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2화 〉62화 못 본 거겠지... (62/318)



〈 62화 〉62화 못 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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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의 여의주를 가지고 돌아오자 청린은 매우 기쁜 듯이 우리를 반겼다.


"역시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이 정도야 뭐."


말은 쉽게 하지만 가져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청린에게는 홍린의 정체에 대해서는 얘기하진 않았다. 악마를 혐오하고 마왕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상태인데, 굳이 홍린의 조상이 서큐버스라는 사실을 알려줘 봤자, 좋을 게 없으니깐.

"감사합니다!"

청린에게 메카 갑주를 받은 콜트는 마치 새 장난감을 받은 어린애 마냥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었다.

마치 X이언맨 처럼 최신식 기계로 이루어진 갑옷. 웬만한 공격, 방어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입고 빠른 속도로 날아다닐 수도 있다.

콜트의 눈에는 없던 충성심이 마구 생기는 듯했다.
그러고 다음은....

"이걸 키면 나간다고요?"
"네. 다윤 용사님. 기계의 마도 전력이 용사님의 무형검에 흘러들어가, 그것이 공명을 일으켜 실체화 될 거예요. 하나의 검으로 여러 개의 검을 강화하는 능력이죠."

내가 시킨 다윤의 특수 능력을 이용한 장비. 다윤의 불안정한 무형검을 완벽하게 뒤바꾸는 장비다.


다윤이 무기의 버튼을 누르자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검들이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검들은 다윤이 계약한 불이 정령과 ‘비상하는 화련’의 효과로 인해 쨍할 정도로 밝은, 노란빛의 불꽃을 내뿜는 검으로 변화했다.

하나하나가 웬만한 유니크 장비보다 뛰어난 수준.
저 정도면 메카 갑주가 없는 콜트정도는 가볍게 이길  있을 것이다.

"나, 나는!"
"너는 레전드리 목걸이 줬잖아."
"그거 엘린시아에서 말했는데..."


아쉽지만 베린까지 신경 써줄 시간이 없다. 녀석에게 이전에 미리 준 것도 있고, 베린이 지금 당장 쓸만한 장비도 몇 개 없다.

적어도 200레벨은 넘어야 쓸만한 장비가 나오니깐. 게다가 쉐도우 특성상 장비의 영향을 그다지 받지 않는다. 대부분이 고정 대미지 혹은 관통 대미지니깐.


"근데  여의주로는 뭐하게?"
"이걸로 이곳 전체의 마력을 조절할 겁니다. 마력 농도가 짙은 여의주는 근처의 마력을 제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청린은 자신이 준비한 기계에 여의주를 끼워 넣었다. 끼리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은은하게 퍼져있던 주위의 마력들이  한순간에 한 곳으로 흡수되었다.


우웅-


이 일대의 모든 마력이 일제히 사라졌다. 마치 기원진처럼 마력과 마법, 기술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것이다.

마력으로 운영되던 편의 기구들이 전부 꺼졌으니 판타지 판 EMP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 이것을 작동시키면..."


우웅-

기계에 연결되어 있던 여의주가 서서히 돌아가더니 마력이 점차 도시 전체에 퍼졌다.


이전보다는 확실히 적은 수준의 마력 농도.

"이제 이것으로 기계가 마법도구로 변질되는 현상은 적어질 것입니다. 그에 따른 개발도 속히 이뤄질 것이고요."
"... 처음부터 만들어  거야?"
"아니요. 그냥 구상만 해뒀습니다. 만든 건 사장님께 부탁을 드리고 난 뒤, 기계들을 연결해 만들었죠."


우리가 여의주를 가지러 간 시간은 고작 5시간도 채 안 되는 사이, 다윤의 무기와 이런 제어 기계까지 만든 것이다.


"대단하네."

