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75화 어, 어라? (75/318)



〈 75화 〉75화 어,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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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지났지만 김윤은 여전히 아르티움의 여관에 있었다. 원래는 고급 저택에 있었는데 1년 전부터 김윤을 내쫓아 근처 여관에 박아놨다.


아무래도 용사라지만 계속해서 그런 곳에 둘 수는 없으니깐.

'용케도 2년 동안 잘 살았네.'

진작 저택에서 안 쫓아낸  신기할 따름이다.


"아저씨는 뭐하고 지내시려나."

용사들이 떠난 지 어느덧 3년.


그들에 대한 소식이 주기적으로 김윤에게도 들어오다가,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다.

신전의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연락이 힘든 곳으로 가버렸다고. 처음에는 죽었다는 소리로 들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하하! 3년 동안 바뀐 게 없구나!"
"...아저씨는 많이 바뀐 거 같은데요."


눈앞에 산적처럼 변한 박진수를 보면 말이다.
그리고 옆에는...

"꼬맹이. 용케도 계속 박혀있네?"
"...아줌."

단발의 여자는 김윤의 입을  막았다.
오래 수련한 듯 보이지도 않는 손.

"누가 아줌마야. 나 30살도  넘었거든?"
"읍읍!"
"흥! 그래도 멀쩡히 살아있으니 보기 좋네.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죽은  알았더니."

여자는 김윤의 입에서 손을 땠다.
김윤은 깊은숨을 내쉬며 말했다.

"주, 죽어요?"
"뭘, 이곳 세상이 그런데 뭐. 이미 많이 죽었어."
"......"


김윤은 그제서야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돌아왔는지, 왜 다른 사람들은 함께  온 건지 알  있었다.

'다 죽었군. 두 명밖에  남은 거야.'


드문드문 장면들이 스킵되다보니 정확히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이곳의 용사는 3명 밖에 남지 않았다.


이방에 남은 3명. 김윤은 손을 바들바들 떨며 눈앞에 두 사람을 쳐다봤다.
아마도...

"절... 데리러  거예요?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었으니까?"


김윤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애초에 용사를 저버린 그를 계속해서 챙겨주고 숙식을 제공해 주던 이유도, 그를 예비로 두었기 때문이다.


모든 용사가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스페어.
그날이 온 것이다.

"......"


김윤은 주먹을  쥐었다. 선택할 날이  거구나.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을 때 여자는 피식 웃었다.


"우리가 왜?"
"...네?"
"너 같은 꼬맹이 하나 필요할 정도로 우리 전력이 약하지 않아, 너만  녀석도 널렸고."

장난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왜?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모인 거다. 마지막 목적지만을 남겨두고 있거든."


마지막 목적지.
마왕을 얘기하는 거겠지.


3년 만에 마왕까지 도달하다니. 시스템의 힘이나 게임 같은 무한 부활 기능도 없는걸 생각하면, 정말 미친 수준의 속도다.

물론 몬스터들의 수준도 훨씬 낮겠지만.
여자는 피식 웃었다.

"축하해. 김윤."
"네?"
"이제  집에 갈수 있을 테니깐."
"......"


분명 기쁜일 인데, 반드시 그럴텐데도. 어쩐지 김윤은 기쁘지 않았다.
수많은 상처로 가득한 두 사람을 보니 더더욱 김윤의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면 둘이  얘기 있지?  나가있을 테니 얘기하고 나와~"


여자는 츠츳-! 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이동했다. 방안에는 박진수와 김윤 둘만 남아있었다.


"어흠.. 뭐 지낼만했니?"
"네. 덕분에요."


박진수가 그를 굉장히 신경 써 주면서 신전의 사람들 에게 단단히 부탁했다.


그를 잘 돌봐달라고. 처음에는 보험을 위한 걸로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 저를 왜 신경 써 주시는 거예요?"
"....."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그냥 쓸모없는 용사일 뿐인데..."

김윤은 이곳에서 3년을 보내면서 모진 소리를 많이 들었다.

