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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4화 〉104화 본신(本身) (104/318)



〈 104화 〉104화 본신(本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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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누군가.
허나 익숙하지 않다. 분명 안면이 있는 사람… 아니 악마 같은데.
왜 기억이 안 나지?

‘새로 추가된 최상위 악마인가.’

[너무 일찍 깨우쳤네. 아직 때가 아닌데 말이지.]
“...?”
[뭐 어쨌든 반가워.]
“...누구야 넌.”


눈앞의 악마는 미소를 지었다.


붉은 눈과 뿔.
찰랑거리는  보랏빛의 머리카락.
보랏빛 날개.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까지.

확실히 범상치 않은 악마다.
서큐버스 같긴 한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분명 서큐버스라면 매혹을 건다든지, 유혹적인 뭔가가 걸려 하는데 지금의 나는 아무렇지 않다.


어째서?

「▲차원 」

[...통할 때가 재밌었는데. 아쉽네.]

악마는 혀를 차며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투둑!


나는 반사적으로 백스텝 스킬을 발동한 뒤 손을 뻗어 화살 두발을 날렸다.
레인저의 특수 스킬 중 하나인 무형(無形) 화살이다.


극의에 오른 레인저는 더 이상 활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파박!
파-

[아야… 너무하네.]
“......”

강하다.
처음 한 발은 그냥 맞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맞기도 전에 사라졌다.
신성이 깃든 화살이라 최상위 악마도 맞으면 꽤나 깊은 치명상을 입는다.
그런데…

[이렇게 연약한 여자한테 너무하는 거 아니야?]
“...전혀 연약해 보이지가 않는데?”
[눈이 좀 이상하네. 안과라도 가보는  어때?]

멀쩡하다. 왼쪽 팔에 맞은 화살은 꽂히자마자 사라졌고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난 널 알아.”
[응.]
“근데  모르겠지?”
[이곳은 꿈이니깐.]
“꿈?”

그렇게 말한 악마는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 거렸다.
그녀의 손길이 닿자 무언가를 떠올리듯 몸이 움찔했다.

[정확히는 미래의 ‘나’를 만난 과거의 너지.]
“...뭔 소리야.”
[나중에 때가 되면 알게 될거야.]

쿡쿡 웃는  모습을 보니  익숙하다.
대체 어디서 본거지?


[이제 돌아가. 그리고 나를 다시 만나러 와.]
“...”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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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꿈.”
“괜찮으세요?”

눈을 떴다.
목 아래로는 푹신한 감각이 느껴지고 눈앞에 보이는 건… 다윤의 얼굴이 1/3정도 보이네.

“윤씨?”
“어.”


무릎배개라도 해주고 있던건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
“......”
“시간은 얼마나 지났어?”
“하루요.”
“아, 하루…”

잠깐. 그러면 하루동안 무릎베개를...
나는 다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전히 뚱한 얼굴.

“...밥은 먹었어?”
“아직요. 윤씨 일어나면 먹으려 했죠.”
“내가 언제 일어날 줄 알고.”
“언젠간 일어날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여기서는 헌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별로 힘들지도 않고요.”
“......할 말 있으면 말해도 돼.”


다윤은 나의 말에 잠깐 눈이 커지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제발 멋대로 그러지 말아 줘요.“
“...”
“걱정하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해요? 전에도 그렇고 너무 무리해요. 윤씨는.”
“...별일 아니었는-”
“그러다 잘못되면.”

다윤은 내 손을 붙잡았다. 떨리는  눈이 보였다.


“그러면 진짜  어떻게 돼버릴지 몰라요.”
“...”
“그러니깐 자기  좀 챙겨요.”
“걱정했어?”
“네. 엄청요.”


나는 다윤의 양볼을 붙잡았다.  상황에 이럴  몰랐던 걸까?
당황해하는 다윤의 표정이 선명히 보였다.

“므에여?”
“귀여워서.”
“으에? 농다아니데. 지짜 화나따고요.”
“미안. 근데 그렇게 걱정 안해도 돼. 나는 어지간한 건 다 계획하는 주의라. 뒤 없는 일은 벌이지 않아.”
“...따뜽나.”

나는 양볼에서 손을 땐 뒤 그대로 다윤을 끌어안았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으으… 완전 싫어.”
“싫으면 그만할까?”
“......아뇨.”




-




“일어났냐?”
“응.”

하루가 더 지난 뒤에 이랑과 마주했다. 그전에 베린을 만났는데 복잡한 표정으로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뒤 다시 훈련하러 떠났다.


S급 암살자 헌터에게 훈련받는다나 뭐라나.

“그래서 그 성흔인지 뭔지는 익혔어?”
“조금.”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전과는 다르게 미지의 것들이 보인다.
차원 너머의 외계 생명체들, 수많은 별. 그리고 로카팔라의 신계(神戒)까지.


너무 많아서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물론 실제로 아득해지진 않았지만.’

확실히 그 날 이후로 정신력이 좀 더 강화된 느낌이다.

“이랑.”
“응?”
“하페루아에 대해 아는  있어?”
“하페루아? 아…  악마족의 공주를 말하는 거야?”
“어.”

하페루아.


하나뿐인 마왕의 딸이자 악마족의 공주.
악마족의 실질적 이인자.
서큐버스의 조상.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명이 있지만 내가 그녀를 떠올리는  오직 하나다.


특이점을 가진 악마.


분명 꿈에서 만난  하페루아다.
나는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그녀를 처음 만났지만 이미 과거의 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미래의 자신, 하페루아를 아는 과거의 나.
그 말은 내가 그 사실을 잊었다는 거겠지.

혹은 잊게 만들었거나.


“흠… 하페루아는 강해. 다른 최상위 악마들보다도. 로루닌떄도 너도 한번 보지 않았어?”
“한번 잡았지. 근데 그때는 깃발 쟁탈전 룰에 묶여있는 상황이라.


