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74화 최강의 과거 (74/318)



〈 74화 〉74화 최강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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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이동한 세상.
그곳에서 나는 반 투명한 상태로 공중에 떠있었다.


'영상을 보는 것과 다른 느낌인데.'


마치 깃발 쟁탈전과 비슷한 상태인 것 같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래에는 거대한 하얀색의 신전이 지상에 자리 잡고 있었고, 푸른빛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자태의 여자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용사님!"
"여긴.... 어디죠."
"여기는 월드 어드벤처. 사악한 마왕을 처치하기 위해 용사님을 이곳으로 불렀습니다."
"마왕... 용사..?"


검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평범한 남자. 생김새로 봐서는 평범한 한국 사람처럼 보인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최강자라고.

...최강자가 한국 사람이었다니. 이건  충격인데.

"네! 이 세계는 크나큰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악마들과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악마 간부,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왕까지! 그들은 세계를 어둠의 구렁텅이에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용사님! 부디 이 세계를 구해주세요!"


저 멘트는 준비한 걸까? 여신도  대단한 거 같기는 하다. 저런 멘트를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하다니. 나 같으면 중간에 웃음을  참을 거 같은데.


"오오오!"
"드디어 나도 용사가!"
"나도 주인공이...!"


최강자 이외에도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7~8명 정도.
특이한 점이라면 대부분의 나이때는 고등학생에서 20대 중후반 까지.  외의 사람은 없었다.


'용사로 활동하기에 가장 신체능력이 좋은 시기로 선택한 건가?'

정말 세계를 구할 거라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 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여신이라고 소개한 여자의 말에 대부분의 사람이 희희낙락 하고 있었다. 어째서 일까?
의문의 들었지만 알 길은 없었다.

그때 훗날 최강자가 될 고등학생 남자가 손을 들었다.


"그... 용사라는 게 뭔지 모르지만, 안 하면 안 됩니까?"
"네?"
"저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지구에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오래 머무를  없습니다."
"....."

여신은 살짝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이런 반응은 예상 못 했겠지.
원래대로라면 갑자기 이런 곳에 납치해 오더라도, 어떤 보수도 없이 열심히 세계를 구해줄 사람만 데려온 게 아닐까?


여신은 표정을 고친  진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사님 세계가 위험에 빠졌습니다. 이곳을 구원해 주시지 않으면 이곳은 멸망에 이를 겁니다. 용사님! "
"여기 다른 분들이 많지 않습니까? 저 같은 약한 사람 하나 없다고 해서 세상이 멸망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여신님은 우리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데  여신님이 직접 마왕이라는 자를 저지하지 않으시는 거죠?"
"...!"

정곡을 찔린  여신은 살짝 움찔했다. 그야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같은 걸 보면 항상 용사를 시켜 마왕을 잡게 하니깐.


그의 예리한 말에 옆에 있던 후줄근한 반팔 티를 입은 남자가 최강자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봐. 나의 여신님께 무슨 말버릇 이지?"

나의 여신님... 우욱...
영혼체라 토를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었다. 최강자가 예외일 뿐, 다들 판타지 소설이나 애니에 과몰입 하는 사람들만 데려온 모양이다.


"저는 사실을 말한 겁니다. 여신님은 우리를 이곳으로 데려올 정도의 엄청난 기술을 가졌습니다. 생명체를 무려 다른 행성으로 한순간에 데려올 정도의 기술.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만한 기술과 에너지로 마왕을 저지하지 못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최강자의 똑 부러지는 발언에 어깨를 붙잡은 남자는 버퍼링이라도 온  멈칫했다.

이런 요소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니 생각을 아예 저버린 게 아닐까?
이상한 점이 있거든 이곳은 판타지 세계니깐! 하고 넘기려 했을지도.


