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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63화 시작부터 1000억 골드 (63/318)



〈 63화 〉63화 시작부터 1000억 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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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용사야."
"이번에는 용사가 엄청 많네."


우리가 도시에 진입하자 수많은 유령들이 다가왔다. 보통 유령이라 하면 하얀색 반투명한 형태의 발이 없는 유령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월드 어드벤처에서의 유령은 생전의 모습을 띄고 있다. 다른 것은 몸이 살짝 붕 떠있고 조금 투명한 정도?

"안녕."
"안녕! 반가워 용사."
"안녕 안녕!"


손을 붕붕 흔들며 우리를 반겨주며 형형색색의 꽃을 마구 씌워 주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경계심 없이 밝은 모습.

어느새 꽃밭이 된 다윤이  옆으로 다가왔다.


"예전에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경계심도 전혀 없어 보이고요."
"그야. 우리가 거의 처음일 테니깐."

원래 이곳은 수많은 도시  우리를 가장 경계하지 않는 도시 중 하나였다.

이곳은 들어오려면 수많은 악령을 뚫고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지형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몬스터도 모험가도 올수 없는 곳.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유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거의 격변하다시피 변질되었다.

"예전에 한번 유저 때문에 아예 박살이 난 전적이 있거든."
"정말요?"
"응. 전 시즌에 엄청 큰 길드가 있었는데, 뭐라 그랬더라? 자기는 귀신을 싫어한다나 뭐라나."

귀신을 싫어했던 한 길드장 때문에 이곳이 아예 박살이 나서 한동안 메인 퀘스트가 마비됐던 적이 있었다. 정상화까지 이곳 시간으로 5년은 넘게 걸렸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누군가 나에게 다가왔다.


"용사! 그 먼저 온 용사가 그대를 찾았다!"
"뭐?"
"그 전해주라는 게... 잠시만 기다려라."

단발머리를 한 여자 유령이 다른 유령과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더니, 누런색의 작은 종이를 하나 꺼냈다.


"이걸 전해주라더라!"
"뭔데 그래."

먼저 온 사람..? 그런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을 텐데.
설마...


- 서쪽의 악령 누둠이 있는 곳에서 기다리겠다.

"... 이게 끝? 다른 말은?"
"없었다!"
"맞아. 그 용사는 이곳에 와서 몇 개월째 계속 악령만 잡았어. 지치지도 않는 모양인가?"

여러 명의 유령들이 쑥덕이며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흠.... 아무리 봐도 무명인 건 맞는 거 같은데. 문제는  나를 찾냐는 것이다. 설마 특성 때문에 그런 건가.

랭킹 1등 특성을 내가 얻은  알고?



"...  무서운데."
"네?"
"아냐."


일단 그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히든 루트를 알아내는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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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수많은 유령들의 환대를 받아 좋은 저택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엘렌시아의 7성급 호텔보다는 별로네.’

가끔씩 그 호텔이 그립다. 나중에 시간 나면 한 번 더 찾아가야지.


콜트는 메카 갑주를 뽀득거리며 열심히 닦고 있었고, 베린을 엄청나게 큰 침대에 몸을 던져 뒹굴뒹굴 굴렀다. 레빗도 질수 없는  더욱더 열심히 몸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 받은 종이는 뭐예요?"

나무로 된 흔들의자에 앉아 끼익 거리던 다윤이 말했다. 나는 아까 받은 종이를 만지작거렸다.

"이건... 누가 날 찾는 모양인데."
"누구요? 악마?"


하도 악마한테 시달리니 이제 당연히 악마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160레벨이 될 동안, 내로라하는 악마 간부만 넷이나 왔다 갔으니깐.

"모르지 악마  수도 있고."

정말 무명일지 악마일지는 가봐야 알 일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있다.

"일단 이곳의 메인 퀘스트는  방향의 사는 4마리의 악령들을 모두 처치하면 클리어하는 방식이야."


동쪽, 서쪽, 남쪽, 북쪽.

네 방위에 사는 네 마리의 악령들은 이명이 있을 정도의 강한 악령들이다. 클리어 조건은 그들 전부를 처치해 모든 악령을 몰아내는 것.


도시의 사방을 가로막던 악령의 안개들이 물러난다는...
뭐 그런 스토리다.

