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67화 누군가의 계획 (67/318)



〈 67화 〉67화 누군가의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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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정말로 여기를 '자신의 세계'라고 생각 한다면 말이야."

꿈틀.

녀석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이전보다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그를 대신해 싸워줄 망령들이 전부 사라진지 오래다.
본인의 육체 능력으로는 우리를 상대할 수도 없고.

"너는 그자와 비슷하군."
"누구?"
"제페로스와 수백  동안 승부를 내던 사내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모양이군."


아.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같다. 지금 그런 사람은 한사람 밖에 없으니깐.


....근데 수백 일 동안 싸웠다고?


"뭔 소리야? 그렇게 시간이 안됐을 텐데."
"물론 현실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제페로스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지."


제페로스는 환각의 악령인데… 설마, 환각을 이용해 수백 일 동안 사냥한 건가?


"대단하긴 하네."

마냥 버그 유저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을 좀 철회해야겠다. 그정도면 끈기가 있다면 인정해  만하지.


"그래서 퀘스트는?"
"주도록 하지."


로메니안의 표정이 뒤바뀌더니 다음 퀘스트가 날라왔다.


[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


스토리 퀘스트 D? / 로미의 기억

당신은 군주의 악령 로메니안과 조우해 진실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정보를
되찾은 것은 아닙니다.
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동쪽의 악령 제페로스를 만나 로미의 기억을 찾아내세요.


- 환각의 악령 제페로스와 조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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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줄리..? 어떻게?"


로미가 죽은  3일째 되는 날.
둘은 다시 재회했다. 로미가 죽은 그 마을 골목에서.

"로미! 보고 싶었어. 괜찮아? 이제 더 아프진 않지?"
"아니...."

로미는 당황했다. 갑작스러운 죽음.
아무리 내가 적대적인 가문의 자제라고 해도 이렇게 바로 죽이는 게 가능할까?


더욱더 이해 안 되는 것은 내 눈앞에 있는 나의 연인. 로미는 영혼 상태의 줄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왜... 왜... 설마, 너도 가문 사람들에 의해 죽은 거야?"
"아! 아니야. 그런 거."
"그럼 어째서 죽은 거야."
"....."


줄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바들바들 떨리는 줄리의 몸. 순간 로미의 머리의 안 좋은 상황이 떠올랐다. 확신에 가까운 추측.

"너... 설마..?"
"나, 나도! 홧김에 그런  아니야!"
"그렇다고 자살을 하면 어떡해! 너라도 살았어야지!"
"...너 없는 삶을 살라고?"


줄리는 로미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어깨를 붙잡은 팔을 풀은 체 그대로 로미를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네가 그렇게 떠나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어."
"....줄리."

"앞으로 더 이상 떨어지지 말자. 네가 말했잖아. 가문에서 벗어날  있는 방법. 이게 그 방법인 거야!"
"하, 하지만 이런 식까지는 아니었어. 우리 목적은 살아서.."
"살아서 벗어난다고 해도 잘 살수 있었을까? 마을을 벗어난다고 해도, 몬스터 지역을 넘어가야 하고. 혹여나 가문 사람들이 우리가 떠난 지역으로 찾아올 수도 있어."

어느새 껴안은 몸을 떼어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 로미는 고민하는 듯 고개를 살짝 떨구다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대로 여기에 있을 순 없어. 우리를 볼 수도, 만질 수도, 대화할 수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살수 없어."
"그러면 어떡하게?"
"...이런 식으로 만날 분은 아니었는데. 우리를 도와 주기로 한 사람을 만날 거야. 그분은 우리가 유령 상태라도 볼 수 있을 거야."
"어...."

줄리는 살짝 불안함을 느꼈다. 그날 봤던 하얀 머리의 남자의 존재. 분명 이곳의 사람은 아니었는데…
로미는 줄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가자."
"응."

둘은 떠났다. 의문의 남자의 도움을 받기 위해.
.
.
.

"어서 오게. 로미 그리고 줄리."

새하얀 마법복을 입은 남자는 우리를 마주했다.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초원 위 하얀.... 아니, 저게 하얀색이던가?


