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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71화 묻어둔 과거 (71/318)



〈 71화 〉71화 묻어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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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영혼 5000개는 처음이지?"
"잘했어.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베린과 콜트는 그세 5000개를 다모았다. 대략 10시간 정도 현실에 있었으니, 거의 4~5일 동안 5000개를 모은 셈이다.


베린은 레벨을 많이 올려 신난 듯 그림자를 따로 만들어 대련을 하고 있었고, 콜트는 녹초가 됐는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의자에는...


"....."
"....."
"아줌마는 아까부터 저러던데. 뭔 일 있었어? 로그아웃했다며."
"으, 응? 글쎄?"
"음? 하긴 로그아웃했다고 둘이 알 리가 없지. 같은데 사는 것도 아니고."
“그, 그렇지…”


....딱히 숨긴 적은 없는데 뭔가 찔리네.
내가 정보를 알기 위해 다윤의 상처를 끄집어 냈으니깐. 이렇게 생각하니  미안하다.


"그.. 다윤아?"
"네?"
"어디 안 좋은 건 아니지?"
"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윤이 전혀 안 괜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니 더 걱정되는데.

그림자와 대련하던 베린은 흐음~ 거리며 우리를 바라... 아니 노려봤다.

"커플... 주거..."
"커플 아니야."
"...맞아. 아니야."


다윤은 결연한 표정으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죠. 다음 퀘스트가 왔어요."


스토리 퀘스트 - 히든 / 되돌리다


파편 속의 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로미는 줄리를 무사히 통과시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내걸었습니다.
특수한 반지의 능력을 통해 줄리를 망령 지대 속 도시로 보내는데 성공했고, 그 대가로 자신은 악령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진실을 되돌리거나 이미 사용된 진실을 유지해야 합니다.
어느 선택을 하든 두 연인이 만날 일은 없을 테지만요.

- 1, 진실의 되돌림. ( 줄리의 죽음 )
- 2, 현상 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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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지막 퀘스트를 깨기 전 줄리를 찾아갔다. 히든 퀘스트의 선택지에는 줄리의 죽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라졌다고?"
"그렇다! 용사! 그 여자의 집도 사라졌다!"
"맞아요. 원래는 자그마한 집이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졌네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의문입니다. 혹시 사고라도 치는  아니겠죠?"

여러 망령들이 웅성거리며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베린의 말과 망령들의 말에 따르면,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마을에 있는 집에 얌전히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돌아와서 파편의 기억을 보고 대화를 나눈 뒤, 찾아가자마자 사라졌다는 것이다.

"혹시 우리 이야기를 엿들은 게 아닐까요?"

준비를 모두 마친 다윤이 평소와 같은 태도로 말했다.


"그럴지도. 우리가 줄리를 저택으로 초대했으니깐."

우리가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아니, 자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해결할 거라고 판단해 로메니안한테 갔을지도.


"그럼 빨리 로메니안한테 가자!"
"잠깐, 기다려봐."
"아니, 그러다가 퀘스트 잘못되면 어떡해?!"


베린의 말대로 일이 틀어질 수도 있지만 한번 정해진 히든 퀘스트는 그렇게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지금은 다른 걸 신경 쓸 차례다.

"우선 로메니안을 제외한 다른 4방위 악령을 싹 다 잡고 와야 해."
"원래 퀘스트랑 동일시하기 위해서요?"
"그래. 원래 퀘스트는 4방위의 악령들을 잡은 후 마지막에 로메니안을 잡아야지만 모든 퀘스트가 완료돼니깐."


히든 퀘스트라고 해도 최대한 변수를 줄이는  나을 것이다. 퀘스트 내용에도 자세한 건 쓰여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조건을 채울 수 밖에.

"그럼 베린이 누둠, 다윤이랑 내가 제페로스, 콜트가.... 너  하냐?"

메카 갑주를 길게 늘여 틀인  키보드 치듯 뭔가를 누르고 있었다. 이윽고 콜트는 삐리릭-! 소리와 함께 쓰고 있던 고글을 벗었다.


