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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8화 〉98화 S급 게이트 (98/318)



〈 98화 〉98화 S급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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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이는 나의 반응을 보더니 살짝 뒤로 물러났다.
나의 발언을 기다리는 것 같다.

"어... 우선 레이드는 별거 없었습니다."
"게이트 최소 조건을 안 채워도 문제 없는겁니까."


게이트 최소조건.
B급 게이트 이상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명 이상의 동일한 등급의 인원이 필요하다.
안정성의 문제 때문이다.

헌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안정성이 올라가고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적어 지니까.

하지만 다윤과 나.
고작 2명만 들어갔다 나온 상태다.


"네. 협회장님께 허가를 받았습니다. 안전의 문제는..."

나는 뒤쪽에서 마정석을 만지작거리던 다윤은 끌고왔다. 갑작스런 어깨동무에 살짝 당황한 듯 어버버 거렸다.

"보다시피 멀쩡합니다. 옆에있는 김다윤 헌터도 A급. B급게이트에서는 문제 없습니다."


실제로 다윤에게는 거금을 주고 구매한 SS급 마수인 블랙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칼이 들려있다.

내가 가진 수백억의 골드는 이곳에서 실제 금과 같은 값어치를 지닌다.
꽤나 많아 측정이 힘들지만 굳이 말하자면 저 검으로만 빌딩을 만들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풀진 않았지만.’

이 돈을 푼다면 지구로 부르마블도   있을 것이다.


"이랑 헌터님이랑은 무슨 관계십니까?"
"동업자 관계입니다. 자, 질문을 여기까지 받겠습니다."


나와 다윤은 인파를 뚫고 그대로 길드 건물로 돌아갔다. 대부분의 질문이 나와 이랑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대답해 주면 날이 바뀌어도 계속 질문을 받고 있었을 것이다.


"후우..."
"수고하셨어요. 윤 씨."
"기자회견도 빡새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게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카메라 앞에서 말한다고 생각하니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월드 어드벤처 여러 NPC들 앞에서 말한 적은 있어도, 현실 속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말한 적은 없으니깐.

아무리 환각이라고 해도 말이다.


다윤은 커다란 길드 사무소의 소파에 풀썩 앉았다. 그러고는 탁자에 놓인 음료를 마시며 나에게 물었다.


“다들 어디 갔어요?”
“베린하고 레빗은 다른 게이트들을 클리어하러 갔고... 이랑은 헌터 관리국에 갔어. 길드 관련 일 때문에.”


이곳은 ‘나만 무한 소환수.’ 라는 소설을 세계관으로 두고 있다.
 3년 전쯤인가…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헌터 소설중 하나였는데, 소설 속 주인공은 수백의 소환수를 부리며 F급에서 SSS급으로 성장하는 소설이었다.


주인공은 소환수를 부림에도 칼이면 칼, 신체능력이면 신체능력, 마법이면 마법, 뭐하나 빠지지 않는 완소캐라고 봐도 무방한 완전 먼치킨이었다.


‘지금은 그게 콜트겠지.’

먼치킨 중에 먼치킨물이었던 소설은 인기를 타면서 만화, 영화, 게임, 드라마… 각종 2차 창작물이 줄줄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 역시 즐겨봤던 소설이라 이곳의 내용이나 설정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흠… 지금이 2023년이라 그랬죠?”
“응. 여기 시간으로.”


그리고 다윤 역시 이 소설의 내용을 알고 있다.


“그러면 곧 대재앙이 펼쳐지겠네요.”
“사실 지금도 전초전이지. 아마 콜트도 알고 있을 테고.”

대재앙.

그것은 이세계의 신(伸)들이 몰려오는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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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헌터 협회가 있다.
한국의 모든 헌터를 관리하며 관할에 두는 곳이다.
아니, 곳이었다.

‘다 옛말이지.’