"성자님. 저희가 유령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살만한 곳이 있을까요?"
"이전까지는 어엿한 사람이었는데 그새 죽음을 맞이했군. 이것도 그대들의 운명이겠지."
"....."

줄리는 눈앞의 성자라는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분명 어디서 본 사람이었는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거지?

"그대의 연인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군. 허허..."
"줄리. 도움을 주시려는 분인데. 그러면 곤란해."
"아! 죄, 죄송합니다!"

줄리는 뚫어져라 쳐다보던 눈빛을 푼 채 고개를 숙였다. 그래. 도움을 주시려는 분인데, 로미를 죽인 사람과 같을 리가 없지.

아마도 착각한 것일 것이다.

그는 하얗고 붉은빛의 나무로 만들어진 지팡이를 들어 땅에 꽂았다. 그러자 지팡이에 박힌 마력 속이 빛을 발하더니 하나의 그림이 떠올랐다.
검은색의 유령들 위에 서있는 기다란 모자쓴 체 낫을든 거대한 사람.

"그대들처럼 유령이 된 자들은 머지않아 당신들의 영혼을 수거하러 올 사자(使者)들이 오겠지만. 그것을 피하는 방법이 있네."
"무엇이죠?"


로미는 줄리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눈앞에 남자는 그것을 보더니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그림이 흩어지더니 하나의 도시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 도시 주변에는 안개 같은 것이 잔뜩 껴있었다.


"유령들의 도시. '망령 지대'로 가면 사자의 수거를 피할 수 있네. 그곳에는 수백수천의 유령들이 거주하고 있지."
"그럼  도시로 가면..."
"하지만 그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악령들의 안개를 뚫고 가야 하지. 게다가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네."
"계속 그 도시에 갇혀 살아야 한다는 소리인가요?"
"그렇네."
"......"
"포기하고 싶다면 이대로 사자에게 영혼이 수거..."
"달라진 건 없네."
"그러게."

성자의 말에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어딘가에 갇혀 떠날 수 없는 삶.
 둘이 살아온 인생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그렇군. 그럼 때가 되면 안내를 해주겠네."
"지금 해주십쇼. 저희는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네. 그곳으로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

둘의 확신에  말에 성자는 그들을 안내해 망령 지대 초입으로 보내주었다.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본인의 몫이기에.

대신 떠나기 전 두 명의 소지품에 항마(抗魔) 마법을 걸어주었다. 로미는 붉은 반지, 줄리는 하얀색의 머리핀.


로미는 따로 소지품이 없었기에 반지를 따로 받았다. 화기애애하게 떠나는 두 명의 남녀의 뒷모습을 바라 봤다.


"...역시 이래서 이 짓은 오래  해먹겠군."

성자는  자리를 끝으로 오랫동안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
.


[ 영상이 종료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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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야?"
"그, 그렇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얘기는 이게 전부..."

콰악!

"크아아악!"
"어째 이야기가 진전이 안돼?"

동쪽의 악령이자, 환각의 악령인 제페로스의 등을 짓밟은 나는 아쉬운  주변을 살펴봤다.
각종 병장기들로 인해 잔뜩 파괴된 악령의 거주지.


"클리어~"
"이쪽도 클리어야."
"제 쪽도 마무리했습니다."

주변의 악령들을 모조리 정리한 일행들이 내게로 다가왔다. 군주의 악령만큼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악령을 가지고 있는 환각의 악령. 제페로스.

환각을 주로 다루며 감정의 악마인 로드리아와도 견줄 정도로, 정신 계열 면에서는 웬만한 악마와도 밀리지 않는다.


웬만한 유저는 그대로 환각에 걸려 정신을 못 차리기 마련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웬만한 유저가 아니다.


"크윽... 어째서 환각이.."
"그따위 것에 내가 걸리겠어?  몸은 하페루아의 매혹도 풀어낸 전적이 있다고."


물론 나 스스로 풀어낸 건 아니지만 대충 그렇다고 하고 넘어가자.

