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6화 〉96화 등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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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정보집을 꽤나 흥미롭게 읽고 있던 이랑은 양손으로 책을 접으며 나에게 물었다.
"우리 능력이 이곳에서 통하는 거야?"
"아니. 기존의 능력이 아닌 따로 보정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거야. 우리가 사용해야 할 것도 그런 힘들이고."
이곳에 모든 이들은 기존의 능력 대신 헌터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 또한 기존의 월드 어드벤처의 능력말고 색다른 능력이 몸에 흐르고 있는 게 느껴진다.
"베린 헌터님. 입장하세요."
하얀 셔츠를 입은 여성이 측정실의 문을 열었다. 베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뭔지 모르겠지만 S등급이면 된다 이거지?"
"그래. 근데 조금 힘들 거야..."
"헹~ 바로 S띄워서 올게!"
자신만만하게 들어간 베린. 한 5분정도 지났을까, 시무룩한 태도로 문을 열고 나왔다.
다윤은 궁금한듯 베린의 옆으로 다가갔다.
"무슨 랭크야? S? 아니면 A?"
".....C라던데."
"푸흡..."
"....."
분한듯한 베린과 쿡쿡 웃는 다윤.
어처피 예상했던 바다.
여기는 콜트의 환각이니깐. 다른 이들에 강함은 제한되어 있겠지.
"웃지마! 아줌마도 완전 낮은 등급 나오겠지!"
"그거야 보면 알겠지~"
"치잇..."
"다윤 헌터님. 입장하세요."
"네~"
다윤은 신난 듯 입장했다. 베린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제발 자신보다 등급이 낮기를.
하지만...
"윤 씨! 저 A에요! S가 안 나온 건 아쉽지만."
다윤은 방방 뛰며 신나게 내곁에 착 달라붙었다, 흠칫 놀라며 살짝 거리를 두었다.
“...”
“흠흠.”
"으윽...왜.."
"축하해."
역시 S급이 쉽게 되는 건 아닌 건가 보다. 그래도 콜트가 SSS니깐 다윤이 정도면 S급은 될 줄 알았는데.
그 순간 다윤의 곁으로 누군가 다가왔다. 사무적인 옷을 입고 있는 6~7명에 무리들.
서로 견제하듯 서있는 걸 보니 같은 편은 아닌 것 같다.
"저 멀리서 들었는데 A급이 맞으십니까?"
가장 맨 앞에 있던 장신의 남자가 다윤에게 물었다. 멀리서 볼때는 못 느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제법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물론 이 환각 속의 수준에서 말이다.
"네. 근데요?"
"아! 저는 화룡 길드의 부길마 민영우입니다. 혹시 따로 길드에 가입되지 않으셨다면 잠시 시간..."
"무슨 소리!"
이번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여자가 안경을 올리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까 보니 다윤 씨라고 하신 것 같은데, 맞으신가요?"
"네. 김다윤입니다."
"김다윤 헌터님. 저는 초월 길드의 신민아 입니다. 한국 3대 길드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죠? 저희는 그중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길드입니다. 저희 길드로 오시면..."
"어허! 내가 먼저 찜한 분이신데 무슨 망발을!"
화룡 길드의 부길마 민영우는 불편한 듯 여자를 밀어냈지만, 힘의 격차 크지 않은 듯 별로 밀려나지 않았다.
"약소 길드는 빠지시죠. 이분을 영입할 자금은 되십니까?"
"그쪽이야말로 부길마도 아닌 고작 길드원이 어딜...!"
남자의 말에 초월 길드의 신민아는 째려보듯 그를 쳐다보았다.
"고작 길드원이어도 당신보다는 강합니다."
"하! 어디 한번 쳐 보시-"
"시끄러워."
둘의 말싸움이 거세지는 가운데 누군가 말을 끊었다.
햐얀 빛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는 여자.
뒤에 있던 사람들과 싸우던 사람. 그리고 우리들의 시선도 한군데로 쏠렸다.
"조용히 좀 해. 책을 못 읽겠잖아."
"당신은 뭡니까?"
