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0화 〉80화 두개의 꽃 (80/318)



〈 80화 〉80화 두개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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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리 2성급 무기. 찬란한 빛.


월드 어드벤처의 수많은 장비 중 대부분은 레전드리 이상을 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게임의 진행속도에 있다.


유저들이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고 하나하나 지역을 계속 돌파할수록 장비의 질이 올라가는 것이다.

문제는 레전드리급 유니크 장비를 마지막으로 모든 지역이 다 마무리된다.

"히아트의 검이라... 예전에도 못 본 거 같은데."


그렇다면 레전드리 이상의 무기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합 서버의 특수 보스를 잡아 확률적으로 얻거나.
아니면 이렇게 히든 루트를 통하거나.


게다가 히아트.
빛의 정령신으로 엘린시아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이게  이런 우연이 생기네.’
"어째서 형이 이런 무기를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텐 이제 필요 없는 것이겠죠. 여기에 쓰인 것은 모두 청산했으니깐요."
"... 앞으로의 일에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돌려줄 생각은 없다. 이만한 무기는 정말로 구하기 어려우니깐.
베리는 피식 웃으며 지팡이를 바닥에 꽂았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잘도 하시는군요."
"예의상 물어는 보는 거야. 이게 없어도 앞으로  사명이란 걸 다 이룰 수 있는지."


몇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일을 저질렀다면 이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을  있다


베리의 지팡이 빛을 발하더니, 그 위로 붉고 하얀 빛의 포탈이 생겨났다.


"김윤 용사님에 비하면 한참 약할지 몰라도, 웬만한 용사들보다는 훨씬 강합니다."
"그렇기야 하지."

지금 느껴지는 베리 정도의 수준이라면 웬만한 130레벨 때의 유저 정도는 이길  같다.
전에 봤던 디틴과도 거의 맞먹거나  강한 정도.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일은 알아서 할 테니. 세계나 구해주십쇼."
"...말투가 바뀐  같은데. 원래 이랬냐."
"글쎄요? 이게  말투였을지도 모르죠."


한층 건방져진 베리는 포탈을 통해 몸을 옮기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후... 끝났네."


나는 싹이 자라는 풀숲에 풀썩 앉았다. 갑자기 폭풍이라도 몰려오듯 사건이 우수수 쏟아지니깐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러고 보니 다윤이랑 애들은...


"윤 씨!"
"내가 찾으러 갈려고 했는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찾아온다더니. 메카 갑주를 길게 늘린 비행체를 타고 일행들이
이곳으로 왔다.


처음부터 메카 갑주에 스폰 장치가 되어있는 걸 알고 일을 벌이긴 했지만.
비행체에서 내린 다윤이 급히 내 앞으로 달려왔다.


"걱정했잖아요! 멋대로 그런  쓰고 사라지면 어떡해요!"
"미안해.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어."

 또한 그만한 파괴력이 나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북쪽의 안개를 전부 날릴 즘은 된다고 생각했는데,
북쪽을 넘어 망령 지대의 대륙 전체를 날려버렸으니.

"미안해."
"... 치. 이번엔 진짜 큰일 나는 줄 알았다고요. 30일 동안이나 사라지셔서.."
"30일?!"
"네.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시간이 제법 흘렀을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한 달이나 지날 줄은 몰랐다.
그곳에 있던 시간을 생각하면 비슷하게 걸린 건가.


"그나저나 하늘이 창창하네? 마을도 그대로고."


다윤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베린이 말했다. 지금의 망령 지대는 다른 대륙들과 같이 푸른빛의 하늘이 땅을 비추고 있다.


"퀘스트가 다 완료되니깐 물러간 거야. 원래도 최초로 망령 지대를 깨면 안개가 다 사라지거든."

정상적으로 퀘스트를 깬다면 모든 안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안개가 조금씩 남아있는 게 원래 루트지만.


로메니안의 존재 자체를 아예 지워버리는 바람에 안개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가만... 그러면 망령 지대 몬스터는 이제 못 잡는 건가?

"그건좀 큰일인데..."
"뭐가?"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니깐 좀 미안하네. 망령 지대에는 레전드리 직업, 히든 루트가 있는데 그걸 아예 삭제해 버린 셈이니깐.

