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0화 엘린시아 (50/318)



〈 50화 〉50화 엘린시아

-

마법의 성지 디틴베리.


이미 오래전에 와본 곳이지만 여러 가지가 바뀐 점이 많았다. 항상 높이 쌓여있던 탑도 꽤나 줄었고, 마력 농도도 크지 않았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뭐야..? 마석이 없잖아?"


디틴베리 성 내에 최상층에 위치한 마석이 홀연히 사라졌다. 설정이라도 바뀐 걸까? 작은 체구의 여성은 의문을 가졌다.

그녀를 필두로 10명 남짓한 남녀가 디틴베리를 걸어 다니고 있다. 의문점을 같던 그녀에게 뒤쪽에 있던 무리 중 하나가 말을 걸었다.

"저... 로즈님."
"왜? 생각하는 중이잖아!"
"아... 죄송합니다. 생각을 다 하시면 그때..."
"말해."
"네네! 제 특성으로 본 결과 유저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남자의 머리에는 작은   마리가 있었다. 새는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하듯 짹짹 거리며 사방팔방으로 정보를 받고 있다.

그의 특성인 ‘정보 수집’으로 이미 일어난 사건이나 행적을 알아낼 수 있다.

"당연히 누군가 먼저 지나갔겠지! 무명이 먼저 통과했을 거잖아"
"아, 아니요! 먼저 지나간 유저는 4명이에요."
"4... 명?"
"네네! 게다가 시간때를 보니깐 1명이 먼저 지나가고 그다음에 3명이 지나간 모양입니다."
"....."


비록 3성급 이상의 레전드리 특성은 없지만, 나름 괜찮은 특성들과 전직으로 무장한 우리조차, 3개월이 넘어서야 간신히 트롤 지역에 도착했는데.

벌써 통과한 녀석들이 있단 말이야? 대화를 듣던 무리의 여자가 말했다.

"혹시 검성 녀석들이 아닐까요?"


우리랑 비슷한 수준의 세력과 특성을 가진 녀석들. 그중 무리의 대장인 '검성'은 최근 레전드리 3성급 직업을 얻었다고 들었다.

우리와 계속 엎뒤락 뒤치락 하며 고블린 쪽 싸움을 하다가, 우리가 먼저 클리어하면서 앞서 나갔었는데…

로즈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빨리 100레벨을 찍고 길드부터 만들어야 해. 그래야지 녀석들에게 안 따라 잡힐 수 있어."

길드를 만들면 각종 버프와 특수 능력 또한 주어진다. 게다가 길드 성을 통해 세금을 받으면서 골드까지 얻을 수 있으니. 성장과 자본을 위해서라면 필수라고 볼 수 있다.

"하늘 길드의 부활인가요?"
"그렇지."
"길마님은요?"
"내가 길마야.  오빠가 나한테 결혼한다고 넘기고 탈주했거든."
"에액? 그거 군 입대 아니었어요?"
"구라지. 그 오빠가 나이가 몇인데. 자기 이제 관리하기 힘들다고 넘기고 튀었어. 원래는 말하지 말라고 사정사정했지만...."


로즈는 깊은 화를 삮이듯 애꾿은 땅을 마구 찼다. 작은 체구였지만 능력치로 인해 애꾿은 땅의 파편들이 휙휙 날렸다.


"개자식."
"그런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때 큰 키와 체구를 가진 남자가 슬그머니 앞으로 다가왔다. 체구에 걸맞게 엄청난 힘까지 느껴졌다.


로즈는 남자를 올려다보다 목이 아픈 듯, 이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어. 길마 오빠 결혼한 거 사실이야. 그러고  결혼식 오라고 부른  너무하지 않냐? 부를 거면 적어도 메인 멤버라도 부르던가. 나 혼자 오라고 하더니 갑자기 결혼식 끝나고 나서 길마 자리 넘기더라? 아오..."
"그거 말고요. 김다윤을  게 사실입니까?"

그 순간 10명 남짓한 무리의 분위기가 싸해졌다. 하늘 길드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인물이기에.


새로이 들어온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들 표정이  좋았다. 로즈는 그날을 기억하듯, 짜증난 표정을 지었다.


"어. 이전에 한번 봤지."
"...그렇습니까."
"게다가 어디서 꼬셔오는지  남자 하나 대리고 다니더라. 참 애가 별것도 없으면서 그런 건  잘해. 아! 너 앞에서  말은 아니었나?"
"...아닙니다. 다 지난 일이니까요."
"참.. 이런  하긴 뭐 한데 너도 진짜 호구긴 하다."
"하하..."

