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90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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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어떻게 이런 소환수를 부리는 건가요오오!!”
루아는 기겁하듯 레빗의 얼굴과 귀를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다소 기분이 나쁠 수 있을 정도의 접촉이었지만, 레빗은 늘 겪던 일인 듯 당연하게 그것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나 역시 딱히 제제를 하지 않았고.
루아의 머리 위에 있던 앵무새가 레빗의 머리를 돌았고, 루아는 여러 가지 도구를 이용해 레빗을 관찰했다.
“세상에… 신(神)? 그것도 고위…”
“어때? 이 정도도 짐꾼 수준인가?”
“......”
루아는 만지작거리던 손을 때 나를 바라봤다.
“스승님!”
“...? 내가 왜 스승.”
덥석!
허공을 맴돌던 손은 내 두 손을 붙잡았다.
“부디 여행에 참가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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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의 환각은 기존의 우리가 있던 월드 어드벤처가 아닌, 통합 서버를 기반으로 설계된 곳이다.
때문에 이곳에 오자, 과거의 추억과 향기가 물씬 풍겼다.
“엔로라시… 여길 다시 오다니…”
기회의 땅, 엔도라시.
일반 서버에 아르티움이 있다면 통합 서버에는 엔도라시가 있다.
세계의 주요 도시이자, 모든 곳과 연결되는 활로.
상업과 무역이 열리는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과거 대부분의 고인물들이 여기서 탱자탱자 놀던 기억이 있다.
“흐아….”
5년만에 아르티움에 땅을 밟았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기분이 들었다.
사실상 아르티움은 시작 도시일 뿐, 진정한 도시는 엔도라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좋으세요?”
루아는 머리 위에 블라밍이라는 앵무새를이고 내 옆을 따라왔다.
딱히 데리고 올 생각은 없었지만 정보도 얻을 겸 같이 다니기로 했다.
“주인님!”
“응?”
“이거 먹으라냥!”
레빗이 건넨 것은 별 모양을 띈 핫도그였다. 생긴건 어릴 적 사먹었던 500원자리 피X츄랑 비슷했다.
아마도 유저가 직접 운영하는 가게겠지.
“맛있네.”
“맛있네요. 고마워 레빗!”
“당연한 일이었다냐.”
루아는 핫도그를 먹으며 레빗을 이리저리 관찰했다.
나를 따라온 이유의 80%는 레빗에게 있을 테니깐.
“그런데 어떻게 소환수를 얻은 거예요?”
“그야….”
로루닌의 신들이 죄다 죽고 그틈을 타 성배를 가로챘…
저렇게 말만 놓으면 내가 천하의 쓰레기 같지만, 저기에는 수많은 사연이 얽혀있다.
당시에는 저게 최선이었으니깐.
“신들의 힘을 좀 빌렸어. 로루닌에 대해선 알아?”
“삼주신(三主神)의 성역이잖아요. 최근에 두 명의 신이 자리를 비웠다고 알려졌는데…”
루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신나게 말했다.
나는 핫도그를 먹으면서 그 내용을 들었다.
“근데 신들의 힘을 빌렸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설마 신의 의식을 받았다는 말이에요?”
“응.”
“...? 그걸 왜 소환수가 받아요…?”
“그러게.”
다시 생각해 보니 완전 미친 짓 이긴 했네.
무려 메인 퀘스트를 완전히 붕괴시킨 셈이니깐.
나는 대충 각색해서 그날의 이야기를 얘기 해줬다. 500년을 산 토끼 영물을 신의 의식에 참여시켜 정당히 의식의 선택을 받아 신이 됐다고.
“...그걸 신들이 인정을 해줬어요?”
“응.”
인정해 줄 신들이 비호와 일부를 제외하고 죄다 죽었으니… 인정을 안 해줄래야 안 해줄 수가 없었다.
“뭐 그건 그렇고. 하늘 길드가 이곳의 자리를 잡았다고?”
“네!”
