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1화 〉51화 과거의 용사 (51/318)



〈 51화 〉51화 과거의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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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린시아.

엘프들의 도시이자. 정령들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은, 원래 히든 지역이 아니었다. 그들의 도시는 로루닌처럼 세상 밖에 드러나 있었으나, 마왕의 마기가 그들의 구역을 침범했다.


수많은 엘프들과 정령들이 다크엘프, 타락한 정령으로 변모하고. 그것은 그들을 분열케 했다.

결국 엘린시아의 수장, 하이엘프 ‘엘린시아’는 위대한 정령신께 부탁해, 그들의 도시를 세계 바깥으로 감추었다.

그렇게 엘프들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현재 세상밖에 나와 있는 엘프는 무리에서 벗어난 소수, 혹은 하프 엘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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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엘프 도시라고?”
“응.”
“뭔…”


베린은 황당한 표정으로 도시의 풍경을 바라봤다. 다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변하지 않은 건 이랑과 나, 그리고 레빗뿐.


“냥?”
“왜, 엘프들이 정장을 입고 다니는 거야?”
“정장 좀 입을 수 있지. 엘프라고 등에 활 매달고 자연적인 옷을 입을 필요는 없잖아?”
“...”


도시를 돌아다니는 엘프들은 현대적인 옷을 입고, 한 손에는 커피잔을 들고 다녔다.

아름다운 외모와 쭉 뻗어난 귀만 아니었다면, 이곳이 현대의 자연스런 풍경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그나마 좀 다른 점이라면 건물과 무기.

건물은 엘프답게 친화적인 소재로 되어있다.


나무 덩굴, 혹은 나무를 통째로 사용하거나, 자연적인 특수한 소재를 사용했다. 보기에는 자연스럽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미친. 왜 테이블이랑 주문 대가 있는 거야?”
“카페인데 그런 게 없으면 안 되지.”

그 안쪽은 현대의 그것과 별다른  없다. 당연히 이것은 마법으로 만든 거다. 엘프들은 이런 건설 재능이 없으니깐.

우리는 카페에 간단한 음료를 시켜 자리에 앉았다. 엘프가 아닌 인간들이 들어왔음에도 카페에 엘프들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 벨이 울리면 가지러 오세요.”
“아, 네!”


엘프 알바생은 싱긋 웃으며 벨을 건네 주었다. 베린과 다윤은 아직도 여기서 판타지 게임이 맞나 혼란에 빠져있었고, 이랑은 능숙하게 자리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

“자주 왔나봐?”
“아, 예전에 몇번 왔었거든. 그것도 오래전이지만.”
“냐아!”


어느새 사람 형상으로 변신한 레빗은 주문한 케익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


케익? 그런거 시킨적 없는데.

“냐! 맛있다냐! 주인님. 이거 하나 더 먹어도 되냥?”
“...그래 먹어라.”


레빗이 2번째 주문한 케익마저 먹던 와중, 다윤이 물었다.


“근데 여긴 진짜 뭐예요? 이런건 처음 봤는데.”
“여기의 왕이 특이하거든.”


엘린시아는 누구나 생각하던 자연적인 엘프 도시의 표본이었다. 자연적이고 친화적인.


그들은 마왕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자연과 친화를 추구하기에는 엘프들은 너무 약했다. 신조차 그들을 완전히 막아낼 수 없는데 엘프가 그들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세계로부터 엘프 도시를 분리한 엘린시아는 다가올 위협에 대비하고 있었다. 정령신을 믿지만 만약 그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엘린시아는 악몽 같은 상상을 배제한 체 힘을 키웠다. 그러던 와중 다른 세계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었지.”
“다른 세계...유저인가요?”
“모르지. 확실한 건 우리랑 같은 유저는 아닐 거야.”

엘린시아가 이정도 까지 변할려면 적어도 300년은 넘게 잡아야한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아귀가 안 맞는다.

“아마도 우리와 다른 현대의 세계에서 왔을지도.”


단순히 설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너무 많다.


말이 나온 김에  사람도 한번 만나봐야겠다.

-



“32만 골드?”
“네! 고객님! 정확히 32만 1270골드입니다!”
“...”


뭘 처먹었길래 고깃값보다 비싸게 나오지? 게다가 엘린시아역시 골드의 가치가 굉장히 올라갔다.

고작 카페에서  정도의 금액이 나올 리가.