"뭔 소린지 모르겠고. 너는 소설이나 만화 같은 거 안보냐? 당연히 여신님은  싸워. 어떻게 저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운 몸으로 마왕이랑 붙을 수 있겠어?"
"저는 육탄전이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면 된다고 했습니다만..."
"그런  용사의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어. 괜히 용사겠어? 처음은 약하지만 가면 갈수록 주인공 버프 받아서 성장하는  용사야. 아, 너는 이런 식이니 버프도 못 받고 그냥 주인공 따라다니는 엑스트라 1이겠지만."

남자는 킥킥거리며 최강자의 어깨를 툭툭 쳤다. 마치 이곳이 소설 속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마도 지금쯤 최강의 힘을 얻어 하렘을 꾸미는 상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옛날에 여기는 게임이 아니었나 보네.'


시스템의 힘도, 수많은 유저들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원래 차원처럼.

아마도 이곳에서 최강자의 역사가 생긴 뒤에 게임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난 여기가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신전에서 준비해둔 의자에 조용히 앉아있던 단발의 여자가 말했다.

"현실의 삶은 너무 지옥 같았거든. 빚은 많고, 맨날  벌기 바쁘고, 현실은 거지 같고. 집구석도 엉망에..."
"....."
"근데 새로운 시작이잖아? 빚도 없고, 나를  좋게 보는 사람도 없어. 공짜로 해외 이주를 시키고 각종 지원까지 해주는 거야. 심지어 세계에서 떠받들여 주는 영웅이래. 그런데 이걸 마다하는게 이상하지."

여자의 손은 온통 상처로 가득했고 눈아래로는 짙은 피로까지 느껴졌다.
최강자는 주먹을 꽉   여자를 바라봤다.


"여기는 평범한 세상이 아닙니다. 전쟁이잖아요. 누군가 다치고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난 현실이 전쟁이었어. 너처럼 온실 속 화초 속에서 하하 호호 살아가는 꼬맹이는 모르겠지만."
"....."

여자는 피식 웃으며 건들건들 거리고 있던 의자를 바로잡았다.

"야, 고등학생 꼬마. 싫으면 그냥 돌아가. 여신님이 보내줄지는 모르겠지만.  보내주면 마을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가."

훗날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최강자는 고개를 푹 숙인  우울해져 있었다.


저거 저거... 애한테 너무 심하게 말한 거 아니야?


"아하하... 왜 싸웁니까. 이제부터 동료가 될 사이끼리."


키가 190은 넘어 보이는 장신의 남자가 최강자와 여자 사이로 끼어들었다. 운동을  한 모양인지 체격도 제법 있었다.

"여자분도 고작 애한테 너무 말이 심하십니다. 가족의 사랑이 필요한 시기인데 이런 곳에 오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죠."
"당신은 뭐에요?"
"저는 박진수입니다. 나이는 25에 직업은..... 뭐, 이제 백수네요. 하하하!"
"....."
"쩝. 개그를 모르시는 분이군요."

박진수는 우울해져있는 최강자에게 다가갔다.


"학생. 이름이 뭐야?"
"...김윤입니다."

...어?

"그래, 김윤 학생."

최강자 이름이...

"네."

김윤이였다고??

-



허…


최강자의 이름이 김윤이였다니. 뭐 이런 경우가  있지?
아무리 동명이인이 많다고 해도, 살면서 나랑 같은 이름은 만난 적은 없었는데.

"김윤 학생. 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그렇습니다."

.....
이렇게 보니깐 살짝 이상하네. 내 이름이 제멋대로 불리는 기분이야.
물론 최강자의 이름이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우리는 이곳이 나쁘지 않아. 이곳에 온 사람들과 아직 다 얘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현실에서 좋은 인생이 아니었을 거야."


나는 대충 그들을 훑어봤다. 대부분이 이곳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은 기대에 가득  있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최강자에겐 없는 것이었다. 이미 최강자는 그것을 누리고 있었으니깐.


"그래서 우리는 이곳을 싫어하지 않아. 앞으로 싫어질지 좋아질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래도 집으로 가고 싶다면요...?"


