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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화 〉109화 생명 (109/318)



〈 109화 〉109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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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무한 소환수의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인도 신화를 모티브로 쓰인 소설이다.
그렇기에 설정상 신, 생명체, 괴수…  아주 많지만, 주인공의 시점으로 연재되는 소설의 특성상 많은 인물들이 나오진 않는다.

그중 가장 언급이 낮았던 인물들은 바로 태초의 삼신(三神)이다.

창조의 신, 브라흐마.
생명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

그중 브라흐마, 시바는  후반부나 설정에 아주 조금 언급이 되지만, 비슈누 하나만큼은 조금의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정말 아래에 비슈누가 있는 거예요?”
“응.”


하지만 나는  아래의 비슈누를 보았다.
강하게 주위의 것들을 끌어당기는 초록빛. 그것은 성운을 부술 때 느꼈던 ‘브라흐마’의 기운과 동일했다.


나는  더 시각을 넓혔다. 초록색의 샘이 보인다.
샘 아래로는…


‘보이질 않네.’


아무래도 들어가야  너머를 볼 수 있는 모양이다.

“흐음… 그러면 음…”
“왜?”
“뭔가 이상해서요.”

이제 30분… 아니 20분이면 샘의 너머로 떨어질 것이다.
다윤은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로 비슈누의 거처가 저 아래에 있다면 다른 로카팔라들이 몰랐을까요?”
“아 그건 나만 볼 수 있어서 그래.”


비슈누의 샘.
그건 단순한 차원 너머의 것을 보는 것만으로는 볼  없다.
나는 그것 외에 특이점을 사용해 한층  고차원의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뭐, 인드라 정도면 볼 수 있겠지만… 다른 녀석들은 무리일 거야.”
“그 코드라는  분명 페널티가 있다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근데 윤씨가 쓰는  보면 그런 게 전혀 없는 거 같아요. 여태껏 뭔가 일어난 것도 없고요.”

“으음…”


페널티의 유무.
나도 느끼고 있는 생각이다.
분명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메시지를 수차례 받았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사용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원하는 대로 환각을 나아갈 수 없으니까.


그런데 페널티는 입지 않았다.
준다 준다 해놓고 막상 주지는 않는 것이다.

내가 피해를 입은 건 오직 최강자의 기술에 대한 반동, 그 이외에 다른 피해는 없었다.


‘아무래도 둘중 하나겠지.’


이 정도의 사용량은 페널티를 입을 정도가 아니거나,
혹은 누군가 막아주고 있거나.

“...우선  도착할 거 같네.”


초록빛의 샘은 우리를 반기듯 묘한 기류가 우리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질적인 느낌.
하지만 익숙한 느낌이기도 하다.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 하지만 유해한 것 같진 않다.

「▼초월 

툭.
무언가의 기운을 감상하는 사이 다윤의 머리가 아래로 축 떨어졌다.

“...윤씨. 저 어지러─”
“다윤아?”
“......”

숨은 고르게 쉬고 있다. 단지 잠든 것 같은데…


‘역시 성흔 없이 들어온 게 문제였나.’

나름 특이점으로 잘 조절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무리가 있었나 보다.
나는 그대로 다윤을 안은 체 아래로 계속 떨어졌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우리는 초록빛의 정원에 서있었다.


“흐음…”
“.......”
“흐음…”
“...”


나는 다윤을 안은 체 그대로 정원을 돌아다녔다.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애써 무시하며  바퀴를 쭉 돌았다.
대충 이랑의 창조세계보다 10배 정도는 큰 크기.
로카팔라의 거처에 비하면 한참은 낮은 크기다.


“근데 언제까지 자고 있는 척할 꺼야?”
“...!”

다윤은 스프링 튀어나가듯 몸을 세웠다.
사실 잠든 순간 곧바로 조절을 해줬는데 계속 자고 있는 척을 하길래 그냥 놔뒀었다.
자는 척을 하기에는 숨소리가 너무 불규칙해져서 티가 안  수가 없었지만.


심장소리도 너무 컸고.

“흠흠. 아무튼 도착했네요.”
“뭐가 없는 거 같지?”
“그, 글쎄요. 저는 잠들어있어서.  모르겠네요.”
“...”

잠들어 있으셨다는데 그렇다 해줘야지.

“그래서 어때.”
“네?”
“뭔가 느껴져?”

비슈누의 샘의 입구를 통과하면서 무언가를 받았다.

「▼초월 」

아주 약한 무언가. 하지만 특이점도 성흔도 없는 다윤에게는 꽤나 거대한 능력일 것이다.


“...조금요.”

다윤은 자신의 심장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나는  너머를 보았다.

미세한 푸른빛이 보인다. 그리고 그 푸른빛은 수련도중 레빗에게서 자주 보아왔던 것이다.


‘...창조세계… 초월자?’

…아니, 아니다.
미르틱이나 무명에 비해 너무나도 약하다.
이 정도면 편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스며든 것이 그것의 일부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그것이 들어왔을까.

바스락.

그 순간 우리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비슈누?”
“...인간들은 오랜만이군.”


녹색의 머리카락에 녹안, 복장은 선인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서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는  같은 고고한 기운이 느껴졌다.

이 자가 생명의 신, 비슈누.
태초의 삼신이자 초월자라고 추측되는 인물.

“반갑네. 로카팔라의 하수인들.”
“그쪽이 비슈누?”
“그렇다.”
“브라흐마랑 시바는?”
“...왜 둘을 찾는지 모르겠지만 이 ‘우주’에는 나밖에 없다.”
“이 우주?”
“그들은 외신(外神)이 되었다. 우주 너머의 존재가 됐다는 뜻이지.”