나의 반응에 레빗이 우물쭈물 대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미안하다냐… 내가 너무 많이 먹었다냥…”
“얼마나 먹었는데?”
“그… 50개 부턴 안 셌다냐…”

무슨 케익을 50접시나 먹지? 나는 레빗의 홀쭉한 배를 보고 의문을 가졌다.
저 위장은 블랙홀이라도 있는 건가.

“됐어. 그거 얼마나 한다고.”


카페에서 이 정도 가격이 나왔다는 거에 놀랐다는 거지, 돈이 많이 나가서 놀란건 아니다.

전투   하면 5천은 심심치 않게 쓰는데. 이 정도야 뭐.

“그..그러냥? 그럼 좀 더 포장해서…!”
“그래. 마음껏 먹어.”


나는 레빗에게 천만 원짜리 골드를 주었다. 저 정도면 알아서 용돈으로 쓰겠지.


“주인님!”

레빗은 나를 끌어안아 부둥부둥 대더니, 이내 카페로 돌아가 케익을 잔뜩 포장해 자신의 아공간에 쑤셔 넣었다.


“근데 이제 뭘 하죠?”
“여기서 정령 스텟을 얻을 거야.”


엘린시아는 통합 서버를 제외하면 정령과의 계약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로루닌에도 정령이 존재하긴 하지만 대부분 하급 정령이고 그 수도 굉장히 적으니깐.

지금의 나는 정령검도 가지고 있고, 세 자매 정령이 깃든 부활의 편린도 가지고 있다.
아마도 계약은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후에 통합 서버에 가게 되면 정령의 도시 메인 퀘스트가 있어. 지금의 일은 그때를 위한 거야.”

정령의 도시에 입성하려면 정령 친화력이 반드시 필요로 요구한다.

여기서 정령 친화력이란 정령 스텟이다. 즉, 메인 퀘스트를 깨려면 반드시 정령 스텟을 얻어야 한다는 소리.

문제는 이 정령 스텟을 얻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하면 적어도 5개월. 길면 1년도 더 걸린다.


그러한 이유로 대다수의 인원이 메인 퀘스트가 막혀 발을 동동 굴렀으나. 엘프의 도시, 엘린시아가 발견되고 나서는 손쉽게 정령 스텟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정령  만나러 가보자고.”


우리는 정령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



엘린시아 내부 왕궁.


거대한 나무 덩굴에 엮여, 마치 세계수를 연상케하는 위용을 뽐내지만. 실상은 나무를 토대로 만들어지지도 않은 곳이다.

그 안에는 거대한 분수가 중앙을 자리 잡고 있었고, 분수를 둘러싼 나선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엘린시아의 왕, 엘린시아의 방이 나온다.


“흐으…”

 엘린시아는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있다. 어젯밤. 한숨도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그녀의 노란빛 머리카락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체 흩날려있었고, 그녀의 옷은 잔뜩 흐트러져 있었다.

“시아. 이방인이 들어왔어.”

그녀를 부르는 남자. 엘린시아의 남편이자 도시를 개혁한 남자다. 엘린시아는 남편의 말에 희미하게 대답했다.

“그야…  있는 일텐데요오…”

엘프의 도시, 엘린시아는 가끔씩 이방인이 들어온다.

위대한 정령신 ‘히아트’의 문은 정령신의 허락, 혹은 이 도시를 어지럽히지 않고 마(魔)의 힘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시험을 통과해 이곳에 들어올  있다.


그 때문에 바깥세상의 엘프, 혹은 그들을 탐구하는 마법사나 학자들이 가끔씩 넘어온다.

엘린시아는 남편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마의 힘을 가진가 아니라면 딱히 위험 요소도 아닐 텐데 왜 굳이 언급하는 걸까.


그녀의 의문이 머리속을 매웠으나, 동시에 흐트러진 몸과 정신이 그것을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냥 이방인이 아니야. 이계인(異系人)이 왔어.”
“네에….? 네?!!”


엘린시아는 정신을 차린듯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흐트러진 몸 상태지만, 그것이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와 외모를 감추지 못했다.

남자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엘린시아의 입을 맞추었다.

“으음…”
“여기까지.”
“네에…”

엘린시아는 아쉬운 듯 몸을 떼었다. 남자 역시 마찬가지 였으나 지금은 당장 눈앞의 벌어진 일을 생각하기 바빴다.


“이계인… 혹시 같은 세계에서 온 사람인가요?”
“아니… 그건 아니야.”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본인과 같은 세계에서 왔다면 분명 특유의 파장이 느껴져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게 없었다.