뭐, 운영자가 알아서 몬스터를 배치해 주지 않을까? 아니면 어쩔  없고.

슈우웅-
콜트 또한 비행모드를 해제한 체 내려왔다. 지난 한 달 동안 청린의 곁에서 연구를 제법 했는지, 직업의 능력이 굉장히 올라간 거 같았다.

"사부님이 김윤님에게 전해주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청린이? 뭔데?"

나는 전자형태의 종이를 받았다. 메시지랑 비슷한 형식인  같다.

- 사장님. 그동안  지내셨습니까? 사장님 덕분에 기계에 대한 발전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굉장한 장비를 하나 만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때가 되면 사장님에게 꼭 보여드리고 싶군요.


자식. 내가 갖다  여의주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여의주만 있으면 도시 전체의 마력 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깐.


- 아무튼 본론을 말하자면 최근 망령 지대가 무너진 뒤로, 여러 차례의 뒤틀림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

뭐라고..?

저는 수많은 탐지 기기를 세계 각지 공중에 뿌려두어, 행성의 큼지막한 사건들은 전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 현상이 전보다 훨씬 많이, 그리고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청린의 메시지 옆에는 여러 가지 자료들이 허공에 나타났다. 작은 것은 특정 생물들의 멸종부터, 큰 것은 거대한 자연재해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었다.

- 다행히 자연재해들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을 가진 자들에 의해, 모두 막아내긴 했으나. 작은 피해들은 행성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흠...."


여긴 지구가 아니다.
지구에서 건물 높이의 해일이라도 밀려온다면 수십, 수백만이 대처하지 못하고 죽을  있다.
하지만 판타지 게임 세계에서는 웬만한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한, 둘만 있어도 그것을 간단히 막아낸다.

애초에 용사인 유저들 또한 그들 중 하나고.


- 아무튼 이 현상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사해보고, 추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사장님.

치치직-
메시지가 꺼지고 얘기를 같이 들은 다윤이 슬쩍 다가왔다.


"윤 씨가 무너트린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럴 리가 있겠어? 어차피  복구됐는데."
"흐음...?"

사실 이유는 대충  것 같다. 특이점 때문이겠지.
세계를 구성하는 두 요소가 충돌해서 게임에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아닐까?
물론 그런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우리는 망령 지대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망령 지대의 유령들은 우리의 노력 덕분에 안개를 몰아냈기에, 많은 유령들의 환호와 감사를 받았다.


왜 그것만 주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나중에 한번 따지든가 해야지."
"이.. 이거  주는 거야?"
"어."

베린에게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청빛 단검을 주었다. 스토리 속 줄리가 사용하던 단검.


레전드리 무기까지는 아니지만. 웬만한 레전드리 급의 무기에 가까운 유니크 무기다. 베린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변했다.
제라드의 목걸이를  때랑 비슷한 눈빛이네.


"윤 씨는 맨날 주기만 하네요."


다윤은 웬일로 늘 앉아있던 나무 의자 앉아있지 않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쩌겠어.  같이 하는 게임인데."

물론 나 혼자 좋은  다 쓰고, 나혼자 짱짱 강해지면 좋겠다만. 굳이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해내고 있다.

애초에 나 혼자 하는 게임도 아니고.
길드생활을 하면서 느낀 거지만, 강한 인력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훨씬 더 진행하기 편해진다.


"음... 그럼 전 이거 드릴게요!"
"응?"


다윤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뒤적 꺼냈다.
내게 내민 것은 한 송이의 꽃이었다.

"으... 커플...  달 만에 봤다고 난리 난리를.."
"아니야! 이거 영약 아이템 이거든!"
"늬예~ 늬예~ 그러시겠죠~"
".....죽을래?"

둘이 많이 친해진 거 같네.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보면,
물론 싸움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력에 가깝지만.


베린은 다윤에게 헤드락이 걸린 체 켁켁 거리며 탭을 쳤다.

'태초의 꽃...'


다윤이 건네준 보랏빛의 꽃.
생명이 처음 생겨날 때 창조신은 두 가지의 꽃을 피워냈다고 전해진다.


