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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화 〉64화 만날 수 없는 운명 (64/318)



〈 64화 〉64화 만날 수 없는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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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1000억 골드? 그게 무슨 특성이지?"
"말 그대로. 시작부터 1000억을 얻는 특성이야. 골드, 1000억 골드를 준다고."

무명은 내 특성을 보지 못한다. 지금도 단단히 정신 방벽으로 막아두고 있다.


관찰은 매혹이랑은 전혀 다른 형태라 내 정신 방벽에 영향을 줄 일도 없다. 그리고 딱히 거짓말도 아니다.


이름만 다를뿐. 1000억을 얻은 건 맞으니까.

"골드라....."
"이제 내 차례인가?"


무명은 내 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내 말을 내뱉었다.


"...해라."
"이레귤러가 무슨 뜻이야. 왜 나를 이레귤러라 부르는 거지?"
"이레귤러는...."


꿀꺽.
드디어  세계의 비밀이 나오는 건가?!


"변질자. 또는 변칙자라고 부르지."
"그게 끝? 다른 건?"


폼이란 폼은 다 잡아놓고.
설마 이게 끝이라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이다.

"이레귤러는 수많은 게임 차원을 넘나들며 규칙을 뒤트는 자들이다. 너 또한 마찬가지일 태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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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어드벤처는 내가 지금껏 해본 게임들과는 차원이 다른 게임이었다.

마치 현실로 들어온듯한 모든 감각, 현실을 방불케 하는 광활한 대지, 실제 사람 같은 NPC들.

이런 느낌은 이곳이 현실 세계처럼 느껴졌고, 시즌 2가 되어 이곳에 갇히게 되었을 때. 정말 이곳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신을 가져가고 있었다.


이레귤러.
수많은 게임 차원을 넘나드는 변칙자들.


그렇다면 이 월드 어드벤처 말고도 또 다른 게임이 존재한다는 소리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왜 게임에 갇히게  거지?
순간 다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럼 14세 미만의 아이들은 어디로 간 거죠?'

.....설마?

"다시  차례군."

무명은 나의 혼란스러움을 기다려주지 않는 듯 바로 나에게 물었다.


"해."
"너는 어디서 온 이레귤러냐."
"지구."


어디서 오긴 지구에서 왔지. 뻔한  물어본다고 생각했는데 내 대답을 들은 무명의 표정이 이상했다.


"지구에서 온 것은 안다. 창조세계냐? 아니면 자연계?"
"뭔 소리야. 지구가 지구지."
"나는 그런 걸 묻는  아니다."

아니 그럼 뭔데요. 무명의 표정이 점점 더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왜 저래 무섭게.


"아니, 창조세계는 뭐고 자연계은 또 뭐인데? 그리고 나는 이레귤러가 아니야. 우리는 여기 게임에 갇힌 사람들이라고."
"....."

아까부터 남이 모를만한 얘기만 하고, 그게 뭔지 알려줘야 대화를 하든 말든 하지.

무명은 나의 진의를 파악하듯 녀석의 황금빛 눈이 거세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정말 이레귤러가 아니란 말인가?"
"아니라니깐."
"그럴 리가 없다."
"아니라고."


무명의 기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아까 못다  싸움을 마저  생각인  같다. 곧바로 무기와 스킬들을 하나 둘 준비 시키고 있던 찰나.
나를 격살할것 같은 기운이 사그라 들었다.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된 거 같군. 나중에 다시 만날 때는 더욱 확실한 상태가 되길 바라겠다."
"어, 어?"

츠츳-!
무명의 몸체가 보랏빛의 창들로 가득해지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순간 이동이나 공간 마법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저것도 버그 같은 형식인가?
게다가 녀석이 악령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서쪽의 안개가 줄어들기는커녕, 아주 멀쩡했다.


"이레귤러라...."

게임 세계를 뒤트는 변칙자들.
그들에게 뭔가 비밀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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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은 망령 지대의 도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윤의 말대로 유령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기 위해.
그런데...