박진수는 곤란한  살짝 웃다가 여신을 돌아봤다. 우아한 자태로 용사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여신.


"여신님.  학생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합니까?"
"...그것은 불가합니다. 용사의 본분은 마왕을 토벌하는 것. 돌아가기 위해서는 마왕을 처치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이해했습니다."


박진수는 고개를 돌려 최강자를 바라보았다. 여신의 확답을 듣고 더욱 우울해진 모습. 그는 무릎을 살짝 꿇어 최강자의 시선에 맞췄다.

"네가 이런 싸움을 하기 싫다면, 안전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도 돼. 마왕을 잡는 건 남은 사람들이 할 테니깐. 시간을 보내다가 마왕이 잡히면 그때 돌아가도 좋아."


최강자, 김윤의 표정이 변했다. 눈앞에 박진수의 모습은 인자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한 모습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걸로 괜찮아요?"
"그럼.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박민수는 뒤를 돌아 주변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긍정을 딱히 하진 않았지만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마왕을 하루라도 빨리 잡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의 주역이 되는 게 목적이니깐.


경쟁자는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맞아. 겁쟁이는 그냥 쉬고 있으라고? 적당히 쉬다 지구로 가라고. 큭큭."

반팔 티를 입은 남자는 큭큭 거리며 무신경스럽게 대답했다. 단발의 여자도 한숨을 내쉬며 수긍하는 눈치였다. 다른 사람 또한 마찬가지.

여신 또한 그 뜻을 이해해 최강자를 남겨두기로 했다.

그렇게 최강자는 신전에 위치한 마을에 남겨졌다.
그들이 마왕 토벌에 실패할 때까지.


-

최강자, 김윤은 신전이 있는 도시에 남겨졌다.

북부 아르티움.
세계 물류의 중심지라고불리는 장소다.


'아르티움은 옛날에도 있었네.'

다른 도시들은 지금 없거나 아직 생기지도 않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아르티움 만큼은 그다지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은 것 같다.

달라진 점이라면 전보다 영역이  커진 것?

"우선 마력과 마나에 대한 것은...."


8명 남짓한 용사들은 강의실 같은데 앉아 기초 지식을 습득하고 있었다. 각종 몬스터에 대한 정보, 마법을 쓰는 법, 던전과 악마들에 대한 이야기…

확실히 게임처럼 그냥 스토리를 따라가는 형식이 아닌, 마왕을 잡기 위해 제대로된 준비를 하는것 같다.

"으음..."
"우욱...."
"여기까지 와서 공부를..."

사냥과 주민들의 부탁을 받으며 모험을 할 생각 이었던 용사들은, 갑작스러운 공부에 진저리가 난 듯 고통받고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단발의 여자는 메모까지 해가며 착실히 내용을 정리했고, 박진수 또한 열심히 그것을 배웠다.


"...왜 이런 게 가능하지?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데..."

물론 최강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원래는 들을 생각도,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머무르기 보단, 새로운 세상의 정보라도 한번 공부해 보는 게 낫지 않겠니?'
라는 박민수의 설득력 있는 말 때문이었다.

대략 10일 정도의 공부가 끝난 후 모든 용사들이 모험 허락을 받았다.

주인공 의식이 생겨 먼저 떠난 사람과 김윤을 제외하면 남은 사람은 5명. 떠나기 직전 박진수는 김윤을 찾아갔다.



"나 이제 떠난다."
"잘 다녀오세요."

김윤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10일간 김윤을 계속해서 챙겨주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민수는 지급받은 견고한 철검을 만지작거렸다.

"참, 내가 검을 들고 괴물을 잡으러 갈지는 몰랐는데..."
"...후회 안 하세요?"
"전혀. 아직 해보지도 않은 일을 후회할 리가 없지."
"그렇네요."
"그럼 가보마."
"....."

그렇게 김윤을 제외한 모든 용사들이 도시를 떠났다.
그리고 3년이 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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