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66화 그와 같은 죽음 (66/318)



〈 66화 〉66화 그와 같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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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두 가문은 가문의 파벌들의 머리야. 머리 가문들이 서로 결혼을 한다면, 이 지긋지긋한 냉전 상태를 바꿀  있을 거야."

로미는 고민했다. 줄리의 말대로만 된다면  지긋지긋한 파벌의 견제를 종식시킬 수 있으니깐.


종식만 시킨다면 이렇게 매번 몰래 만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가문들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어. 우리가 결혼한다고 한들, 싸움이 종식될까? 하물며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을 밝히면 우리를 죽이려 들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도피해서  수 없어. 우리가 가문을 버리고 살아남을  있을까?"
"....."

풍족한 가문에서 살아온 두 사람.

그런 그들이 가문을 버리고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는 점. 사실 문제는 그런 점이 아니다.

이곳은 평범하지 않다.

지금도 가문의 보호 영역 바깥으로 수많은 몬스터들이 진을 치고 있다.

로미와 줄리가 도망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많은 가문들이 있는 대륙을 떠나, 다른 도시로 건너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비행정도, 대륙 이동 마법도 없는 시대였다. 이동 마법이라고 해봤자. 고작 눈에 보이는  정도로만 이동하는 마법이 전부 였으니까.


"...아무런 보호 없이 몬스터를 뚫고 다른 도시로 가는 건 자살행위야."

그렇다고 다른 가문들의 영역으로 가서 사는 것도 안된다. 가문들의 파벌의 중추인  자제들의 얼굴을 모르는 주민들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없으니깐.

지금도 주민들의 눈을 피해 사람이 안 오는 지역으로  것이다.
이마저도 오래 있을 수 없다.


"그래. 도피는 좀  생각해보자."
"응..."

앉아있는 로미에 손에 줄리가 손을 겹쳤다. 로미의 시선이 줄리의 시선과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연인. 이대로만 있어도 행복한 게 아닐까?
.
.
.

"아아..."


들켰다. 꼬리가 너무 길었던 것이다.


철컥-철컥-


가주인 줄리의 아버지는 몹시 분노하며 로미를 가문의 건물에 가두었다.

".... 그래도 방에다 가둔 건 아니네."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 하는 걸까?
1층으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가주님께서 많이 노하셨습니다."
"....."


하인이 한숨을 내쉬며 차를 가져왔다. 그래도 따뜻한 차를 먹으니 한결 나아지는 기분이었다.


'로미는 괜찮을까?'


로미의 가주님은 상당히 엄격한 걸로 유명하다. 아무리 오래 충성을 바친 신하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가차 없이 내칠 정도로.

실제로 만나는 동안 가주인 아버지에게 맞은 상처가 심심치 않게 보아왔다.

"내가 얼마나 이곳에 있어야 할까?"
"예전에 아가씨가 크게 한번 사고 쳤을 때 30일 정도 있었느니, 90일정도 있지 않을까요?"
"아..."


90일 동안 건물에 갇혀있어야 한다니. 나갈  없다는 슬픔보단 로미를 못 본다는 슬픔이 더 컸다.


90일. 내가 버틸 수 있을까?
.
.
.

"줄리!"
"..! 로미?"

47일째 밤.

3층에 위치한 창문에 똑똑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 찾아왔다.
루프로 몸을 잔뜩 두른 로미였다.


"뭐야! 여긴 어떻게 왔어?"
"어떻게 오긴 몰래 나왔지. 시간 없어 도망가자."
"어? 어어?"


갑작스러운 말에 줄리는 당황했지만 사실 기쁜 마음이더 컸다. 47일 만에 만난 로미였으니깐.
줄리는 로미의 손을 잡고 루프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 몰래 가문의 건물을 넘어 마을로 빠져나왔다. 로미는 진이  빠진 듯 마을 구석에 주저앉았다.


