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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72화 영원한 죽음 (72/318)



〈 72화 〉72화 영원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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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넌... 줄리군. 용사들이 말하던."


줄리는 망령 지대의 도시 밖 북쪽에 위치한 로메니안의 서식지에 도착했다.
용사들에 의해 악령들이 대부분 죽어, 부활 대기시간중에 있었지만 아무런 장비도 없는 망령 하나가 피해 없이 올만한 곳은 아니다.


하지만 줄리는 아무런 방해하나 받지 않고 이곳에 당도했다.

"로미! 괜찮은 거지?"
"난 로미가..."
"악령이 돼도 멀쩡한 거지? 이제  이상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아도 돼. 용사들이 너를 구해준다고 했지만 그건 다 거짓말이야. 너를 죽이고 나까지 죽일 셈이야. 그러니-"
"그만."


로메니안의 표정은 인자해진 표정에서 어느덧 불편 해진 표정으로 바뀌었다.

"너의 연인 로미는 죽었다. 하물며.... 아니, 이건 그와의 약속이니.."
"무... 무슨 소리야. 로미...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는 도시를 밟았어. 사람, 아니 악령보다 악한 망령이 우리를 내쫓은 거라고! 우리가 도시 밖으로 쫓겨나 네가 죽으니 그제서야 나를 받아준 거야! 그들은 악(惡)이야! 마왕의 수하들이 분명해!!"

이야기를 무덤덤히 듣던 로메니안의 표정이 더더욱 불쾌해졌다. 마치 오래된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능력에 비해 너무 과도한 진실을 뒤틀었군... 이러면 산 이유가 없지 않나."

줄리는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뭐..."
"살면 된 거지. 죽으면 아무것도 못하거든."
"넌... 용사군. 처음부터 듣고 있었나?"
"응."

우리는 빠르게 공간이동을 해서 줄리와 로메니안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파편의 기억만으로는 제대로 된 진실을  봤으니깐.


내가 찾으려는 건 단순히 히든 퀘스트만이 아니다.


성자, 디틴의 관한 얘기. 그리고 그것에 관련된 특이점. 그것에 대해 알기위해 여기까지 왔다.
분명 뭔가가 있다.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나가던 찰나, 줄리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용사님들...?"
"..."
"왜... 왜!왜!왜!왜!! 악마의 편을 들어주시는거에요...? 용사님이라매! 용사라매!! 마왕을 처단할 용사들이 라며! 근데 왜 사악한 악마의 편을...  아아...."


뒤틀린다.
한 여자의 심상이 뒤틀리고 있다.

진실을 뒤바꾼 대가가 이리도 컸다. 온전한 붉은 보석과 하얀 보석을 모두 가진 디틴 조차 진실을 유지하지 못하고 자멸했다. 그런데 고작  파편 조각으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자신의 존재를 내걸면서 몇백 년이나 유지했다.
이제 그 한계가 찾아왔지만.


"난... 난...."
"로미 씨는 자신의 존재를 내걸고 줄리 씨를 살리는 걸 선택했어요."
"...?!"


다윤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체 쓰러져있는 줄리에게 눈높이를 맞추었다.


"물론 그 선택이 줄리 씨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러울 거예요. 함께하기로 했으니깐. 함께 이겨내고, 함께 해내고, 함께 살아가기로 했으니깐."
"그... 그래! 그랬어! 분명히 그랬다고!"


다윤은 줄리의 양팔을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다윤의 행동에 줄리의 눈빛이 커졌다.

"하지만 이별해야  때가 온 거예요. 우리 모두가 그런 것 처럼. 사람은 누구나 영원히 함께  수 없어요."
"......하지만 로미는 악령이 됐는걸.  죽었고."
"행복했죠?"
"어..?"
"행복했을 거예요. 도시에 들어가서 100년 정도는 행복했잖아요."

5000개가 넘는 파편의 기억 속 불행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었다.

도시로 들어가 행복하게 사는 로미와 줄리.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서 인생을 보내는 로미와 줄리.
서로를 의지하며 집을 꾸미는 로미와 줄리.
서로를 사랑하는 로미와 줄리…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뒤틀린 진실이 그것을 모두 지웠다. 비워진 자리에는 오직 불행한 기억만이 줄리의 머리를 가득 채웠다.

"마을 사람들한테 들었어요. 당신은 처음  100년 정도 행복하게 살았다고."

물론 남들이  때는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녀는 행복하게 살았다.
그리고 주민들은 그녀의 이상행동을 이해해 줬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니깐. 시간이 지나면서 줄리의 행동이 변하면서, 그것을 이해하는 주민들 또한 사라졌지만.

"......"
"이제 놓아줄 때가 된 거예요. 로미 씨도. 줄리 씨도."
"......흑 ...흐아아아아..."

하나의 영혼이 운다.
불완전했던 영혼이 구원받는다.
나는 결코   없던 일.

하지만 다윤은 그것을 해냈다. 이윽고 잠잠해져 주위가 조용해진 순간.
이제 그 영혼을 결심을 내린다.

"응. 이제 날 죽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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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 이야기는 결코 서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어떠한 수단을 쓰든 처음부터 정해진 건 바꿀 수 없다고.

알면서도 이야기를 진행했다.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변할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건 애초에 평범한 ‘유저’의 입장에서는 결코 불가능했다.

‘끝이 오고 있네.’


로미와 줄리.


그들의 안식은 영원한 죽음이다.

"내가 죽어야 하는 거지? 그러면 로미가 악령이 되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거지? 그런 거지?"
"....."

쪼그려앉아 있던 다윤은 나를 올려다봤다.
답을 알려달라는 눈빛.


하지만 알려준다고 한들 변하는 건 없다. 오히려 더 절망할 뿐이다.


