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46화 믿음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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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라는 눈을 떴다.
끈적한 어둠이 가득한 공간. 하지만 익숙하다.
이 익숙하다는 감각은 리라 본인의 감각일까, 아니면 자신을 집어삼킨 그 영물의 감각일까.
수십 번의 의문이 들었으나, 그것을 잠시 내려놓고 눈 앞에 리라에게 다가갔다.
“당신…”
“깨어났구나.”
“날 어떻게 한 거야. 왜 나를…”
기억이 스며든다. 리라가 겪지 못한 기억이.
이해할 수 없다. 눈앞에 여자가 바로 나라면. 내가 악마에 의해 둘로 쪼개진 거라면.
“넌… 내가 아니야.”
“무슨 소리야. 리라. 너도 알고 있잖아. 넌 나고, 나는 너고. 우리는 살기 위해, 우리는 신이 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네가 나였다면 남을 해쳐서까지 목적을 이루려 할 리가 없어.”
리라는 오래전 자신의 친구를 제물로 떠나보내야 했다. 원래는 본인의 차례였는데 친구는 신들에게 간절히 부탁해, 리라를 대신에 멋대로 희생했다.
희생 당해야 했던 건 나였는데.
나 따위보단 녀석이 훨씬 더 중요했는데.
“그러...니깐. 넌 내가 아니야. 넌 그저 악마일 뿐이라고.”
“...리라. 오래전 일이야. 더 이상 알량한 이상으로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잘 봐! 누가 너를 구해줄 수 있다는 거야.”
“그야…”
“그 용사? 그래 그 정도로 강한 용사면 구해줄 수 있겠지. 근데 널 위해서 해준게 뭐지? 널 도와주겠다고 나서고 정작 너를 도와주지도 않았잖아. 그 용사는 다른 영물을 선택했어. 넌 그저 쓰다 버릴 존재로 생각했던 거라고!”
리라의 눈빛이 흔들린다.
김윤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것이 더 완벽하고 이상적인 결과를 만든다는 게 그의 말.
“...”
리라는 잠시 침묵하다, 이내 웃으며 눈앞의 존재를 바라봤다.
“난 믿어. 윤 오빠는 날 구해줄 거니깐.”
“알량한 믿음이네.”
츠읏…
어두운 공간에 빛이 쏟아지고 작은 균열이 생겨났다. 자신과 싸우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
눈앞에 리라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잘 봐둬. 그 알량한 믿음이 신적인 존재에게 있어서 얼마나 부질없는지.”
균열 속 거대한 무언가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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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빛의 강기가 의식장을 뒤덮더니 리라의 육신을 갈갈이 분쇄했다.
역시 로루닌의 삼주신.
괜한 칭호가 아닌 모양이다. 한 번의 공격에 로루닌의 1/3이 날아가고, 공격 방향에 있던 숲에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싸우는 와중에도 노란빛의 보호막이 우리를 덮었다. 시각 강화를 통해서 보니, 곳곳에 보호막이 있는 걸로 봐서는 이곳의 주민들까지 지켜준 모양이다.
"전투 중에 다른 이들까지 신경 쓰다니..."
"와.. 죽는 줄 알았네!"
"... 끝난 건가요?"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자에 앉지도 못한 체, 보호막 안쪽 구석까지 박힌 베린과 다윤. 나는 저 멀리 흔적도 없이 사라진 리라를 보았다.
"아직."
안타깝지만 드레투라는 저런식으로 절대 죽일 수 없다.
"후우... 대단하군요. 위대한 분께서 왜 먼저 찾아오셨나 했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군요."
그는 영혼이 사라지기 전까지 불멸이다.
리라의 육신이 빠르게 복원되고 그에 걸맞는 힘이 리라의 내부에 퍼진다. 드레투라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승패는...”
쾅!
다시 한 번의 공격. 이전 보다 약했지만 리라의 육신을 갈아버리기에는 충분했다.
리라의 육신이 빠르게 회복한다.
“하지만…”
쾅!!
“하지…”
쾅!!!
“하…”
쾅! 쾅! 쾅! 쾅! 쾅!!!!!!!!
‘마지막은 좀 쌨는데?'
“...”
납작하게 찌그러진 리라.
아무리 드레투라가 불멸이라고 해도 저 정도로 죽으면 위험하다. 물론 악마에게 위험이라기 보단, 리라에게 있어서 위험이다.
리라의 힘과 능력은 악마로부터 비롯된다. 악마는 계약자에게 자신의 힘을 보내주는데, 그 계약자가 죽거나 힘을 소진될때 마다 자신의 힘이 사용된다.