"아니, 들어봐. 분명 5일 전까지는 멀쩡했는데 햇빛을 좀 받았더니 피부가 상해 가지고~ 이거 이거 봐봐."
"...멀쩡한 거 같은데요."
"아냐, 아냐. 네가 살아있어서 잘 못 느끼나 본데. 자세히 보면 엄청 상했다니깐?"
“......”

긴 머리의 여자 유령은 말을 걸어온 다윤을 상대로 3시간째 계속해서 고민거리를 읊고 있었다.
다윤은 괴로운 듯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었다.

'윤 씨가 말한 심각한 고민은 아닌데...'


김윤은 히든 루트가 될만한 나름 무게 있는 고민을 가진 유령을 찾으라고 했다. 거의 모든 메인 퀘스트는 스토리에 무게가 있었기 때문이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던 도중, 저 멀리서 돌아다니던 콜트를 발견했다.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그를 불렀다.


"콜트 씨!"
"예~. 무슨 일입니까?"
"별건 아니고,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부탁이요?"

귀찮은 듯 다가오는 콜트를  머리 유령 앞에 앉힌 뒤, 양손의 엄지를 척 들며 말했다.

"부탁해요!"
"다윤씨?"


잽싸게 일어나, 말을 마친 다윤은 이미 저 멀리 멀어진 상태였다. 새로운 고민 해결사... 아니 용사를 눈앞에 둔 유령은 얘기를 주절주절 읊기 시작했다.

"어머 다른 용사님이시네. 아니 저번에 저희 집에 엄청나게 큰 벌레가 들어왔는데 그게..."
"다윤씨? 다윤씨ㅂ... 아오!"

뭔 소리가 들렸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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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또 어디야?"

베린은 외각지역 쪽을 둘러보고 있었다. 유령들조차 자주 오지 않는 곳. 오랫동안 뭔가를 훔쳐 온 베린은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곳에 뭔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내가 가장 먼저 찾아서 좋은 거 얻어야지."


베린은 높은 레벨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다중 그림자를 통해 정보를 알아내고 있었다.

유령은 그림자가 없지만, 그들이 들고 있거나 입고 있는 물건 혹은 옷은 그림자가 있으니깐.

수많은 그림자를 통해 정보를 받고 있던 베린은 이상함을 느낀  하나의 그림자로 몸을 움직였다.

'...?  머리핀 하나밖에 없지?"

외각지역에 위치한 유령. 다른 유령들과 달리 옷도 없고, 따로 지니고 있는 특별한 물건도 없다. 가진 것은 오로지 머리핀 하나뿐.


"저기?"
"...누구... 세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반투명한 새하얀 드레스 하나만 입은 유령이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옷은 왜 그림자가 안 비친거지?


오직 머리에 달린 반쪽짜리 하트 모양의 머리핀만이 그녀의 그림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전 줄리에요."
"줄리? 그래. 혹시  고민거리 같은 거 없냐?"


중요한 고민이 있어야 히든 루트인지 뭔지를 진행하니깐.

"고민... 이요?"
"어. 제대로 된 걸로 말해봐!"
"......"
"없어?"
"그... 그런 건 아닌데..."


줄리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망설이는 듯 보였다. 아마도 자신의 고민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해도 되나 고민하는듯 했다.  모습을 본 베린은 당당히 말했다.

"편하게 말해! 이 몸은 용사님이니깐."
"용사님... 이요?"
"그래. 세계를 지키는 용사. 너의 고민거리 하나 들어주는  일도 아니거든."
"......"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베린은 살짝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성급했나?'

하지만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고 김윤이 그랬으니깐. 줄리는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저는... 서로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어?"
"그 사람은 저의 연인이었지만, 다른 유령들은 저희의 사랑을 반대했죠. 그건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어, 어..."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에요. 유령이 되기 전부터 우리는 이미 연인 사이였거든요. 그들은 비겁자에요! 그가 악령이 되었다고 한들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데...!"
"....."


베린은 갑작스러운 연애물에 당황했다. 이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 순간 둘의 뒤쪽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이딴 게 히든루트 였다니..."
"어? 김윤? 벌써 왔네?"
"당신은 누구시죠...?"