자신과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소리.


남자는 그들의 고향은 모르지만 그들의 정체는 알았다.


“용사.”
“...!”
“그들은 용사야.”


마왕과 대적하는 세계를 구할 영웅.


과거에 본인이 가진 직함이기도 했다. 물론 본인이 용사라는 건 자신의 아내인 엘린시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럼...대접해야 겠네요. 정령신께서도 세계를 구할 영웅을 맞이해 줄 테니깐.”
“그래, 시아. 넌 우선 쉬다가 적당히 몸을 추스르고 나와.”
“당신은요?”
“나는…”


가운을 입고 있던 남자의 옷이 새련되게 변했고, 그녀와 같은 노란색이었던 머리색은 청아한 하늘색으로 변했다.


“같은 이계인으로서 한번 인사나 해줄려고.”

새 시대의 용사.


그들은 과연 얼마나 강할까.

전직 용사는 궁금증을 안은 체 그들에게 다가갔다.



-

-인가아아아안!!!

“아 깜짝이야!”

정령들이 모여있던 곳. 그곳에서 계약할 정령을 찾던 도중, 귀를 찢을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록이냐?”
-초록이… 네가 말하는 그녀석은 쉬고 있어!  이름은 히트리엔 엔미리아야. 줄여서…”
“주황이.”
-줄여서..
“주황이.”
-...


굳이 긴 이름을 부르는것보다 주황이라고 부르는게 더 편하다. 주황이는 끄응 거리다, 이내 포기한듯 말했다.

-그래...그렇게 불러… 그보다. 여긴 왜 온 거야?
“계약  하려고.”

엘린시아의 숲, 유일한 친환경이 가득한 이곳은 푸른색과 녹색의 나무들이 줄기차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정령들은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엘프들은 일정 수준이상의 경지에 오르면 정령들과 계약한다고 알려진다.


문제는 일정 수준 이상 경지에 오른 이들이 없지만.

-맞아! 엘린시아는 정령보다는 마법이나 특수한 기술을 선호하거든. 아마 이계인 때문에 바뀐 걸로 알아!”
“그 이계인이 누군데?”
-나도 몰라!

참 천진난만한 주황이의 대답.
뭐, 그건 나중에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엘프들이 정령들과 계약을 하지 않으니 정령이 남아도는 상황. 원래대로라면 몰려드는 유저들로 인해 정령이 동이 났었지만, 지금은 우리밖에 없다.


다윤이와 베린은 마음에 드는 정령들로 고르라고 했고, 이랑은 친구를 만난다고 하나 뭐라나.


레빗은 케익의 맛을 보더니, 다른 맛집을 찾아 나섰다. 새롭고 자극적인 음식이 입에 맞았나 보다.


-근데 정령을 왜찾아?
“말했잖아. 계약을…
-인간. 찾을 필요가 없지!  몸이 있는데!


주황이는 으쓰대듯 당당히 외쳤다. 흠..확실히 주황이는 이곳의 정령 신은 아니지만 어찌 됐든 정령 신의 자식이자, 고위 정령이니깐.


그런데…

“너 이제 정령이 아니라매.”
-아.
“...”


주황이를 비롯한 파랑이, 초록이는 보석에 갇히면서 정령이 아니게 됐다. 즉, 계약하더라도 다른 힘을 얻을지언정, 정령 스텟은 얻지 못할 것이다.

-그, 그럼… 내가 좋은 녀석 추천을...
“그보다  원래  못 하지 않았냐?”
-아, 원래는 외부로 의사표출이 안됐는데. 왠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가능했어!
“흐음…?
-아마도 여기에 정령이 많아서 그런게 아닐까?

고작 정령이 많다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수백  동안 여러 소유자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을 텐데, 고작 정령이 많은 곳에 왔다고 대화 할 수 있는  이상했다.


이유라면 아마도…

“안녕?”
“?”


누군가 찾아왔다. 월드 어드벤처에서도 보기 힘든 하늘색 머리의 남자.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한눈에 그가 범상치 않은걸 알  있었다. 단순히 강함을 칭하는게 아니다.


그냥 이곳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설마 스토리 속 그 사람인가?’
“네가 새 시대의 용사구나.”
“그쪽은 누군데?”
“난 이곳에 엘린시아의 남편이자, 이 도시의 관리자 중 하나야. 이름은 이피아 로니움.”

이파이 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씨익 웃었다.

보석 속 주황이의 요동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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