괜히 '기계'군주라는 별칭이 붙은  아니다. 아이디어와 재료만 있다면 누구보다 빨리,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청린에 비하면 엘린시아의 그 머저리 같은 용사는 300년 동안 뭘  건지 모르겠다. 뭘 했길래 무기 수준이 이곳의 발끝조차  따라잡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찬이십니다. 사장님. 오히려 그 짧은 시간 안에 10겹이 넘는 보안 체계를 뚫고 들어가, 여의주를 구한 사장님이  대단하시죠."


...이 녀석 아부를 상당히 잘하네.
인간 틈에 오래 있다보니 화술도 늘은 모양이다.

"흠흠... 뭐 그렇긴 하지."

이제 쓸만한 건  챙긴 것 같다.
드디어 망령 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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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직전, 레빗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갔던 홍린이 우리를 불렀다. 다행히 공중에 마력 장벽이 있어서 도시 밖으로 날라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원래는 그냥  생각이었지만   말이 있다고 부르길래, 듣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절대  상황이 생각나서 보고 가는  아니다.
아무튼 아니다.


"용사님한테 그런 동료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한방 먹었군요...."
"내가 워낙 인맥이 좋아서."
"흐음...."

홍린은 이전처럼 자신의 집에서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일행들을 포함해서.

콜트는 홍린의 미모를 보고 헤벌쭉해 있었다.
정작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서 할 말은?"
"일단 죄송합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멋대로 굴은 점을 사과드리죠."
"그래."

한번 표식이 새겨진 상태라면 아무리 리비엔이 외쳐도 깨지 않았을 태지만, 시전자를 행동불능 상태로 만들면 풀릴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죽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딱히 살의는 안 보였었다. 기껏해야 나를 설득해 가게를 넘기게 만들었겠지.

"그게 다에요? 보상은요?"

다윤이 홍린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니, 당한 건 난데 왜 보상을…

홍린은 탁자 앞에 있는 차를 조금 마신 뒤 다시 내려놓았다.

".... 물론 보상은 할 생각입니다. 다만 용사님들이 멋대로 여의주를 훔쳐... 아니 가져간 일이 있긴 했지만, 청린 오라버니 손에 들어갔으니 어쩔 수 없군요."
"혹시 다시 뺏지는 않겠죠?"

다윤의 물음에 홍린은 옅게 웃었다. 표식이 한번 풀리니고 나니, 이전처럼 홍린을 보고 어지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뺐는다라... 그런 건 불가능합니다. 청린 오라버니는 이 도시에서 감히 노릴 수 없는 존재시니깐요."


청린을 함부로 건드린다는 건, 전쟁을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에 능력도 능력이지만, 그가 개발한 기계들을 풀어 버린다면 누구든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괜히 홍린의 정체를 안 말해준 게 아니다.

아무리 홍린이 청린의 이복동생이라고 하더라도 청린이 악의라도 품으면  즉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홍린은 머쓱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이런  하기는 뭐 하지만, 청린 오라버니는 절 싫어하지 않으십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네?"
"단지 서로의 생각이 어긋나서 잠깐 사이가 안 좋아 졌을 뿐, 저희 둘은 처음부터 이 도시를 하나하나 만들었으니깐요. 만약 정말 청린 오라버니가 저를 싫어했다면, 이곳에 쳐들어와 여의주를 뺏고 자기 뜻대로 개발을 하라고 명했겠죠."
"그러면 홍린 씨도..."
"물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도시의 주인인 제가 마음만 먹으면 오라버니의 가게 이용을 금지할  있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 준 샘 이지요. 근데 이제 와서 빼앗기니깐 마음이 좀 아프네요."

처음부터 살짝 모순적이긴 했지만…


확실히 청린이나 홍린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서로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둘은 하지 않았다.


최소한의 선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은 둘 사이의 연을 만들고 개입할 여지를 줬기 때문에 일이 벌어진 것이다.

원래 메인 퀘스트 같았으면 사이가 극단적으로 틀어져 서로 죽이려 들 텐데. 서브 지역이라 그런지 적당히 평화로운 상황이 연출되었다.