즉, 저렇게 계속 죽는다면 드레투라의 힘이 계속해서 소진되는 셈.
자신이 얻는 것에 비해 너무 많은 힘을 소진하면 악마에게 있어서 손해다. 그게 반복되면 악마 스스로 계약을 끊어 버릴 수 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되니깐.
문제는 계약을 그대로 끊어버리면 리라는 곧바로 죽을 것이다. 그녀는 이 싸움의 여파를 감당할 능력이 안되니깐.
그런데....
“...진짜 안 죽는군.”
“말 좀 한 번 하려고 몇 번이나 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지껄여 봐라.”
드레투라는 수십 번을 죽어놓고도 계속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계약을 해지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왜지? 여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건가?
"하지만 승패는 판가름 난거 같군요. 비호."
"뭐?"
드레투라는 리라의 육신을 복원한 뒤 검은색의 날개를 펼쳤다. 그러고는 마법진을 그리듯 손을 휘젓는다.
우웅…
비호의 이마에 보랏빛의 문양이 생겼다. 문양은 거세게 빛을 발하더니, 비호의 거대한 본신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슨..!"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싸움입니다."
비호의 몸을 계속 작아지고, 또 작아지다가, 평범한 호랑이만큼 작아졌다. 아마 그만큼 힘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드레투라는 자신의 손에 의해 죽은 신들, 신의 타락한 영혼을 소환했다. 그 영혼들은 무기를 든 체 비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위대한 분을 위한 작은 여흥이지만."
".... 하페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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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싸움은 머지않아 잠잠해졌다. 아마도 마왕의 딸인 하페루아에 의해 일시적으로 약해졌을 비호. 수없이 많은 신들이 그를 상대했고, 계속해서 버티던 비호는 결국 자신을 따르던 신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비참한 최후군요."
"....."
"그러게 진실을 미리 말해줬으면 됐을 것을. 어린 영혼 하나 구제해 주지 못한 당신의 탓입니다."
쩌저적-!
비호가 죽자, 우리를 감싸던 보호막이 사라졌다. 다른 주민들은 신들에게 공격을 받는 순간 해체했었는데, 우리의 보호막은 죽는 순간까지 해체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신념은 지킨단 소리인가?
‘모순적인 신념이지만.’
"그대가 김윤이군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리라의 몸에 깃든 드레투라가 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정확히는 나 하나겠지만.
"얘기? 누구한테?"
"물론 위대한 분께 말입니다."
"하페루아?"
"그렇습니다. 당신의 여정을 그 분만이 아닌, 더 위대한 분께서도 보고 계시죠."
"거참, 인기인이 이래서 피곤해."
나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베린과 다윤이 황당하게 쳐다봤지만, 여전히 긴장은 하고 있었다.
상대는 거의 본신과 맞먹을 정도의 동조율을 유지하고 있는 최상위 악마니깐.
나는 그라티아 장검을 장난스럽게 어깨에 걸쳤다.
"뭐 그래서 이제 가보려고? 아니면 한번 싸워보려고?"
"하아... 솔직히 궁금하긴 합니다만... 명이 있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그래?"
"네. 위대한 분의 명령은 중요..."
"어쩌냐? 나는 안 보내 줄 건데."
"... 네?"
"이랑!!!"
나의 외침에 어둠으로 물들었던 어두운 하늘에 광명이 쏟아진다. 작은 무언가가 내려옴과 동시에 분홍빛 여우불이 하늘을 뒤덮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콰아아아앙!!!
이랑은 거대한 여우불을 수십차례 대지를 강타해, 그 영역 안에 있던 타락한 신들의 영혼을 태우기 시작했다.
드레투라는 한걸음 뒤로 물러선 뒤,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흐음... 안 좋은 선택이군요. 당신을 살려둔다고 말한 거 같은데..."
"누가 할 소리를."
"당신은 절 이기지 못합니다. 하물며 저 여우 한 마리가 저의 불멸의 군대를...."
치이이이...
잠시 명령 대기 중이었던 타락한 신들의 영혼이 여우불에 의해 타들어갔다. 드레투라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나는 그를 향해 씨익 웃어줬다.
"신성의 불꽃 여우불. 여우신 이린의 특수한 능력이지. 그 대단한 능력 중 하나는 '악한’ 영혼을 불태운다."
"이걸 노렸군요."
"그것만이 아니야."
