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6화 〉56화 비상하는 화련(火練) (56/318)



〈 56화 〉56화 비상하는 화련(火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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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그, 그러니깐 주, 중급 정령을 통해 숨겨진 아리아님의 육체를 바, 바꿔…”
“정확히는 위령이지. 본신은 아니야.”

정령왕은 악마가 쓰는 빙의체와도 같은 형태다.

악마는 누군가에게 빙의 혹은 따로 자신의 육체를 토대로 분신을 만들어 사용하지만, 정령왕은 자신의 영혼을 토대로 만든 분신을 사용한다.

분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둘은 동일하다. 그러나 악마와 달리 육체가 아닌 영혼인 관점에서보면 미야가 차지한 몸은 아리아의 육체가 아닌 것이다.

콰앙!

“그, 그래도! 그리 무식한 행동을!”


탁자가 흔들렸다. 다윤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봤고, 베린은 왕궁 내부를 구경하고 있는 중. 레빗은 왕궁 내에 고양이들과 놀고 있다.


이랑은…

“진정해. 엘린시아.”
“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랑님! 아리아님의 육체를 멋대로 차지했는데!”
“흠…”

이랑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해명하라는 소리.

“나는 원래 이럴 생각이 없었어. 적당히 정령과의 계약을 하고  구경 좀 하다가 떠날 생각이었지.”
“그런데...!”
“그런데 너의 남편이 나를 공격했지.”
“...”


한껏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엘린시아의 태도가 누그러졌다.

안다. 본인도 알고 있다.

이 사태는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 하지만 그건 왕국과 남편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지, 아리아님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건 말도  된다.


“물론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거야. 정령들은 잘 못이 없었으니깐. 하지만 나와 그는 용사다.”
“...그래서요?”
“용사. 세계를 구할 영웅이자, 마왕을 처치할 영웅. 그런데도 너의 남편은 이곳에 틀어박혀서 다른 이들이 죽어도 눈과 귀를 가리고 살고 있지.”
“......”
“물론 그것을 뭐라 하는  아니야. 용사야 많고 여신은 힘만 주었을 뿐, 그것을 강제하지 않았으니깐. 애초에 일을  용사도 차고 넘치고.”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여신은 창조신과 같은 의미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여신이 창조신이란 말도 있고, 둘이 다른 존재 라는 말도 있고, 창조신이 여신을 내려보냈다는 말도 있다.

뭐, 그건 지금 중요치 않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하더라도 다른 용사에게까지 그것을 강요할 권리 따위는 없어. 엘린시아. 너의 남편이 나에게 아나?”
“...뭐라 했습니까?”
“이곳의 병사가 되어달라더 군. 기사단장급의 대우를 해주겠다며.”


엘린시아는 그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여신께 선택받은 용사를 기사단장으로 쓰겠다니. 그게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게다가 평범한 용사도 아닌 누구보다 일찍이 이곳에 당도한 용사다.


여신과 정령을 믿는 그녀는 남편의 발언에 머리가 아득해짐을 느꼈다.

“나는 그것을 거절했지. 용사의 직위는 장난이 아니다. 네가 하지 못한 일을 내가 못해 낼 거 같으냐 말했지. 그러자 그는 분노하며 나를 공격했다.”
“...”
“여기까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면 말해도 좋아.”


 말이 없었다.

누가 봐도 남편이 실수했고. 그에 따른 눈앞의 용사의 생각도 당연하다.


물론 그녀는 3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긴 했으나, 그녀는 엘프들의 왕. 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했고, 실제로 그녀는 공정했다.


“알겠습니다. 저의 남편인 이피아 로니움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은 저희 엘린시아 왕국에서 보상해  것입니다. 하지만 정령은 아닙니다.”

엘린시아는 확고한 태도로 나를 바라봤다.

“돈을 원하신다면 돈을 드리고, 왕국의 보물을 원한다면 내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리아님은 안됩니다. 만일 그대로 나가려 한다면 히아트님이 용사님을 가만두지-”
“정령신? 이미 왔어.”
“네?”
“이미 나를 막으러 왔다고. 빛 좀 쏴대길래 몇 번 흡수하더니 돌아가던데?”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는 용사.


거...짓말은 아닌것 같다.

