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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95화 평소처럼 (95/318)



〈 95화 〉95화 평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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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는 방금 들은 말에 굉장한 의문을 가지며 다윤을 바라봤다.
상당히 붉어져 있는 얼굴. 피가 어느 정도 묻어 있어서 더 붉어 보이는  같기도 하다.

나는 다윤의 폭탄 발언에 무언가를 떠올렸다.
로드리아의 환각은 그곳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숨겨왔던 속마음이나 원하는 것. 혹은 자신의 성격과 정 반대의 성격으로 바뀌기도 한다.

감정의 악마라는 이명답게 ‘감정’이 쉽게 휘둘려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다윤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을 환각 속에서 보냈다.
과거 게임  시간으로 20년을 보냈던 나보다는 적지만, 그건 제대로  시간이 아니다.

나는 현실과 게임을 왕래하며 단순한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하지만 다윤은 현실로 돌아가는 것 없이 순수히 이곳에서 9년을 보냈다.

아마 내가 알던 다윤과 지금의 다윤의 감정은 많이 다를 것이다.

“윤씨…  죽일 거예요?”


다윤이 쿨럭 거리며 나를 빤히 바라본다. 잔뜩 기대하는 눈이 선명히 보인다.
...안 해줄 수 가 없네.

나는 알약을 입에 물었다.

“...읏.”

맞닿음. 그런데 입술은 아직도 열리지 않았다. 눈을 살짝 보니 잔망스러운 눈빛이 보인다.
이걸 하기 전까지는 열어줄 생각이 없나 보다.


나는 알약을 혀로 집어넣었다. 알약을 받은 다윤은 들어온 혀를 툭툭 건드리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자신의 혀를 뒤로 뺐다.

꿀꺽.


알약을 삼키자 다윤의 상태가 빠르게 회복된다.
잔뜩 상처 난 몸이 아물고 부러진 뼈가 붙는다. 손상됐던 마나선도 회복된다.


“후우…”
“이제 좀 괜찮냐?”
“...아직 부족한 거 같은데. 좀만 더 해주실래요?”
“......”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

“...그래서.”


후룩.

“로드리아를 3년 전에 잡았다고?”
“네.”


나는 티르빙의 설산 속, 얼음의 성채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얼음 성이라 차가울 것 같지만, 다윤의 불의 정령 덕에 따뜻한 온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사실 정체는 6년 전부터 알았는데 도저히 이길 수가 없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힘을 길러 잡았죠.”


다윤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무용담을 얘기했다.
나는 그것을 멍하니 들었다.

“...그런 식으로 이길 수 있는 애가 아닌데.”
“물론 저도 쉽진 않았어요. 길드의 도움도 빌렸고,  역시 많이 다치긴 했죠.”

고작 그런 걸로 될까?
현재 다윤의 능력은 제법 강하지만 자신의 환각  로드리아를 잡을 정도는 아니다.
나의 의문을 덜어주듯 다윤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때 뭔가 이상하긴 했어요.  치직 치직 거렸어서…”
“치직거렸다고?”
“네. 그때가 기횐가 싶어서 냅다 공격했죠. 그러더니 공격이 먹히고 쓰러졌어요. 근데 환각은 풀리지 않았죠.”
“흠.”
“뭔가 의식해서 끊어 내면 풀릴 거 같긴 한데… 그러고 싶지는 않았어요.”


나는 다윤의 얘기를 들으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가장 신빙성이 있는 건 역시 ‘이랑의 개입’.

‘이랑에 의해 로드리아가 죽는 과정에서 본체 역시  데미지를 입어 다윤 에게 영향을 미쳤다.’


이게 맞는 말인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로드리아를 ‘스스로’ 잡은 다윤이 환각에서 깨어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깐.
로드리아를 잡은 것이 ‘오류’ 처리가 되면서 베린처럼 주인 없는 환각이 되었겠지.

‘역시 이랑을 데려오길 잘했어.’

이랑이 없었다면 꽤나 고생했을 것이다.