로즈는 무리들과 걸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검성 녀석들이 앞서 나갔다고 해도 그 수가 20명이 족히 넘는데, 고작 3명이 지나간 게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레전드리, 유니크급의 특성과 직업으로 이렇게 진전이 안되는데 고작 3명이서 앞서나가다니. 설마...

"아니야. 미친 생각이지."
"네?"
"아니야, 아니야."


그때 봤던  남자랑 김다윤이 지나갔을 거라는 미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런 능력이 어떻게 가능하겠어.

무명 같은 미친놈이 아닌 이상.

게다가 지나간 숫자는 셋. 애초에 숫자가 안 맞는다.


"아... 원래 이런 불안한 예상은 항상 맞던데..."
"다시 한번 만나볼  있으면 좋겠군요."
"엥? 만나서 뭐 하게?"
"그야... 대화라도 한번..."
"야! 너도  대단하다 진짜. 이미 딴 놈 찾아간 년한테  하러 가?"
"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죠. 게다가 다윤이가 길드에 진 빚도 있으니깐. 그에 대한 것도 받고."

로즈는 으엑- 거리며, 표정을 찟부린체 고개를 흔들었다.


"됐어. 그딴 보상  받는다고 해. 그런 거 받아서 뭐 하냐. 만나면 욕이라도 해주던가."
"......"
"됐고, 보석은 왜 사라진 거래?"

눈을 감은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던 남자는 말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어.... 그게.."
"왜, 뭔데."
"부서진 거라는데요? 이곳뿐만 아니라 디베르산 트롤 쪽에 있던 것도 같이요."
"어?"
"게다가 이걸 부순 계기가 유저에요. 나중에 지나간 3명이 부신 걸로 나와있어요. 아마도 히든 루트가 있었던 모양인데..."
"... 그딴 루트가 있었다고?"


누군지 모르겠지만 미친놈들이 분명하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로즈는 자신의 상상을 배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



로루닌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 안.
비호는 창문 너머로 떠나는 용사 무리를 바라봤다.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모습.

지난 3개월전, 제멋대로 의식에 참여해 의식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전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수습하긴 했지만.

"드디어 가는군."
"떠나길 바랐나 봐요?"


창문 틈 사이로 자그마한 불이 흘러들어왔다. 불은 하나의 여우 형상을 띄며, 이랑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래. 언제 떠나나 했더니만. 너는 안 떠나는 거냐?"
"그럴 리가요.  녀석과 끝을 보기로 했으니까. 인사만 하고 가려고 한 거예요."


말을 내뱉은 이랑의 시선에는 무리에 중앙에 선 남자가 보였다. 비호는 의자를 끼익 거리며, 자리에 눕듯이 앉았다.

"고작 인사만 하려고 온건 아닐 텐데."
"아, 아저씨는 예나 지금이나 예리하시네."
"할 말이 뭐지?"
"왜 김윤을 도와준 거예요?"
"....."
"전 알고 있어요. 비호 아저씨가 하페루아와 계약해, 김윤을 치워 버리려던걸. 그런데 정작 김윤의 신변도 보호해 주고, 저런 말도 안 되는 신이 탄생하는 것도 눈감아 주셨죠."

창문 밖 다윤의 머리 위에 고양이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고양이 신 레빗.

신들은 자연의 영역에 자신의 힘을 지원받고 그에 맞는 격을 지니지만, 레빗은 자연을 가지고 있지 않다.


레빗의 힘은 용사의 능력. 즉, 시스템에서 오기 때문에 자연이 파괴될 염려가 없이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의 능력과 자연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상황. 하지만 김윤은 의식을 이용해 그것을 만들어냈다.


이랑은 그들에게 시선을 뗀 뒤 말을 이어나갔다.

"비호 아저씨답지 않은 선택 같은데... 의식이 망가지는 것도 그냥 넘어가고."
"계약에 대한건 어떻게 알았지?"


이랑은 말없이 자신의 왼쪽 눈을 툭툭 건드렸다. 오른쪽 눈과 달리 분홍빛으로 물들은 왼쪽 눈.
그녀의 눈은 세상을 꿰뚫어보듯 화려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군. 이린의 능력이라..."
"그래서 이유가 뭐예요?"


비호는 의자에 몸을 뉜 체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다시 눈을 떴다.

".... 처음에는 그냥 죽이려 했다."

너무나도 많은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녀석의 행동과 능력은 지난 수백, 수천 년간 만난 용사, 아니  무엇과도 다르다. 녀석은 확실히 달라. 그래서 더더욱 죽이려고 했지."
"....."