여신의 선택을 배반한 용사.
배신자.
쓸모없는 것.


물론 직접적인 위해를 당한 적은 없지만 말까지는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소문이란 그런 것이니깐.


"...널 보면 내 동생이 생각나."
"동… 생이 있으셨어요?"
"응. 너보다 한 살 어린 녀석이었는데."
"보고 싶겠네요... 3년이나 지났는데...."


김윤의 말에 박진수는 무덤덤했다.
마치 3년보다 훨씬 오래전의 일처럼.


"3년이면 얼마나 좋을까."
"네?"
"3년이 아니야. 녀석은 이미 8년 전에 죽었으니깐. 차에 치여서 세상을 떠났거든."
"아...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네 잘못도 아니고."


박진수는 그날을 회상하듯 고개를 치켜들다, 이내 고통스러운듯 그만두었다.


"나랑 나이 차이가 꽤 나서 많이 챙겨주고 싶었는데. 그리 가버렸으니깐."
"....."


박진수는 벌떡 일어났다.

"슬슬 가봐야겠네."
"...후회 안 하세요?
"글쎄, 이건 오래전에 겪은 일이라... 용사일은  힘들긴 해도 괜찮아. 수많은 사람들의 우리를 의지 하고 있어. 그 기대에 부흥해야지."

모험을 시작할 때 밋밋한 철검을 가지고 떠났던 박진수의 허리에는 화려한 성검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떠나기 전, 품 안에 있던 작은 책을 하나 주었다.


"음... 혹시 무협은 좋아하니?"
"네?"


김윤은 박진수가 건넨 낡은 책을 받았다. 오래된 것 같은 갈색빛의 책.
표지에는 굵은 글자의 한자가 적혀있었다.

"검술... 강기?"
"내가 숨은 던전에서 발견한 무공이 적힌 책이야. 이런 게 왜 판타지 세상 속에 있는지 의문이지만..."


박민수는 뒤쪽에 둔 푸른빛의 검까지 건네주었다.


"마왕을 잡는 데는 오래 걸릴 거야. 빠르면 1년, 느리면 나와 사람들이 걸어온 시간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 그때까지 이걸 배워두고 있어. 이게 신빙성 있는 능력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널 위해서. 우리가 실패하면 너, 나, 우리가 원치 않아도, 다른 누군가가 너를 떠밀을 수도 있어."
"......"
"아니면 분노한 마왕이 도시를 쳐들어올 수도 있지. 그때를 대비한 대책이야. 싫어도 해내야..."
"아뇨."

김윤은 책과 검을 꾹 쥐었다.
이곳에서도 오래 있었다. 겁쟁이처럼 숨어지내는 것도 많이 했지.
드디어 결정할 때가 온 것이다.

"해볼게요."
"고맙다."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최강자, 김윤은 그들이 떠난 이후로 자신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는 성내의 기사들에게 검술의 수련을 받았으며 박진수에게 건내받은 무공을 익혔다.

그렇게 3년이 더 지난날.
마왕 토벌은 실패했다. 김윤을 제외한 모든 용사가 죽은 체.




-


'음....'

내가 생각한 최강자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최강자의 위용이나, 힘을  볼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이건 단순히 서사시다.


최강의 길에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정도.
내가 원하는 최강자의 능력은 나오지 않았다.


'더 보면  수 있을 거 같지만 너무 오래 걸리는데...'


이건 단순한 영상이 아니다.
깃발 쟁탈전처럼 내 영혼체가 이곳으로 와있는 상황. 실제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는 모른다.


'너무 오래 지난  아니겠지?'


함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 이용해 주는 수밖에.

[ 소환수 - 레빗의 능력을 공유 중입니다. ]


해당 존재와의 격이 그리 차이나지 않습니다! ]

레빗의 능력 46%를 공유 중입니다. ]

이렇게까지 강해져도 고작 46%라니. 아직  길이 먼 모양이다.


나는 모습을 바꾸었다.
적당한 기사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츠츠츳-!