하나는 생명과 탄생의 꽃.
다른 하나는 죽음과 소멸의 꽃.

이  가지의 꽃들은 월드 어드벤처의 전체를 좌지우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꽃들 이었다.
모든 생물들은  꽃에 영향 아래 자라났지만 그것을 거부하는, 아니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들이 생겨났다.

그것이 영물을 넘어 신의 존재의 최초의 탄생이었다.
신의 탄생으로 인해 그 꽃의 영향력은 점차 사라졌고,  영향력에 지배받던 생물들은 신들의 자연에 영향을 받게 되었다.


"지금은 그냥 희귀한 꽃들 중 하나지. 귀하기는 하다만."
"그런  몰랐는데...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켁..  놔봐!"
"이야기는 장대하지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건 아니야. 그렇게 대단했다면 이렇게 얻을 수 있을 리도 없고."


세계를 주축 했다던 두 꽃이라는 설정이 있지만, 지금은 그냥 영구적 버프를 주는 소모성 아이템에 불과하다.
물론 쉽게 구할수 있는건 아니다.


[ 암(暗) 태초의 꽃 (레전드리)
설명 -
창조신이 이 땅을 창조할 때 만들어낸 두 가지  중하나인 암(暗)의 꽃입니다.
섭취 시 죽음에 대한 제약에서 자유로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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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시 : 어둠 계열 능력의 효율이 100% 증가, 죽음에 대한 회피 10% 확률로 발동. (쿨타임 10일)
*단 육체의 소실이 10% 미만 이어야 발동합니다.]


확정적으로 부활하는 부활의 편린과 달리, 이것은 10% 확률로 죽음을 막아낸다.
그래도 나름 쓸모 있는 능력.

게다가 최대 5중첩 까지 되기 때문에 먹으면 먹을수록 좋은 아이템이다.
어둠 계열 직업한테는 반드시 필수적인 능력이라 비싸게 팔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근데 이건 어디서 구했어?"

악마 지대 깊숙한 곳에서 한 달 내내 찾아도,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아이템인데.
다윤은 투닥거리는 베린을 풀어주었다.

"그거 홍린 씨가 주셨어요. 원래는 어머니한테 받은 거라고 했어요. 필요할 거라고 하던데요?"
"흐음...."

서큐버스와 연관이 있긴 하다만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아닌데...

"뭐 있으면 좋지!"

나는 꽃을 입에 넣고 우물 우물 씹었다. 포도맛이 나는 건 여전하네.
예전에 이거 구하느라고 개고생을 했었는데.

꽃을 온전히  삼키자 내 몸에 새로운 감각이 돋아 나는 듯했다. 한쪽의 깊은곳, 어둠이 자라나는 듯한 느낌.

[ 암(暗)의 성향을 얻었습니다. ]

[ 당신의 존재의 암(暗)의 존재들이 호기심을 가집니다. ]


[ 명계 출입의 허가를 얻었습니다. ]

"?"

이건 처음 보는데...?
나는 반사적으로 눈앞에 가상의 검붉은 빛의 문을 두드리자 깊은 진동이 느껴졌다.

[ 당신은 산자입니다. 출입이 불허됩니다. ]

.....이럴 거면  허가된다고  거야?
죽으면 출입이 허가된다는게 무슨 소리지? 애초에 죽으면 명계로 가...


"아니지."
"네?"
"아니야."


나는 유저다.
유저는 무한 부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명계로 갈 일이 없다. 명계로 가는 건 오직 NPC들뿐.
부활 대기시간에는 반드시 대기장소에서 기다려야 하지만,  시간 동안 명계에 들어갈  있는 것이다.


"뭔가  재미있어지네."
"?"

명계라....
만약 부활 쿨타임 때 죽는다면 한번 가보기로 하자.  번도 안 간 신던전이면 흥미가 생긴다.

"슬슬 돌아가자."
"어디요?"
"어디긴, 못 받은  받으러 가야지."


이쯤이면 그라티아 장비를 다 만들었을 테니깐.
더불어 이랑도 깨어날 때가 됐고.

[ 조정까지 3시간 20분 57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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