우리는 로메니안에게 퀘스트를 받은  동쪽의 악령인 제페로스에게 왔다. 일행과 나에게 환각을 걸며 저항했지만, 애초에 정신 방어 스킬로 단단히 무장한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매혹만 아니면 문제없으니깐.

그런 뒤 제페로스가 알고 있는 로미와 줄리의 기억을 살펴봤지만, 쓸만한 건 정보는 몇 없었다.

"4마리를 다 돌아야 윤곽이 잡힐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내가 놓치고 있는거라도 있는걸까?


"윤씨?"
"응?"


어느샌가 다윤이 내앞으로 다가왔다. 무언가를 손에 쥔체.

"그건 뭐야?"
"아, 이거 악령들을 잡으니깐 나오더라고요. 레전드리 반지인데 저는 조건이 안돼서. 윤씨가 쓰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그건..."

영상속에서 봤던 붉은 반지가 다윤의 손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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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생각보다 일찍 왔는데?"
"시간이  되었을 뿐이다."


무명은 자신의 검을 치켜세운 체 눈앞에 존재를 마주했다.
보랏빛 왕좌에 앉아있는 하페루아.

악마족의 대부분이 사는 마왕의 성, 데르구아는 수많은 악마들이 이곳을 촘촘히 지키고 있다.


그곳에는 최상급 악마도 둘셋 있지만 중상위급 악마는 발에 치일 정도로 가득하다. 게다가 현재는 악(惡)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을 빼고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악마족의 절대적 이인자.
모든 서큐버스들의 왕.
마왕의 딸.

"하페루아. 무기를 들어라."
"흐응.... 적당히 속도를 맞추다가 능력까지 써가면서 갑자기 쳐들어온 이유가 뭘까..?"
"말했을 텐데. 때가 되었을 뿐이라고."
"김윤이 신경 쓰이나 보지?"

하페루아의 말에 무명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명의 반응에 하페루아는 재밌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며, 왕좌에서 내려왔다.


"김윤은 이레귤러가 아닌데?  그를 신경 쓰는 거야?"
"...그놈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녀석은 이레귤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냥 하나의 게임 시스템으로 만든 거잖아?"
"하페루아, 모르는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말 모르는것인가."

하페루아는 말 대신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웃음을 참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츠즈즛---!


하페루아의 몸에 이질적인 힘이 깃들었다. 날개는 더더욱 커지고 머리의 달린 붉은빛의 뿔은 보기만해도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
무명을 주시하는 보랏빛의 눈은 마치 마왕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근데... 나를 이길 자신은 있어서 온 거지?]
"충분하다."
[기대를 충족시켜줬으면 좋겠는데.]

무명은 자신의 검을  쥐었다. 상대는 이 세계의 특이점을 가진 유일한 NPC 이자, 이곳의 창조주 와도 연결된 존재.
절대 만만히  상대가 아니다.


쩌적!


무명의 뒤편에 거대한 차원문이 생겨났다. 이질적인 힘. 이윽고 문 너머에 있던 거대한 기력이 자신의 검에 스며들었다.

어느덧 보랏빛으로 물들었던 검은 푸른빛의 색으로 변질되었다.


[흐응... 진심인가 보네? 창조세계의 힘을 직접 끌어오다니. 페널티가 안 무서운가 봐?]
"그딴 것에 신경 쓰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좋은 마음가짐이네. 좋아.]


하페루아는 허공에 손을 뻗더니 무언가를 불러왔다. 어느새 그녀의 손안에는 마검이 들려있었다.

마왕이 직접 사용하는 대검 형태의 태초의 마검(魔劍).

[아빠가 사용하는 건 너무 크고 밋밋하니깐...]

가각…

웬만한 사람 하나 가릴 정도의 거대한 마검은 얇은 레이피어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에 걸 맞춰 손잡이에는 붉은색의 마석이 얽혀져있었고, 흉흉한 기운 또한 전보다 훨씬 거세졌다.


"간다."
[그거 대사 칠 시간에 오면 더욱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

콰아아아!!


무명의 푸른빛의 검격이 하페루아를 뚫고 마왕성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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