나는 벤치에 앉아 거리를 살폈다. 아르티움과 분위기는 사뭇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다르다.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들처럼 분주하다. 급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서려있다고 해야 하나. 확실히 전쟁이 자주 벌어진다는 것쯤은 알겠다.
“길드에 들어가게요?”
“글쎄….”
베린과 달리 멋대로 개입하기가 애매하다.
다윤의 환각은 생각보다 더 진행되어 있는 상태. 특이점도 부족한 상태에서 과거의 기억을 엿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다윤을 힘으로 이기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성을 개나 소나 가지고 있는 통합 서버에서의 신성 보호는 하자있는 방어기에 불과하니깐.
“너 길드의 행보 같은것도 알 수 있어?”
“음… 숨겨둔 정보는 아니더라도 대외적인 정보는 파악할 수 있어요.”
“그럼 알아봐 줘.”
나는 시야 너머의 하늘 길드 본부를 쳐다봤다.
새햐안 건물 외관에 깔끔한 형태의 디자인으로 건설되어 있는 건물.
예전에 봤던 검은색에 화려한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던 하늘 길드의 본부와는 사뭇 달랐다.
‘...저것도 원하는 거에 포함돼 있으려나.’
우선 천천히 접근해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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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온다면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글쎄.”
김다윤은 설산 속, 뜨끈한 연기가 올라오는 오두막 안에 앉아 있었다.
원래 있던 오두막은 아니다. 길드의 건설 직업을 가진 길드원이 이곳에 오두막을 지은 것이다.
김다윤은 머릿속 존재의 독백을 들었다.
-이곳을 떠나고 싶진 않아.
“그건 맞는 말이야.
독백이란 곧, 또 다른 자신이지만 그녀는 마치 다른 사람인 것 마냥 대화를 나눴다.
일방향 통행이긴 해도.
-하지만 그가 없으면 이곳도 의미가 없겠지.
“......”
-역시 그를 잡아두는 게 나아. 우선 말로 설득시키자, 그런 뒤 안되면 힘으로라도-
“...난.”
“으아~ 춥다.”
온몸을 꽁꽁 싸맨 작은 몸체가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추운 듯 발을 동동 굴더니 탁자 앞에 있는 화로에 손을 대었다.
“흐으… 티르빙은 혹한은 냉기 저항으로 안 풀린단 말이지….”
“다른 분들은요?”
“다들 쉬고 있어. 생각보다 진척이 어렵긴 한데… 아마도 금방 점령할 수 있을 거야.”
김다윤은 로즈의 손을 바라보며 잠시 감상에 사로잡혔다.
과거의 자신은 누군가를 이끌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다른 누군가의 뒤를 따랐고, 그것에 의문을 가지거나 불만을 품지도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책임이라는 것이 다소 무겁게 다가왔지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그저 전략대로 시도하고 팀원들을 믿으면 되니깐.
어려운 것은 없다.
‘...그거 한번 해주는 게 얼마나 어렵다고. 내가 너를 얼마-’
“.......”
불쾌했던 과거.
김다윤은 그것을 떨쳐냈다. 이미 그에게 복수는 했다. 과거의 자신을 괴롭힌 자는 돌아오지 않아.
-과거의 자신을 괴롭힌 자는 돌아오지-
“늦었어.”
“응? 뭐가 늦어?”
“...아니에요 언니. 그보다 엔도라시쪽 본부는 잘 지키고 있죠?”
“그럼! 전력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오성(五星) 애들이 작정하고 쳐들어오지 않는 이상 피해볼 일은 없어.”
월드 어드벤처를 비추는 다섯 개의 별이라 불리는 오성(五星)은 이름값답게 다른 유저들과 궤를 달리하는 강함을 보인다.
그들은 각각 하나의 길드 마스터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그들의 길드 순위는 2위~5위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예외가 있다면 유일하게 부 마스터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달의 여제, 김다윤 정도.
그녀가 속한 하늘 길드는 명실상부 1위의 자리를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오성의 강함은 개개인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서로가 힘을 합치려 하지 않기에 균형의 판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갑자기 서로 마음이 맞아서 짝짜꿍 하지 않는 이상 별일은 없겠지.”