“수고했어.”
“저야 뭐… 괜찮았어요. 그보다 윤 씨는 어떤 환각이었어요?”
“푸흡-”


나는 먹던 차를 뿜었다. 뿜어진 차는 다윤의 열기에 의해 허공에서 사라졌다.
...나?

“...나?”
“네. 뭐 이상한 환각이라도 있었어요?”
“아니… 뭐.”

다윤이 여자친구로 등장하는 현실 환각이었다.
...라고 말하긴  그렇지.


애초에 그건 내가 원하는 환각이 아니었다.
너무 지나치게 노골적이기도 했고.


근데 왜 그런 환각이 나온 거지? 딱히 그런 생각을 가진 건 아닌데 말이다.

“나는 현실  환각이었어. 월드 어드벤처 사람이 평범한 지구인으로 등장하는.”
“오… 그건 좀 특이하네요.”
“그렇긴 하지.”

나는  뒤로 다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게임에 관한 얘기, 현실에 관한 얘기.
그런 것들을 한참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제법 지나있었다.


“슬슬 돌아갈까?”
“...네.”


나는 다윤의 손을 내밀었다.


“...”

다윤은 내 손을 잡다, 기습적으로  팔을 끌어 입을 맞추었다. 잠깐의 시간을 가진 우리는 몸을 때어 서로를 마주 보았다.

“후우… 이런 걸 다시 못한다고 하니 좀 속상하네요.”
“하면 할 수 있지. 마음만 잘 먹으면 돼.”
“그런가요?”

로드리아의 환각 속 감정 변화는 일시적이라 결국 돌아오게 되어있다.
환각이 끝난다면 지금 다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일부만 간직한 체, 9년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나로서는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다윤은 나를 끌어안으며 시선을 마주쳤다.


“노력할게요. 또다시 좋아할 수 있도록.”
“기다릴게. 아니, 내가 먼저 다가가 줄게.”
“...그건 좀 부끄러운데 말이죠…”


세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곧 세상이 무너진다.
남기고 온 게 아깝긴 하지만… 뭐 다시 만날 거니깐.

나는 다윤과 함께 원래의 장소로 돌아갔다.



-

“돌아왔네… 그런데 손은 왜 잡고 있어?”


이제 단 하나의 보석만을 남겨둔 문.
그 앞에 이랑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


잡고 있었네.
다윤과 나와의 시선이 마주친다. 환각 속 기억을 떠올리듯 화악 붉어진 다윤이 손을 때고 등을 뒤로 돌렸다.


“...왜 저래? 안에서 뭔 일 있었어?”
“별일 아니야.”
“흐응~?”

나와 다윤의 반응을 흘겨본 이랑은 킥킥 웃으며 부채를 만들어 흔들었다.

“그런 거구나?”
“...”
“어떻게 데려왔나 했더니… 그런 방법이 있었네. 그래서  여우불  빌려 간 거야?”

이랑은  안다는 듯 깔깔 웃었다. 그에 맞춰 여우불이 마치 탱탱볼 마냥 이리저리 사방으로 튀었다.


“위험하니깐 놔 둬.”
“흐흥~ 내 여우불은 안전해~ 
“그보다…”
“커플 죽어…”


어느새 흉흉하게 나를, 아니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베린이 말했다.

“커플…”


이전 같으면 커플이 아니라고 하고 싶다만 지금은 어떻게 말해야 하지?
만약 다윤이 감정을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면 고민 없이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커플 아니야.”
“네웨~ 그러시겠죠. 또  부정ㅇ-”
“아직은.”


나의 말에 베린을 얼굴을 잔뜩 구겼고 이랑은 어머 어머 거리며 부채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다윤은…


“...흠흠! 이, 이제 갈 준비하죠. 다들 했잖아요?”

애써 괜찮은 척하는 다윤이.
아직도 많이 혼란스럽긴 하겠지.

감정이라는 게 한번 바뀌면 뭐가 진짜인지, 뭐가 자기감정인지 구분이 안될 것이다.
나는 다윤에게 다가갔다. 그저 다가가기만 했는데 어깨를 쭈뼛세웠다.

“...! 왜, 왜요?”
“아직.”
“네?”
“아직 한 명 남았잖아.”

