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1화 〉101화 두번째 칸 (101/318)



〈 101화 〉101화 두번째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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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레빗은 게이트 입구 앞에 멍하니 서있었다.
주인님의 명령으로 이곳을 지키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겹다냥…”


부탁대로 이랑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레빗은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본래의 고양이 모습이 가장 좋았고, 그다음은 고양이 수인 형태의 모습이었다.

‘여우… 는  별로다냐...’

마음에 들지 않다만 별수 있나. 주인님의 명령인데.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쿠궁!


“냥?”


아공간에서 당근 꼬치를 꺼내던 레빗은 갑작스런 울림에 고개를 돌렸다.

-...인간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정체를 알  없는 괴생명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나오는 마수들. 이대로 간다면 하루도 안돼 제주도 일대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사냥감!”


그러나 레빗은 일말의 긴장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그녀가 두려움을 느낀 건 오직 한번.


무명과 마주했을 때뿐이다.

레빗은 활시위를 당기듯 주먹을 쥐고 팔을 뒤로 쭉 뺐다.
그리고 내지른다.

-죽인…
-죽…

쿠오아아아아아앙!!!


내지른 주먹을 중심으로 거대한 소닉붐이 일어났다. 괴생명체는 존재를 유지하지 못하고 터져나갔고, 그 일대는 크레이터라도 생긴듯 땅이 깊게 파였다.

“앗! 너무 과했다냥!”


간만에 나온 적. 더 즐겨야 하는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힘 조절을 하지 못했다. 실수다.

“흐에엥… 다시 기다려야 된다냐…”

만일 평소의 상태였다면 간식거리를 먹으며 여유를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평소의 상태가 아니다.
모습도 제 모습이 아니고 맛있는 가게도 없다. 꼬치도 거의  먹고 얼마 없으니…


바닥에 풀썩 앉은 레빗은 짙은 갈색의 연기를 내뿜는 게이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기 들어가면 재밌는 일이 생길 거 같은데…

‘안된다냥!’


주인님의 명령!
레빗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이번에도 명령을 어긴다면 다음 달 용돈도 안주실 것이다.


“이걸로 배라도… 냥?”

탁.
누군가 레빗이 베 어물려던 꼬치를 가로채갔다. 가로챈 누군가는 레빗을 힐끔 한번 보더니 그대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냐야야야얏!”


레빗 역시 꼬치를 되찾기 위해 게이트 너머로 들어갔다.



-




“최후의 사도… 그걸 너희가 도와주겠다 이 말이냐?”
“그래.”


최후의 사도.
말 그대로 멸망 이후에도 신의 곁에 살아남을 수 있는 단 하나의 계약자를 의미한다.

총 8명의 주신이 있으니 살아남을 수 있는 계약자는 최대 8명.
그렇기에 멸망이 확정된 이상, 아그니와 계약한 거인 마수는 자신이 유일한 계약자로 살아남고 싶어 할 것이다.


“너야 수르야님이 아낀다시니 상관없을 테고… 작은 하수인은 어째서 나를 돕는 거지?”
“그냥. 나는 죽어도 상관없거든.”


대충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한 이랑은 그렇게 말했다.
거인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살을 더 붙이자면 아그니님은 나를 선호하지 않아. 내가 살아남을 일은 없다는 소리야.”
“어째서?”
“몰라. 그분의 의중을 우리가 어떻게 헤아리겠어.”
“......”


거인은 잠시 침묵을 가졌다. 때가 되면 멸망에 들어설 것이고 단 한 명의 하수인을 제외한 모두가 죽을 것이다.
그로서는 아그니의 하수인이 없으면 없을수록 좋다.


“내가 뭘 하면되나. 나에게 뭘 원하는 거냐.”
“간단해. 피 한 방울만 주면 돼.”
“피?”
“으흠?”
‘...큭.’


나의 말에 거인을 의문을 가졌고 이랑은 미소를, 펜던트  리비엔은 큭큭 웃었다.
이곳에 단 한 명을 제외하곤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를 눈치 챘다.