"됐다."

둔갑술을 이용해 육체를 구성했고,  안에 내 영혼체를 집어넣었다.

꼼지락꼼지락.

온몸이 정상적으로 잘 움직인다.
단순히 구상만 해둔 건데 이렇게 잘 적용될 줄이야.

‘이 정도면 나중에 죽어도 살은 것처럼 할 수도 있겠는데?’


물론 영혼만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에르민 기사님. 어디로 가십니까?"
"...용사 님의 주거지로 갑니다. 황실에서 명을 내리셔서."
"그렇군요. 용사분들이 전부 죽었으니... 남은 희망은 그분뿐이시죠. ...사실상 희망이 보이지 않은  같습니다."
"그렇습니다만 희망을 버릴 수 없습니다. 그 또한 용사님이시니."
"반드시 그래야죠."


하얀 갑주를 입은 기사가 대화를 끝으로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기사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 깊은숨을 내쉬었다.

"휴~ 들킬뻔했네."


대충 내가 이곳을 돌다가 본 기사의 모습 중 하나를 따서 둔갑했었다. 최대한 다른 기사들과 접촉이 없는 기사로 고른 건데 바로 알아보는 자가 있었다.

이 몸의 이름이 에르민 이었구나.

"아무튼 이렇게 도달하다가는 얼마 못가 들키겠네."


겨우 성을 빠져나가는데도 바로 걸리다니.
나는 절대 은신을 사용했다.

원래대로라면 나 혼자서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쓸 수는 없었지만, 공유율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사용할  있었다.

문제는 내가 영혼체로 이곳에 왔기에 지속 시간은 조금 떨어진다.

"빨리 가야겠네."

나는 속도를 높여 최강자가 머무르는 여관에 도착했다. 여관문을 열고 곧바로 최강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최강자가 없다.'

둔갑하기전 최강자가 수련에 나서는걸 확인했으니깐.


나는 빠르게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최강자가 받은 책을 찾기 위해. 최강자의 제대로  능력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그러느니 빠르게 책을 얻고 일단 영상 속에서 빠져나가는-


"에르민 기사님?"
"...?!"


어떻게... 은신을?


"제 방에서 뭐 하시는 겁니까?"


나는 침착하게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소년의 티를 벗은 최강자, 김윤이 있었다.


푸른빛에 검을 손에  체.
....책은 녀석의 옆구리에 있었네.


분명 방에 두고간걸 봤는데. 착오라도 있던건가.

"황실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김윤 용사님."
"명.. 이요?"
"네. 용사 님의 복귀 명령입니다. 황실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당신을 위해 지원할 예정입니다."
"......"


사실 이런 소리는 들은 적도 없다.
단지 그걸 거라고 확신에 가까운 예측이 있었기에 내뱉은 말이었다.


"그렇군요..."
"......"

최강자인 김윤이 고민하듯, 나도 고민하고 있다.


저걸 뺐을지 말지.

아무리 지금 상태가 약해졌다고 한들, 최강의 길에 첫발을 간신히 내디딘 용사 하나조차 이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삼격을  필요 없이 그냥 검술강기만 켜도...

"그런데 왜  방을 뒤지고 계셨죠?"
"...무슨 소리 신지."
"제 방을 멋대로 뒤지지 않았습니까."

젠장, 본 건가.
스킬을 한 두개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적 없습니다."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지금은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


레벨도, 스킬도, 무기도, 아이템도 모두 없다. 남은  오직 직업과 레빗으로부터 받아온 능력의 일부분뿐.
그마저도 약해져 있는 상태다.



"용사님. 빨리 황실로 가셔서 상황을-"
"당신, 에르민 기사가 아니군."
"...!"
"에르민 기사는 당신처럼 말이 많지 않아."

....그러고 보니 지난 6년간 김윤은 여러 기사들과 친분이 있었지. 그걸 생각 못했네.

이렇게  이상 미안하지만 한 대만 때릴-

"어, 어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몸이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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