한때 수많은 헌터들이 협회에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어떤 길드보다도 강세하고  수가 어마어마했던 시절.
헌터라면 협회를 무시하고서는 살아갈 수 없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그것도  옛말이다.

수많은 협회의 헌터들은 재난처럼 쏟아진 S급 게이트로 인해 헌터의 90%가 죽임을 당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SSS급 헌터, 콜트가 없었다면 협회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자체가 사라졌을 것이다.


협회는 새롭게 등장한 영웅을 대우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협회는 헌터를 억제하고 관리하던 힘을 잃고 이름만 있는, 말 그대로 관리국 정도의 이름밖에 남지 않았다.

후룩.

“...”
“.....”


협회에 남은 유일한 S급, 협회장 남준석은 눈앞의 백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작은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아니, 여자아이가 아니다.

그녀는 보이는 나이는 12살 정도밖에 안돼 보였으나 실제 나이는 20살이었으니깐.
물론 ‘진짜’ 나이로 따지면 몇백살이겠다만 그것을 모르는 남준석은 난감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아이… 아니,  여자가 새로이 나타난 SS급…’

과거 헌터 협회의 협회장도 SS급이었다.
한국의 유일한 SS급 헌터.
그러나 같은 등급의 마수에게 살해당한 후 S급이었던 남준석이  자리를 메꿨다.


사실 협회가 권력을 가질 수 있던 것도 과거 협회장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자.’

상대는 새로이 등장한 영웅.
결례를 보이면 안 된다.

이렇게 작은 여자아이의 모습을 띄고 있더라도.

이랑은 한참을 차를 홀짝이다 이내 말문을 때었다.


탁.

“그쪽이… 협회장?”
“네. 제가 헌터 협회의 협회장, 남준석입니다.”
“날 왜 부른 거야?”


마치 자신을 아랫것처럼 부르는 태도.
남준석은 그녀의 말에 살짝 불쾌함을 느꼈지만 이세계는 힘이 우선이다.
아무리  따위가 불쾌함을 느끼니 어쩌니 해도 눈앞의 여자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세계는 헌터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세계의 영웅이자 최고의 헌터인 콜트 헌터가 한국에 있다 하더라도, 헌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쉬워진다.

7개의 S급 게이트가 공략되지 못하고 열려있는 현재 상황이라면 더더욱.


“이걸 한번 봐주십쇼.”

이랑은 남준석이 건넨 3장 정도의 종이를 받았다.
사락. 사락.
그것을 천천히 읽은 이랑은 종이 너머로 남준석을 힐끔 쳐다봤다.


“...게이트를 막아달라고?”
“네. 최근 부산과 제주도 쪽에 S급 게이트가 두 개 생겨났습니다. 원래는 콜트 헌터님이 막아주시고 계시던 건데...”

콜트는 한국에 생겨난 수많은 S급 게이트들을 홀로이 막아내던 중이었다.
고작 개인이 막아내기는 벅찬 양.

하지만 콜트는 개인이면서 개인이 아니었다.
그는 수백의 소환수를 아무렇지 않게 부릴 수 있는 능력자였으니깐.


“그분이 최근에 두 개에 게이트에 손을 때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저희 쪽은 최대한 부탁을 드렸으나 그분이 완고히 거절하시는 탓에…”
“흐응…”

아마도.
아마도 이들을 시험… 아니 견제하는 거겠지.

협회장 남준석은 그렇게 생각했다.
갑자기 나타난 SS급 그리고 SSS급 헌터. 새로이 나타난 헌터들을 콜트 헌터가 견제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막고 있던  개의 S급 게이트는 SS급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서 클리어가 아닌 단순히 ‘막고’ 있던 거니깐.


‘아마도 죽길 바라겠지.’

그는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길드가 최고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이들은 걸리적 거릴 돌 일뿐이다.

“...물론 보상은 충분히-”
“좋아. 해줄게.”
“저, 정말입니까?”
“응.”