"후우.... 죽을 거 같다."
"괜찮아? 상처가 좀 있는  같은데.."

로미의 몸에는 수많은 멍들이 가득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건지 의문이  정도로.

"가주님이  때리기라도 하신거야?"
"가주... 그 개자식은 말도 꺼내지마. 그딴 자식이 나의 아버지. 가주라니."


로미는 지난날을 회상하듯 이를 바득 갈았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 못 있겠어. 나랑 같이 도망가자."
"하지만... 어떻게? 근처에 몬스터들이 있잖아."
"걱정 마. 내가 좋은 분에게 도움을 받았어. 우리를 빠져나오게 도와주실거야. 돈이 될만한 것도 잔뜩 가져왔으니 다른 도시 가서도 풍족하게 살수 있어."
"누구?"
"그건-"

그 순간 3~4명 남짓한 경비병들이 들이닥쳤다. 모두 처음 보는 얼굴들. 어쩐지 살짝 이질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여기다! 여기 디벤가의 자제가 있다!"
"더러운 피를 가진 자가 함부로..!"
"안돼! 멈춰!"


줄리는 경비병들을 막아섰다. 경비병들은 줄리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이곳에서는 줄리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이 없으니깐.

하지만 어째서인지 예를 갖추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점차 다가오는 경비병들.


"머, 멈춰! 멈추라고!"
"가주님의 명입니다. 아가씨."
"닥쳐! 그딴 말을 내가 들을 것 같아!"


이대로 시간만 끌면 적어도 로미가 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듯 누군가 경비병의 뒤쪽으로 걸어왔다.

정체를 알  없는... 하얀 머리카-


"죽여라."
"아!"


푸슉-!


엉거주춤 하게 뒤쪽에 서있던 로미의 심장에 칼날이 비집고 들어와 그것을 도려냈다. 선명하게 튀어오르는 선혈.


줄리는 비명을 지르며 로미에게 뛰어갔다.

"로미!!!"
"줄... 리... 미안.... 내가 괜한 짓ㅇ...."
"아... 아아아..."


로미는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흐려진 그녀의 시야 사이로 경비병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하나의 사람만이 남았다.


하얀 머리카락의 남자.

오직 그 남자만이 그 자리에 유유히 남아있었다.


"걱정 마라. 너희가 다시 만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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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

굳게 닫힌 문.


하인은 걱정되는  문을 똑똑 두드리며 식사를 들고 왔지만, 줄리의 방은 굳게 닫혀있었다.


하인은 깊은숨을 내쉬며 식사를 바닥에 두었다. 원래대로라면 문을 따고 들어갔겠지만, 그냥 놔두라는 가주님의 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방앞에 두고 가겠습니다. 그럼 쉬시길."

줄리는 이불을 뒤집어쓴 체 펑펑 울고 있었다. 로미가 죽은  벌써 2일이나 됐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로미..."


아직도 줄리의 뇌리에는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비병, 심장이 꽤 뚫려 죽은 로미,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머리카락에...


"......"


괴롭다. 너무 괴롭다.
로미의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를 잊을  같아서다.


아버지는 시간만이 답이라 그랬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이겨내고 성장한다고.


'시간...? 성장?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왜! 로미가 죽어야 하냔 말이야!

손에 잡힌 아무 물건을 침대 바깥으로 던졌다. 쿠당! 거리는 소리와 함께 비참하게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하아 ...하아


싫다.

내가 그를 잊는 것도, 그를 잃어버리는 것도.  무엇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 방법은 하나다. 나 또한 그를 따라가면 되는 일.

이것은 개죽음이 아니다.


"유령은, 유령이 되면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유령이 되서 그를 만날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와 함께 살아갈것이다. 그리고...

"....!"

그 순간 줄리는 로미가 말한 벗어날 수 있는 법을 떠올렸다. 그래. 이거다. 로미가 말한 가문의 눈을 피해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살아서 벗어날  없다면 죽어서 벗어나면 된다. 줄리는 침대에서 벗어나 서랍 속에 들어있는 단검을 꺼냈다. 아버지가 준 호신용 단검.