"후... 다했습니다."
"뭘 하는-"

쿠와아아아앙-!!!
쿠와아아아앙-!!!
쿠와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북쪽을 제외한 세 방위에 거대한 뭉게구름이 피어올랐다. 적어도 그 일대는 싹 다 사라졌을 것 같은 위력.

"로메니안이 있는 북부를 제외한 모든 방위를 날렸습니다. 자세한 확인은 하지 않았지만  일대의 모든 악령들은 다 죽었을 겁니다."
"...수고했어."


판타지 게임에서의 공중 포격 미사일이라… 아무리 현대의 것을 가지고 왔다고 하지만, 너무 나간 거 아니야?


심지어 미사일도 마력탄이라, 효과는 현대 화기보다 효율 및 성능이 월등히 높다.

"그럼 뭐, 바로 가자."

드디어 이 연애물의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 왔다.


-


"로미!"
"줄리! 먼저 가! 내가 상대하고 뒤따라갈게!"


수많은 악령들이 가득한 망령 지대 속, 악령의 안개.

로미와 줄리는 그곳을 돌파하고 있었다. 산자는 그곳에 들어가도 별다른 이상이 없지만, 죽은 자는 다르다.


죽은 자는 자신이 살아있을  있었던 후회, 원한, 복수  비롯한 여러 감정들이 증폭되며, 그것에 동조할 시 악령으로 변하게 된다.


로미와 줄리는 성자가 준 항마(抗魔) 마법이 걸린 장신구 를 이용해 최대한 벗어나고 있지만, 슬슬 한계가 오고 있었다.

"하압!"
"키아아아아...."

스르륵…

로미는 죽은 후 모든 물품과 장비 등등을 전부 잃었지만 어쩐지 이 검 하나만큼은 남아있었다.

디베르 가의 보검 중 하나인 '찬란한 빛'

최상위 신중 하나였던 빛의 정령신인 '히아트'가 자신의 후손에게 남긴 결정석 으로 만든 검중 하나다.
그 위력은 웬만한 악(惡) 성향을 가진 모든 존재는 닿기만 해도 전부 사라질 정도의 압도적인 성능을 가지고 있다.


 가지 단점이라면...

"젠장!"


슈우우우웅-

그것을 발현할  있는 지속시간이 굉장히 짧다는 것.
게다가 로미는 산자가 아닌 죽은 자.


악령의 안갯속에 계속 노출되어 있기에 탁한 기가 계속 스며들고 있다. 그리되면 자연스럽게 무기의 성능 또한 급감하게 된다.

"로미!"


푸욱!


"그 아아아아아.... 하찮은 망령이...."
"뭐래, 악령 따위가."


줄리는 품속에 숨겨둔 단검을 꺼내 그대로 무방비 상태의 로미를 공격하려던 악령을 찔렀다.

줄리의 단검은 로미의 검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장비를 보다는 월등히 좋다. 게다가 악에 물들어도 장비의 성능이 줄어들지 않는다.

"줄리, 도망가라니깐..."
"너 두고 어떻게 도망가. 이제 절대 혼자 두고 안가. 아니, 못 가."

줄리의 확고한 태도에 로미는 줄리의 손을 붙잡아 깍지를 꼈다.

"그래. 계속 가자."
"...응!"

둘은 계속해서 악령을 처치하며 나아갔다. 그리고 저지 당했다. 더 강한 것을 마주했기에.


한낱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인간의 몸으로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존재들.

"줄리!"
"크으.... 이번에 온 망령은 제법 이구나. 이만한 무기를 가진 주제에 어떻게 죽은 거지?"
"로미..."

온몸이 칼날같이 날카로워 스치기만 해도 베일 것 같은 모습의 악령.

악령은 줄리의 목덜미를 부여잡은 체 킥킥 웃고 있다. 그 손에 잡힌 줄리의 목에는 피가 주륵주륵 흐르고 있다.
자신의 검으로 악령의 어깨를 배어냈지만, 그 대가는 참담했다.


너무 자신의 실력을 과신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좋은 무기 하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일까. 상대는 성자님이 알려준 절대 피해야 할 악령들 중 하나였는데.