남준석은 고개를 연신 숙이며 이랑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랑의 시선은 종이 속 거대한 마수에게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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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 게이트?”
“응.”

길드 사무실에 돌아온 이랑은 나에게종이를 건넸다. 그 안에는 게이트에 관한 정보, 마수의 생김새와 능력 등이 적혀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건 부산에 위치한 S급 게이트.
위험 분류는 거의 SS에 가까운 수준이다. 불을 두른 거인형 마수들이 출몰한다고…

“...우리가  수 있으려나.”
“안돼도 되게 해야지.”

같은 종이를 읽은 베린이 자신 없는 듯 중얼거렸다. 적힌 내용만 보면 S급 이하의 헌터들은 불에 스치기만 해도 한 줌의 재가 된다고 나와 있으니깐.

이랑을 제외한 우리는 스치기만 해도 바로 죽을 것이다.


“가뜩이나 욕먹고 있으니 이걸 클리어하면 전화위복이 될 거야.”
“어떻게요?”
“일단… 이랑은 등급이 높으니 문제없고, 나는 그라티아 장비가 있으니 적당히 빠지면서 하면 되겠지.”

이곳에서도 그리티아 갑주의 스킬인 ‘신성 보호’가 통한다.
신성력을 가진 마수가 있지 않는 한, 어떤 마수가 와도 나에게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다.

“베린과 다윤이는 게이트 밖으로 튀어나오는 잡몹들을 잡아줘. 장비는 최상으로 구해놨으니 어지간하면 버틸 거야.”


SS급 마수, 블랙 드래곤의 검.
S+급 마수, 바이올렛 리치의 영혼의 갑주.
S급 마수, 빙하의 골렘의 아티팩트...

그 외에도 세계에 몇  존재하지도 않는 장비들로 이미 모두 맞춰둔 상태다.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수중에 돈에 비해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정도 장비를 무장한다면 본인의 등급보다 2단계 정도 상승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레빗은 ‘혼자’ 제주도 쪽 게이트를 막고 있어줘. 부산 쪽이 정리가 되면 그쪽으로 가줄 테니깐.”
“냥!”

이번 작전의 핵심은 레빗이다.
레빗은 우리와 함께 온  아닌 알 수 없는 이유로 나에게 딸려들어온 상황.

레빗은 이곳의 헌터 능력 대신 다윤의 환각 속 월드 어드벤처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서 레빗의 능력을 꽤나 올려놨기에 지금의 레빗은 이랑과 비등… 아니 그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참고로 레빗의 헌터 등급은 D급으로 나왔지만 실제 강함은 SS급 그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선뜻 수면 위로 나설 수는 없다.
레빗은 표면상 D급에 불과하니깐.


숨겨둔 카드가 있어야 훗날 일어날 대재앙에 대처하기 쉬워진다.

“아무튼 그렇게 하고… 뭐해?”


이랑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킥킥 웃었다. 슬쩍 보니 각종 악플이 주르룩 올라온 기사의 댓글창을 보고 있었다.


단순히 이랑의 태도를 욕하는 것부터, 인신공격과 성적인 욕도 서슴지 않고 하는 경우도 자주  수 있었다.
물론 그녀를 응원하는 댓글도 있었으나 대부분이 욕에 가까웠다.


“이쪽 세계도 다른게 없네.”
“...괜찮아?”
“응? 별거 없는데.”


이랑은 나의 걱정에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반응했다.
이랑은 신의 자식이다. 그리고 그녀는 인간 세상에서 몇백년을 살아왔다. 한때 공작령을 이끌었던 그녀에게는 대중의 소리란 늘 들어왔던 말일 것이다.

“흐응~ 그래도 마음에 안 들긴 하네… 예전 같으면 모가지를…”
“참아…”
“그래~ 그래~”

표정은 그래가 아닌데.
이러다 사고 한번 나는거 아닌가 심히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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