“피 한 방울이면 나를 돕겠다는 건가?”
“그래. 계약… 아니 약속의 증표라고 하지.”


나는 펜던트를 풀어  손에 들었다.


“이건 신뢰의 펜던트 라는 거다. 수르야님이 내려주셨지. 너의 피를 이곳에 묻히면 나의 피와 공명해 수르야님의 공증(公證) 아래, 거짓된 일을 할 수 없는 계약이 맺어질 거다.”
“오호…”
“우리가 얻을건 너와의 계약으로 인해 공명될 능력. 네가 얻을건 훗날에 있을 최후의 사도가 되도록 도와주겠다.”

거인은 흥미롭게 펜던트를 바라봤다.
갑주만큼은 아니지만 화려하게 빛나는 후광. 하지만 이미 마음이 기운 거인을 속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방금 말은 구라다.
이건 봉인의 펜던트고 신뢰니 뭐니 하는  없다.

거짓된 일을 할 수 없다는 건 같지만.


‘일방적으로 말이지.’
“할 거지?”
“...좋다.”

툭.

하늘 위로 빨간색의 물방울… 아니 거의 물 폭탄이 떨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막아냈다. 문제는 그것이 터져 옷이 흠뻑 졌었다.


“......”
“미안하군. 분명 한 방울을 보내려 주려 했다만.

넌 갇히기만 해봐라.
성수샤워를… 아니. 얘도 성수가 먹히려나.


“쯧.”

나는 둔갑술을 이용해 옷을 갈아입은 뒤 내 손에 묻어있던 피를 펜던트에 묻혔다.

톡.

오랫동안 비워져있던 2개의 면중 하나가 채워지기 시작한다. 뜨거운 용암처럼 붉은 기운이 점차 차오른다.

쿠구구궁!!


“무, 무슨...!!”

거인은 온몸이 쪼그라드는 고통을 받았다. 자신의 거체가, 자신의 힘이, 자신의 영혼이.
모든 것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버텨. 이건 계약이니깐. 잠깐 아플 뿐이야.”
“...그런… 이건…!”

눈앞의 자그마한 하수인은 태연했다.
정말 그런 것인가? 정말 이게 단순히 계약의 부작용일 뿐인가?


벗어나려고 하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거인은 망설였다.
최후의 사도라는 것.


‘마수’로 선택된 삶. 그에게 부여된 삶은 악당이다. 언젠간 영웅에게 당하는 존재.
그런 그에게 자신의 신의 옆에 최후의 최후까지 남을 존재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불의 신, 아그니에게는 많은 하수인이 있었기에.


빠득-!
뿌드득…!


오랫동안 쌓아온 거체가 부서진다.
수백, 수천년을 수련하며 살아왔고, 신에 눈에들어 위대한 별의 힘까지 손에 넣었다.
그런 육신과 영혼이 빨려 들어간다.


그것이 자신의 심장, 코어에 닿는 순간.


‘...안돼!’

쿠르륵…!


위험을 느낀 거인은 자신의 코어를 지키기 위해 능력을 발동했다.
자신의 거처의 모든 존재들이 용암처럼 쏟아지는 불을 견디지 못하고 바스러진다.


이건 잘못되었다. 저들은 나를 속이고 있다.

그것이 수르야님의 뜻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거짓을 말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아그니님이…


‘뭐가 됐든.’

자신을 어딘가로 가두려는 것은 분명했다.

“...막아야겠지?”
“30초만 버텨줘.”

이랑은 분홍빛의 불꽃 방벽을 세워냈다.
보통 불을 막아내려면 반대 속성인 물이나 바람을 이용해 진공상태로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랑은 여전히 불에는 불로 맞서고 있다.


“크으으윽…!”
“엄마랑 대련할 때가 생각나네.”