"애 아니야? 누가 관리국에 애를 데리고..."
이랑의 겉모습만을 가지고 길드 사람들이 멋대로 말을 들여놓았다.
후욱-
일순, 대기가 급격히 무거워졌다. 사람들은 위압적인 기세에 땀을 흘리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사람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자, 이랑은 조용히 책을 마저 읽었다.
아니, 그보다 어떻게 능력을...
"뭐야, 너 능력을 어떻게 썼어?"
"...내 능력 아니야."
"응?"
"여기 헌터라는 세계의 능력을 쓴거야. 내 능력을 썼으면 저 인간들은 그냥 형체도 없이 사라졌을걸."
이랑은 여기서도 제법 강한 능력을 받은 모양이다.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다윤이 아쉬운듯 입맛을 다셨다.
"뭔가 특별한 사람 된 거 같고 기분이 좋았는데 말이죠."
"어차피 밖으로 나가면 더 달려들걸."
"흐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응?"
다윤은 아리송한 말투로 말했다.
"분명 헌터 소설은 S급 이상만 취급해 준단 말이죠. A급도 꽤나 높은 수준의 헌터로 취급해 주긴 하지만 이 정도로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치지 않아요."
확실히 나도 몇 개의 헌터 소설을 본 입장으로서 A급을 이 정도의 위치로 쳐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약소 길드의 부길마의 능력치는 거의 A급 정도.
3대 길드에 길드원이라는 사람도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수준의 다윤을 영입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칠 정도의 대우다.
"....둘 중 하나겠지. A급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거나, 아니면 모종의 사건으로 거의 죽었거나."
"확실히... 그런 가능성이 있겠네요."
"이랑 헌터님? 입장하세요."
안내를 해주는 여성은 이랑의 모습을 내려다보고는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별 반응 없이 그녀를 안내했다.
우리는 설정상 다 20살이 넘은 걸로 되어 있으니깐.
뭐 그게 아니더라도 이랑은 훨씬 나이가 많긴 하지만.
이랑이 직원을 따라간 뒤 5분쯤 지났을까. 안쪽이 웅성거리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궁금한데....
나는 청각 강화 스킬을 잠시 가져와 안쪽의 내용을 엿들었다.
이번에도 페널티는 안 먹었네.
'...SS급?!'
'이럴 수가... 무려 3년만에 SS급이라니...'
'엄청난 마력... 이런 마력이 그분 말고 또 존재할 줄이야...'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이랑이 SS급인가보네.
시큰둥한 태도의 이랑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게 그렇게 좋은 거야?'
'그...그렇습니다. 원래는 S이상은 측정이 안됐지만 SSS급 헌터인 콜트 헌터님이 SS급 게이트에서 가져온 보스 마석을 통해 구분할수 있게 됬습니다.’
‘맞습니다! 현재 SS급은 미국의 마르틴 에리안, 일본의 하츠요 미시다. 단 둘밖에 없습니다. 이제 이랑 헌터님까지 셋이 되었군요!'
굉장히 흥분한 듯 직원들이 이랑에게 열변을 토해냈다.
정작 이랑은 무덤덤했지만.
그뒤 설명은 뭐, 뻔한 내용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S급 게이트에 의해 많은 헌터들이 죽었고, 그로 인해 전 세계가 헌터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재 S급은 커녕, A급도 구하기 힘든 상태 라고 한다.
"확실히 난리칠만하네."
SS급이라면 이 지독한 전황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깐.
"네?"
"이랑이 SS인가봐."
"네에?"
"뭐어어어어?"
내 대답에 난리 치는 두 사람.
SS라...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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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헌터님. 한마디만 해주십쇼!"
"헌터님 언제 각성하신 겁니까!"
"이랑 헌터님! SS급이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국의 두 번째 SS급 헌터로서 어떤 기분이십니까?”
"......"
헌터 관리국에서 나오자마자 언제 몰려든지 모를 기자들이 줄지어 포토 셰례를 갈기고 있었다.
이랑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이랑 헌터님!"
"헌터님!"
