세상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 모든 상황이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베린, 남쪽으로 가면 다윤, 서쪽에는 이랑이 보이네. 역시 거짓말이었군.

이랑이 탈락할 리가 없지.

"방... 심... 하셨군요...!"


사실 내가 한가로이 도시를 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전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넥이 공격이 오고 있으니깐.


단지 나의 인지 능력이 너무 올라가서 모든 상황이 느리게 보이는 것일 뿐. 시간은 똑같다.


"그럼 일단..."

나는 가볍게 스낵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이동, 공간 스킬의 도움 없이. 당황하는 스낵의 표정이 선명하게 보인다.

‘약해.’


하페루아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다. 중복을 제외하고 깃발을 3개나 가졌지만 터무니 없이 약했다.


나는 가볍게 일격을 날렸다.


스킬 - 일격 LV.5를 시전합니다! ]


그라티아 장검을 한 손에 쥐고 스넥을 가로로 배어냈다. 스낵은 뱀의 꼬리를 길게 늘어틀여 공격의 대부분을 흡수했다.


"커... 억..!"

물론 그마저도 다 흡수하지 못했지만.


3가지의 깃발을 가진 영물조차 고작 일격을 버티지 못한다. 이것을 보니 하페루아가 진짜 대단하다고 느꼈다.


괜히 마왕의 딸이 아니겠지. 아마 본신으로 만난다면 첫 합에 목이 날아갔을지도 모르겠다.


"크아아아!"

일격을 날린 후 뱀이 미친 듯이 폭주하며 공격한다. 나는 가벼운 포복으로 모두 피했다.

공격의 궤도와 목적이 너무 선명히 보이니깐.

[ 정신력이 한계치의 도달했습니다! ]


[ 즉시 종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정신력이 손상됩니다! ]


벌써 5분이 지났나? 나는 스킬을 해제했다. 느려진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미친듯이 두뇌 회전하던 머리도 되돌아왔다.


"으... 여전히 매스꺼운  똑같네."

성능은 확실하지만 스킬이 끝나면 머리가 뒤집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다.


스킬은 풀렸지만 이미 승패는 판가름 났다. 스낵은 이미 빈사상태. 부상을 입은 채로 능력을 미친 듯이 썼으니 몸이 정상이 아니겠지.

"으흐흐흐.... 역시 용사님이시군요. 절 이겼다고 너무 좋아하시는 않으셔야 할 겁니다. 저는 그저..."
"미끼라서?"
".....?!"
"네가 내 시간을 끄는 사이 호랑이가  영물의 깃발을 뺐을거라서?"
"어.. 떻게..?"

처음부터 이상했다. 분명 이전까지 호랑이의 편을 들어놓고 갑자기 배신. 물론 배신이 이상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이득이 없는 배신이었다.

중요한 순간도 아니었고 최상위 영물이었던 호랑이를 배신했다면 그만한 목적도 있었을 터.


하지만 녀석은 그런 게 없었다.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랑이의 편이였지. 내가 악마와 싸우는 여파로  동료 영물들이 자동적으로 탈락했고. 너는 그것을 주워들은 체 나를 속이려 왔을거야."

내가 스킬을 쓸 당시 녀석들을 봤을 때 베린과 다윤의 영물들은 그 옆에 없었다. 베린과 다윤은 내 능력에서 벗어날 정도의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영물들은 아니다.

"베린과 다윤은 영물이 아니기 때문에 영물이 탈락  이상, 게임에 간섭할  없어. 처음에 투명화 상태가 됐던 것처럼."
"당신은 도대체...."

충격을 받은  무릎을 꿇은 체, 멍하니 있는 스넥. 나는 그의 깃발을 모두 빼앗았다. 내가 깃발을 가져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얼타고 있는 표정이었다.

당신은 필요한 모든 깃발을 모았습니다. ]

당신의 영물에게 깃발을 가져다주십시오. ]

스낵은 반쯤 웃으며 말했다.

"하... 하하..! 하지만 안될 겁니다! 호랑이님은 이미 깃발을 3개나 가져, 아무리 이린의 자식이라 한들..."

"그래? 재밌겠네. 누가 이길지 말이야."


콰아아아앙!


그 순간 서쪽에서 거대한 분홍빛 불기둥이 솟아 올랐다.  하늘을 태워버릴 것 같은 불.

이윽고 도시에 울려퍼지듯 메시지 창이 떴다.

최초로 4개의 깃발을 모두 모은 영물이 나왔습니다! ]

[ 남은 자리는 3자리입니다! ]


"어..?"
"역시 이랑이 탈락할 리가 없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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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 영물 스넥은 메시지가 뜬 이후, 홀연히 경기장 에서 퇴장했다.