뭔가 심오한 얘기로 들어선 것 같다.
그나저나 우주 너머라...


“다중 우주를 말하는 거야?”
“인간들의 관점으로 보자면 그러하겠지.”


다중 우주론.
별이 모여 은하, 은하가 모여 은하단, 은하단 모여…
이런 식으로 쭉 나아가다 보면 우주도 여러 개가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게 다중 우주론이다.

나도 정확히 아는건 아니지만 대충 그런 식이라고 들었다.
애초에 차원 얘기할 때부터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얘기를 듣고 있던 다윤이 손을 들었다.


“저, 차원이랑 다른 우주랑은 다른 건가요?”
“다르지.”

비슈누는 손을 들어 별을 그렸다. 계속 그렸다.
어느새 별은 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모래알처럼 빼곡히 쌓인 별들.

이곳에서의 안정감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현재의 기본 우주다. 우주는 필연적으로 멸망할 수밖에 없지.”

별은 계속 생겨나고 죽어간다. 하지만 죽는 속도에 비해 생겨나는 속도가 지나칠 정도로 빠르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공간’ 자체도 팽창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죽지 않는 별들.

로카팔라를 비롯한 신(神)의 영역에 들어선 별.
그것이 문제였다.

“차원은 문제를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 공간을 여러 개 만들어 별들을 따로 분류해 두는 것뿐이지.”
“그렇다면… 우주는 그 공간들을 전부 아우르는 곳이군요?”
“그렇지.”


대충 비유하자면 우주는 건물. 차원은 방인 모양이다.

“과거 브라흐마와 시바가 있을 당시에는 우주는 하나로 유지되었다. 그들이 있었기에 생명체는 적당한 수준으로 ‘창조’ 되었고, 또 적당한 수준으로 ‘파괴’ 되었다.”
“음.”
“하지만 그들은 이곳을 떠났다. 지겨웠다는 게 그 이유지. 그들은 다른 우주를 창조했고 기존의 우주의 법칙은 어그려졌다.”
“그쪽은 왜 안 떠났지? 당신이 있는 것만으로 이 우주에 ‘생명’이 넘쳐날 텐데.”

만일 삼신이 모두 자리를 비웠다면 세계는 적당히 유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셋 중 ‘생명’만이 그 자리에 남았고 완벽한 형태로의 창조가 아닌 불완전한 생명이 생겨났다.

불완전한 생명은 이치를 어긋나는 생물로 자라났다.
물의 용인 브리트라나, 번개의 신수인 아이라바타등이 그 예시다.

브라흐마가 인정하고 창조한 8개의 별과 맞먹는 존재들.
그들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주의 부하를 늘린다.


“나까지 사라진다면 이 우주의 생명체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 되겠지..”
“...?”
“이미 겪고 있지 않은가.”
“아.”


삼신이 전부 사라진 지금. 로카팔라는 우주의 왕 노릇을 하며 지구를 멸망시키려 들고 있다.
지금쯤 아그니가 소멸했을 테니 아마 대혼란에 빠져있겠지.

“자신의 신을 찔렀더군.”
“...봤어?”
“모든 생명은 나의 시야 안에 있다네.”

비슈누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로카팔라는 그쪽의 아들딸 같은 존재 아니야? 그렇게 들었는데.”
“정확히는 내가 아닌 브라흐마의 자식들이지. 오히려 그들은 나의 적이다.”
“...? 걔들이 브리트라 같은 녀석들을 잡아주던데. 그러면 좋은거 아닌가.”
“그들을 위한 사냥이지.”

비슈누는 허공을 돌아다니는 녹색의 별에 손을 뻗어 반지를 하나 꺼냈다.
녹색의 보석이 박힌 반지.

나와 다윤은 반지를 받아 서로 꼈다.
대충 검지에 끼려 했는데 찌릿한 느낌과 함께 반지가 멈췄다.


“그건 왼손 약지용 반지다. 결속에 가장 효과적인 자리지.”
“...”
“...”

나와 다윤은 시선이 교차되더니 왼손 약지에 반지를 꼈다.
예쁘네.

“그래서 이건 왜 준거야?”
“인드라를 상대할 때 도움이 될 거다.”
“인드라를 굳이 적대하는 이유는?”
“놈은 우주의 근원  비어있는 자리를 차지하려 하고 있다. 녀석은 그 자리를 차지하면 우주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 생각하지만, 그건 오히려 멸망을 더 부추길 뿐이다.”

비슈누의 설명은 이러했다.
우주의 근원은 태초부터 정해졌고 그 외의 속성이 끼어든다면 어그러진 법칙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서질 거라고…


“내가 제제를 하면 좋겠다만 지금의 나는 이곳을 벗어 날  없다. 지금도 이 우주의 ‘조절’을 위해 꽤나 많은 힘을 사용하고 있으니…”
“아그니를 잡았는데 우주의 부하가 좀 나아졌나?”
“조금은.”

비슈누는 손을 들었다. 그러자 녹색의 차원 문이 보인다.
차원 너머에는 푸른빛의 행성인 지구가 보였다.


“하지만 고작 하나의 별만으로는 멸망을 막을 수 없다. 애초에 로카팔라는 인과의 섭리에 걸쳐 만들어진 피조물이기에─”
“아, 알았어.  죽이면 된다는 거잖아.”


갈수록 심오해지는 대화를 도저히 듣기가 힘들어져 중간에 끊었다.
내가 볼땐 이곳의 신들은 나이가 많아질 수록 말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다윤과 나는 끝까지 말을 하는 비슈누를 뒤로하고 지구로 돌아갔다.

"..."


떠나간 자리.
비슈누는 그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웃으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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