설마…


“히아트님이…”
“네가 걱정하는 정령신의 신벌(神罰)은 이미 끝났다고. 그는 이미 나에 대해서 인정을 했어.”
“...”
“내가 굳이 너에게까지 인정을 받으러  이유는 나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야.”

순간 엘린시아는 이피아가 겁을 먹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는 신(神)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악마는 더더욱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이미 그는 그것에 대항할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아리아님의 육체를 강탈하고도 도망치지 않은 이유.

그에게 위협이 될만한 자가 이곳에 없기 때문이다.

“...”

꿀꺽.


식은땀이 엘린시아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남편이 걱정하는  이거였나?
만일 이자가 나쁜 마음이라도 품는다면...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 정령왕의 위령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니깐.”


위령은 말 그대로 영혼의 모습을 복사한 형체다. 굳이 따지자면 3D프린터기에 복사한 형태라고 해야 하나. 그것에 힘자체는 별거 없다. 정령왕의 이름값 때문에 얻는 스텟이 많았을 뿐.

정령왕을 신성히 여긴다면 신성모독이라고 부를 순 있겠지만.

“난 악(惡)이 아니다. 그렇다고 선(善)도 아니지.”

주위의 시선들이 나에게 꽂힌다. 베린이 있었다면 폼 잡는다고 뭐라고 했을지도.


“나는 그냥 나일뿐이야. 그러니깐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줬다. 그것이 어떻게 작용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지진 않을 것이다.




-




“넌 진짜 별걸 다 하는구나.”

이랑은 질린 듯이 말했다. 뭐, 나도 이렇게 벌일 생각은 없었지만.

“기왕 벌어졌으면 얻을  최대한 얻어야지.”

수습하느라 맞지도 않는 진지한 말투를 꺼내며 상대했다. 방금 나눈 대화는 엘린시아 뿐만 아니라 이랑을 이해 시키는 데에도 필요한 대화였으니깐.


“아리아… 그녀는 딱히 엘프에 신경 쓰지 않으니깐 괜찮을거야.”
“그럼 다행이고.”
“이거… 받아도 되는건가요?”


다윤이 붉은색의 팔찌를 집어든 체 물었다. 엘린시아 왕국에 보관되고 있던 보물.


[ 비상하는 화련(火練) (레전드리****)
설명 -
불의 정령왕, 이그네아의 힘이 깃든 팔찌입니다.
지니고만 있다면 모든 불은 당신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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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요구 레벨 : 300(-200)
방어력 : 500
염화 수치 : 100
요구 스텟 : 정령 스텟 개방, 불의 정령과의 계약.
특수 효과 : 피격 시 60% 확률로 ‘불의 저항’ 발동,
타격시 50% 확률로 염화 스택 증가.
패시브 : 불 저항력 200% 상승, 정령 스텟 100증가,
화염 대미지 70% 상승.
액티브 - 화염 방패 : 불의 저항 발동시, 해당 공격의 90% 절감하고, 그 수치의 3배 만큼의 방어막 생성.(쿨타임 3초)
액티브 - 염화 지배 : 비전투 시 염화 스택이 100까지 상승. 전투 시 스택을 소모하여 염화 공격을 발동 할 수 있습니다. ]

처음 이걸 받았을 당시에는 당황했다.

‘이만한 걸 준다고…?’


의도치 않게 아리아의 위령도 얻었고, 정령도 최상급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계약을 했기에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말했던 보상입니다. 그리고… 어처피 쓸  있는 엘프들도 없었고요…”

비상하는 화련(火練).


나도 알고 있는 장비다. 과거 랭킹 50위미만 이였던 폭렬 술사가 이것을 얻고 난 뒤, 랭킹 3위로 치고 올라갔기 때문이다.

화염에 관한 능력이라면 200% 발휘할 수 있는 장비. 기본 수치는 다른 레전드리 3성급 이상의 장비보다는 떨어지지만, 특수효과와 액티브 스킬이 미친 수준이다.

60% 확률로 피해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저항하는 화염 방패.


이것떼문에 폭렬 술사를 전직한 유저는 마법사임에도 전사 처럼 싸웠다. 아무리 맞아도 맞아도 보호막이 안 까였으니까.