나는 손가락을 세워 이랑 뒤편에 있는 거대한 문을 가리켰다.
이제는 단 하나 밖에 남지 않은 보석.


“아.”
“그러네?”
“얘도 있었네.”
“...”


일행 모두가 잊고 있었던 그 녀석.
우리는  녀석을 찾기 위해 그곳으로 이동했다.


-

15년 전, 게이트가 열리고 수많은 괴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들은 인간을 배척하고 잡아먹었다. 현대의 무기들은 괴물들에게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

사람들은 구세주를 기다렸다.

그것에 호응하듯, 괴물에 대항할 수 있는 초능력자들이 나타났다.
손으로 바위를 부수고 집채만  괴물을 단칼에 배어낼 수 있는 존재들.


사람들은 그들을 헌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간단한 스토리네."
"헌터 물인가요?"
"너희 세계에게도 괴물이 있나 봐?"

나와 함께 들어온 베린, 다윤, 이랑이 한마디씩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눈앞에 거대한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 게 있으면 한가하게 게임이나 할 리가 없지."


-SSS급 헌터 콜트가 S 급 게이트를 단독으로 막아내다!-

전광판에 대문짝만 하게 나오는 문구와 인터뷰하는 콜트의 모습.
우리는 지금 콜트의 환각에 들어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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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트의 환각.
어째서 소설에서나 흔히 볼법한 헌터물을 주제로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번에도 나 혼자 올려고 했다.


"이번에는 같이 가."
"응?"
"맞아요. 같이 가요. 우리도 약하진 않으니깐.  한 번씩 환각도 이겨 냈고.윤 씨만 그렇게… 음….네…”


다윤은 평소처럼 말하다 오류라도 생긴듯 말꼬리가 흐려졌다.


가능할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모두 다 환각을 깨기도했고, 이랑에 의해 로드리아의 능력도 많이 약해진 상태니깐.


- 감정의 악마 로드리아 격퇴 (4/5)

녀석의 분체를 4마리나 잡았으니 남은 건 하나뿐. 능력 또한 1/5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환각에 걸린 이들도 없어졌기에 다른 능력도 사용할 수 없을 테고.

그래서 같이 오긴 했는데....


"S급 게이트? 이게 뭐야?"

헌터에 대한 소설을 전혀 모르는 듯 베린은 티비속 내용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흔히 소설 속에서 나오는 내용이야. 괴물들이 잔뜩 몰려오는 포탈 같은 거지."
"으음?"
"S급 게이트는 그중에서도 강한 괴물들이 몰려오는 포탈이고."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


헌터 소설이라고 해봤자 각 소설마다 설정이 제각각이기 마련이니깐.
다윤은 언제 들려있는지 모를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나를 툭툭 건드렸다.

"윤씨. 여기 한번 가보죠."
"응?"


다윤이 보여준 핸드폰 화면 속에는 위치가 찍힌 지도가 있었다.
헌터 관리국이라는 건물에 위치가 표시된.


“근데 이제는 괜찮아?”
“...네. 그러니깐 빨리 가죠.”

다윤은 전혀 안 괜찮은 얼굴로 관리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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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관리국

수많은 사람들  1% 정도의 사람들은 20살이 넘으면 헌터로 각성하게 된다.
그것을 관리하고 측정하는 장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헌터 관리국이다.

모든 헌터 감시하고 관리하는 곳.

"물론 S급 이상한테는 의미 없을 테지만요!"

다윤은 신난 듯 안내를 받은 측정 대기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신나 보이네?"
"아... 예전에 헌터 소설을 재밌게 봤거든요. 저는 무슨 등급이 나올까 기대되네요!"
"흐음...."

너무 밝은 척하는 다윤이가 안쓰럽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평소’처럼 대해줘야겠다.


측정 대기실에는 우리 외에도 여러 명의 사람이 측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대는 20살 이후로 다양하게 있었다. 각성은 20살 이후로 되지만, 그 이후에 가끔씩 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나온다.

...는 내용은 몰랐던 내용이지만 헌터 관리국에서 나눠준 헌터 정보 집에서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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