"이곳의 유령들은 악령들이 물러나길 바라지만, 사실 악령들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의 방파제 역할을 하기도 해."
"방파... 제요?"
"악령들은 외부의 몬스터나 모험가의 유입을 차단하거든. 도시를 수호하는 병력이나 마찬가지지."

악령은 도시 주위를 배외하지만 도시 내부로는 들어오지 않는다. 마치 들어올 수 없게 막아둔 것처럼.


그렇기에 메인 퀘스트가 최초로 클리어 되면, 안개가 사라지고 도시의 유입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무명이 왜 먼저 클리어를 안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로선 괜찮은 상황이야. 안개 자체가 히든 루트 일수 있는 거니깐."

그동안은 스토리 퀘스트를 하지 않은 무명 덕분에 히든 루트를 독식했지만. 이번에는 퀘스트 자체가 스토리 퀘스트다. 이것을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유령들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단 너희들은 가서 유령들의 고민거리를 받아."
"고민? 뭔 고민?"
"가보면 알아. 가서 요즘 고민거리 없냐고 하면 알아서 술술 불 거니깐 걱정하지 말고."
"너는?"
"나는 종이의 주인을 만나러 가야지."

정체가 불분명하지만, 지금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나중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럴 바에 미리 확인해 두는  나쁘지 않지.

-



서쪽의 악령. 누둠.


칼날의 악령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령은 다른 방위의 악령들과는 다르게 직접 몸을 움직여 적들을 찢어놓는다.


그의 칼날은 마치 쇄도와도 같이 퍼져나가며, 웬만한 방어능력을 가진 유저도 단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갈기갈기 찢겨나간다고 알려졌는데...

"왔군."


서쪽 공동묘지 꼭대기에 위치한 곳. 반으로 갈라진 누둠의 시체를 밟고 있는 무명의 모습이 보였다.

일전에 봤을  고작 에픽 특성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강한가 의문이 들었는데, 지금 보니  것 같다.


[ 이름 : ??? / LV.180
특성 : 에너지 소드(에픽), 혈권무신(레전드리**), 한계 초월(레전드리*), □□ (?)
직업 : □□ ( 히든 / 레전드리*****)
스텟 : 습득 498, 강기 221 / 체력 200, 근력 200, 민첩 200
무기 연마 : LV.3 34% ]

유저당 하나만 가질 수 있는 특성을 무려 4개, 직업이 무려 히든 레전드리 5성급....
게다가 스텟은 수치로만 따지자면 거의 600레벨과 맞먹는 수치다.


"제법 빨리 치고 온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늦게 왔군. 갑자기 진행을 멈춘 이유가 있었나?"
"....."
"왜 그러지?"

나는 오늘 두 가지의 충격을 느꼈다.
첫 번째는 철도 씹어먹을 것 같던 콜트가 사실 귀신을 무서워한다는 것.
두 번째는  유명인사인 무명이 사실 버그 유저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단신으로 마왕을 잡았나 했더니만, 이런 진실이 숨겨져있었네.'

어쩐지 고작 1~2년 만에 갑자기 등장해서 마왕의 뚝배기를 깬 이유가 있었다.


이런 사기 유저니깐 가능했던 것이다.

"뭐, 쉽게 들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츠츠츳-!


어느샌가 무명의 손에 있던 칼날이 보랏빛으로 물들더니, 그대로 내 발밑을 거세게 배어냈다.

콰가가가가-쾅!


한번 베어낸 자리는 엄청난 깊이로 파여  깊이를 알아낼 수조차 없었다. 무명은 봤지? 하는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이제 대화할 준비가   같군."
"...뭘 말이야?"
"말투가 바뀌었군. 이제 하찮은 연기는 포기한 건가?"
"잉?"

말투를 바꾼 건 날 구해준 랭킹 1등 무명이 아니라 그냥 버그 유저라 바꾼 것뿐인데…
무명의 황금빛 눈이 거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래 무섭게.

"왜, 다시 바꿔줄..."
"정보 방벽을 산 모양이군. 너의 특성은 뭐지?"
"....."

 말은 무시하고 제 할 말만 하네. 녀석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와장창 박살 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같은 화법으로 상대해 주지.


"연기라니. 뭔 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라. 네가 평범한 유저가 아닌  안다."
"평범하진 않지."

1000억을 가진 유저는 나밖에 없을 테니깐.