참고로 내가 끼고있는 고블린 킹의 어깨 갑주와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쿨타임은 5분에 보호막은 10초면 사라진다. 피해 흡수도 절반만큼.
근데 이건 3초마다 쿨이 계속 도는 것이다. 더 놀라운건 이게 다가 아니다.

스택을 충전해 염화 속성을 부여하는 염화 지배.

일반 화염과 달리, 염화는 그 밀도와 크기가 거세다. 그것은 중첩을 하면 할수록 더욱 강해진다.


예를 들어 상급 마법인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사용한다고 치자.
 마법이 떨어지는 과정에 화염 속성과 염화 속성 스택의 절반만 투자해도, 마성(魔星)급의 화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성능 때문에 그 당시 폭렬 술사를 광역기의 일인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럼에도 무명을 넘을 순 없었었지만.’

새삼 다시 느끼는거지만 무명은 진짜 괴물이긴 했다.

저런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가득한 파티도 마왕을 처치하지 못했는데. 그는 단신으로 목을 땃으니깐.

아무튼, 팔찌는 내가 이중 계약을 해서 따로 쓸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물과 불은 상극이기도 하고, 나보다는 다윤이가 더  쓸 거 같아서 그냥 넘겨주었다.

“너 써.”
“그래도. 윤씨 덕분에 얻은 건데…”
“나는 쓸게 많아서 말이지. 그거 하나 없어도 돼.”


어처피 나는 그라티아 세트만 도착하면 저런 것쯤은 없이도 충분히 강하다. 애초에 최강자를 가진 순간부터 장비의 중요도가 크게 상관 없지만.


“네!”

다윤이는 기분 좋게 팔찌를 꼈다. 다윤의 옆을 돌아다니는 슬라임 형태의 불의 정령이 기쁜 듯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정령들은 대부분 동물이나 특이한 개체처럼 생겼다. 인간의 형태를 지닌 것은  소수의 높은 등급의 정령들과 정령왕뿐이다.

“나는!”
“너는 없어. 그 목걸이 줬잖아.”
“치...”


베린은 딱히 줄 게 없다.
이미 주기도 했고.


“저...진짜 들어가요?”
“어.”


물의 정령 미야는 푸른색의 포탈 앞에 서있다. 정령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정령계(界). 정령들만의 수련장이라고 봐도 무방한 곳이다.

“한 10년 뒤에 보자고.”
“전 1000년 일텐데요…”

미야를 이곳에 보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야의 격이 아리아에 비해 너무 약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보는 수준이다.

‘위령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리아의 위령을 차지 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육체 부조화가 오고 있다. 본래의 영혼을 기억하는 육체가 미야의 격을 의심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그대로 먹혀 사라지거나 존재 자체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결국 나는 미야를 수련장에 보내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엘린시아의 도움을 받았다.

수련장에서는 육체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오직 정신적인 수련만이 가능하니, 영혼체인 정령들만이 수련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미야가 아리아의 격에 먹히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려면 적어도 1000년은 수련해야 한다. 시간 비율은 1/100이다. 즉, 이곳의 시간으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

‘현실로 치면 1년인데... 그래도 기네.’

참고로 계약만 끊어지지 않는다면 멀어지더라도 능력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그럼 후…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계약자님.”
“그래.”

한참을 망설이던 미야는 결국 포탈 속으로 들어갔다. 포탈은 이내 문을 닫듯이 사라졌다.
나는  자리를 잠깐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페헤에에엥.
‘뭔데.’
-너무 슬프다. 이게 계약자와 정령의 끈끈한 관계…! 서로를 떠나보내며 안쓰럽게 쳐다보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뭘….그리고 본인에 처신이나 생각해야 할걸?’


주황이가 잠시 침묵했다.
나는 곧 있으면 엘린시아를 떠난다. 주황이가 말을 할수 있는 이유는 엘린시아의 무언가 때문.

만일 이곳을 떠나면 다시는 말을 걸지 못할 수도 있다.


-그...안된다! 인간! 오래간만에 대화를 했는데…
“초록이 파랑이랑 대화하렴.”
-안돼! 여기서 좀만  있다-


히아트의 문이 당신을 흘겨봅니다. ]

[ 암호. ]

“?”

뭐지.


“창대한 빛은 어둠을 집어삼킨다.”

[ 히아트의 문이 당신을 마지못해 인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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