디틴베리의 해피 엔딩 버전이라고 봐도 되는 걸까?


레빗과 함께 소파에 뒹굴뒹굴 눕던 베린이 자세를 바로잡고 말했다.

"그래서 보상 언제 줘?"
"보상은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역시 용사님들 에게 가장 필요한 걸 준비해 뒀습니다."

홍린은 6개의 마력석이 박힌 기계 반지를 내밀었다. 각자 빨강, 파랑, 초록....
색깔별로 다양하게 준비했네.


파란색 반지를 집어 든 베린이 자신의 손가락에 반지를 껴 까딱거렸다.

"근데 이게 뭔데?"
"이건 주위에 같은 반지를 낀 사람이 많을수록 강해지는 반지입니다. 흔히 우정의 힘이라고 불리죠."
"6개  끼면 6배 쌔지나?"
"...한 사람당 하나입니다. 이건 서로 다른 생명체가 마력에 공명하면서, 마법의 파장이 늘어나는 형식입니다."

대충 반지를 낀 사람이 많아지면 장비의 능력치가 올라가는 모양이다. 그다지 좋을 것 같지는 않다만 우정반지라고 생각하고 껴야겠다.

콜트와 다윤이 하나씩 가져가고, 레빗도 어느새 변신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저거 변신을 풀면 반지는 어디로 가는 거지?

남은 2가지 반지 중 하나를 집어 든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근데 왜 6개야?"
"한   계시지 않습니까?"

이랑은 지금 레빗의 능력인 절대 은신을 통해,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다. 애초에 이곳에 올 때부터 은신 상태였는데…

어떻게 알았지?


내 의문에 홍린은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매혹을 걸었을 때 살짝 내면을 보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다른 동료분이 더 계시더군요."
"아."

"멋대로 봐서 죄송합니다."


맞다. 서큐버스 한테는 그런 능력이 있긴 했지.
...속마음이 들킨  같아서 살짝 부끄럽다. 내가 멋대로 생각한 나의 주관까지 봤을 테니깐.

"그럼 좋은 여정이 되시길."

우아하게 인사한 홍린을 뒤로하고 일행과 나가려던 찰나. 볼을 콕콕 찌르는 손가락에 옆을 돌아보자 작은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어?


"비록 매혹은 썼지만,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그럼 안녕히."
"어, 어..???"

이, 이게 뭔 상황이지?
다행히 일행들이 먼저 나가서 아무도 안 봐서 괜찮-


"윤 씨."


한겨울의 냉기보다  차가워진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레빗을 머리위에 올린 다윤이 보였다.


"가죠. 다음 목적지로."
"어? 어어..."


 본 건가?
못 본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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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 지대.

180레벨 때의 메인 퀘스트 지역인 망령 지대는 월드 어드벤처의 여러 도시들과 달리, 특수한 이름을 가지지 않는 도시다.

 도시를 포함한 그 일대 전부가 망령 지대라 불리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콰가가가강-!


잔뜩 겁에 질린 콜트가 엄청난 양의 총알을 쏟아부었다. 그 대상은 망령 지대를 배회하는 악령들.


그 하나하나가 제법 강했지만 무자비한 악당... 아니 용사 일행에 의해 흔적도 없이 성불당했다.


"....안올려던 이유가 귀신이 무서워서 였어?"

베린이 한심하다는 듯 콜트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콜트는 있는 마력, 없는 마력을 전부 쏟아가면서 길을 열었다.

수많은 공동묘지의 길을 걷다 보면 거대한 유령도시가 하나 나온다. 보통 사람이 없어,  한 도시를 유령도시라고 말하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진짜 유령도시다.

유령이 사는 도시.


마치 할로윈의 느낌이 물씬 드는 도시를 보는 기분이다. 도시에 입성하자 수많은 유령이 우리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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