그보다 내가 알고 싶은   하나. 나의 시선은 다윤에서 로메니안을 향했다.


"로메니안. 너는 로미이기도 하겠지."
"그랬던 적이 있었지. 하지만 지금의 나는 '로메니안' 일뿐이다."
"너와 로미는 계약을 한 건가?"
"...그렇다. 꽤나 오래전 일이었지. 그를 만나 나에게도 변화가 있었지만 단지 서로의 이득을 위한 계약일 뿐이다."

파편의 기억과 앞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추측하자면 로미가 누둠을 처치한 건 진실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먼저 줄리가 죽었고, 그  안개를 방황하던 와중 로메니안을 만났을 것이다.


모든 악령들의 군주 이전에 이름조차 널리 퍼지지 않은 악령.


하지만 로미를 만나 어떠한 계약을 했고,  결과 모든 악령들의 신이 되었다. 로미의 능력과 기존의 로메니안의 능력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그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해냈다.
마치 버그라도 생긴  마냥.

....버그?

"잠깐...."
"용사, 할 말이 없으면 비켜주게. 저자에게 말할 것이 있으니깐."


로메니안은 나를 지나쳐 무릎을 꿇은 체 앉아있는 줄리에게 다가갔다. 줄리는 애써 눈물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 보았다.


"로미...?"
"미안하다."
"어....?"


로메니안의 표정은 내가 지금껏 보던 모습과 달랐다. 마치 영상 속 로미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표정은 얼마지나지 않아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전해달라고 하였다. 로미였던 내가 남긴 말이다."
"아.... 아, 안에 있는 거야? 그렇지? 의식이 남아있는 거지..?"

줄리는 비틀비틀 일어나 로메니안의 몸체를 붙잡았다. 그러나 얼마 잡지 못하고 불안정한 형태처럼 계속흐트러졌다.

"아, 안에... 살아있는 거지?"
"죽었다. 로미였던 나는 죽은지 오래야. 그것도 벌써 500년이 넘었군."
"... 더, 더 말해줘!  말만 남겼을 리가 없잖아! 남긴 말이 그것밖에 없을 리가 없어!"


줄리는 더욱 강하게 로메니안의 몸체를 붙잡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을 잡으면 잡으려 들수록 그 형태는 점점더 불안정해 졌다.

"오래전 죽은 '나'의 의식을 끌어올리는 것만 해도 무리가 있었다. 이 정도도 기적이라 볼 수 있지."
"......"


둘은 이미 죽었다. 아니,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 뭐가 진실이 됐든 간에 전부 있었던 일이다.
그저 뒤틀린 진실 일지라도.


"콜트, 줄리를 대리고 떨어져 있어."
"네? 네. 알겠습니다."

콜트의 메가 갑주의 일부가 때어져 나가더니, 줄리를 낚아채 그대로 멀리 날아갔다.

"이거 놔! 로미!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데...."
"미안,  들어주기는 힘들어서."

계속 듣다간 나까지 휘말릴  같다. 원래는 이 정도로 진지한 얘기가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이곳은 게임 세상....


게임? 가만... 게임이라면...


'.....!'

처음부터 이상했다.

하나의 얼굴의 여러 가지 표정. 그것은 단순히 여러 악령들이 모인 집합체가 아니다. 모든 몬스터들은 죽으면 일정 시간을 거쳐 부활한다.

부활한 몬스터는 이전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 체, 이번 생이 원래 자신인 것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눈앞에 로메니안은 다르다.

그는 지난 생을 알 수 있다. 디틴이 계약을 통해 내어준 붉은 반지의 특수성으로 인해.


"로메니안. 지난 생을 알면, 본인이 이런 게임 세상의 굴레라는 것도 알겠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나에겐 이곳이 나의 세계니깐."
"그 변수는 역시 특수한 힘에 영향을 받은 로미겠지?"
"....."

확실히 로메니안은 단순한 악령이었다. 하지만 그는 로미와 계약해 합쳐짐과 동시에 뭔가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지난 생을 떠올릴 수 있게 됐고, 죽더라도 이전의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항상 죽으면 똑같은 능력치를 유지하는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상황.


마치 용사들인 유저처럼.


'디틴의 보석.. 진실을 뒤트는 능력.'


하얀 머리카락의 남자. 가문은 망가트리고, 선과 가장 비슷한 악을 만들어내는 장본인.
두 개의 보석  하나인 부활의 편린 속 정령들.
그리고 그를 가둔 의문의 남자.


모든 것이 게임의 기존의 법칙을 깨버린 자들이다.

기존의 룰을 비웃듯 보란 듯이 그 법칙을 뒤트는 자.
게임 속 순환의 굴레를 깨버린 변칙자...


...!


"이레귤러였어."

순간 불규칙하게 흩뿌려져있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정령을 가두어 부활의 편린을 만들어내고, 디틴과 베리에게 보석은 준 존재는 이레귤러였던 것이다!


"그래. 그거였어. 왜 몰랐지?"
"윤... 씨?"


다윤이 당황한 표정으로  곁으로 다가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 거대한 기에 휘감겨있다.

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오는 '부활의 편린'의 에너지로 인해.


부활의 편린의 특이점이 나와 동조하고 있다.


"하, 하하하...아, 괜찮아. 방금 엄청난 걸 깨달았거든."
"... 네?"
"어쩐지 이상하더라..."


나는 그리티아 장검을 들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분. 마치 모든 기력이 미쳐 날뛰는 것 같은 느낌.


나는 로메니안을 올려다봤다. 상대는 무려 체력을 1억이나 가진 보스 몬스터. 저 녀석을 잡아야 뒤틀린 진실을 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왜 한방에 잡을 수 있을 거 같지?"


나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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