‘호랑이가 탈락한 이상 가망은 없는 거니깐.’

내 영물은 합격할거니 내가 가진 5개의 깃발은 쓸모가 없었다. 기왕이면 리라나 덴트에게 건네주면 좋겠지만, 2마리의 이상의 영물은 도와주지 않기로 했으니 운에 맡겨보기로 했다.

"가라."

나는 높은 곳에서 서 깃발을 사방팔방으로 뿌렸다. 마력의 흐름을 타고 갔으니 운이 좋으면 눈앞에 떨어지겠지.

나는경기장에서 퇴장해 용사 관람석으로 돌아왔다. 관람석에 앉아있던 다윤과 베린이 나를 반겼다.


"윤 씨! 괜찮으세요? 아까 엄청 치열하게 싸우시던데..."
"응, 괜찮아."

사실 죽어서 로그아웃 될뻔했지만.

마왕의 딸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옆에 삐딱하게 앉아있던 베린이 한마디 했다.

"...언제는 맘대로 하라더니 그냥 탈락시켜버리냐."
"고의는 아니었어."
"치.. 재밌었는데."


나도 이렇게 탈락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이긴 했다. 만약 내가 죽고  영물이 탈락하면 상황이 꼬이기 때문에.

낼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올라오려나..."


사실 올라올만한 영물은 이미 정해졌다. 이미 대부분이 탈락했기 때문에. 주위를 돌면서 깃발만 모아도 무난히 합격하겠지.



"그래도 잘 됐네요. 리라 씨랑 덴트 씨가 올라갈 확률이 높아졌으니깐."
".... 그게."
"응?"


베린이 살짝 고민하는듯 손을 꼼지락 대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 거북이 내가 잡았는데..."
"어? 뭐라고? 왜??"
"아니, 열심히 하라길래.. 마침 색도 다르고... 그래서..."

베린이 우물쭈물하며 횡설수설했다. 다윤은 황당한 표정으로 베린을 바라봤고, 나는 둘을 보고 큭큭 웃었다.

어차피 이제 그건 중요치 않으니깐.


"됐어. 어차피 누가 올라오든 간에 그건 별로 안 중요해. 중요한 건 합격 명단에 적대 영물이 없는 게 중요하지."
"아니,  신이 돼야 재물 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계획이 좀 바뀌어서 이제 안돼도   있어."
"?"

내가 말한 히든 루트는 그 둘 중 하나를 신에 올려 재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임시방편이다. 이 의식이 끝나고 우리가 떠나면, 다시 또 다른 재물이 오를 것이기에.



나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은 ---야."
"네...?"
"뭐어?!"


이 방법을 쓰는 사람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
.


[ 깃발 쟁탈전이 종료되었습니다. ]


[ 합격 영물은 총 4마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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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오르바틴.


토끼 영물은 4가지의 깃발을 모두 모았다. 본인의 실력으로 얻은 건 아니지만  좋게 떨어진 깃발들을 모을 수 있었다.


-통과했군요. 토끼.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어두운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에 울려 퍼진다. 대화 내용을 봐서는 서로 간의 합의가 있었던 것 같지만, 어쩐지 그녀는 남자의 목소리가 불쾌했다.


-당신은 아직 그 이름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알아요. 그냥 토끼라는 호칭이 별로였을 뿐이에요.”
-흠…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그녀는 잠시 깃발을 쳐다봤다. 형형색색의 깃발들. 그러나 모든 깃발이 붉은색처럼 보였다.


이곳에서 일어난 전투로 인해 피로 물들었기 떼문이다.


“...됐어요. 호칭은 나중에 얻게 되면 듣도록 하죠.
-그렇군요. 좋습니다. 그보다 우리의 약속은 기억하고 있죠?
“....네. 혹여나 일이 틀어지면 당신이 도와줘야 해요.”
-지금까지는 일로 봐서는 틀어질 일이 없을 텐데… 혹시 걱정되는 부분이라도 있나요.

그녀는 깃발 쟁탈전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나를 도와준 작은 체구의 용사.

그리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용사가 있어요. 그가 힘을 쓰면 의식을 받지 못할지도 몰라요.”
-의식을 받는 건 용사가 아닙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용사가 아무리 강하든 의식을 방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의식은 비호가 주관하고 있으니깐요.
“비호… 확실히 그를 이길 수 있겠죠?
-물론입니다. 안배는 이미 충분합니다.
“...”


그래. 모든 게 완벽하다. 계획은 완벽하고 누구도 그녀의 의식을 방해할 수 없을것이다.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면.


리라.


‘걱정하지 마. 곧 마주할테니깐.’


그녀가 바랬던 일은 곧 내가 바란 일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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