깃발 쟁탈전 당시 하페루아는 나와 싸웠었다.
그러나 그건 제대로 된 승부가 아니었다.

그녀는 진작에 나를 끝낼 수 있음에도 요리조리 따라다니며 시험하듯 나를 유린했다.
당시 이격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만이 녀석을 잡을 수 있었다.

나중에야 안거지만 하페루아와 나의 전투는 다른 영물과 신들에게 비치지 않았다.
하페루아가 직접 공간을 분리시켜 다른 공간에서 나와 전투를 치른 것이다.


당시 전투를 아는 건 나와 이랑과 레빗, 그리고 계약을 맺은 비호 뿐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분명 ‘창조세계’였다.


“난 월드 어드벤처의 이랑이 아닌, ‘유저’ 이랑으로 묻는 거야.”
“ ...뭘 묻고 싶은 건데?”
“그녀의 ‘진짜’ 정체.”


대체 누구일까.
그리고 나에게 뭘 원하는 걸까.




-



이랑과 여러 대화를 나눴지만 쓸만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이랑은 단순히 창조세계만 받은 반쪽짜리 초월자라 그다지 아는 게 없었다.

그나마 유용한 정보라면…


“게임에는 관리자가 있어. 창조주라고 불리는 것들. 강하긴 하지만 범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나는 이랑의 말을 곱씹었다.
범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

분명 다윤의 환각 속에서 만난 아트리는 하페루아가 창조주의 힘을 가진 존재라고 했다.
그렇다면 하페루아가 나에게 밀린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만약 특이점이라는 게 게임의 힘이 분산된 것이고 그것이 여러 명에게 퍼져있는 거라면.
그것이 게임을 구성하는 단순한 코드에 불과하다면.
어쩌면 GM. 즉, 운영자들은 특이점을 좀더 ‘많이’가지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게임은 누가 만들…

“아, 머리아파…”

가뜩이나 정신없는데 더 정신 없어졌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집중해라.]
“예예…”
[냥!]


레빗과 나는 쿠베라와 함께 신계(神戒)에 들어와 있다.
쿠베라의 거처인 북쪽의 대지.
물론 대지는 아니고 별자리에 가깝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다.


어차피 설정 놀음이니까.

참고로 원래는 이곳에 일찍이 들어왔어야 하는데 내가 다르게 보는 법을 깨우치지 못해 일정이 늦어졌다.

[인간의 말은 쓰지 마라. 다른 로카팔라들이 들을 수도 있다.]
[넨.]

신의 언어.
성흔을 얻으면서 자연스레 익힌 말이다.


입으로 내뱉는  아닌 별자리의 힘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의지를 현실에 발현시킨다는…  그런 설정인데.


뭔가 입 대신 말하니깐 기분이 이상하다.
새로운 감각이 생겨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월드 어드벤처의 운영자나 하페루아가 말하는 것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다.


뭐 초월적인 존재의 말이니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우선 로카팔라들은 기본적으로 육체의 의의를 두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어찌 그들에게 상처 입힌다 한들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그럼 어떡합니까?]
[육체가 아닌 본신(本身)의 영혼을 공격해야 한다.]


그렇게 말한 쿠베라는 허공에 손을 뻗어 기다란 창을 만들어 냈다.
대지의 기운이 느껴지는 창.
쿠베라는 그대로 레빗에게 창을 내질렀다.

[냐!]

카득-

딱히 힘이 들어간 공격이 아니라 레빗은 그것을 가볍게 막아냈다.
의기양양한 레빗.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다.


“에?”

레빗의 육체는 덜렁거리며 힘없이 축 처졌다.


[이것이 영혼에 타격을 주는 방법이다. 너희는 성흔을 얻고 깨달음을 얻어 반신(半神)이 되었으니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 상태다.]
[오호.]
[너희는 별자리에 거처가 없기에 따로 영혼을 보호 할때가 없다. 그렇기에 너희의 영혼은 현실과 다른 차원에 아무렇게나 놓여져있는 상황이지.]
[아하.]
[보호 없이 놓여진 영혼은 쉽게 공격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물론 다른 차원을 볼 수 없는 인간들에게는 불사에 가깝겠지만, 신들에게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쉽게 당할 거다.]

나는 쿠베라의 설명을 흥미롭게 들었다.
알고 있는 설정이지만 직접 소설 속 인물에게 들으니 감상이 남달랐다.


특히 영혼을 자신의 거처, 별자리에 놓는다는 말.
이것은 월드 어드벤처의 신들과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똑같다.

자연신 역시 자연에 자신의 힘을 보관하고 저장하며, 육체가 죽어도 자연이 있는한 다시 되살아난다.

이 소설 속의 신과 월드 어드벤처의 신의 구성 조건이 같은 것.
그리고 신의 언어가 역시 그들과 같은 것.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쿠베라는 레빗이 회복할때 까지 기다려준뒤 우리에게 두개의 창을 건내주었다.

[이제 이해했으면 나를 공격해봐라.  한차례라도 본신에 공격을 성공시킨다면 수련은 이걸로 마치지.]
[냐앗!]


아까의 공격에 분한 듯 처져있던 레빗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창을 내질렀다.
쿠베라의 성흔과 본인은 암행 능력이 합쳐진 가속창이었다.


웬만한 SS급 헌터도 치명상을 입을 정도의 능력.
그러나 가볍게 막혔다.


[냐?]
[이게 아니다.]
[냐앗?!]

퍼석!


어느새 튀어 올라온 대지의 벽이 레빗을 강하게 후려쳤다.
레빗은 헤롱헤롱 거리며 곧바로 기절했다.

[들어와라.]

수련이 길어질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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