"칼날의 악령 누둠...."
"호오..? 내 이름을 알다니. 제법 재미있는 먹잇감 이구나! 맞다! 내가 3명의 악령들의 왕 중 하나인 칼날의 악령 누둠이다!"
"제..."
"응?"
"제발... 제 연인을 놔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만일 줄리를 살려주신다면 제 목숨을 드리겠습니다."
"로미! 무슨 말도  되는..."

로미는 무릎을 꿇은 체 검을 내팽개쳤다. 악령을 상대할 수는 없다. 실력차도 실력차지만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줄리를 그대로 영멸 시켜 버릴게 뻔하기 때문에.

더군다나 줄리의 피는 이미 영멸했다고 생각이 들정도로 심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위험하다.


누둠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킥킥 웃었다.

"연인... 연인이라... 고작 연인 하나 때문에 목숨을 버린다고? 한번 죽은 목숨이라고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아니냐?"
"하찮게 생각한 적 없습니다. 최선의 상황을 생각할 뿐."

로미는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보다 두 배는 큰 악령을 올려다보았다. 더불어 그 악령에게 붙잡혀 있는 줄리에게까지.


"좋다! 네 목숨을 가져가는 대신 하찮은 너의 연인을 살려주지!"
"....."

누둠은 목덜미를 부여잡고 있던 줄리를 내팽개친 체, 로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칼날을 목에 가져다댔다.

주르륵 흐르는 로미의 피.
누둠은 맛있는 사냥감을 보듯 속삭였다.

"자... 마지막으로 할 말은?"
"...지금."
"뭣-? 큭!"


푸슉-!
하얀 빛의 칼이 누둠의 심장에 뚫고 몸통을 꿰뚫었다. 뒤쪽에서 숨을 몰아쉬는 줄리가 보였다.

"...진짜 내가 못 살아. 이런 건 미리 말해줬어야지."
"크아아아악!!! 이 하찮은 것들이!"


누둠을 주위로 수백수천 개의 칼날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로미는 빠르게 뒤쪽으로 이동해 줄리를 낚아  몸을 구른 뒤, 몸에 꽂혀있는 검을 향해 말했다.

"거룩하신 히아트 시여, 악(惡)을 멸하시고 선(善)을 도와주소서."

우웅-


"크으으으.... 아, 안돼!"


위험을 느낀 누둠이 칼을 뽑으려 했으나 한번 주문이 시작된 검은, 육체와 떨어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이미 단죄가 시작된 것처럼.

"창대하여라."

쩌-엉!!!
콰아아아아아아!!!!


검을 중심으로 하늘에 하얀 빛의 섬광이 그대로 누둠을 강타했다.


이 일대가 창백해질 정도의 새햐안 빛.


깜깜했던 하늘에 잠시나마 빛으로 가득 차, 그 일대의 대부분의 악령들이 형체를 유지 하지 못하고 소멸했다.

츠츠츠츳....

어느새 거대한 악령은 사라지고 허공에 있는 칼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로미는 칼을 주워 그대로 검집에 넣었다.

"창대하라를 썼으니 한동안은 쓸 수 없겠네."


칼은 하얀 빛을 내뿜던 전과 달리 평범한  칼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 검에 깃들어 있던 신성력이 사용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순간 줄리가 로미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빡!

"야! 너 멋대로 그런 걸 하면 어떡해! 난 진짜로 네가 대신 죽으려는  알았잖아."
"미, 미안... 그보다 너 주먹 엄청 쌔-"
"지금 농담이 나와?"
"......미안."

"치... 그래도 살아줘서 고마워. 빨리 가자. 악령들이 몰려오기 전에."


로미와 줄리는 다시 한번 서로의 손을 붙잡은 체 망령 지대 속 도시로 향했다.

아니, 향했었다. 향했나...?
뭐지? 향했어. 분명 향했단 말이야!
분명히 향했는데... 도시 속 망령들이 우리를 반기고, 우리 둘은 도시를 들어가 서로의 집을.....


아.
.
.
.

기억이 뒤틀리고 여러 표정들이 떠올랐다.
이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넌 죽었어. 칼날의 악령 누둠에게."



[ 파편의 기억이 종료됩니다... ]

[ 불완전한 진실의 뒤틀림이 가속화됩니다... ]




진실이 뒤틀리고 묻어둔 과거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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