“그건 그렇겠죠.”
“어디 가?”
끼익-
오두막을 닫고 있던 문이 열리고 눈바람이 거세게 들어와 실내의 온도를 차갑게 만들었다.
“아! 추워!”
“사냥이요. 화이트 예티를 빨리잡아야 되잖아요?”
“그거 애들이 다 잡을 거야! 너는 점령지 보스만 잡으면….”
“어차피 따분했어요.”
-잡으면 그의 동선이 꼬일 거야.
‘내 앞길은 내가 정해.’
독백 따위에 의존하지 않아.
윤 씨라면 어떠한 방법이라도 찾아서 나를 찾아 올테니깐.
“기다리고 있어요.”
쿵.
문이 닫히고 월광의 빛이 설산을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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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빙이라.”
혹한의 설산이라고 불리는 곳.
웬만한 화염 스킬이나 냉기 저항을 가지고 있는 유저조차 쉽사리 접근할 수가 없었던 지역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거기에 10분 서있느니, 평범한 땅의 얼음 물에 다이빙하는게 나을 정도라고 다들 얘기했다.
“추운 건 싫은데…”
“추워도 가긴 가야지.”
물론 그것도 상대적이라 삼격을 쓸 정도의 나라면 무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스펙이 굉장히 낮아진 상태.
나는 그곳에서 5분도 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어떡하시게요?”
“우선 오성(五星)을 육성(六星)으로 만들어야겠지.”
천천히 가볼려했지만 엔도라시에서 일주일을 보냈더니, 생각보다 특이점이 더 모였다. 지금 정도면 어느 정도까지는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코드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제한됩니다. ]
[ 경고! 과도한 사용으로 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
[ 주의하십시오. ]
“말만 하고 주지는 않네.”
역시 이 특이점이라는 거는 알 수가 없다. 여태껏 과할 정도의 특이점을 많이 사용했는데 페널티라는 건 주어지지 않았으니깐.
“뭐… 뭘 하신 거예요?”
루아는 나의 변화에 기겁하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머리에 있던 레빗이 깜짝 놀라며 폴짝 뛰었지만, 그녀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져 있다.
“하나의 별이 늘어나는 과정이지.”
나는 그라티아 장검을 그러쥐었다.
오늘 이곳의 별이 하나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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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빙의 설산은 만년설이다.
아무리 날이 지나도 녹지 않는 땅.
하지만 지금은 설산을 뒤덮던 눈이 녹아내리고, 빙하의 몬스터인 화이트 예티들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대단하네. 역시 다윤이야~”
“...별 일 아닌데요 뭐.”
김다윤은 자신의 팔목을 만지작거렸다. 팔목에는 팔찌가 씌워져 있었다.
과거 김윤이 주었던 불의 정령왕의 팔찌인 ‘비상하는 화련’이다.
방어와 공격기를 모두 갖춘 이 장비는 김다윤의 월광검과 합쳐지며 그 위력은 배가 되었다.
설산의 몬스터인 예티들에게는 극상성에 가까운 수준.
“너는 추울 일 없겠다.”
“네… 뭐 그렇긴 한데. 저도 염화 스택이 다 떨어지면 쌀쌀해지긴 해요.”
“지금 기만하는거야?”
“설마요.”
김다윤은 피식 웃으며 설산 너머를 바라봤다. 이곳을 도전한지도 어느덧 3주째, 서서히 진척이 되고있 지만 여전히 무리인 건 마찬가지다.
다른 길드원들은 말은 안 할 뿐, 이 사태에 대해 불만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팔찌는 어디서 얻은 거야? 엄청 귀한 건데.”
“...받았어요.”
“그걸? 누가 줬는데?”
로즈의 물음에 김다윤은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설산 너머를 바라봤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요.
“제가…”
김다윤은 허공을 찌릿- 하고 노려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다.
“좋아하는 사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