잔뜩 경계하는 줄리 앞으로 옷이 잔뜩 찢어진 김윤이 털레털레 걸어왔다.

"누구긴, 사건 전문 처리반이야."

이쯤 되면 내가 용사인지 해결사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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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헤어진 남자친구를 찾아달라고?"
"어... 그렇게 단순한 뜻은 아닌데... 굳이 따지자면 그렇긴 합니다..."


저택으로 줄리를 데려왔다. 데려오는 동안 줄리를 신경 쓰는 시선이 많긴 했지만 용사를 쳐낼 수는 없으니깐.

줄리의 얘기를 듣던 다윤은 궁금한  물었다.


"근데 줄리 씨를 사람들이 왜 배척하는 건가요?"


"...저희는 죽기 전부터 연인이었습니다. 죽은 뒤 이곳으로 오게 되었죠. 그러나 이곳으로
건너오던 도중, 안 좋은 사건으로 인해 악령이 되어 버리고 말았어요."
"악령..."
"악령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저의 연인이에요. 제 말도 알아들을 수 있고,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를 죽이려고만 들어요."

악령이라... 그래서 이렇게 된 거고만. 그런데 고작 그런 이유로 줄리까지 배척할 이유는 없을 거 같은데?


줄리는 내 의문을 해답하듯 말을 이었다.


"저는 로미를 이곳으로 데려오려고 했어요. 그는 절대 남을 해치지 않으니까."
"잠깐. 너 남자친구가 이름이 뭐라고?"
"로미에요."

...로미와 줄리?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듯 다윤이 나에게 속삭였다.

'윤 씨. 설마 이거 로x오와 x리엣인가요?'
'...맞는  같은데?'


왜 월드 어드벤쳐에 이 이야기가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단순히 오마주라도 한건가?

"저기... 요?"
"아, 계속 얘기해."
"네. 데려오려고 했지만 이곳 유령들의 반대가 있었어요."
"당연하지."


위험요소인 악령을 도시로 들여온다니. 좀비물에 비유하면 감염된 좀비를 안전지대로 들여오는 샘이다.


물론 좀비처럼 악령에게 공격받는다고 악령으로 변하거나 하진 않지만.


"저도 인지는 하고 있었어요. 그게 잘못된 것도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그는 특별해요. 어쩌면 이곳의 고질적인 문제인 악령들과 안개를 모두 몰아낼만한 효과를 얻을 수도 있어요."
"...? 뭐?"
"로미는 단순한 악령이  게 아니에요. 그는 악령들의 신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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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들의 신이라...."


줄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로미는 북쪽의 악령이자 군주의 악령, 로메니안이라는 소리다. 모든 악령들의 왕이자. 절대 군주.

...그러고 보니 이름도 비슷하네?

로미가 돌아가고  자리에 콜트가 돌아왔다.  5시간은 고민거리를 듣다 온 거 같은데. 콜트는 다윤을 뚫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후."
"흠흠... 죄송해요."
"아~ 괜찮습니다. 하하. 그럴  있죠. 그죠?"
"...죄송합니다."


 일이 있었나 보네. 돌아온 콜트에게 앞서 나눈 얘기를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콜트는 표정을 찟뿌렸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네."
"왜?"
"남자친구가 악령이 됐으면 당연히 들여오면 안 되죠. 저런 놈들이 좀비물 보면 항상 트롤짓 해서..."

콜트는 영화 속 암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을 보는 마냥, 욕설을 주절주절 내뱉었다. 옆에서 지쳐 쓰러진 레빗을 툭툭 건드리던 베린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근데 내가 알기론 로x오와 x리엣은 마지막에 서로 못 만나지 않아?
"그걸 비틀으라고 히든 루트가 있는 거니깐."


원작 스토리는 결혼은 하지만 사건들로 인해 만나지 못하고 죽고 말지만, 여기는 월드 어드벤쳐다.
애초에 같더라도 다르게 만들라고 내놓은 게 히든 루트니깐.


그리고 애초에 똑같이 내놓지도 않았을거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월드 어드벤처는 이전에도 게임이었다. 아마 적당히 비슷한 설정만 가지고 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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