갑작스런 포토세례에 이랑은 손을 휙휙 저으며 외쳤다.
"귀찮게 하지마!"
"헌터님?"
"이랑 헌터님 한마디만..."
이랑은 포토 세례가 부담스러운 듯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따로 특정 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그곳으로 잘 올 것이다.
"역시 SS급이네요. 전 안 찍으러 왔는데."
"A급을 찍으러 올정도는 아니니깐."
아무리 헌터난에 시달리더라도 A급은 어느정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포토 세례는 아니더라도 기사 몇 개 정도는 올라오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나도 측정을 해야 하는데 SS급이 나오는 바람에 측정을 못했네.
"빨리 기사 내보내!"
"헌터 관리국 취재하고!"
"여, 여기 멋대로 들어오시면 곤란합니다!"
"개판이군."
현재 관리국은 완전 난리 난 상태니, 이따가 시간 좀 나면 측정하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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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3일이 지났다. 우리는 왜 우리 명의로 되어있는지 모를 작은 집에 머무르고있다.
티비를 보는 다윤과 어디서 구했는지 단검을 가지고 수련하는 베린.
그리고 이랑은...
"시끄러... 기자라는 놈들은 일이 없나."
우리 집은 언제 알아냈는지 집 밖에서 계속 대기하는 기자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시끄러울 정도는 아닌데...
"저게 기자들이 일이야."
"꺼지라니깐 말을 안 듣네."
이랑의 쫑긋 선 귀를 보아, 우리보다 청각이 더 발달되어서 고생인가 보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이랑이 집 밖에 기자들을 모두 죽이려던 것을 간신히 말렸다.
SS급 헌터의 광란의 살인극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랑이를 욕하는 뉴스가 많아요. 윤씨. 역시 막말 때문에 그런 건가...?"
"하여간 이래서 소문이 문제라니깐. 여기는 통신이 발달돼 가지고 더 문제야."
툴툴거리던 이랑은 그대로 방에 들어가 버렸다. 확실히 지난 3일간 이랑을 많이 귀찮게 했다.
어딜 나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행동하나 하면 기사가 수십 개에 이미 인터넷은 이랑의 욕으로 가득하다.
'꺼지라고 앵무새들아.'
......
뭐, 이런 말을 했으니 뭐라 할만한 것 같기도 하고...
이랑의 눈치를 살피던 다윤은 리모컨을 집어 뉴스 채널을 돌렸다.
"그보다 윤 씨는 측정 안 하시나요?"
"해야 되는데 그쪽이 워낙 소란스러워서."
헌터 협회는 등급이 얼마 나오지도 않을 사람들을 측정하는 것보다, 당장 SS급 이랑에 신경을 쏟아붓고 있다.
뭐 당장은 급할 거 까지는 없으니까.
채널을 돌린 티비속에는 콜트의 레이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생방송은 아닌 것 같고 재방송인 거 같은데...
기계를 쓰며 탄환을 쏟아붓던 기존과 달리 이상한 소환수들을 부리고 있었다.
보랏빛의 소환수들을 잔뜩 부리는 콜트의 모습.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
"....?"
"???"
티비를 보던 다윤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가?"
"...맞는거 같은데요?"
왠지 이 헌터물의 정체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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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헌터님. 들어오세요."
나는 그날 이후로 무려 10일 뒤에나 측정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SS급이 나와도 말이다.
"이 하얀색 구슬에 손을 대시면됩니다."
아무래도 SS급이 나왔기 때문일까?
딱히 기대는 안 하는 눈치였다.
S급 이상이라는 게 쉽게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번 사람들이 오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수많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는 2M 높이의 거대한 새햐얀 구슬에 손을 대었다.
우우우웅-
"끝났나요?"
"...!"
굉장히 놀란듯한 직원.
뭐, 나도 제법 강한 기운을 느끼고 있으니깐.
적어도 S는 나왔겠지.
"...네 됐습니다."
"?"
그런데 뭔가 반응이 이상한데?
일전에 이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옆에서 안내하던 여성 직원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김윤 헌터님의 등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