나는 쌍검을 든 체 그대로 빙의된 리라를 향해 날아올랐다. 드레투라는 엄청난 에테르를 쏟아냈다. 비호와 달리 나는 이 에테르에 스치기만 해도 죽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안 맞으면 그만이니깐.’
나는 뒤쪽으로 빠르게 이동한 뒤, 손을 뻗었다.
"좀 아플 거니깐 참으라고."
[ 스킬 - 무형 제어 LV.2를 사용합니다! ]
키이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라의 육신이 멈칫했다. 리라의 몸에서 나오는 검은색 에테르도 서서히 줄어들더니 금세 사라졌다.
"어떻게..?"
"뭐긴. 봉인이다 이 자식아!"
빠악!
나는 녀석을 주먹으로 한대 쳤다. 녀석은 주먹을 맞고 훨훨 날아가 뒤쪽에 있던 바위산에 처박혔다.
바로 따라가려던 찰나, 하늘이 어두워진다. 날이 어두워진 게 아니다.
‘발?’
콰앙!!
날 노린 건 죽은 곰의 신.
이랑이 미쳐 태우지 못한 신들이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젠장!"
최소한의 힘을 이용해 상대하고 있지만, 이격이나 특수 버프 없이는 아직 중위급 신은 좀 버겁다. 나는 최대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신들의 능력은 전부 가지각색 이었고, 그들 하나하나가 무엇보다 엄청 강했다.
신들 중 하나의 공격이 내 몸을 강타 하려던순간. 어디선가 날라온 노란빛 검기가 신의 다리를 거세게 공격했다. 거대한 몸체를 지탱하던 다리가 무너지면서 중심을 못 잡고 쓰러졌다.
쿠구구구궁- 쿵!
"윤 씨! 먼저 가요! 저희가 상대할게요!"
"내 것도 남겨둬야 해!"
"너희로는 무리야!"
드레투라의 영혼이 되면 기존의 능력보다 약해지긴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강력하다.
‘아직 다윤이나 베린이 신들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야.’
이랑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이랑은 이미 수많은 신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비등하게 싸우고 있는 것도, 이랑의 여우불이 신들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윤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외쳤다.
"괜찮아요! 잡아두고만 있을게요! 아까 그 녀석을 못 잡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 네가 빨리 잡고 와서 도와줘!"
".... 알겠어. 죽지들 말고 있어."
나는 하늘걸음을 킨 체, 빠르게 바위산 쪽으로 다가갔다. 바위산에는 피로 물든 리라가 보였다. 내가 도착하다 리라가 큭큭 웃었다.
"과연... 하페루아님이 괜한 말씀을 한게 아니었군요.."
"빨리 끝내자."
무형 제어 레벨이 올라갔다고 한들, 최상위급 악마의 마력을 전부 봉인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지금도 서서히 리라의 몸에서 에테르가 올라오고 있으니깐.
나는 버프 스킬들을 하나둘씩 키며 다가갔다. 마력이 끊긴 이 상황이 녀석과 리라를 완전히 떼어낼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이다.
"이 몸을 죽이면 리라는 그대로 죽을 겁니다."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입니다. 이 몸은 계약으로 인해. 목숨을 바친지 오래라... 신이 되지 못하면 그대로 죽어 저의 하수인이 되기로 했거든요."
"....."
"그러니 이 몸을 죽인다는 건 리라라는 영물을 영영 죽인다는-"
푸슉-!
나의 칼날이 리라의 심장을 꿰뚫고 그대로 발화 마법을 이용해 산화 시켰다.
신성 그라티아의 장검으로 계약을 끊어내는건 덤.
"어째서..?"
마지막 순간 이해하지 못한 듯, 드레투라는 허망한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죽진 않았겠지만 동조율을 극한까지 올렸기 때문에 타격이 제법 클 것이다. 아마 500년 정도는 밖에 못 나오겠지.
나는 칼을 땅에 꽂아 지지대 삼아, 지친 몸을 지탱했다.
"후우.... 미안하지만 인질극은 안 좋아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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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의 악마 드레투라를 격퇴시켰습니다! ]
[ 골드 200만G, 경험치 1000만xp를 획득했습니다. ]
[ 레벨이 143으로 올랐습니다! ]
[ 드레투라의 혈석을 획득했습니다! ]
[ 칭호 / 악마 사냥꾼이 부여됩니다. ]
[ 칭호 / 악마 사냥꾼 (레전드리**)
- 3명 이상의 악마 간부를 격퇴시킬 시 얻는 칭호 입니다.
악마족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70% 상승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