불과 불이 서로를 집어삼킨다.
거인이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이랑 쪽이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상대는 이 세계의 창조주라고 불리는 로카팔라와 계약을 통해 힘을 얻은 마수고, 그 등급은 이랑과 동일하다.
속성에 차이가 아닌 단순히 힘대힘으로 맞붙는 거라면 거인이  수 위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육체의 절반 이상은 펜던트 안으로 빨려 들어간 상태. 주체라고  수 있는 영혼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거인은 자신의 능력에 30%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망할 놈들이…!!”
“몇 초 남았어?”
“한 10… 9…”

나는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접어가며 카운트다운을 셌다.
물론 나는 신성 보호를 쓰고 있다. 안 쓰고 있었다면 불장난이 시작된 순간, 통구이를 넘어 한줌의 재로 돌아갔을 것이다.


“5… 4…”
“복수할 것이다…! 반드시 복수할-”

[ 봉인의 펜던트의 소모 횟수가 2회 사용되었습니다. ]


불의 거인, 이베르다를 포획했습니다. ]

“321.”

툭.


거인을 붙잡았다!

-


‘날 어떻게 한 거냐! 당장 풀어라!’
“익숙해지면 편해.”

게이트 공략은 성공했다.
거인이 잡히자 성채를 태우던 불은 사그라들었다. 게이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펜던트 속 거인이 날뛰긴 했으나 한번 들어온 이상 별다른 저항은 할 수 없다.


[ 이베르다 - 스킬, 화염 동화 LV.1을 사용합니다. ]

[ 화염 속성 대미지가 20% 상승하고, 화염 저항력이 60% 상승합니다. ]


“호오…”

이베르다의 스킬을 활성화 하자 온몸에 불이 둘러졌다.
언뜻 보면 타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은 나를 적대하지 않고 주변을 서서히 장악했다.

“쓸만한 능력이긴한데… 굳이  잡은거야?”
“필요할 때가 있어서.”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특이점을 이용해 거인의 속성을 잠깐 동안 뒤바꾼 뒤 이랑이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별 어려움 없이 거인을 잡을 수 있지만, 그 짧은 시간내에 힘을 조절해 원하는 걸 얻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거인의 오해를 이용해 계약을 유도했고, 원하던걸 얻을 수 있었다.


[ 로카팔라의 성흔을 얻었습니다. ]

[ 미지의 존재와의 연결성이 깊어집니다. ]


연결성.
위대한 창조신이라고 불리는 로카팔라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할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헌터, 마수는 그들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다.

아니, 정확히는 ‘건드릴 수 없게’ 설계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들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SSS급을 찍는 것.
SSS급을 찍으면 인간의 틀에서 벗어나 신(神)급의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마치 2차원의 원이 3차원의 구로 거듭나듯이.

볼 수 없었던 것을 보고,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건드릴  있게 되는것이다.


두 번째는 ‘성흔’을 얻는 것.
성흔은 단순히 그들의 힘 정도로 여겨지지만 그것은 로카팔라의 일부다 .

신의 편린.


그것을 얻는 것만으로도 그만한 능력을 가지지않고, 그들과 같은 시선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된다.


“이게 있으니 신과 대적할  있어.”
“...이곳의 신이라는 게 그렇게 강해? 우리 엄마보다?”

이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랑의 부모인 이린도 신이니깐. 그것도 행성의 1/3을 지배하에 가지고 있던 신.
비교하자면…


“글쎄.”

이건 서로 각자의 세계관이 달라서 모르겠다.
설정상 ‘나만 무한 소환수’의 신들은 세계관 최강자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깐.
애초에 신이라는 것도 설정이 가지각색이라 기준도 죄다 다르다.

나는 이베르다를 통해 얻은 ‘아그니’의 편린을 느꼈다.
고작 편린이라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이랑도 이린의 편린에 불과하니깐.

“......인드라를 빼고는 이린이 훨씬 강할 거야.”
“인드라? 그게 누군데?”
“로카팔라의 왕.”

번개의 신이자 8명의 주신 중에 가장 강한 존재.
훗날 주인공과 최후의 결전을 벌일 신.


“곧 만나게 될거야.”


과연 얼마나 강할까.
나는 반쯤 기대를 가지며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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