가문의 자제를 노리는 암살자를 대비하기 위해 준...

"이걸  스스로한테 쓰다니. 아버지도 이걸 알고 있었을까...?"

줄리는 단검을 두 손에 잡아 본인의 심장을 향해 치켜올렸다.

"... 알고 있었다면 이걸 그냥 두지 않았겠지."


푸슉-!


억센 단검이 줄리의 심장을 꿰뚫었다. 피가 솟구치고, 미칠듯한 고통이 밀려옴과 동시에 수마가 밀려온다.

그래. 그와 같은 죽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
.



[ 영상이 종료됩니다! ]

[ 부활의 편린의 특이점이 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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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을 본 일행들이 말이 없었다.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라 그렇겠지. 그로기 상태에 들어가지 않은 건 나와 콜트뿐 이였다.

"한심하군. 고작 하는  따라죽기라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덕에 구속의 틀에서 벗어났으니 괜찮은 선택이 아니었던가?"
"죽어서 이런 곳에 갇히느니 부잣집에 있는  더 낫지."

콜트는 무신경 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로메니안은 아까보다 훨씬 인자해진 표정으로 우리를 주시했다.


나는 그의 앞에 다가갔다.

"이게 끝이 아닐 텐데."
"그래. 뒷이야기가 더 남아있지."

이 이야기는 로미와 줄리의 스토리 중 일부일 뿐이다.
진짜 로미가 로메니안이  건지, 아니면 우리가 처치한  마리의 악령 중 하나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로미는 어떻게 됐지?"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게 뭔 개소리야."
"용사인 그대라면 비밀을 알아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주었다."

확실히 퀘스트 내용은 그를 만나 진실을 파악 하라는 것이었으니깐.

하지만 너무 진실이 너무 적은데? 적어도 유령이 된 후에 이야기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유령이  후의 얘기는 고작 서로 꽁냥대는 얘기만 하고 말이야.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상 속 하얀 머리의 남자. 그가 이 사건의 원흉이겠지. 하얀머리....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는 아니겠지?


끄응.. 거리며 한 손으로 머리를 짚은 다윤이 다가왔다.

"뭔가 추리게임이 된 것 같네요."
"반쯤 맞지 않을까?"
"일단 보스는 잡아야겠죠."

다윤이 검을  누른 체 로메니안에게 다가갔다. 청린에게 받은 검에 푸른빛의 스파크가 피어오르자, 주위로 6개의 노란빛의 검이 떠올랐다.


하나하나가 웬만한 유니크급 무기들.  정도라면 혼자서 보스를 잡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날 죽이지 않는  그대들에게 더 좋을 텐데?"
"무슨 헛소리에요."
"말 그대로. 날 죽인다면 너희들이 원하는 녀석을 기억하는 '나'는 사라질 테니깐."
"....? 네?"


자신의 기억을 담보로 목숨을 요구한다라… 몬스터 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상황이나 이해관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

원래 적대적 NPC들은 어딘가 나사 하나 빠져있는 게 대부분인데...

"그래서 살려달라고?"
"나 자체는 얼마든지 죽어도 상관없다. 그대들에게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할 뿐이지."
"흠....."


확실히 지금의 로메니안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에 더 용이하긴 한데...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땠다.


"좋아, 살려주지. 그 대신 다음 퀘스트 좀 줘."
"...용사의 임무는 나의 관할이 아니다만."

"그 정도로 깨우쳤으면 어느 정도 관여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네가 정말로 여기를 '자신의 세계'라고 생각 한다면 말이야."

꿈틀.


녀석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이전보다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그를 대신해 싸워줄 망령들이 전부 사라진지 오래다.
본인의 육체 능력으로는 우리를 상대할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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