나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보랏빛 에테르가 더욱더 타오르기 시작했다.
...저거 에픽 특성 맞아? 뭐 이리 강해 보이지.

"너는 어디에서 온 이레귤러지?"
"뭔 소리야?"
"그런가... 너를 제압한 뒤에 물어보는  더욱더 빠르겠군."
"뭐?"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하늘로 치솟았다. 공격을 하려던 모양인데 바로 빠졌으니-

"느리군. 고작  정도인가."

파앙-!

어느샌가 뒤로  무명은 엄청난 파장을 내뿜었다. 강렬한 파장에 나는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쿨럭! 뭐야 미친...?!"


쿠구구구구-!


하늘에 뜬 무명은 어마 무시한 기를 내뿜고 있었다. 녀석의 에테르는 검을 넘어 몸에 흐르고, 그 흐른 에너지는 하늘 전체를 매우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전체가 보랏빛으로 변했다.


"후... 해보자 이거지?"

여태껏 내가 특성을 가져갔다는 작은 미안함. 그리고 나를 도와주고 친절을 베푼 것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오라는 데로 온 것이다.

또한 좋게 나와준다면 아는 건 최대한 말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건방지네. 아주."


[ 리비엔 - 스킬 붉은나락 LV.5를 사용합니다. ]


스킬 - 검술 강기(劍術剛氣) LV.7를 사용합니다. ]

[ 스킬 - 무형 제어 LV.4를 사용합니다. ]

지난 3개월간 놀기만 한건 아니다. 수백 수천의 타락한 정령을 잡으면서 힘을 길렀고, 스킬의 레벨도 대폭 올려놨다.

굳이 레빗을 부르지 않더라도 나는 제법 강하다.


"....!"

나의 변화를 눈치챈 듯 무명이 공중에 퍼진 에테르를 검에 흡수시킨 뒤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쇄도하는 검을 막아냈다.


카가 가가가각-!!!

두 개의 검이 마찰음을 일으키며 거대한 에너지의 파동이 우리 둘 사이로 퍼져나간다. 주변의 무덤과 썩은 나무들이 버티지 못하고 사방팔방으로 휘날렸고, 우리가 밟고 있는 대지는 기존보다 20m는 넘게 파였다.


...이거 무덤 주인들이 울겠는데?

"이 정도 수준이었나? 일전에 과소평가한 거는 사과하지."
"당연하지! 내가 약할 줄-"

스웅-

그 순간 무명의 뒤쪽에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착각일까? 마치 그건 이곳의 힘이 아닌 것처럼...


"나와 같은 이레귤러여. 이것도 받아보아라."
"크윽....!"

콰아아아아!!!

보랏빛과 다른 푸른빛 에테르의 파도가 밀려온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건 막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레빗!"
"냥!"
"...!"


절대 은신을 통해 숨어있던 레빗이 변신을 풀고 등장해 녀석의 에테르를 삼켜버렸다.

레빗은 그마저도  흡수하지 못해, 데미지를 입은 듯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레빗!!"
‘레빗이 날아갈 정도라고?’

나는 급하게 레빗이 날아간 곳으로 이동했다. 상처를 좀 입었지만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상처를 돌보고 있는 사이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적어도 30km는 날라온 거 같은데 그 거리를 그새 따라오다니..

"강기를 흡수하는 펫이라... 역시 이레귤러들의 능력은 알 수가 없군."
"....."

내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방안이 떠올랐다. 강하긴 하지만  싸울 정도는 아니다. 레벨이 3까지 오른 이격을 한방만 먹여준다면 결과는 모른다.


문제는 그걸 쉽게 맞아줄  같지도 않다. 나는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그래. 대화해보자고. 대신 조건이 있어."
"뭐지."
"서로가 질문을 물어보면 반드시 대답하자고. 질문 횟수는  2번. 거짓말은 하지 말고."
"....."


무명이 고민하고 있다. 아마도 나를 빠르게 제압하고 아는  털어놓게 할지, 아니면 제안을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거겠지.


무명은 나를 노려보다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좋다. 나부터 하지."
"그러던가."
"이레귤러. 너의 특성은 뭐지?"

드디어 이 순간이 와버렸네. 이 특성을 얻은 순간부터 예정된 운명이었겠지.
그럼 나도 늘 준비하던 대답으로.

"내 특성은 '시작부터 1000억 골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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