비호는 자신의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계약은 자신이 한번 죽으면서 풀렸지만, 그 느낌만은 선명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깃발 쟁탈전에서 녀석은 하페루아를 쓰러트렸지. 단순히 빙의체이고 약해졌다고 볼  있지만, 하페루아는 그렇게 쓰러질 녀석이 아니야. 아니, 절대 쓰러질 수 없다고 봐야겠지."
"거기서 용사의 재능을  건가요?"
"아니."
"그럼....왜?"
"녀석은 용사의  말고도 특수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세계를 구해낼 무언가를. 나는 그 가능성을 믿어서 살려보낸 것이다."
"?"

이랑은 비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게 설계된 것처럼.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좋게 봤다는 건 맞죠?"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처음부터 그렇다고 하지, 왜 이리 빙빙 돌려서 말해요?"
"....."
"치,  알았어요. 이해는 됐어요."


이랑은 여우불 형태가 되어서 창문에 발을 디뎠다.


"아저씨가 좋게 봤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저도 믿고 계속 갈수 있을  같으니깐. 그럼 안녕히."

파아앗!

여우불은 통통 튀며 용사 무리로 섞여들어갔고  공간에는 비호 혼자 남았다. 비호는 서랍에서 사진이 담긴 펜던트를 꺼냈다.

"...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가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사진 속의 인물은 묵묵부답이었으나, 그 대답은 오직 창조신 만이 알 것이다.


-


우리는 지금 숲속을 걷고 있다. 로루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

그곳에는 일정 주기마다 숨겨진 도시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그래서 여기는 왜 온 건데.”
“여기에 중요한 게 있거든.”
“뭐? 엄청난 보물이라도 있어?”

베린의 물음. 나는 고개를 저은 체 목적지에 도착했다. 보기에는 평범한 숲 한복판이지만 때가 되면 거대한 문이 생겨난다.


쿠쿠쿠쿠쿠쿠!!! 쿵!

땅에서 문이 솟아오른다. 녹색의 덩굴로 엮어진 문.10M 정도의 크기로. 웬만한 몬스터도 지나갈 정도의 크기다. 문의 중심에는 에메랄드빛의 열쇠 구멍이 있었고, 문의 겉면에는 초록빛의 정령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문에 손을 한번대었다. -찌릿 하고 울리는 감각.

제대로 찾아왔다.


“...이거 ’히든 지역’인가요?”

히든 지역.

해당 영역에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열리는 구역으로. 숨겨진 퀘스트를 통해 보상을 얻거나 특수한 스킬,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히든 지역은 대부분 세계 어딘가에 숨겨져 있으며 일정 주기마다 그 문이 열린다.


단, 그곳에 문을 여는 조건은 가지각색이라, 들어가려면 바깥에서 그에 대한 퀘스트를 받은 뒤 임무를 통해 그곳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곳에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것이 회귀자의 능력인가!’

사실  포함 모두가 회귀한 것에 가깝지만.

이 정보는 이미 널리 퍼질 대로 퍼진 정보다. 엘프들의 도시, ‘엘린시아’는 히든 지역 중에서도 레벨 때가 굉장히 낮으니깐. 히든 지역은 웬만한 유저가 클리어하기 어려운 구역이다.


나야 웬만한 능력을 넘어섰으니 가능한 일.


“응. 여기는 엘프들의 도시. ‘엘린시아’야. 이곳을 넘어가면 엘프들을 만날  있지.”
“오...기대되네요! 빨리 들어가죠!”
“잠깐.”
“이랑? 왜?”
“엘린시아는 갑자기 왜 들어가? 여기에 필요한 거라도 있어?”
“응.”


이곳에서 반드시 얻어야 하는  있다.

물론 나중 가면 개고생 해서 얻을 수 있지만… 그럴 바에 여기서 편하게 얻는  나으니깐.

“근데 왜?  걱정되는 거라도 있어?”

이랑이 엘린시아의 엘프들이랑 관련된 거라도 있나? 이랑은 뺨을 긁적이다 이내 먼 산을 바라봤다.


“아...아니, 뭐… 그냥 좀 일이 있었는데…”
“?”
“아! 뭐, 됐어. 지난 일이니까 상관없겠지.”


뭐지? 불안한데…

이랑의 태도에 살짝 걱정이 들었으나, 엘프들을 적대할 일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자~ 그럼.”


[ 히아트의 문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암호를 대거나 정령 신의 열쇠를 사용하세요. ]

“창대한 빛은 짙은 어둠을 가른다.”

[ 히아트의 문이 당신을 인정합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